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37)
나 빼고 다 회귀자-137화(137/356)
나 빼고 다 회귀자 (137)
Chapter 27. 흡혈귀가 된 날 – 2
흡혈을 마치고, 잿더미가 되어 날리는 흡혈귀의 사체에서 기준이 몸을 떼어 놓는 순간 제법 생소한 메시지가 연달아 나타났다.
―레전더리 등급의 흡혈귀를 흡혈해 그 정수를 온전히 얻었습니다. 넘쳐나는 혈력을 수습한 끝에 반혈력(U)이 35까지 폭증합니다!
―전설의 경지에 이른 흡혈귀의 업 일부를 강탈해 자신의 것으로 삼습니다. 근력(U)이 한계를 초월해 레전더리 등급으로 성장합니다. 근력(L)이 1이 되었습니다. 매력(L)이 3 올랐습니다.
―레벨이 5 올라 89가 되었습니다! 근력(L) 4, 재주(L) 3, 내구(L) 4, 광 마력(L) 3, 영력(L) 2가 올랐습니다.
―전설의 경지에 이른 흡혈귀를 한 명의 동료와 함께 소탕했습니다! [최후의 용사(L)] 칭호에 긍정적인 보정이 주어집니다!
―[흡혈귀 사냥꾼(R)] 칭호가 한계를 초월해 유니크 등급으로 성장합니다. 흡혈귀를 상대할 때 모든 능력이 20% 증가합니다. 매력(L)이 3 올랐습니다.
―퀘스트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해 그랜드 퀘스트의 보상이 증폭됩니다. 목표 달성 보상으로 35,000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근력이?!’
흡혈의 부작용이리라,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흡혈귀의 기억과 감정 따위에 고통스러워하며 인상을 찌푸리던 기준은 전신의 근육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곤 놀라운 나머지 고통마저 잊고 경악했다.
이미 전설을 견뎌 낼 수 있는 내구력을 갖춘 터, 근력의 변화는 한결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그의 근육이란 근육이 모조리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찢어지고 재구성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해, 감히 전설을 논할 수 있는 영역에 도달했다.
‘확실히 미르체아― 이 흡혈귀의 기억을 뒤져 보면 힘이 강했던 것 같긴 한데.’
하지만 놈은 물리력으로 붙었을 땐 온갖 버프로 떡칠된 기준을 넘어설 수 없었고― 결국 혈족의 권능에 의존하다 죽게 된 것이다.
기준은 원래 자신의 근력이 한계를 초월한다면 그건 가시공과의 최종 결전에서가 아닐까, 막연히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에게 훨씬 상냥했다.
물론 전설 등급의 적과 정면에서 맞서 싸워 이긴 것도 보탬이 되었겠지만, 흡혈귀의 업을 강탈한 덕에 요구 조건을 보다 간단히 채워 수월히 전설 등급에 이른 것이다.
‘좋긴 하지만 좀…… 허무하네.’
기준이 그런 배부른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전신의 로브에 구멍이 뻥뻥 뚫리고 피가 덕지덕지 묻은 지혜가 양팔을 활짝 벌리고 다가왔다.
“해냈어요, 오빠! 완승!”
“완승은 무슨, 너 상처가 대체 얼마나 심각했던 거냐?”
지혜는 기준보다 더한 레벨 업을 겪었을 테니 상처야 이미 씻은 듯이 날아갔겠지만 그렇다고 상처가 났던 흔적까지 감출 수는 없다.
지혜는 그제야 자신의 로브의 상태를 깨닫곤 투덜거리며 인벤토리에서 후드를 꺼내 그 위로 걸쳤다.
“이거 유니크 등급이었는데 고칠 수는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무튼 이겼으니까 됐잖아요! 제가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도움 됐어. 그놈이 끝까지 널 견제하지 않았으면 내가 위험했을 거야.”
특히 마지막 순간 일대를 가득 메운 가시 공격.
그것은 명백히 기준뿐만 아니라 지혜까지도 의식하고 벌인 공격이었다.
추측컨대 지혜가 만들어 낸 번개가 제법 매서웠던지― 아님 지혜가 입으로 싸우느냐고 시비를 걸었던 게 상당히 신경에 거슬렸던 것이 아닐까.
