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2)
나 빼고 다 회귀자-152화(152/356)
나 빼고 다 회귀자 (152)
Chapter 30. 적이 아니라니까 – 2
국왕의 목소리가 과장 조금 보태면 코르 전체에 울려 퍼진 그 순간.
이번 퀘스트에 조금이라도 공헌을 했던 이라면 누구나가 목을 빼고 기다리던 그것이 모든 이의 눈앞에 나타났다.
기준의 경우 그것이 조금 더 화려했다.
―그랜드 퀘스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소환자와 레타의 영웅들을 제치고 이 퀘스트에서 당당히 공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흡혈귀를 추적하고 그들의 가증스러운 비밀을 밝혀 내며, 끝내 흡혈귀 세력의 중심 인물 가시공의 심장에 말뚝을 박아 죽인 당신의 전설적인 업적은 그라티아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게 될 것입니다. [흡혈귀 사냥꾼(L)] 칭호에 매우 긍정적인 보정이 주어집니다. 매력(L)이 5 올랐습니다. 500,000 레타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퀘스트에 얽힌 비밀을 다수 밝혀 내고, 퀘스트의 원흉을 처단했습니다. [장막을 들추는 자(U)]의 칭호 효과가 더해져 보상이 한계를 초월해 증폭됩니다!
―레벨이 15 올라 30이 되었습니다! 근력(L) 18, 재주(L) 6, 내구(L) 15, 광 마력(L) 3, 영력(L) 3이 올랐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가장 낮은 스탯[근력(L)]이 7, 그다음으로 낮은 스탯[내구(L)]이 5, 추가로 매력(L)이 1 올랐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원하는 스킬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스킬 포인트 3을 얻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활약. 레타를 주관하는 모든 신이 당신에게 성역의 입장권을 선사하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합니다. 성역에 입장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신들에게 직접 탄원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제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뜬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투리스의 오버플로를 막아 낼 때도 그랬지만― 커다란 퀘스트가 하나 끝나고 한꺼번에 레벨이 오르는 순간의, 자신의 육체와 마력, 영혼마저도 큰 변화를 겪는 느낌은 뭐라 형용할 수가 없었다.
가시공을 처치할 때도 종족 등급이 오르고 레벨이 대폭 올랐는데, 거기서 또다시 15레벨이 오르다니.
발라히아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레어 등급의 80레벨 즈음이었는데, 불과 며칠도 안 되어 50레벨 가까이 성장했으니.
[기준(1년 차): 지구 대표] [칭호 ― 최후의 용사(Legendary) 외 13개] [광휘(U) 빛의 인도자(U) Lv30] [근력(L) ― 65+40] [재주(L) ― 73+30] [내구(L) ― 66+30] [광 마력(L) ― 90+35] [매력(L) ― 90+30] [영력(L) ― 90+30] [조염력(U) ― 15+30]스테이터스를 확인하며 헛웃음을 흘리는 기준.
신체 능력과 마력이 너무 크게 변화한 탓에 제 몸이 제 몸 같지 않았다.
우습지만 이 막대한 능력을 완전히 살리기 위해서라도 며칠간은 천천히 자신을 살피고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듯했다.
‘그래도 역시 광 마력과 영력은 슬슬 성장이 늦춰지기 시작했어.’
당장 레벨이 오르며 얻은 스탯의 대부분이 근력과 내구를 성장시켰다.
덕택에 레전더리 등급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스탯이 중상급까지 단박에 성장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저 스탯들까지 궤도에 오르고 나면, 이제 레벨 업으로도 어쩔 수 없는 정체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레벨이 1 오를 때마다 얻는 스탯은 어떻게 처리되는 것인지― 비체에게 한 번쯤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저 성역이라는 게 대체 뭔지도 물어봐야겠지. 그랜드 퀘스트 마지막에 신들이 개입한 문제에 대해 말해 주는 것 같은데…… 저것 자체가 함정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런데 데이트할 때 저런 거나 물어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 어떻게 해야 되지? 일단 비체가 돌아간 후에 레타폰으로…….’
그라티아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그랜드 퀘스트가 달성되는 순간에 데이트나 생각하고 있던 기준은 문득 국왕이 헛기침을 하는 것을 듣곤 제정신을 차렸다.
그가 말없이 주먹을 쥔 팔을 들어 올리자 궁 안에 모여 있던 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국왕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선언했다.
“오늘을 임시 휴일로 지정하고 앞으로 사흘간 모든 소비세를 감면하겠다! 모두의 힘으로 지켜 낸 그라티아의 무궁한 앞날을 위해 축배를 들라!”
* * *
그라티아 전역에 축제가 열린 그날 오후, 기준은 예민과 함께 국왕을 만나고 있었다.
“그대의 공을 익히 안다. 직접 왕궁에 부르지 못해 미안하군.”
“아닙니다, 폐하.”
