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2)
나 빼고 다 회귀자-102화(102/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102)
Chapter 20. 새로운 페르소나 – 2
[기준(1년 차): 지구 대표] [칭호 ― 최후의 용사(Legendary) 외 12개] [광인(R) 빛의 인도자(U) Lv70] [근력(U) ― 82+30] [재주(L) ― 46+20] [내구(U) ― 81+20] [광 마력(L) ― 61+25] [매력(L) ― 39+20] [영력(L) ― 62+20]국왕과의 대담을 마치고 왕궁을 빠져나와 다시 코르로 향하는 길.
기준은 오랜만에 정리가 끝난 자신의 상태창을 들여다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질 줄은.’
아직 레타로 넘어온 지 두 달도 안 되었는데, 레어 등급의 70레벨을 달성할 줄이야.
물론 그가 어딜 가나 굵직굵직한 사건과 엮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적절한 퀘스트를 수행한 덕분이기도 할 터였다.
특히 이번 의뢰의 경우 퀘스트로 취급이 될 줄은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왕실이 끼어든 탓인지 그라티아 공습과 관련되어 있는 탓인지 그의 상상 이상으로 중요도가 높은 퀘스트로 취급되어 그야말로 경험치 폭탄이 쏟아졌다.
그간 퀘스트를 달성할 때마다 추가로 스테이터스가 오르기까지 했으니, 수련이나 실전, 업적으로 성장한 것까지 더해 어느새 스테이터스가 레전더리 등급에서도 중위권에 안착했다.
아직 유니크 등급에 머무르고 있는 근력과 내구의 경우 최근 레벨이 오를 때마다 집중적인 성장이 이루어져 결국 둘 다 80을 넘겼으니…… 슬슬 등급 업을 생각할 때도 되었다.
‘레전더리 등급은 무턱대고 레벨을 올리거나 수련을 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 ……최소한 나보다 격상의 적과 치열하게 맞붙어 이기는 정도는 되어야 해.’
되새겨 보면 그의 스테이터스 대부분은, 덤으로 주요 스킬도 비체와의 혈전 끝에 레전더리 등급까지 성장하지 않았던가.
기준은 그때 그녀가 지었던 표정을 떠올리곤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죽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매일같이 메시지도 주고받는데,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자꾸――.
그 당시 자신이 품었던 마음이 떠올라서, 그는.
―계약자…… 혹시 지금 그 여자 생각해?
기감이 지나치게 훌륭하다 못해 이젠 기준의 마음속까지 읽어 내는 루시의 지적에 기준은 하하, 멋쩍게 웃음을 흘리며 얼버무렸다.
“그냥 이다음에 뭘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어.”
―흐응, 그래. 퀘스트 내놓으라고 하면 바로 줄 기세던데.
알면서 넘어가 주겠다는 듯 콧방귀를 뀐 루시가 그의 말에 응해 화제를 전환해 주었다.
기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단호히 대꾸했다.
“물론 그랬겠지만, 그건 결국 빚이 돼. 지금은 내가 왕실에 빚을 씌워 둔 상태지. 길을 조금 편히 가자고 그 관계를 역전시킬 수는 없어.”
―그건 그래. 게다가 계약자한테는 카드가 두 개나 있잖아.
확실히 그렇다.
하나는 루스벤이 안내한 유적에서 신수를 사냥하고 얻은 훼손된 야른비드르의 출입증.
이 출입증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하티와 반대되는 속성의 신수, 스콜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긴이 루스벤에게 받았다는 핏빛 열쇠.
흡혈귀들을 상대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무기를 구할 수 있으리라 추측되는 곳을 안내해 주는 수단.
‘아무리 그래도 스콜은 아직 무리겠지.’
물론 하티를 해치운 이후로 기준도 많이 성장했지만, 그래도 레전더리 등급의 신수를 상대해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자연히 선택지는 하나가 남는데, 문제는 이 유적은 한 명만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미뤄 둘 수도 없으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이것까지 깔끔하게 끝내고 그다음부터 파티 단위 행보를 고민해 보는 게 좋을 듯했다.
“기준 오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코르 시내를 통과해 루멘 파티가 머무르는 숙소에 도착한 기준은 숙소 앞에 나와 있는 지혜를 발견하곤 두 눈을 깜박였다.
“뭐야, 마중까지 나오고 감격스럽게.”
“오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민이 만났다면서요!”
내 감격 돌려내.
기준은 파리해진 인상의 지혜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의뢰 행선지에서 정면으로 부딪쳤거든. 그런데 넌 그걸 어떻게 아는데?”