“아니, 이 오빠가 부끄럽게 자꾸 팩트를 기반으로 칭찬을 하네.”
겸손하든 오만하든 둘 중 하나만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돼서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지혜와 기준 같은 일반인의 특징이긴 했다.
그런데 헤실헤실 웃으며 칭찬을 만끽하던 지혜가 문득 낯빛을 굳히며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오빠, 아까 그건 뭐예요? 흡혈귀를 흡혈한 거예요?”
“가면의 능력이야. 흡혈귀의 업을 그대로 빨아 낸다는 점에서 제법 쓸 만하긴 한데― 내가 아니었으면 위험천만한 능력이었을 거야.”
상대의 업을 강탈한다는 것은 상대가 쌓은 세월과 능력, 그로써 구축한 존재까지도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기준은 고장 나지 않는 체내 시계 덕에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 닥쳐오는 모든 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적으로부터 쏟아지는 감정과 기억의 홍수에 정신이 오염되는 것도 금방일 터.
기준이 존경하는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저서 ‘선악의 저편’에서 아주 유명한 명언을 남긴 바 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상귀스의 능력― 아니, 흡혈귀 사냥꾼 크라트 반 헬싱의 능력이 바로 그러했다.
그 능력에 집어삼켜지지 않고 오랫동안 사냥꾼으로서 활동한 그의 정신력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니체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 늘 우려해 주신 덕택에 전 심연 면역입니다.’
이 능력은 그야말로 자신을 위한 것이다.
크라트 반 헬싱의 안배에, 나아가 그의 힘이 묻힌 유적으로 가는 열쇠를 기준에게 넘겨준 루스벤의 혜안에 새삼 감탄하던 기준은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새삼 지금 상황을 상기했다.
“결사대원!”
“맞다!”
다급히 달려간 두 사람은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는 결사대원의 모습을 발견하곤 낮게 침음을 흘렸다.
머리 위로 난 뿔로 파툼이 이끄는 드라코니안 파티의 일원임을 짐작할 수 있는 그는 다행히 아까 그들의 격전에는 크게 영향 받지 않은 듯 몸은 상대적으로 멀쩡했으나― 목에 나란히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오빠, 이거.”
“흡혈한다고 모두 흡혈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건…… 잠깐.”
기준은 어느덧 자신이 굉장히 정밀하게 결사대원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치유 능력을 지닌 루시가 곁에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물어볼 것도 없다, 당연히 지금 그가 페르소나― 상귀스를 발현하고 있기 때문.
‘……완전히 흡혈귀가 된 상황이라면 몰라도, 지금이라면 아직.’
되돌릴 수 있다.
그것을 직감한 기준이 결사대원에게 다가가 목의 상처에 대고 반혈력을 흘려 넣었다.
그 순간 그의 몸 곳곳이 북 터지는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갔다.
반혈력이 체내로 퍼져 나가는 혈력을 붙들고 소멸시키는 과정이었다.
“끄에엑!”
그것을 본 지혜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재차 익룡화했다.
“차라리 그 사람을 편하게 죽여 줘요, 오빠!”
“살리는 거야.”
“두 번 살렸다간 성 무너지겠네!”
그러나 팝콘 터지듯 연신 들려오던 폭발음도 곧 잠잠해지고, 결사대원의 몸 밖으로 흘러나오던 피가 순식간에 기화해 흩어지며 불안정하던 숨소리가 가라앉자 그것을 지켜보던 지혜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설마 진짜 살린 거예요?”
“그렇다니까.”
“이런 능력이 있다고 왜 진즉 말 안 했어요?”
“나도 지금 알았거든.”
만약 로라가 카르밀라에게 물렸을 때 기준에게 반혈력이 있었다면, 그녀가 지금처럼 괴로워할 일도 없었을 텐데.
타이밍이 참 얄궂다는 생각에 기준은 씁쓸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끄응…… 음?”
그때 마침 결사대원이 정신을 되찾는 것이 보였다.
기준이 다급히 페르소나를 이그니스로 되돌린 직후, 크게 뜨인 결사대원과 그의 시선이 맞았다.
“눈을 떴군. 몸은?”
“이, 이럴 수가.”
기준과 마주하며 놀라워하는 결사대원의 두 눈동자에는 정기가 깃들어 있어 그가 흡혈귀의 영향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제 목을 더듬어 보고는 놀라워하며 대꾸했다.
