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15)
나 빼고 다 회귀자-115화(115/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115)
Chapter 22. 맨 인 골든 – 5
마법은 강력한 전투 기술이면서 동시에 무척 난해한 학문이기도 했다.
고작 100년을 살기도 힘든 인간과는 달리 수백 년을 살아가는 고등한 종족조차 일생을 걸고 탐구해도 그 끝을 볼 수 없는 깊은 학문.
마탑은 그 마법의 끝을 보고자 하는 고등한 마법사들이 모이는 연구 기관이면서, 그 연구를 방해하는 이들에겐 언제든 강대한 힘을 투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광인들의 집합소이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마탑에 있는 이들은 비단 레타인뿐만이 아니었다.
무수한 차원에서부터 레타 대륙으로 흘러든 마법사들이 문명과 종족의 한계를 넘어 화합하고…… 정확히는 문명 전쟁 따위에 휘둘릴 틈이 없다고 중립을 선언하며 신성한 연구 기관에 틀어박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영주가 아니라 마탑이었나.”
“끙―― 그건 더 상대하기 까다롭다만.”
파툼과 렉투스가 혀를 차며 연달아 그런 말을 내뱉었다.
식사를 하느라 투구를 벗은 두 사람의 압도적인 비주얼, 특히 구불거리는 뿔에 시선이 꽂혀 제대로 식사를 즐기지 못하던 나머지 파티원들 또한 그제야 비브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런데 마탑이 정확히 뭐하는 곳이죠?”
지혜의 질문에 파툼과 렉투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대신 비브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실력 있는 마법사이신데…… 마탑을 몰라요? 그럼 마법은 어떻게 익히셨어요? 전에 보니까 오리지널 스펠 같던데.”
“독학인데요? 마법도 스스로 만들었어요.”
“네?”
“마법을, 독학……?”
“스스로 만들었다고……?”
갈고리 수집가 지혜의 무자비한 활약에, 잠시간 그 자리에 침묵이 머물렀다.
그 어색한 침묵 끝에 파툼이 믿을 수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인간이…… 마법을…… 독학……?”
그들이 마치 개미핥기가 두 발로 일어서는 장면을 목격한 것처럼 놀라워하자 지혜는 다소 기분이 나빠졌다.
그녀는 자존심이 강해서 자기 자신 외의 누군가가 자신을 얕보는 꼴은 가만 놔둘 수가 없는 것이다!
“대체 뭐가 문제예요? 튜토리얼에서도 가끔씩 보상으로 마법서가 나오고 그랬다고요.”
“마법서가 흔하지는 않아도, 물론 있을 수는 있죠. 그걸 보고 마법을 다루게 되는 것도 있을 수는 있어요. 스킬로 획득되니까.”
“맞아요, 저는 처음은 그거였어요. 하지만…… 아.”
비브의 말에 대꾸하다 말고 지혜는 이들이 왜 놀라워하는지 스스로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튜토리얼에서 마법사를 자칭하던 대부분의 용사…… 지구인들은, 지혜를 제외하고는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마법서를 통해 스킬로 얻은 마법을 있는 그대로 다룰 뿐이었던 것이다.
지혜는 그들과 달랐다.
마법으로 만들어 낸 현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마법이 빚어져 발현하는 과정을, 마력이 이루는 기적의 단면을 이해하고자 노력했으니까.
그러나 마법은커녕 마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던 이에게 이는 갑자기 등 뒤에 돋아난 날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처럼 힘든 일이었다.
지혜도 아직까지 자신이 다루는 마법을 스스로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을 정도니까.
‘나도 2회 차에서 얻은 마법서가 아니었다면 마법을 스스로 만들고 발전시켜 나갈 최소한의 기반을 다지는 것도 힘들었을지도. 마나 서킷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도 꿈도 꿀 수 없었겠지.’
백만 명의 용사 가운데 진정한 의미에서 마법을 다루는 이가 그녀밖에 없었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였다.
스킬로 익힌 마법은 빠르고 간단하지만 스스로 이해하고 다루지 않는 한 결코 성장시킬 수 없었고, 당연히 그런 이들은 튜토리얼에서도 활약할 수 없었다.
지혜가 마법을 다룬다는 데 이들이 놀라워한 것은 그래서였다.
“아무튼 저에 관한 얘기는 됐어요. 마탑에 대해서나 얘기해 봐요.”
“그, 그래요.”
자신에 관한 얘기는 됐다면서 왜 어깨를 펴고 잘난 척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비브는 애써 그녀를 무시하며 마탑에 대해 설명했다.
마탑은 공식적으로 문명 전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고, 어떤 식으로든 마탑에 입성한 이들은 문명 전쟁에 끌어들일 수 없게 된다.
물론 마탑은 기본적으로 빛의 진영에 위치해 있는 만큼 어둠의 진영과도 대립 관계이기는 했으나…… 어둠의 진영에서 먼저 마탑의 영역을 공격하거나 하지 않는 한은 어지간하면 자신들이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는 것.