“벨라 님이 와서 소식을 전해 주고 가셨어요! 절 죽이겠대요!”
“농담이겠지.”
“그쵸? 실제론 그렇게 화난 거 아니었죠?”
“물론 민이가 널 죽이겠다고 하긴 했는데.”
“기에에엑!”
기준은 습관처럼 익룡화하는 지혜를 끌고 숙소로 들어갔다.
나머지 일행은 숙소 뒷마당에서 오늘도 수련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로라와 긴이 틸라를 합공하고 있었다.
긴이 사격으로 로딤을 견제하는 사이 로라가 정면에서 돌진해 틸라를 밀어붙이고, 그렇게 빈틈이 생기면 이번엔 긴이 돌진해 틸라의 하체를 공격, 어떻게든 그녀의 균형을 무너트려 한판을 따내려 하는 것이다.
물론 틸라는 이미 전설에 가까워져 가는 수준인 만큼 그것을 어렵지 않게 버텨 내고 반격까지 해냈지만, 그래도 처음 긴과 로라가 수련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절로 감탄이 나오는 대련이었다.
“흡――!”
“아까웠어!”
“하아아앗!”
그간 워낙 많은 지옥 수련을 한 덕인지 두 사람의 합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며 기준이 미소를 짓고 있자니 여태까지 축 쳐져 있던 지혜가 갑자기 이를 악물며 틸라를 향해 돌진했다.
“이대로 나만 죽을 수는 없어 펀치――!”
틸라에게 돌진하는 지혜의 양손에 스파크를 튀기며 방전하는 에너지 구체가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커먼 등급의 근력 수준으로는 결코 낼 수 없는 속력을 발휘하며 돌진하는 지혜의 모습에 기준이 눈에 이채를 띠며 지켜보고 있자니, 지혜는 마치 틸라가 그렇게 하듯 제법 괜찮은 몸놀림으로 주먹을 휘둘러 틸라를 공격해 들어갔다.
“제법――!”
“지금이다!”
“알겠습니다!”
긴과 로라는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그녀와 합을 맞춰 틸라를 공격했고―― 이번엔 아까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소모한 끝에 세 명 다 바닥에 널브러졌다.
기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얼마나 열심히 수련했는지 알 수 있는 멋진 대련에 그는 절로 박수를 쳤다.
“앗, 준――!”
세 명을 모두 넉다운시킨 틸라가 박수 소리에 뒤돌아보더니 기준을 발견하곤 만면에 미소를 피워 내며 달려왔다.
초점이 선명하지 않고 이리저리 흔들리던 그녀의 눈동자는 총기가 어느 정도 돌아와 있었고, 짙은 권태감이 감돌던 인상도 많이 개선되었다.
무엇보다 원래는 제법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반절 이하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녀의 마음도 몸도,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너무 보고 싶었어…….”
“나도 그래. 반겨 줘서 고마워.”
그의 양손을 꼭 붙잡으며 반기는 틸라의 손을 기준도 맞잡아 흔들어 주며 대꾸했다.
“애들 수련시켜 줘서 고마워. 지혜한테는 체술도 전수한 것 같던데.”
“스테이터스를 키우는 덴 역시 몸을 움직이는 법을 익히는 게 좋으니까. 보니까 어땠어?”
“훌륭해, 감탄했어.”
기술까지 전수해 줄 정도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먹서먹한 관계였지만, 이젠 정말 같은 파티라는 말을 써도 될 정도로 친해진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그녀의 공허한 마음에 기준과 긴, 로라, 그리고 지혜가 조금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면 대성공이다.
기준은 흐뭇한 마음에 미소를 짓곤 그녀의 손을 놓고…… 손을 놓고…….
그녀가 그의 손을 꽉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틸라?”
기준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틸라는 그제야 그의 손을 놓고 물러나며 혀를 빼꼼 내밀었다.
“후후, 미안해. 머리론 알고 있는데 몸이 말을 안 듣네.”
―와, 가증스럽게 혀 내미는 것 좀 봐. 지금 나이 많은 티 내는 거야?
루시의 틸라 혐오는 나날이 최고 수치를 경신하는 중.
문제는 뒤에 널브러져 있던 로라도 그 광경을 보며 이를 빠득 갈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번 더…… 하죠……! 3대1로!”
“알겠습니다, 로라 양!”
“어, 저는 무린데요.”
로라의 말에 곧장 몸을 일으키며 씩씩하게 대꾸하는 긴과 달리, 지혜는 바닥에 대자를 그리며 뻗은 채 모든 기력을 잃은 목소리로 대꾸했으나.