“물린 줄 알았는데…… 괜찮군. 당신이 나를 구한 것인가? 그 흡혈귀는…….”
“죽였어.”
“놀랍군. 나도 감히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어찌.”
“파툼이 나에 대해 말해 주지 않던가?”
“그래, 그분은 늘 우리가 스스로 겪고 깨닫길 원하신다. 나는 지금 깨달았다. 당신에겐 용사의 자격이 있군.”
결사대원은 기준이 내민 손을 붙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후우, 심호흡을 하곤 말했다.
“나는 빛의 용사의 파티에서 사격수를 맡은 에반데르다. 용사를 따르듯 너를 따를 테니, 나를 그분께 인도해 줬으면 한다.”
“그는 최상층으로 향할 것이다. 같이 가지. 우르!”
―키이이이이!
기준의 의지를 받아들인 우르가 한층 거대화하더니 이번엔 기준과 지혜, 결사대원 에반데르까지 셋을 한꺼번에 등에 태웠다.
기준은 재차 광 마력을 넓게 퍼트려 적을 탐색했고― 곧 또 다른 적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우르, 위로 가자.”
―키이이이이!
천장을 고열로 녹여 버리고 그 위로 솟구치는 우르.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성의 어디쯤일까, 중층까지는 왔을까?
부디 그가 결전에 늦지 않기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다 많은 적을 만날 수 있기를 기준은 기원했다.
지금 그의 레벨은 89.
한계에 닿기까지 아직 10레벨은 더 성장해야 했다.
* * *
원정대의 대장이 머무르는 거대한 천막 안.
원정대를 이끄는 흡혈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 모두 어디선가 이렇게 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실로 건방지게도, 어디까지나 지극히 아름다울 뿐인 인간이 자신이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그들에게 수작을 벌인 탓이다.
가축, 잘해봐야 노예에 불과한 그녀가 끼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많은 이가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을 방관했다.
그녀가 탐나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알게 된 흡혈귀라면 모두가―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어 했다.
그래, 건방을 떨겠다면 놀아나 주마.
대신 그 대가는 아주 지독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게 나 혼자는 아니겠지.”
원정대를 담당한 흡혈귀 중에서는 가장 직위가 높은 자― 친히 가시공의 진혈을 받아 마시고 혈족으로 인정받은 유니크 등급의 괴물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인간 한 명 때문에 우리가 불화를 일으킨다니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다음으로 직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흡혈귀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제게 양보해 주시지요. 제가 친히 그것을 교육시키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문제를 단순히 서열순으로 정리할 생각입니까?”
“그년에게 먼저 눈독을 들인 것은 저란 말입니다!”
“조용!”
가시공의 혈족이 으르렁거리며 좌중을 조용히 시켰다.
그의 시선은 흡혈귀들 전원에게 포위당한 채 의뭉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예민에게 꽂혀 있었다.
“이것은 나의 것이다. 더 이상의 분란은 용납하지 않겠다.”
“결국 당신도 똑같잖아!”
“불공평해! 이번 임무를 성공시켜도 가시공께 보상을 받는 것은 당신이 아닙니까! 이런 부수입은 우리에게 나누어 주어야만 해!”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대체 누구란 말이야!”
―콰직!
바닥에서 치솟은 피의 가시가 큰 소리를 치던 흡혈귀 한 명을 사타구니에서부터 머리까지 꿰뚫었다.
재가 되지 못하고 녹아내린 흡혈귀의 진혈이 가시에 흡수되고, 그것을 보며 얼어붙은 흡혈귀들 사이로 가시공의 혈족이 위협적인 목소리가 퍼져 나갔다.
“가시공의 권위에 도전할 생각이냐?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이 인간은 나의 노예로 삼을 것이다.”
“하, 하하하하!”
먼저 예민을 달라고 말했던 흡혈귀가 박장대소했다.
“맞는 말입니다, 우린 가시공의 권위에 도전할 생각이 없어요! 하지만―.”
다음 순간.
“하지만 당신은 가시공이 아니야!”
강대한 혈력이 폭주하며 가시공의 혈족을 덮쳤다!
“밤의 귀족의 긍지를 짓밟고 권위를 내세우다니!”