좋게 말하면 중립을 표방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귀찮은 일은 모두 내팽개치고 보신주의를 고수하는 것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 뭐가 문제죠?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라는 자는 확고한 어둠의 진영 측 인물인데요. 그들을 찾아가 내놓으라고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요.”
비록 종족이 변화했어도 아직 순진함을 잃지 않은 로라는 그 간단한 일을 왜 실행하지 못하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기준의 눈에는 이미 앞으로의 전개가 보이는 듯했다.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는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마탑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어. 듣자 하니 마탑은 무척 자존심 높은 사람들이 모인 곳 같은데…… 그렇다면 그들은 아마, 자신들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며 우릴 마탑에 들여보내 주지 않을 확률이 높아.”
“정답이에요. 어떻게 바로 아셨나요, 준 님? 준 님의 고결하고 희생적인 성품과는 정반대인, 이기적이고 속 좁은 인간들의 속내를 그렇게 바로 꿰뚫어 보시다니.”
비브가 기준을 한없이 올려 치고 있는 것은 그렇다 치고.
기준이 마탑의 대응을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던 이들 중 특정한 누군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뭐예요, 오빠. 방금 나 봤어요?”
지혜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을 째려보자 뜨끔한 기준이 다시 한 번 인격의 갑옷으로 무장하며 최대한 담담하게 대꾸했다.
“아니? 안 봤어.”
“아닌 게 아니라 본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예뻐서 본 건 아니죠? 차라리 그렇다고 말하면 한 번 봐줄게요.”
“지혜, 헛소리로 괜히 준을 괴롭히지 말고 피자나 먹어.”
“방금 헛소리라고 했, 우븝――.”
지혜가 피자를 먹고 면역력을 보충하느라 얌전해진 사이 기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파툼과 렉투스를 돌아보았다.
참고로 두 사람은 이미 피자를 네 조각씩 먹어 치워 기준이 두 판째를 굽게 만든 원흉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마탑에 대화를 요청해 볼 건가?”
“곤란해졌군. 마탑은 왕실의 말도 듣지 않으니까.”
“네 추측 그대로다. 마탑은 한 번 품은 이를 어지간해선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도 않을 테고. ……용사의 권한을 내세워 압박하는 수밖에 없는가.”
파툼은 이미 마탑 전원과 맞설 각오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으나 기실 그건 렉투스 입장에선 무척 곤란한 일이었다.
이 땅에서 마탑을 억누르고 강제하면 그 뒷감당은 모조리 그라티아가 떠맡아야 하니까.
당장 그라티아의 도시마다 설치되어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만 해도 마탑에서 파견 나온 마법사들이 관리하고 있는 만큼, 마탑과 문제가 발생하면 텔레포트가 막혀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질 터였다.
“일찍이 마폭탄을 개발한 마공학자 ‘루인 버스트’가 흑마법사로 전향한 이래, 마탑의 마법사 관리 제도는 한층 엄격해졌다. 그런데 또다시 흑마법사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겠나? 마탑의 마법사들은 결코 그 수치를 감내하지 않을 터다.”
“외부에 알리지 않고 우리끼리만 조용히 놈을 처리한 후 사건을 묻자고 하면?”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를 마탑 내부에서만 은밀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
놈의 실험에 희생된 드라이어드나 츠쿠모가미만 봐도 각각 마을 하나, 소도시 하나씩을 가볍게 해 먹었다.
마탑에 들어간 놈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외부에 들키지 않고 조용히 놈만 처리하기는 힘들 터였다.
“…….”
한편 빛의 용사, 파툼은 그들과는 다른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를 기준과 렉투스가 바라보며 무언으로 의견을 요구하자―― 그는 침음을 내며 말했다.
“마탑이 프랑켄슈타인 주니어의 정체를 이미 인지하고 있다면 어떤가.”
“그럼…… 그럼 아주 골치가 아파지는 거지. 마탑을 공적으로 선언해야 하니까.”
“파툼, 너는 금방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는군. 왜 이리 악의에 민감한 거냐.”
“아뇨, 가능성이 있어요.”
파툼의 가설을 설마 했던 비브가 긍정했다.
피자 부스러기가 붙은 입가를 냅킨으로 닦아 낸 그녀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놈이 마탑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던 건 놈의 냄새가 묻어 있는 물건들이 마탑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상점의 다른 상품들은 개발자, 생산자의 이름이 적힌 반면 그 물건들은 익명이었어요. 이는 마탑이 나서서 그 사람의 신원을 보증하고, 비밀리에 보호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이럴 줄 알았다, 하여간 새로운 마법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미치광이들 같으니!”
빠르게도 태세를 전환한 렉투스가 테이블을 내려치며 분노했다.
파툼은 차라리 잘됐다는 듯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정해졌군. 마탑이 모르고 있었다면 모르되 수상한 점을 알면서도 놈을 보호했다면 이는 중대한 배신행위. 설령 용사의 권위를 내세워 강압한다 해도 뒤탈이 나지 않을 것이다.”
