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3)
나 빼고 다 회귀자-153화(153/356)
나 빼고 다 회귀자 (153)
Chapter 30. 적이 아니라니까 – 3
실로 충격적인 등장, 충격적인 활약…… 그리고 기준과의 충격적인 관계까지 파티원들에게 3연타를 먹인 비체는 그들과 사적인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가만히 그가 빌린 숙소의 방 안에 앉아 있었다.
비체의 정체, 그녀와 기준의 관계가 형성된 과정에 대해서도 파티원들에게 대충 설명은 했지만― 그 정도로 그들이 비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리 없고.
사실 비체도 그들과 굳이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었다.
레타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에는 한도가 있고, 그 시간 동안은 기준에게만 집중하고 싶었으니까.
“비체, 계속 여기 있었어?”
“준!”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던 비체는 드워프와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기준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겼다.
기준은 그녀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곤 물었다.
“밖은 축제다 파티다 하면서 온통 떠들썩한데 혼자 방 안에서 뭐 해?”
“사람이 많은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 쓸데없이 이목이 집중되니까.”
그렇게 말하며 뻐기듯이 제 옆머리를 쓸어내리는 비체.
예전이었으면 거기에 코웃음이라도 쳐 주었겠으나 불행히도 이젠 기준도 그녀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숨겨진 감정에 제법 공감할 수 있었다.
당장 왕궁에서 왕과 대담을 나누고 나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기준에게 쏟아진 시선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었으니까.
영웅이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마주한 적의 위협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기대하는 이들이 주는 부담까지도 감내해야 한다.
비체는 과거 빛의 용사였다고 하니― 모르긴 몰라도 기준 이상으로 그것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그래, 나도 파파라치를 질색하는 연예인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준은 한숨을 내쉬곤 그녀 옆에 앉고는 가면을 벗었다.
비체가 한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고생했어. 많이 힘들겠으면 역시 제국으로 가는 건 관둬. 빛의 용사가 되면 지금 이상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움직여야 할 테고, 네가 하는 모든 일이 일일이 평가받게 될 테니까.”
“나도 굳이 파툼의 후계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용사가 되든 되지 않든 어차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해.”
“으으응, 그것도 그런가. 이제 어둠의 진영이 너를 가만히 놔두지 않겠지.”
설마 정말로 그랜드 퀘스트를 이렇게 성공시켜 버리다니― 하고 다리를 격하게 흔들며 중얼거리는 비체에게 기준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대꾸했다.
“네가 도와준 덕에 성공한 거잖아.”
“무슨 소리야, 난 그저 적의 부정을 저지했을 뿐이지. 그랜드 퀘스트의 난이도를 낮춰 준 건 아니라구. 더구나 너도 기억하지? 마지막에 신이 개입해서 가시공의 마법을 완성시켰던 것.”
사실 비체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부정이 일어난 줄도 몰랐겠지만 어쨌든 가시공이 자신의 여력을 뛰어넘은 마법을 시전했던 것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기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비체는 입맛을 다시며 고백했다.
“내가 그 자리에 없었으면 신들이 거기까지 개입하는 일도 없었을 거야.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건 그랜드 퀘스트를 실패하게 만들려는 공작이면서 동시에 내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했던 거지.”
“어둠의 진영의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
“정확해.”
과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런 식으로 외부의 개입이 이루어지면 기준도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체가 처음 간섭할 수 있었던 것도 흡혈귀 놈들이 규칙을 어겨서였잖아?
레타가 불합리한 세상이라는 것쯤은 잘 살던 사람을 다짜고짜 납치해올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얘길 들으니 정말 진저리가 났다.
“어쨌든 나한테 너무 고마워할 필요 없다는 얘기.”
“뭐 어때, 결국 네가 없었으면 그랜드 퀘스트는 실패로 돌아갔을 텐데.”
“글쎄, 그것도 어떨까. 네가 보여 줬던 것들을 떠올리면…… 어쩌면 내가 없었어도.”
광인으로서 지닌 기준의 빛의 마력, 루시, 우르, 고장 나지 않는 체내 시계, 모순의 은월…….
그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의도하긴 했지만 정말이지 완벽한 어둠의 대적자로 완성되어 버린 기준의 모습에 비체는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더구나 기준은 가시공을 죽이고 이번 퀘스트를 완료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으니― 다시 한 번 악룡과 붙는다면 그 결과는 또 크게 달라질 터다.
레타로 넘어온 지 불과 수개월도 되지 않아 압도적인 성장을 이룬 기준.
그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은 자신이라고, 비체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지만…… 과연 지금의 기준에게도 비체의 도움이 필요할까.
괜히 자신이 앞으로도 그의 일에 끼어들려고 하다 이번처럼 쓸데없이 신들의 주목을 받아 더 귀찮은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네가 신들의 개입에 대해 말해 줘서 말인데, 비체.”
“후우…….”
사실은 좀 더 극적인 순간에 나타나 기준에게 극적인 도움을 주고, 그에게 많은 점수를 따고 싶었는데.