“지혜 언니, 부탁해요!”
“훗, 날 언니라고 부른다면 기대에 응하는 수밖에……!”
로라가 그녀를 언니라고 부르자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마나 서킷을 재개하는 것이 아닌가.
흡혈귀였던 카르밀라도 그렇게나 로라에게 언니라고 불리고 싶어 하더니, 어쩌면 그 호칭에는 기준은 알지 못하는 어떤 마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나저나 내가 없는 사이 다들 사이가 좋아져서 다행이야. 살짝 소외감이 들 정도네.’
―계약자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
묘하게 기분을 찝찝하게 하는 루시의 말에 무슨 뜻이냐고 캐물으려던 그때.
기준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응?”
―피요오오오오!
고개를 드니 종족 길드 연합 디맨더가 소유하고 있는 환상종 그리핀이 천천히 하강해 오는 것이 보였다.
또 연합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 가만히 보고 있자니 느긋이 날갯짓을 하며 지상에 착륙한 그리핀의 등 위에서 두 마리의 고양이, 아니 캐트시가 뛰어내렸다.
“기다리고 있었냐, 준!”
“주인님!”
연합에 속한 길드 이매진의 마스터인 부츠와, 기준과 계약해 단화 신은 고양이가 된 나비냐.
나비냐는 재판 이후로 보이질 않아 어딜 갔나 했는데 아무래도 부츠와 함께 있었던 모양이다.
“잘 지냈어?”
“냐, 냣.”
기준은 자신에게 뛰어드는 나비냐를 안고는 녀석의 목덜미를 간지럽히며 부츠를 마주했다.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뭔 얘기야?”
“어처구니가 없냐. 아직 디맨더에서 의뢰 완수 보상도 안 받은 걸 까먹었냐?”
“아.”
부츠의 말에 기준이 멍청한 감탄사를 냈다.
놈들과 시비가 붙어 잊어 먹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그는 정상적으로 세력전을 종료시키고 계약 사항을 완수했다.
빌어먹을 고블린이 계약 이행도 하지 않고 그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바람에 디맨더에서 보상을 받아 내는 건 텄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계약서에는 죽어 버린 허니펍, 크리스티앙뿐만 아니라 오크 대표인 무스옥스, 수인 대표인 수사즈도 서명했냐. 계속 이행을 하지 않고 버티다간 두 사람이 페널티를 받게 될 판이라 한시라도 빨리 보상을 지급해야 하냐.”
“미안,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마법 계약서에 서명했을 당시 기준이 받기로 했던 성공 보수는 간단했다.
바로 금화 5천 개와 디맨더가 소유하고 있는 던전의 독점 공략권.
저번에 영월석을 매매했을 때도 그렇고 기준이 매번 금화를 수천 개 단위로 벌어들이다 보니 우습게 보기 쉽지만, 금화는 한화로 환산하면 개당 90~100만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 화폐다.
금화 5천 개면 집값이 무지하게 비싼 대도시 코르에서도 번듯한 저택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란 의미다.
“금화 5천 개 확실히 받았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기준이 벌어들인 금화만 해도 족히 2만 개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거기에 이전 흡혈귀의 아지트를 털었을 때 얻은 보석 장식들은 그대로 갖고 있으니, 그것까지 팔아 버린다면…… 어쩌면 정말 넓은 부지를 확보해 번듯한 길드 건물까지도 지을 수 있을지도.
‘아니, 국왕이 길드 얘기를 하는 바람에 괜히 나랑 상관도 없는 생각을 하게 됐네.’
당장 길드 연합이랑 얽혀 안 좋은 꼴만 잔뜩 본 주제에, 사람을 모아서 뭘 하겠다고.
쓰게 웃은 기준은 부츠에게서 던전 정보가 적힌 서류까지 받아 들어 확인했다.
대충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함정도 적고 몬스터는 잔뜩 나오는, 그야말로 길드 멤버를 키우기에 적절한 금싸라기 던전이었다.
당시 설정했던 최소 조건을 아득히 뛰어넘은 좋은 조건의 던전인지라 놀라워하고 있자니 그것을 알아챈 부츠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자랑스레 말했다.
“기간은 원하는 시점부터 세 달. 다른 놈들은 안 된다고 펄쩍 뛰는 걸 내가 밀어붙였냐. 파티원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난이도도 적절할 거냐.”
“부츠, 고맙다.”
“덤으로 이 녀석도 말이냐.”
“냐!”