“정말 괜찮을까요? 그들은 결코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일 거예요. 파툼 님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사이 증거를 인멸하고 그를 도주시키기라도 하면 외통수에 처하는 건 이쪽인걸요.”
“양동이다. 우리 쪽에서 한 명이 미리 마탑에 잠입해 놈을 감시하다가, 내가 마탑에 진입하고 나면 놈이 도주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것이다. 조금만 시간을 벌어 주면 내가 바로 놈을 찾아 처단하겠다.”
“양동?”
확실히 그렇게 하면 보다 확실하게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를 붙잡을 수 있을 터다.
물론 작전 과정에서 마탑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놈의 정체를 알고도 감
하지만 이 자리에 대체 누가 있어 마탑에 자연스럽게 잠입할 수 있단 말인가!
“우웅?”
피자로 입안을 가득 채워 양볼을 다람쥐처럼 부풀린 지혜가 일제히 자신에게로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끼곤 어깨를 으쓱였다.
“우물우물…… 저보고 잠입하라고요? 그 미친 괴물이 숨어 있는 마탑에?”
“장담컨대 당신의 재능을 보면 마탑에서도 흔쾌히 받아주는 것은 물론 특별한 대우를 해 줄 거예요.”
“충분하군. 다만 마탑에 들어간다고 해도 놈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렉투스가 그것을 걱정하고 있자니 비브가 기준의 무릎 위에 누워 골골 소리를 내고 있던 나비냐를 붙들었다.
“냣, 또냐?! 난 이제 쉬고 싶냐!”
“기왕이면 일을 마치고 기분 좋게 쉬도록 해요.”
“흠, 캐트시라면 믿을 수 있지. 하지만 정작 놈과 전투에 돌입했을 때의 안전이…….”
“그건 걱정 마라. 내가 따로 자위 수단을 챙겨 줄 테니까.”
파툼의 지당한 걱정에 능청맞게 답한 기준이 단호박 스프 그릇에서 목욕할 기세이던 자신의 계약 정령을 몰래 불렀다.
‘루시.’
―이럴 줄 알았지. 알았어, 설마 저번 일처럼 오래 걸리진 않겠지?
‘흑설탕 챙겨 줄까?’
―챙겨 줘.
루시가 한숨을 폭 내쉬곤 잠입 팀에 합류했다.
기준이 정령사인 것을 모르는 파툼은 이 자리에서 어떤 교환이 일어났는지 잘 알 수 없었으나, 루시의 능력을 알고 있는 지혜는 차마 위험해서 싫다는 말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 나 이런 거 목숨 걸고 하는 타입 진짜 아닌데……. 일단 마탑에 가기는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진심 제 모든 영력을 다해 오빠 저주할 줄 알아요.”
“너 영력 없잖아. 게다가 만약에 성공해도 저주 다시 너한테 튕겨 나갈걸.”
“개얄밉네 진짜.”
지혜와 나비냐, 루시로 이루어진 잠입 팀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결국 강행인가. 그럼 난 이번에야말로 영주를 찾아보겠다. 작전 시간에 맞춰 마탑 주위를 병력으로 포위해야 할 테니까.”
렉투스가 자리를 떠났다.
파티가 파장을 맞이하자 기준도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흡혈귀 사냥꾼의 유적에서 얻어 온 권총을 긴에게 건네주고 가볍게 대련이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그 전에 파툼이 그를 붙들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함께 제국으로 갈 생각이 있나?”
아무래도 용사 시험에 최종 합격한 모양이었다.
* * *
[비체♥(차원 대기실): 마탑 말이지, 어지간하면 연관되고 싶지 않은 곳이야.] [비체♥(차원 대기실): 지들이 무슨 진리를 추구한다고 말이야, 자신들이 모르는 구조의 스킬이나 권능을 보면 자꾸 붙잡고 귀찮게 캐묻는다니까.] [비체♥(차원 대기실): 문명 전쟁에는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것들이 말이야.] [비체♥(차원 대기실): 왜 빛의 진영 편을 드냐고? 그야 내가 네 편이니까 그렇지.] [비체♥(차원 대기실): 아, 부끄러워하네? 너 지금 부끄럽지? 그치?] [비체♥(차원 대기실): 아무튼 너희 판단이 옳을 가능성이 높아. 놈들은 빛의 진영도 어둠의 진영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비체♥(차원 대기실): 그들은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내던진 비겁자, 패배자들일 뿐이야. 결코 얕보이지 말고, 상대해야 할 일이 있다면 과감하게 짓밟아 버려.] [비체♥(차원 대기실): 네 파티에 있는 마법사가 마탑에 잠입한다고? 아, 예전에 걔.] [비체♥(차원 대기실): 응? 모든 근접 직군이 공통적으로 익힐 수 있는 레어 등급의 마나 서킷? 심지어 나중에 다른 마나 서킷을 익히는 것도 자유로워? 그걸 연구 자료로 들고 마탑에 간다고?] [비체♥(차원 대기실): ……그냥 그거 줄 테니까 흑마법사 새끼 내놓으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