“저자를 죽여! 내가 새로이 가시공의 혈족으로 거듭날 것이다!”
순식간에 장내에 피 보라가 휘몰아쳤다.
머저리 같은 흡혈귀들이 놀랍게도― 정말로 예민을 차지하기 위해,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면서도 탐욕과 자존심을 이겨 내지 못해 동족상잔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도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예민을 확보하려는 자는 있었으나, 예민은 놈들에 대한 혐오감을 억누르고 대적하는 대신 회피를 택했다.
지금 그녀는 약해 보일수록 좋았고, 어차피 놈에 대한 제재는 다른 흡혈귀들이 대신 해 주었으니까.
“끄악!”
“감히 네놈이 욕심을 내!”
“저놈 먼저 죽여!”
“작전에 희생은 따르는 법― 가시공께는 그대들의 희생으로 임무를 성공시켰노라 답하겠다!”
순식간에 장내의 흡혈귀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다시 그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한둘 죽어 나가는 것까진 예상했어도 설마 흡혈귀들이 이 정도로 어리석은 선택을 할 줄은 몰랐던 예민은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하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바보들이었을 줄은.”
―강하다고 모두 현명한 것은 아니거든. 오히려 위치가 높아질수록 발밑을 보기 힘들어지니까, 다들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거야.
보석처럼 빛나는 예민의 존재는 흡혈귀들의 탐욕을 지나치게 자극했다.
결코 다른 이에게 넘겨줄 수 없는 보석을 차지하려거든 경쟁자를 제거하는 수밖에.
거기에 더해 예민이 작정하고 흡혈귀들을 유인해 한자리에 몰아넣었으니 행동을 강요당한 흡혈귀들이 상잔에 이르는 것은 예정된 결과였다.
여태껏 숨어 있던 은신 또한 비로소 때가 왔음을 깨닫곤 소란 틈바구니에 숨어 암살을 시작했다.
그는 급소가 존재하는 인간형 몬스터를 암습한다는 조건에 한해선 설령 유니크 등급의 적이라도 일격에 죽일 만큼 뛰어났고, 그의 참전으로 순식간에 흡혈귀들의 숫자가 줄어 나가자 비로소 흡혈귀들도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잠깐― 다른 자가 있다! 진혈을 소멸시키는 자가 있단 말이다!”
“말도 안 돼, 이곳에 대체 누가――.”
“내가.”
길고 길었던 인내 끝에 비로소 예민이 뽑아 휘두른 검이 흡혈귀의 목을 날려 버렸다.
그녀가 보유한 레전더리 등급 스킬, 니케의 쌍익이 발현되어 검날에 눈부신 검기가 휘감겼다.
―나도 있어.
“끄아아아악!”
눈부신 빛으로 천막 안을 가득 채운 루시가 예민의 검에 빛의 힘을 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즈, 증오스러운 빛이! 말도 안 돼, 이 정도 빛을 숨기고 있었다니― 카학!”
예민의 검에 정신이 팔려 있던 찰나 뒤에서 날아드는 은신의 검에 또 한 명의 흡혈귀가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흡혈귀들은 비로소 냉정을 되찾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서른에 가까웠던 흡혈귀가 이미 다섯 명 이하로 줄어든 상황.
모든 것이 함정이었음을 깨달은 흡혈귀들은 그럼에도 탐욕을 버리지 못한 눈으로 예민을 노려보았다.
“어쩔 수 없군, 일단 무력화한다.”
“누가 가질지 정하는 건 그다음이다.”
“흥.”
예민은 빛의 정령력이 깃든 검을 휘두르며 코웃음을 쳤다.
“날 가질 수 있는 건 준이 오빠뿐이야.”
―줘도 안 가질 텐데 말이지.
냉정하게 태클을 건 루시가 빛의 사슬로 살아남은 흡혈귀들을 붙들었다.
그로부터 5분여가 흐른 후, 검날에 묻은 재를 털어 내며 예민이 선언했다.
“그럼 지금부터 진짜 작전을 시작하자.”
―그래, 흡혈귀 왕국으로의 진군 말이지.
“……네? 진군이요?”
은신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지만.
예민과 루시는 그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고 천막을 나섰다.
원정대를 함정에 빠트리려 성 밖으로 뛰쳐나온 흡혈귀들이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붙들고 늘어지려면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