기준의 품에 안겨 골골 소리를 내던 나비냐가 부츠의 시선을 받곤 펄쩍 뛰어내리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부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발을 받고 독립하게 된 기념으로, 며칠간이지만 내가 직접 붙들고 가르쳤냐. 일반 캐트시와 신발을 신은 캐트시는 전투 방법부터 다른 법. 나비냐는 몸놀림이 날래고 눈이 좋으니, 그 특성을 살려 쾌검을 다루면 대성할 거냐.”
“대장님이 그렇게 칭찬해 주니 부끄럽냐.”
“다만 아직 실전이 부족하냐. 그 던전에서 내가 가르친 전투법을 완전히 몸에 익히는 거냐.”
“알았냐!”
냐냐거리는 고양이 놈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정신이 사나웠다.
뭐라도 먹이면 조용해지지 않을까 싶어 인벤토리에서 요리라도 찾으려던 그때, 부츠가 큼,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의뢰 보상은 여기까지고…… 다음은 배상이냐.”
“배상?”
“위자료라고도 하냐. 죄 없는 사람을 끌어들여 잔뜩 폐를 끼쳤으니, 연합 차원에서 아무 보상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냐.”
솔직히 말할 것 같으면 허니펍이 죽고, 오우거들이 죽고, 연합에서 인간과 고블린들이 완전히 쫓겨난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기에 그 말은 의외였다.
기준이 눈을 깜박이며 부츠를 바라보고 있자니, 캐트시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양이 손을 들어 자기 등 뒤를 가리켰다.
그곳엔 지금이라도 기준에게 달려들고 싶어 하는 그리핀의 모습이.
그 의미를 알아챈 기준이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엄청 귀하다며.
“……정말?”
“정말이냐. 땅에 떨어진 연합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 배상은 필요하냐.”
단호히 선언한 부츠가, 곧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사실은 그리핀이 이제 우리 말을 듣지 않냐. 그리핀은 주인을 까다롭게 정하는 만큼 충성심도 강하지만―― 아무래도 연합은 여태껏 그리핀의 완전한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모양이냐. 더구나 이번에 그런 일까지 있었지 않냐.”
흡혈귀와 결탁하고, 오우거를 끌어들이고, 죄 없는 인간을 죽이고, 틸라를 함정에 빠트리고.
그리핀은 단순한 짐승이 아닌 고위 환상종, 연합의 어둠을 하나하나 그 예리한 눈동자에 담았을 터였다.
아무리 연합이 큰 실책을 저질렀다고 한들 원래는 그리핀을 내놓을 생각까지는 없었겠지만.
이미 그리핀이 연합에 속한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데에야, 녀석을 연합 안에 놔둘 의미도 없었던 것이겠지.
“그리핀……?”
―피요오오……!
기준이 부르자 녀석은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다가와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기준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녀석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모습을 본 부츠도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리핀은 진즉 마음을 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냐.”
“주면 받는다? 안 돌려준다?”
“물론. 새로 이름을 붙여 주는 게 좋겠냐. 우리가 지어 준 이름은 거부했었지만 준이 지어 주는 이름이라면 받아들일 것 같냐.”
―피요?
이름이라는 말에 고개를 들어 기준을 바라보는 그리핀.
기준은 잠시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곧 이곳 그라티아가 라틴어에는 죽고 못 산다는 사실을 떠올려 내곤 녀석의 이름도 라틴어로 짓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아는 라틴어 단어가 얼마 없긴 하지만, 그중에서 좋은 단어를 골라서――.
“좋아, 네 이름은 포르티스(Fortis)다.”
―피이이이이이!
포르티스는 라틴어로 건장한, 용감한, 힘센, 단단한, 강력한 등등의 뜻을 갖는 형용사다.
그리핀은 기준이 붙인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더니 재차 그의 품에 머리를 묻고 마구 비벼 댔다.
녀석의 격렬한 애정 표현에 피식 웃던 그 순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환상종 중에서도 성질이 지극히 까다로워, 강하고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만을 따르는 그리핀의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지극히 고유한 업적 달성으로 매력(L)이 1 올랐습니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10,000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칭호 [스카이 라이더]가 유니크 등급의 칭호 [그리핀 라이더]로 성장합니다. 칭호 효과로 인해 기승 상태일 때 모든 종류의 속도가 20% 상승하며 모든 동물, 특히 환상종의 호감을 사기 무척 쉬워집니다.
파티원들이 탐사하기 좋은 던전의 독점권을 얻고.
어디든 빠르게 날아갈 수 있는 그리핀도 얻었다.
기준은 루스벤의 유산을 확인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