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19)
나 빼고 다 회귀자-119화(119/356)
나 빼고 다 회귀자 (119)
Chapter 23. 용사의 자격 – 4
하루만이라도 더 이 남자와 같이 있었다간, 분명 혐오감을 감추지 못해 그 역겨운 면상에 파이어볼을 처박아 줬으리라.
인간을 이룰 수 있는 요소 중에서도 온갖 아름다운 것들만 모아 놓은 듯한 외모― 그것으로부터 느껴지는 견딜 수 없는 이질감.
아름다운 인간의 피부를 지금 당장이라도 찢어 버리고 이형의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섬뜩함.
아마도 그것은 본디 무수한 방향으로 발산해야 할 여럿의 가능성을 억지로 한데 묶어 수렴시키려 한 반작용일 터였다.
지혜는 프랑켄슈타인 주니어가 어째서 ‘보편’이라는 단어를 추구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것은 그가 결코 다른 이들과 한데 섞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어째서 모든 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나 서킷을 연구하고자 마음먹을 수 있었습니까? 저는 당신의 그, 공공의 발전을 추구하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군요.”
“대의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제 친구들을 돕고 싶었을 뿐이죠.”
자신에게 흑마법과 각종 저주, 독을 활용한 세뇌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순간 이 연극은 끝나고, 동시에 작전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혜는 ‘세뇌가 통하고는 있지만 아직 불완전한’ 척 연기하며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환경으로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를 비롯한 마탑의 떨거지들을 끌어들여야만 했다.
“과연, 친구들을 위해서. ……개인적인 대답은 솔직하게 해 주는군요. 그런데 어째서.”
아니, 놈은 이미 그녀를 의심하고 있다.
보석처럼 반짝이며 지혜의 위아래를 훑는 놈의 시선이 너무 징그러워 속이 뒤집어지는 듯했지만 어떻게든 버텨 냈다.
“뭐, 좋습니다. 그만한 발명을 해낸 마법사라면 이 정도 저항은 해내도 이상할 것이 없죠.”
“저항이요? 제가 만든 마나 서킷에 대한 말씀인가요?”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판단력 저하는 확실하고.”
사람을 눈앞에 두고 무슨 실험이라도 하고 있는 중인 것처럼 여러 조건을 늘어놓고 세뇌 진행도를 체크하는 프랑켄슈타인 주니어.
지혜는 그런 놈을 상대로 지나치게 의심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순순히 넘어가지도 않는 척 연기를 하며 한창 ‘세뇌에 스며드는’ 척을 해야만 했다.
지금 이게 영화였으면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은 따 놓은 당상이었는데…… 주연이 안 되면 조연이라도 주세요.
“그럼 일시는 오늘 오후 3시로 문제없으십니까? 장소는 지하 1층, 사육실…… 아니, 대강당입니다.”
방금 사육실이라고 말하지 않았니, 너?
굉장히 불길한 단어를 입에 담는 괴물을 상대로 지혜는 이상한 시선을 보내지 않게끔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너무 무서웠지만.
기준 오빠의 든든한 등을 떠올리며 침착하게 자신의 임무를 되새겼다.
“그렇게 하죠. 그런데 정말로 전원 모아 주실 수 있는 건가요? 아직 탑주님도 만나 뵙지 못한 것 같은데.”
“아아, 탑주님이요. 탑주…….”
어떻게 대답할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는, 이윽고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탑주님은 안타깝게도 지금 와병 중에 계셔서요. 제가 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그러니 교류회를 진행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도 없을 겁니다.”
적어도 누가 탑주를 와병 상태로 만들었는지는 확실하게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머리를 굴려 적당한 대답을 짜내는 지혜.
“그럼 믿고 기다릴게요. 아, 그런데 탑주 대리님 이름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름, 말입니까.”
그런데 별생각 없이 던진 질문에 대한 괴물의 반응이 너무나 의외로웠다.
설마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라고 순순히 대답할 리도 없고, 적당한 가명을 댈 줄 알고 인사치레 격으로 물어본 거였는데.