예민은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국왕에게 환영받았는데, 그대로 흡혈귀 놈들의 수작에 걸려들었으면 틀림없이 이번 그랜드 퀘스트를 참패로 이끌었을 원정대를 훌륭히 수습하는 것은 물론 흡혈귀 세력에 유효한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 뚜렷한 증거로 그랜드 퀘스트가 달성되고 그녀가 시스템으로부터 받은 보상은 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었다.
그렇기에 국왕은 그녀에게 매우 특별한 보상을 주기로 했다.
“사전에 논의도 끝난 일이니 긴말은 필요 없겠지. 코르에 거대 길드를 설립하는 것을 허가하며 그 과정을 왕실에서 지원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길드― 그것도 지구인들을 주축으로 하는 ‘문명 대표 길드’의 설립 허가였다.
당연하지만 예민은 이런 것을 요구할 생각은 일절 없었다.
예민이 지구인들의 리더 노릇을 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1회 차 튜토리얼뿐.
2회 차 튜토리얼 이후의 그녀에겐 기준과 함께하며 그를 진정한 왕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밖엔 없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바로 원정대에서 터졌다.
그녀의 통솔에 따라 많은 실적을 올리고 귀환한 원정대에서― 소환자들, 특히나 지구인들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자신들을 이끌어 주길 원하는 사람들이 대량으로 속출한 것이다.
예민은 어찌할 줄 몰라 난감해하면서도― 이들이 언젠가는 기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에게 상담했고.
기준이 국왕에게 이 사실을 솔직히 얘기한 결과, 국왕이 덜컥 그녀를 길드 마스터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성은이 망극…….”
“겉치레는 필요 없으니 편히 말하도록.”
“감사합니다, 폐하.”
문명 대표 길드라니, 최소로 잡아도 수만 명이 속하는 집단의 수장 자리를 맡으라니.
나는 오빠만 있으면 되는데!
예민은 그런 복잡한 심경을 감추려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를 표했다.
국왕은 그녀를 잠시 의미 모를 눈빛으로 바라보다가는 기준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자네는 정말 괜찮겠나? 지금 이 시점에 가면을 벗고 전면에 나선다면― 어쩌면 그라티아의 국왕인 내가 경계해야 할 만큼 거대한 인간들의 길드를 만들 수도 있을 텐데.”
“나는 많은 사람을 이끌 재목이 못 돼.”
딱 잘라 말한 기준이 예민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그녀야말로 리더에 어울려. 수백만 규모의 원정대를 흡혈귀 놈들의 수작에서 구해 낸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일이지.”
“오빠…….”
“자네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설마.”
기준은 픽 웃어 버렸다.
그야 예전에 비하면 제법 자신이 붙기는 했지만― 이번 퀘스트는 여러 의미로 그에게 생각할 것을 안겨 주었다.
제 능력만 믿고 까불다가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다.
아직 그의 시야는 한없이 좁고, 그가 내리는 판단은 근시안적이고 안일했다.
그저 모두를 지키겠다는 생각만으로는 누구 한 명 제대로 지켜 낼 수 없다.
더 강해져야 했고, 더욱 과감해져야 했으며― 능력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우선순위라도 정할 수 있어야 했다.
‘이번 퀘스트…… 개인 전적으로는 확실히 탑이겠지, 하지만 파티 운영 면에서는 어땠을까.’
아무리 너그럽게 채점해 봐도 낙제점이었다.
비체의 난입을 대표로 많은 기적과 파티원들 개개인의 분투가 아니었으면 이번 퀘스트에서 반드시 피를 봤으리라.
반면 예민은 어떤가.
그녀는 처음부터 모두를 지키겠다는 헛소리는 일절 하지 않았다.
퀘스트 전체를 살피고, 그 안에서 최대 전적을― 최소의 희생자를 내는 방법을 택해, 성공시켰다.
문명 전체를 통솔하는 리더의 역할에 그녀 이상으로 어울리는 인재는 없다고, 기준은 새삼 생각했다.
이제 와 거기에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지.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생각이 확고한 듯이 보이는 기준의 모습에 별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 국왕이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을 이었다.
“파훼의 송곳은 이미 수여했고…… 나머지 보상은 이틀 후에 수여하겠다. 바로 주는 것이 좋겠으나 자네에게 줄 아티팩트들은 왕궁 보고 안에서도 엄중한 마법 봉인으로 보호받는 비밀 창고에 있어 그 봉인을 푸는 데에만 만 30시간 정도가 걸리거든.”
“알겠다.”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지. 자네가 없었으면 내 아들 렉투스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거야.”
“그 인사는 파툼에게 하면 된다. 렉투스를 지키려 노력한 것은 그다.”
“빛의 용사…… 그래, 연락이 닿는다면 말이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국왕이, 호위 기사에게 눈짓을 보내 두 사람이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며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준, 다음은 어디로 갈 생각이지? 이전에도 말했듯 나는 자네가 최대한 그라티아에 오래 머물러 줬으면 좋겠는데. 원한다면 용사로 임명받을 때까지 왕실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줄 용의가 있다.”
