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13)
나 빼고 다 회귀자-113화(113/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113)
Chapter 22. 맨 인 골든 – 3
츠쿠모가미(付喪神)는 일본의 요괴다.
오래된 물건에 혼이 깃들어 움직이게 된 요괴로서, 한국의 도깨비 가운데에도 물건에서 탄생하는 도깨비가 있지만 깊게 파고들면 확실하게 달랐다.
간단히 차이점을 논하자면, 한국의 도깨비는 어디까지나 물건에서 태어났을 뿐 그 물건에 속박되거나 그 형태에 고정되지 않는 반면 일본의 츠쿠모가미는 자신의 근원이 된 물건의 형태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이 녀석은 츠쿠모가미라는 거지.”
기준은 이미 회생의 여지도 없이 몸체가 깨져 버린 거대한 포션 병……에서 비롯된 요괴를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 그중에서도 강력한 녀석이었던 것 같군. 지독한 독액이 담겨 있던 병이 오랜 세월 방치된 끝에 츠쿠모가미로 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죽어 가는 요괴 앞에 쪼그려 앉은 렉투스가 녀석의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액체를 특수 처리된 병으로 옮겨 담으며 설명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탄생한 몬스터들은 레타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지닌 힘이 커서 상대하기도 힘든 것에 더해 다른 문제가 있으니…….”
“외견은 몬스터와 비슷한 경우가 많으나, 이들은 엄밀히 따지면 빛과 어둠 진영 중 어느 쪽도 아니다.”
뒤에서 조사 작업을 실시하던 파툼이 문득 끼어들어 발언했다.
과연 빛의 진영을 대표하는 용사답게 적아를 구분하는 파툼의 기준은 실로 확고했다.
“해서 저들이 빛의 진영을 적대하지 않는 한 먼저 나서서 처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사회의 울타리 안에 받아들여 주기도 힘들다.”
“그래서 비슷한 녀석들끼리 모여서 인류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 밖에 자신들만의 구역을 만들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
그리고 그들이 이번에 상대한 츠쿠모가미는 안타깝게도 그런 집단에 속하지 못한 케이스였다.
발붙일 곳도 없이 떠돌다가 재수도 없이 흑마법사의 손에 걸려, 이지를 잃고 타락해 폭주.
끝내 그라티아의 소도시 하나를 완전히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놓기에 이른 것이다.
기준은 자신의 발밑에서 치직, 타들어 가며 실시간으로 대지를 녹이고 있는 독의 잔여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츠쿠모가미가 강하다는 건 이번 전투로 확실히 깨달았다.”
“실로 그렇다. 초인에게도 듣는 맹독을 대량으로, 순간적으로 분사하는 능력이라니. 만약 대도시 한복판에서 이 녀석이 날뛰기라도 했다면…… 상상하기도 싫군.”
그래, 포션 병에서 비롯된 츠쿠모가미의 능력은 다름 아닌 맹독이었다.
정면으로 붙는다면 그들이 맨 처음에 상대했던, 숲 하나를 통째로 합체시킨…… 아니, 거대 우드 골렘으로 만들어 낸 드라이어드 쪽이 압도적이겠으나.
막대한 양의 독 안개를 분사해 일대를 죽음의 늪으로 만들어 버리는 츠쿠모가미의 능력은 다수의 약자를 상대하는 데에는 소름 끼치도록 효율적인 터라, 피해 규모는 이쪽이 압도적으로 컸던 것이다.
―우리 계약자랑 상성은 최악이었지만 말이지.
다만 놈과의 전투는 상당히 일방적으로 끝이 났는데.
놈의 지나치게 위험한 맹독에 파툼과 렉투스가 주춤하는 사이.
고장 나지 않는 체내 시계, 아다만트 등등 흑마법으로 오염된 맹독 따윈 가뿐히 무시해 버리는 기준이 두 방패를 내밀고 돌진해 놈을 깔끔하게 압사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귀공이 아니었다면 나도 위험했을 것이다. 대체 독 내성이 얼마나 뛰어난 것이지?”
“그건, 내성 스킬을 독하게 수련했다. 막는 것이 내 역할이니까.”