놈은 눈에 띄게 동요하며 반걸음 정도 물러서더니,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저…… 탑주 대리님? 제가 무슨 실수를 했나요? 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제 이름은 지혜예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아니, 놀랍군. 반만 걸린 덕분인가, 그게 아니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지혜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프랑켄슈타인 주니어.
지혜는 치미는 구토기를 억눌렀다.
여기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
찌푸려지려는 미간을 안간힘을 써서 붙들고.
일그러지려는 입가를 애써 초승달 모양으로 굳힌다.
―너 지금 되게 울고 싶은데 웃는 것처럼 보인다. 사별한 남편의 묘비 앞에서 나는 잘 살고 있다면서 보고하는 느낌이야.
갑자기 날아든 루시의 말에 순간 웃어 버릴 뻔했다.
그렇다고 소리를 내어 그녀를 탓할 수도 없으니 그저 속으로만 욕할 뿐.
남편은커녕 남친도 없는데 그 무슨 끔찍한 소리란 말인가!
“혹시 이름을 알려 주시기 힘들다면 괜찮아요. 제가 무례한 질문을 했나 보네요.”
“아? 아, 아아. 이름 말이죠. 이름…… 내 이름이라.”
다행히도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는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 있던 나머지 지혜의 어설픈 연기를 간파하지 못했다.
대체 이름이라는 키워드에 왜 이렇게 흔들리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놈은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 두도록 하죠. 설마 누군가가 내 이름을 먼저 물어볼 줄은 상상도 못 해서. 예, 지금 저한테 있는 이름은 당신한테 소개하기에는 좀 그렇군요. 예.”
“탑주 대리님……?”
“그러면 교류회에서 뵙도록 하죠, 지혜. ……계획을 조금 수정할까. 그래.”
묘하게 질척이는 시선을 던진 괴물이 영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며 자리를 떠났다.
지혜는 그때까지 시체같이 아무런 기척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세뇌된 마법사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다가, 혼자만의 공간으로 돌아오자 비로소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괴물 새끼 뭐야 저거, 갑자기 또 왜 저래.”
―사랑에도 일가견이 있는 이 루시가 한번 말해 볼까?
“사랑?! 아니, 그러지 마.”
―쟤 너한테 꽂힌 거 아냐?
“그런 소리 하지 말라니까!”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가능성을 아무 망설임 없이 입에 담는 루시에게 기겁하며 대꾸하는 지혜.
프랑켄슈타인 주니어의 미적지근한 시선으로부터 모종의 감정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기에 괜히 소름이 끼친 그녀는 더욱 강하게 그것을 부정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가 민이도 아니고 얼굴로 괴물까지 혹하게 만들 리가 없잖아! 물론 우리 동네에서 좀 먹어 주는 미모긴 했지만!”
―은근슬쩍 스스로를 올려 치는 건 넘어간다 치고, 저 괴물은 네가 이름을 물어본 것에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어.
“그게 뭔……. 이름 물어보는 게 뭐가 특별하다고.”
―괴물한테는 특별했을 수도 있지.
이름은 구분이고, 이름의 교환은 관계의 증명이다.
그러니 연관되지 않을 사람이라면 굳이 이름을 알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얼굴을 보는 것조차 무서워 도망치고 싶어지는 괴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는 아마도 태어난 순간부터 그렇게 살아왔을 터.
그래서야 세상에 혼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세상에 혼자만 있다면 이름은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
“에이 설마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이름 물어보는 사람 한 명 없었겠어.”
―타인과의 관계가 죽고 죽이는 것 아님 세뇌가 전부였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 밖에 있는 마법사들을 어디 한번 봐.
처음 마탑에 잠입했을 때만 해도 지혜와 루시는 마법사들이 자의로 프랑켄슈타인 주니어의 연구를 돕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이한 행동과 말투, 결정적으로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비로소 그들 모두가 이미 세뇌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혐오감과 거부감을 품게 만들고, 그것을 견뎌 내고 장시간 같은 곳에 머무른다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그가 무슨 목적으로 이 마탑에 찾아왔든, 이곳에 머무르기 위해선 사람들을 세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드라이어드와 나이아데스, 츠쿠모가미를 타락시키는 그의 능력이라면 그리 어렵지도 않았을 테고.