“그런 것까지는 필요 없어. 그래도 당분간은 그라티아에 있을 거다. 투리스 영주에게 우르알타에 가 보라는 얘기를 들었거든.”
“우르알타, 화산의 도시!”
그 말을 들은 국왕의 안색이 밝아졌다.
“솜씨 좋은 장인들이 모여드는 곳이지. 좋은 전리품을 얻었다면 거기서 가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운이 좋군.”
악룡의 힘을 온전히 담고 있는 에픽 등급의 날개, 그보다는 조금 못 미쳐도 기준이 접한 것 중에선 가장 단단한 드래곤의 비늘과 뼈…….
안 그래도 그것들을 활용해 자신과 파티원들의 무구를 전체적으로 손볼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다음 행선지를 우르알타로 정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날 모순의 은월의 사용 후기를 듣기 위해 숙소에 찾아온 드워프 글리터토스는 기준의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좋은 장인들이 모여 있다지만 에픽 등급의 소재를 그리 쉽게 가공할 수 있을 줄 알아? 장인도 장인이지만 그걸 가공할 만한 도구가 없을 거다.”
“그럼 날개는 일단 포기한다 쳐도, 드래곤 본이랑 스케일은? 얘넨 레전더리 플러스 등급인데.”
“마찬가지야! 신수를 잡아 올 때부터 알아봤지만 늘 터무니없는 짓만 저지르는 친구구만. 그런 소재들은 소재 자체의 강도도 문제지만, 거기에 서린 원념이 더욱 심각해.”
원념? 최근 인연이 많은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는 기준이었으나, 이쪽 분야에 해박한 악령은 아직까지 잠들어 있어 그에게 대답을 줄 수 없었다.
대신 루시가 글리터토스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악룡의 소재를 정화하려면 족히 몇 년은 걸릴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것들은 짙게 응어리져 결코 쉬이 사라지지 않을 테니 뼈와 비늘을 일일이 쪼개 개인용 무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일단 포기해. 만드는 과정에서 장인들이 전부 죽어 나가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오지도 않을 테니. 그걸 정화하는 데에만 순결한 유니콘을 백여 마리 정도는 희생시켜야 할 거다.”
“이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넌 유니콘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순수한 기운의 정화가 대량으로 필요하다는 거다! 차라리 한데 뭉쳐 공성 병기라도 만드는 게 효율이 좋을 거야!”
“젠장, 파티원 전원을 드래곤 아머로 무장시킨다는 내 계획이…….”
기준이 나직이 탄식하자 글리터토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다가도 문득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듯이 내뱉었다.
“뭐, 찾아보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이렇게 되면 그분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나.”
“그분? 제안?”
“응? 아아, 별것 아니다. 아무튼 너는 우르알타로 가는 게 맞는 거냐, VVIP?”
“그래, 확정이다. 그라티아를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노려질 테니…… 그 전에 최대한 힘을 키우고 가야지.”
기준은 지금 자신이 받는 주목의 의미를 잘 알았다.
그라티아에서야 영웅 취급을 받고 있으니 레타인들이 적극적으로 그를 보호해 주겠지만 과연 그라티아 밖에서는 어떨까.
그는 어마어마한 위업을 세우고, 그에 따른 달콤한 결실을 다수 취득했다.
이쯤 되면 이미 그가 문명 대표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를 노리는 실력자들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그렇게나 강한데 더 강해지려고? 모르긴 몰라도 그쯤 되면 레벨을 하나 올리는 것도 쉽지 않잖아?”
글리터토스의 말에 기준은 그저 작게 미소 지었다.
아마 그는 기준의 종족이 이미 레전더리 등급에 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퀘스트를 완료한 것만으로 무려 15레벨이 올랐다는 사실을 말해 주면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지만― 그가 지어 준 미소만으로도 글리터토스는 대강의 사정을 깨달은 듯했다.
“하― 정말 괴물이구만.”
“두려운가?”
“신나……! 앞으로도 VVIP가 온갖 희귀 소재들을 가져올 것을 생각하니 몸이 떨린다고!”
희귀 소재만 보면 발작하는 장인의 본능이 그의 이성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글리터토스는 마지막으로 기준이 갖고 있는 고유 영역의 파편을 확인한 후, 빨리 양기 어린 소재와 유니콘의 뿔을 가져오라고 대놓고 채근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그렇게 알고, 우르알타에서 보자고.”
“그래, 우르알타에서…… 우르알타에서?”
드워프 장인은 짧은 팔을 휘저어 인사를 남기곤 떠나갔다.
혼자 남은 기준은 글리터토스가 남긴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앉아 있었으나― 곧 자신도 해야 할 일을 떠올리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비체의 얼굴을 봐 두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