“과연…… 그런 부분부터 다른 건가.”
시료 채취를 마친 렉투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어 왔으나, 고유 스킬을 노출할 수 없었던 기준은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렉투스가 그 말에 납득하고 또 풀 죽는 모습에 조금 미안해졌다.
“프랑……켄…….”
다 죽어 가던 츠쿠모가미의 입이 열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기준과 렉투스가 즉시 모든 동작을 멈추고, 독의 늪이 되어 버린 일대를 헤집으며 다른 단서를 찾아보고 있던 파툼도 눈을 크게 뜨며 그들에게로 돌아왔다.
“지금 말한 것 같은데요!”
“쉿.”
기준이 비브를 침묵시키곤 츠쿠모가미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몸의 절반이 깨지고, 나머지 절반은 자신의 독에 녹아내리고 있는 그 녀석은 이미 죽기 일보직전이었으나―― 신기하게도 모종의 의지를 담은 시선을 똑바로 기준에게로 보내 오고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녀석에겐 악령이 빙의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이런 능력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까지 힘을 되찾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파툼과 렉투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퀘스트 진행을 앞당기고 싶었던 기준 입장에선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계약자? 이건 완전히 속임수잖아.
‘모르겠어, 루시? 속임수는 들키지만 않으면 속임수라 할 수 없는 거야.’
기준은 찬물을 끼얹는 루시에게 희대의 갬블러처럼 대꾸하며 곧장 메소드 연기에 돌입했다.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일생을 버팀목도 없이 부평초처럼 살아가다, 사악한 흑마법사의 손에 걸려 원하지도 않는 대학살을 벌인 끝에 비참하게 죽어 가는 운명의 희생양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유언이라면 들어 주지.”
그와 마주 보고 있던 츠쿠모가미, 아니 악령이 한없이 진지한 그의 태도에 감화되어 마지막 순간 일행에게 단서를 주는 척하며 말했다.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주니어…… 그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빠득, 이를 가는 소리까지 내며 실감 나게 증오 어린 표정을 짓는 악령.
레타에서의 반생을 복수에 매달려 살았던 이답게 악령의 메소드 연기 또한 만만치 않았다.
“프랑켄슈타인 주니어? 프랑켄슈타인이라면 들어 본 적이 있다.”
파툼이 바로 미끼를 물었다!
렉투스 또한 인상을 찡그리며 덧붙였다.
“프랑켄슈타인…… 불과 20년 전에 레타 대륙에 끔찍한 전쟁을 일으켰던 어둠 진영의 흑마법사를 말하는 것인가. 자신 외에 모두 죽어 버린 동족을 스스로의 힘으로 되살려 내겠다며 금기에 손을 댔었지.”
“당연히 실패하고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 냈겠지?”
“어떻게 알았지? 레타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걸 지구에서 메리 셸리가 쓴 책으로 봤다고 얘기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래서 그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남자는 어떻게 됐지?”
“물론 죽었다. 하지만 혹 그가 만들어 낸 크리쳐…… 그중 일부라도 살아남았다면.”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 크리쳐는 어떤 의미로 프랑켄슈타인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을 터,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를 자칭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친척 관계라 그런지 두 사람의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완벽하다.
이제 악령이 여태껏 잡아먹은 드라이어드, 나이아데스, 츠쿠모가미에게서 얻은 기억을 잘 버무려 멤버들에게 전달해 주기만 하면 퀘스트의 진행이 대폭 빨라질 터!
기준이 눈치를 주자 악령이 기다렸다는 듯 연기를 재개했다.
“프랑켄슈타인, 주니어. 정체를 위장하는 방법…… 소환자 흉내를 내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했어……. 나는, 실패작이라고도.”
“뭐라!”
금방 죽을 것 같은 녀석치고는 의미 전달이 굉장히 확실하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워낙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던 탓에 파툼과 렉투스는 악령에게서 어색함을 느낄 틈도 없었다.
사실 기준도 이 얘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기에 적잖이 놀랐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쩌면 흡혈귀들도 이번 건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흡혈귀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인간사회에 스며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던 것인지도 몰라.”