―후유증 따윈 고려하지도 않고 치명적인 독과 저주, 흑마법을 써 가며 자신의 말에 의문도 품지 않게끔 세뇌해 놨잖아. 그런 사람들과 서로 이름을 부르는 관계가 될 수 있겠니?
“아니…… 그건 인형놀이잖아.”
―바로 그거야. 그래서 저 괴물이 지금 고민하는 것 아닐까?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궁금해해 준 사람을 정말 인형으로 만들어도 될지.
제법 설득력 있는 루시의 말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지혜는 그야 물론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그 대상은 결코 저런 괴물이 아니었기에.
―연민을 느끼지 않아?
“있잖아. 연민이란 건 먹고살 만할 때,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을 때에나 느끼는 거야. 마탑 하나를 통째로 먹어 치운 괴물을 상대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구.”
심지어 놈은 지혜를 세뇌하려 든 놈이기도 하다.
그런데 뭐? 연민?
그녀는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준이 오빠랑 연결하기나 해. 장소랑 시간도 확정됐으니, 작전 내용을 가다듬어야 할 거 아냐.”
―그래, 부디 계획대로 되면 좋겠는데 말이야.
“방금 네가 한 말을 초 치는 소리라고 하는 거야, 잘 기억해 둬. ……그런데 나비냐는? 괴물도 이미 찾았는데 어디서 뭐 하는 거람.”
―내 심부름을 하고 있는 중이지. 자, 너도 이거 하나 받아 둬.
루시로부터 짙은 갈색의 작은 덩어리를 받아 든 지혜는 희미하게 풍겨 오는 달콤한 냄새를 맡곤 눈을 깜박이다 물었다.
“이거…… 흑설탕이지?”
―이게 그냥 흑설탕으로 보이니?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 둬.
싸구려 공포 만화에서나 볼 법한 말을 내뱉는 루시.
지혜는 그 말을 듣고 흑설탕을 주의 깊게 살폈으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영력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 * *
가능하면 루시의 억측으로 끝났으면 했던 상상은 애석하게도 현실이 되었다.
시간이 되어 지혜가 지하 1층, 프랑켄슈타인 주니어의 말에 따르면 사육실이라고 불리는 곳에 들어섰을 때.
그곳엔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
―키익, 키키키킥!
―죽……여…… 죽여 주……!
철창에 갇힌 채 가지각색으로 울부짖고 있는 실험체들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를 뻔했던 지혜는 머리를 굴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일단은 계속해서 연기를 해 보기로 했다.
“어…… 다른 분들은 안 오셨나요?”
사육실 중앙에 서 있던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는 그런 지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는, 이윽고 느릿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들은 오지 않습니다. 지금쯤 마탑의 방어 체계를 가동하고 있겠죠.”
“바, 방어 체계?”
“그래요. 당신이 불렀을 침략자들로부터 마탑을 보호할 방어 체계.”
아.
조졌다.
역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은 신인 여배우 지혜에겐 너무 일렀단 말인가.
“역시 당신은 처음부터 세뇌에 걸리지 않았군요.”
지혜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한편 괴물의 입가에는 점점 더 짙은 미소가 어리고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정신력을 품고 있기에 내 앞에서 도망치지도 않고, 태연히 자기소개를 하며…… 내 이름을 물을 수 있는 거겠죠.”
“그게…… 그게 뭔가 특별한가요?”
“아주 특별하죠. 나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니까.”
놈이 성큼, 앞으로 한 발 내디뎌 지혜와의 간격을 좁혔다.
지혜는 반사적으로 힉,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쳤으나 어느덧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결계가 쳐져 있었다.
“최대한 안전하게 저를 잡고 싶었던 모양이군요. 하지만 안타깝습니다. 설령 그들이 마탑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들은 저와 당신이 떠난 빈자리만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지 마세요, 저를 난폭하게 대해 봤자 준이 오빠가 화낼 뿐이거든요? 저한테 특별한 점이라곤 아무것도 없어요. 준이 오빠랑 잘 얘기해서 당신이 원하는 사람을 찾아 주도록 할 테니까…….”