기준은 상상 이상으로 성장한 데다 이미 강한 동료를 확보하기까지 했다.
그것 자체는 기쁜 일이지만 자신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녀는 내심 풀이 죽어 있었다.
“비체?”
“아, 응?!”
“성역은 뭐야? 이번 퀘스트 보상으로 성역의 입장권이라는 걸 얻었는데.”
“그건…….”
기준의 능력에 대해 생각하던 비체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은 생각할 필요 없어. 어차피 당장은 가지도 못할 곳에 있고…… 그곳은 아직 네게 위험해. 적당한 때가 오면 내가 알려 줄게.”
“그래, 알겠어.”
“그래서…… 그걸로 끝? 사실은 물어보고 싶은 게 더 있지 않아?”
비체가 말했다.
그 말에 잠시 망설이던 기준은 피식 웃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밥 먹었어? 안 먹었으면 내가 만들어 줄게.”
“엥.”
그에게서 무슨 질문이 날아들든 이번엔 제대로 답해 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비체는 무심코 얼빠진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기준이 그 모습을 보며 웃자 비체가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원래는 빛의 진영이었다는 얘기라든가 빛의 용사였다는 얘기라든가, 신경 쓰이지도 않아?”
“그야 신경이 쓰이기는 한데 별로 취조하듯이 듣고 싶은 얘기는 아니라서. 네가 다시 빛의 진영으로 돌아오면 그때 얘기해 줘.”
기준은 파툼이 어둠의 진영의 저주에 침식될 뻔한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대륙의 절반 이상을 다스리고 있는 레타인들이 빛의 진영에 속한 이 대륙에서 어둠의 진영이 어떻게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지 그로써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시스템 입장에서는 빛과 어둠의 전쟁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 탓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택한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휘말려 든 개개인에게 있어선 그만큼 불쾌한 일도 없다.
진실을 깨닫고 혼란에 빠져 떠나가던 파툼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기준은, 아직 어둠의 진영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비체에게 굳이 과거 사정을 캐묻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가 다시 빛의 진영으로 돌아가면…… 말이지.”
비체는 그의 말을 멍하니 되뇌다 이윽고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었다.
그 이후, 기준과 완전히 함께할 수 있게 된 때를 생각하며.
그녀의 것은 전부 다 사라지고 공허만이 남았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았다.
놀랍게도 제법 오래전부터 그랬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녀는 가만히 손을 뻗어 기준의 한 팔을 붙들며 말했다.
“그래. 그럼 일단 약 먼저 먹어야지.”
“약?”
“네가 해 준 반짝반짝 요리 말이야. 이제 너도 대충 알고 있겠지만 그건 나한테 정말 약이라구. 어둠을 억누르는 약.”
“그래.”
그것이 그녀를 약화시키는 장치라는 것도 분명했지만.
비체는 오히려 자신의 힘이 약화되길 바라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그것이 그녀가 원하던 힘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기준은 자신의 중임을 깨닫곤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다 말고 그녀에게 물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꼭 그렇게 반짝반짝이라고 덧붙여야 돼?”
―그건 악마 나름의 귀여운 척 아닐까? 전혀 안 귀엽지만.
여태껏 두 사람의 분위기를 봐서 빠져 있던 루시가 드디어 끼어들어 깐족거렸다.
비체는 그 말에 무시무시하게 인상을 쓰면서도 뭐라 반박하지는 못했지만― 기준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곤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너도 그렇게 생각한 거야? 이 몸이, 마왕으로 군림하며 공포의 상징으로 불린 내가 네 앞에서 어설픈 귀여운 척이나 하려고 그런 말을 썼다고 생각하는 거야!”
“진정해, 비체. 나는 그냥……. 그냥 너는 굳이 귀여운 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무심코 자신이 생각하던 말을 고스란히 입 밖에 내뱉은 기준이 일러도 너무 이른 고백이었다며 자책하고 있자니 뜻밖에도 비체가 화를 벌컥 내며 외쳤다.
“그게 무슨 뜻이야! 아무리 애를 써도 나는 귀엽지 않다는 거야?! 물론 열 살이 되었을 무렵부터 어른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다녔을 만큼 조숙하기는 했지만! 나한테 감히 귀엽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간이 큰 놈은 주위에 없기는 했지만!”
―……가끔 보면 악마도 우리 계약자 못지않게 숙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것일까, 하는 말을 절로 내뱉을 뻔했던 루시는 곧 켁, 소리를 내며 그 말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곧 계약자가 해 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입맛 버리는 소리를 할 뻔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데이트는 언제가 좋아?”
“사람을 놀리면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고 말이야…… 어? 각오해 둬. 내일은 하루 종일 너와 나의 올바른 관계성에 대해 온몸으로 깨닫게 해 줄 테니까!”
―하루 종일 데이트하고 싶다는 소리를 참 짜증 나는 방식으로 돌려 말하기는― 아얏! 계약자, 악마가 나 또 때렸어! 또!