“흡혈귀 놈들은 아주 오랜 기간 그라티아에 잠복하면서 그 정체를 감추고 있었지. 귀공이 없었더라면 나라가 내외로 크게 흔들릴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어. 확실히 그 말이 맞다. 흡혈귀 놈들―― 쿠드라크가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를 후원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소환자 흉내라니, 만약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그 이상 끔찍한 일은 없다. 가뜩이나 위태로웠던 대륙의 균형이 크게 기울어질 터…….”
사실 같은 그라티아에서 활동하고 있던 시점에서 어둠 진영에 속해 있는 이들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저 흡혈귀 왕국 침투 작전을 개시하기 전에 간단한 퀘스트를 수행하려던 것이 결국 다시금 그랜드 퀘스트와 연결되는 것에 기준은 어떤 거대한 운명의 흐름을 느꼈다.
“놈의 위치를 알고 있나?”
기준의 질문에 악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일부, 독을…… 가져갔어. 그 위치를 알려 줄 테니…… 반드시, 놈을 죽여 줘.”
“물론. 하지만 네가 부탁했기 때문이 아니다. 반드시 죽여야 할 놈이기에 죽이러 가는 것뿐이야.”
“그래도 고마워……!”
악령은 그 말을 마치고 아무도 몰래 츠쿠모가미의 몸에서 빠져나와 기준에게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던 두 사람의 연기가 끝나자 유지력을 모두 잃은 츠쿠모가미의 육신이 완벽하게 허물어지며, 그 자리에 독액으로 써 낸 다잉 메시지만이 남았다.
일행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기준의 눈앞에 간만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히든 퀘스트 달성! 그라티아에서 암약하며 쿠드라크의 지원을 받아 사악한 연구를 하던 흑마법사의 꼬리를 붙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단서를 잡은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를 찾아내 처단할 수 있다면 향후 개시될 그랜드 퀘스트의 보상이 한결 증폭될 것입니다!
―용사와 함께하는 퀘스트에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장막을 들추는 자(U)]에 매우 긍정적인 보정이 더해집니다!
―레벨이 3 올라 73이 되었습니다! 근력(U) 2, 재주(L) 2, 내구(U) 3, 광 마력(L) 1, 영력(L) 1이 올랐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가장 낮은 스탯[내구(U)]이 3, 그다음으로 낮은 스탯[근력(U)]이 2, 추가로 매력(L)이 2 올랐습니다!
아직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라는 놈을 찾아 죽인 것도 아닌데 설마 했던 중간 보상이 들어올 줄은.
처음 보는 현상에 잠시 당황한 기준이었으나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골몰했다.
어째서일까?
연계 퀘스트라서 그렇다고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면 간단하지만, 분명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터였다.
―퀘스트 보상을 나눠서 줘야 할 만큼 큰 사건인 게 아닐까? 달리 말하면 그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라는 놈이 엄청 위험한 놈이라는 거지!
―후후…….
루시가 언제나처럼 명쾌하게 정리했다.
놀랍게도 열연을 마치고 복귀한 악령 또한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정령의 말이 맞아요. 제 기억 속의 그자는…… 본신의 힘도 대단할뿐더러 많은 수족을 거느리고 있었답니다. 재정비가 필요할지도 몰라요.
‘재정비라.’
기준은 침음하며 다잉 메시지를 확인했다.
사실 악령에게 직접 얘기를 들으면 되지만 지금은 다른 두 명과 함께 확인하는 척할 필요가 있었다.
“이곳을 기준으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설명하는 듯한데…… 이곳이 어딘지 아나?”
“알고 있다.”
괜히 이 나라의 태자가 아니라는 듯 렉투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티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도시, 아니모(ánĭmo). 그 인근이다. 만약 놈이 그곳에서 다른 츠쿠모가미나 드라이어드 따위를 폭주시키기라도 한다면…….”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벌떡 일으키는 렉투스를 파툼이 붙들었다.
“놈이 아니모에 머무른 지도 제법 되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서두른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니 완벽하게 준비하고 빠르게 들이치는 것이 좋다.”
“큭…….”
“우리 셋으로 부족할 수도 있어. 인원을 보충하는 게 좋지 않겠나?”