다급해진 지혜의 말투가 빨라지며 스스로도 믿지 못할 헛소리들이 마구 튀어나왔으나 놈은 그녀의 말을 일절 듣지 않았다.
“당신입니다. 뛰어난 오성을 지닌 당신, 모두와 비슷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 연구를 진척시켜 줄 가능성이 있는 당신, 내 이름을 먼저 물어봐 준 당신! 세뇌 같은 것 없이도 나에 대한 혐오감을 이겨 내고 나와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있는 당신!”
“세상 넓어요! 잘 찾아보면 나보다 훨씬 예쁘고 당신을 좋아하는 여자도 있을 거라고요!”
“당신은 아름다워요, 내겐 이 세상에서 제일로!”
“정말 고마워요, 당신도 무척 멋지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진정하고 일단 말로 해요! 선생님!”
“머, 멋지다고? 역시 당신은 내 아내가 될 수 있겠군요!”
“아내?! 아내애애애액!”
패닉 상태에 빠진 지혜가 익룡화 스킬을 발현하며 어떻게든 괴물의 접근을 막아 보고자 저항하던 그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루시가 쯧쯧 혀를 차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과도한 정령력 소모를 견뎌 내기 위해 절로 그녀의 육신이 실체화되었고, 그와 동시에 마탑 전체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크아아악!”
지혜는 아까 대충 흑설탕을 구겨 넣었던 자신의 주머니에서 빛이 발광하는 것을 보며 눈을 뒤집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자신을 덮칠 것처럼 다가왔던 프랑켄슈타인 주니어가 절규하며 두 눈을 가리고 뒤로 물러나는 광경을 보곤 대충 감을 잡았다.
“너, 이거.”
―내 정령력을 담은 물건을 나비냐를 시켜 마탑 곳곳에 배치했거든. 모르긴 몰라도 저주며 흑마법 따위에 뇌가 잠식되어 있던 마법사들은 지금쯤 전부 맛탱이가 가서 바닥을 구르고 있을걸.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마법사들의 통제를 받아 작동하던 마탑의 방어 체계인지 뭔지도 맛이 갔다는 얘기.
―콰아아아앙!
천장이 뚫리며 대검을 쥐고 있는 드라코니안이 그들 눈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뒤를 잇듯 뛰어내리더니, 곧장 자신을 찾아내 보호하듯 앞을 가로막는 기준을 보며 지혜가 감격해 외쳤다.
“오빠!”
“그래, 지혜야. 늦어서 미안하다.”
“저 괴물 새끼가 저 덮치려고 했어요! 막 지 주제도 모르고 마누라 삼겠다 그러고! 저거 빨리 죽여 줘요, 저거!”
―…….
그녀의 빠른 태세 전환에 루시는 그저 감탄만 나올 지경이었다.
“큭…… 그래요, 어디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남은 얘기는 둘만 남았을 때 하기로 하죠. 지금은.”
―크아아아아아악!
―캬오! 캬오오오오!
한편 프랑켄슈타인 주니어는 지혜의 폭언에 입술을 짓씹으면서도 역시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는지, 철창에 갇혀 있던 온갖 위험하고 끔찍한 실험체들을 일시에 풀었고.
“다행히도…… 위험한 것들은 모두 여기에 있군.”
상황을 확인한 용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제 대검을 들어 올려 바닥에 푹 꽂았다.
그 순간, 그의 힘이 닿는 공간이 전부 어두컴컴한 동굴로 화했다.
―고유 영역 ‘골든 드라코니안의 레어’가 활성화됩니다. 이 일대에서 영역의 주인이 가디언으로 인정한 모든 이의 능력이 향상되며, 영역의 주인을 적대하는 모든 이의 능력이 저하되고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이곳은 내 둥지다.”
드라코니안이 세로로 찢어진 두 눈을 번뜩이며 선언했다.
“내 허락 없이 누구도 여길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
아군과 합류해 평정심을 되찾은 지혜는 사방에 넘쳐 나는 드라코니안의 마력이 자신을 강화시켜 주는 것을 느끼며 감격해 중얼거렸다.
“뉴클리어 런치 디텍티드…….”
루시의 슈퍼 플레이에 힘입었다고는 해도.
무사히 지혜의 임무가 완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