* * *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얼추 헤아렸음에도 벌써 예민이 만드는 길드에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의 숫자는 수만을 넘겼으니까.
사람이 또 새로운 사람을 부르고 있는 데다, 원정대 내에서 예민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훌륭한 탓에 그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고― 이러다 정말 10만을 넘기는 초대형 길드가 탄생하게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 대부분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는 큰 힘이 된다.
기준이 얻어 낸 문명 스킬로 힘을 얻은 지구인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덩치가 큰 집단은 관리하는 것도 터무니없이 힘들 터.
대충이나마 길드의 체계를 잡고, 안정적으로 입지를 확보하려면 못해도 1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당연하지만…… 그 기간 동안 기준과 함께 다니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원정대의 상태에 대해 기준에게 솔직히 고백한 것을 예민은 슬슬 후회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오빠한테 솔직히 말할까? 길드 같은 건 관리하기 싫다고. 어차피 오빠는 엄청 강해졌잖아. 소수정예로도 레타 대륙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에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과연 소수정예라는 방식을 택한 기준의 파티에, 그녀가 들어갈 자리가 남아 있을까 하는 마음이다.
기준은 이제 묵묵히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주고, 그녀가 원하는 자리를 채워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스스로 일어나 걷는 그의 곁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었다.
한때 적이었던 마왕마저 10년간이나 그를 위해 헌신했다는 것을 알고 예민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녀는 아닌 척 폼을 잡고 있지만 기준을 바라보는 마왕의 시선에 담긴 감정을, 그 의미를 예민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마왕과 용사의 연애라니, 이야기로 읽으면 재미있지만 옆에서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는 난센스가 아닌가!
‘내가 억지로 떼어 낼 수 있는 사람도 아니야. 까딱하면 내가 오빠와 쌓아 온 유대보다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 과연 그녀가 기준과 쌓아 온 관계는 그렇게 깊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나?
예전엔 튜토리얼로 소환된 백만 명 가운데 그녀가 가장 기준을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녀는 기준의 마음을 잘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 옛날부터 단순히 착각을 하고 있던 것뿐일지도 몰랐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아냐, 아냐.”
발밑이 무너지는 듯 아찔한 감각에 그녀는 고개를 저어 생각을 털어 냈다.
아무튼 지금은 빨리 기준을 만나고 싶었다.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돌아온 답이 긍정이 아니어도 좋으니 그가 자신을 걱정하며 해 주는 말이 듣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자신과 그의 관계성을 깊이 만들고 싶었다.
“……데이트는…….”
“하루 종일…….”
하지만 기준의 방에는 선객이 있었다.
딱히 대화를 감출 생각도 없는지 작지 않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방 밖으로 흘러나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담긴 짙은 친애의 감정이 외부자인 예민에게도 선명히 느껴졌다.
목소리를 실체화할 수 있다면 저 두 사람의 목소리는 꿀처럼 진득하고 달콤하게 흘러내리고 있을 터다.
“……하.”
가만히 한숨을 토했다.
저 여자는 앞으로 사흘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쌓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겠지.
예민이 기준과 같은 파티로서 활동한다고 하면― 마왕의 물리적인 빈자리는 채울 수 있어도, 마음까지 대신 채울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녀가 들어갈 자리가 남아 있기는 할까?
‘정말…… 지독한 복병이네.’
기준과 같은 파티에 있는 여자들은 가망이 없어 보여 안심하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튜토리얼에서 그렇게나 모두를 위협했던 마왕이― 이제와 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다시금 그녀를 위협해 오고 있을 줄은.
하지만 질 수는 없었다.
세상 그 어떤 얘기에도 마왕에게 연인을 빼앗기는 용사는 없는 것이다.
‘길드 마스터, 하는 수밖에.’
마왕은 위기의 순간 나타나 기준을 구해 줬다고 했다.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수 있는 악룡을 가볍게 붙들고 찢었다던가.
마왕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해낼 수 있어야 말이 된다.
당연히 예민에게 그런 힘은 없지만.
거대한 집단을 관리하고 키워 내는 능력이라면, 어쩌면 십만 명이 덤벼들어 악룡을 상대하게 만드는 정도라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지금 당장 오빠 곁에 있겠다고 해 봤자 민폐가 될 뿐이잖아.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 ……오빠가 나한테 기대하는 걸 하자.’
기준이 예민에게 기대하는 것이 초거대 길드의 마스터라면, 그렇게 되어 주는 수밖에.
‘오빠가 나를 필요로 하도록. 계속…… 계속 필요로 하도록, 떼어 놓을 수 없도록.’
짧은 순간 굳은 다짐을 마친 예민이 돌아섰다.
그때 마침 방문이 열리며 나온 기준이 예민을 발견하곤 그녀를 반기며 말했다.
“민이 왔구나, 고생했어. 마침 요리라도 만들려던 참인데 같이 먹자.”
―계약자, 바보야?
“준은 바보가 맞아.”
“오빠, 바보.”
하지만 바보라서 다행이다.
그래서 좋았다.
정말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