기준의 말에 파툼이 가만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를 잘 이끌어야 하는 것은 비단 하이오크뿐만이 아니다. 네 자질을 또 하나 확인할 수 있겠군.”
“잠깐, 그렇다면 혹시 그분을?”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니모에 들이닥칠 위험에 가슴 철렁한 표정을 짓던 렉투스가 급격히 기대 어린 표정을 지으며 기준을 돌아보았다.
렉투스의 ‘그분’이 누굴 말하는지 알 것 같았던 기준은 코웃음을 치곤 그의 꿈을 깔끔하게 박살 내 주기로 했다.
“내 파티를 부를 것이다. 삼각형으로 솟은 귀가 무척 귀여운 늑대 수인이 있는 파티 말이야.”
“그게 아니라…… 흠, 여자인가?”
“남자다.”
“…….”
렉투스가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
파툼이 렉투스에게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기준은 3년 전에 얹혔던 속이 다 풀리는 듯했다.
간접적으로나마 처벌을 마친 기준은 비브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부탁했다.
“비브, 내 파티원들을 아니모로 불러와 줄 수 있어? 지혜가 등급 업을 마쳤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직 등급을 올리지 못했어도 이번 퀘스트를 하면서 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바로 다녀올게요!”
더는 렉투스와 같은 자리에 남아 있기 싫었던 비브가 곧장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 자리에 남은 일행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묵묵히 그리핀과 와이번에 탑승해, 썩 불편한 침묵 속에 아니모로 이동을 개시했다.
* * *
던전의 보스는 과연 벨라가 미리 경고했듯 상당히 강력했으나.
기준에게 뒤처져 버려질 수 없다는 위기감에 시달리던 예민에게는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
“하아압!”
―캬오오오옥!
수십 분에 이르는 처절한 전투 끝에 예민이 유니크 중위에 달하는 던전 보스의 목에 구멍을 낸 다음 순간.
“우오오오오오……!”
목수에게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변화가 일어났다.
레어 등급 종족, 바바리안으로의 승급이었다.
“큭, 이거 제법 아픈데…….”
“아저씨!”
가뜩이나 비대하던 목수의 근육이 한층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뿌득, 뿌드득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뼈가 끊어지고 재생하며 한층 두껍고 단단하게 탈바꿈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보다도 대단한 것이 있었으니, 한층 많은 마력을 머금은 피가 전신을 빠르게 휘돌며 심장부터 시작해 모든 내장 기관을 보다 강력하게 진화시킨 것.
예민과 은신의 경우 승급을 할 때도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목수는 완벽한 바바리안이 되며 문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었다.
“후우, 하아아…….”
얼마 지나지 않아 승급을 완료한 목수는 호흡을 가다듬은 후, 한층 거칠고 질겨진 자신의 피부를 확인하며 피식 웃었다.
“야성미가 넘쳐 나는구만, 아주.”
“엄청 멋져요, 아저씨! 만화 주인공 같은데요!”
“특수한 장르 한정일 것 같은데.”
이젠 굳이 전투 모드로 돌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근사하게 부푼 근육을 과시하듯 온갖 기묘한 포즈를 취해 보이던 목수는 문득 묘하게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래서야 지구로 돌아가도 다들 못 알아보겠는데.”
“아저씨는 그래도 멋지잖아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고요.”
“그건 애초에 널 발견을 못 하는 거 아니냐?”
“자.”
은신이 목수를 보며 전율하든 동경하든 알 바 아닌 예민이 손뼉을 쳐 두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어요. 지구로 돌아가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고요!”
“넌 준이 옆에 서려고 노력하는 거잖냐.”
“지금부터 던전 뺑뺑이에요! 쉴 시간이 없어요!”
이를 악물고 목수의 말을 무시하는 예민.
은신은 어깨를 으쓱이며 예민의 뒤를 따랐고.
목수 역시 피식 웃어 버리곤 그 뒤로 따라붙었다.
지구로 돌아간다는 말이 가벼운 농담처럼 받아넘겨지는 것에 못내 씁쓸함을 느꼈지만, 물론 내색할 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