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3)
나 빼고 다 회귀자-163화(163/356)
나 빼고 다 회귀자 (163)
Chapter 32. 장인의 약속 – 2
흥미로운 얘기의 연속이기는 했으나 프타흐도 츠쿠모가미도 오리할콘도 당장 화산을 미친 듯이 폭주시키고 있는 신수와는 관련이 없다.
기준이 이 지역에 들어올 때부터 미친 듯이 진동하며 빛을 토해 내고 있는 ‘훼손된 야른비드르의 출입증’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보이며 신수가 화산에 머무르고 있음을 설명하자 당장 글리터토스가 흥분해 외쳤다.
“아니, 그럼 지금 우르알타가 이 난리가 난 게 당신 때문이란 거잖아!”
“사태가 일어난 지 두 달이나 되어 가는 데도 가만히 앉아 신이나 찾고 있던 드워프들과,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소환자들이나 탓해.”
“그건…….”
기준의 지적에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글리터토스.
아닌 척하지만 그는 자신이 50년 전의 의식을 망쳐 버린 것을 계속해서 신경 쓰고 있는 듯했다.
무슨 일만 생기면 프타흐를 찾는 다른 드워프들에 비하면 덜하지만 그 역시 굉장히 신실한 대장장이 신의 신자인 것이다.
드워프들에게 추궁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글리터토스가 굳이 다시금 오리할콘으로 새로운 검을 만들려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으리라.
지금 글리터토스가 느끼고 있을 복잡한 심경을 다소나마 짐작한 기준이 그를 다독여 주듯 말했다.
“물론 나도 책임감은 느끼고 있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신수를 사냥하려는 거고. 글리터토스, 당신이 걱정하는 것처럼 프타흐가 화를 낼 일은 없을 테니 얌전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드래곤과 신수의 소재로 우리 파티 방어구 만들 준비나 하면서 말이지.”
“준이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실제로 준은 신수를 사냥했을 뿐이지 우르알타의 신수까지 통제할 책임은 없으니까.”
기준의 말에 틸라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정작 그 말을 듣는 기준이야말로 쓴웃음을 짓고 싶은 기분이었다.
최근 틸라가 굉장히 안정된 상태를 보여 주어 잊고 있었지만 원래 그녀는 굉장히 맹목적인 면이 있었지…….
예전엔 그런 완강한 태도가 불안정한 정신과 착각 위에 쌓인 것이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면, 오히려 지금은 확신과 애정으로 그것을 지탱하고 있어 결코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누군가 기준에게 날을 향하는 순간 돌변하는 그녀의 태도가 그는 솔직히 조금 섬뜩할 정도였다.
그게 굉장히 든든하기도 하지만― 이제 그녀는 혼자 힘으로 도시도 상대할 수 있을 레전더리 등급의 존재이니 앞으로는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어야 할 것이다.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 그래, 신수를 사냥해야 할 순간에 신수 사냥꾼이 기꺼이 나서 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야.”
틸라에게 내재된 위험성을 아까 수염을 붙잡히면서 익히 짐작한 글리터토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괜히 제 수염을 가렸다.
그런 드워프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우니카가 기준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파티 구성은 어떻게 하십니까? 상대가 신수라면 무턱대고 전원이 돌격할 수도 없을 텐데요.”
“그렇지, 일단 나비냐는 빠지는 게 좋겠어. 우르알타로 오는 길에도 헥헥거리는 게 불쌍했거든.”
“어쩔 수 없냐……. 여긴 나비냐한테는 너무 불리한 전장이냐. 하지만 나중에 던전은 같이 들어가냐.”
기준의 말에 나비냐가 차마 반박을 하지 못하고 제 앞발만 핥았다.
나비냐는 잠행 능력은 출중하나 일반적인 전투 능력은 아직 레어 등급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안 그래도 털로 덮인 고양이인 탓인지 기준의 고유 스킬을 공유 받지 않고서는 화산 지대를 나아가기 힘들 정도였으니, 그의 마력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빠져야 할 것이다.
“나랑 틸라는 물론 고정이고, 그다음은…… 로라?”
“상대가 불의 힘을 다루는 신수라면 흡혈귀로서의 능력을 살리기는 힘들 것 같네요. 하지만 빛의 사제로서 놈이 발하는 열과 빛을 억제하는 도움이라면 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신수라고 칼이 안 박히는 것도 아닐 테고요. 일단 피가 난다면 썩기도 하겠지요.”
흡혈귀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대담해진 로라는 상대가 신수임을 알고서도 뒤로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연히 기준의 시선이 마지막 남은 파티 멤버, 은신에게로 향하자 그는 깜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저도 당연히 갈 건데요?! 기껏 파티에 들어왔는데 활약할 기회가 오자마자 빠질 수는 없잖아요.”
그런 말을 하면서도 로라에게 힐끔힐끔 시선을 보내는 것이, 아무래도 우르알타로 오는 길에 로라에게 뒤처졌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지금 체급만 놓고 보면 확실히 로라의 압승이지만 은신은 선대 빛의 용사였던 비체조차 인정하는 재능의 소유자.
로라에게 경쟁심을 품고 노력한다면 확실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기준은 피식 웃으며 은신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좋아, 그럼 같이 가자. 기회 봐서 놈의 눈동자라도 찔러 버려.”
“제 암습도 얕볼 수 없다는 걸 보여 드릴게요, 진짜로.”
결국 나비냐를 제외한 전원이 가는 것으로 얘기가 마무리되자 로라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긴 씨가 없는 게 조금 아쉽네요. 그의 능력이라면 태양의 신수와 극상성을 이루었을 텐데.”
긴이 파티를 떠나는 데 결코 적지 않은 원인 제공을 한 로라가 그런 말을 하는 모습을 지혜가 봤더라면 네가 죽였다며 절규했겠지만 그녀는 여기 없으니 다행이었다.
“그게 긴의 선택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 자, 최대한 불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주는 요리를 만들어 볼 테니까 다 같이 먹고 바로 출발하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런데 말을 마친 기준이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우니카가 다급히 기준을 붙들었다.
“왜 제게는 물어봐 주지 않으시는 건가요, 준 님?”
“뭐? ……설마 우니카, 너도 같이 가겠다고?”
“물론 굉장히 무섭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저는 벽에 부딪친 상태입니다. 성장을 위해선 한 번쯤 목숨을 걸 필요가 있어요.”
우니카가 제 이마의 뿔을 매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말하는 성장이 무엇인지 짐작한 기준은 말을 잃었다.
자신에게 더 좋은 뿔을 잘라 주기 위해 신수 사냥에 동참하겠다는데 그가 대체 뭐라고 답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준 님께 등을 맡기고 싶어요. 혹시 폐가 될까요?”
“솔직히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아.”
“윽.”
기준이 딱 잘라 말하니 기가 죽는 우니카.
물론 기준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니카한테는 여러모로 받은 게 많으니까, 이번만 끼워 줄게. 나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최대한 조심해야 돼.”
“준 님! 감사합니다……!”
물론 기준이나 틸라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등급 진화를 못했더라면 우니카를 파티에 넣는 일은 없었겠지만― 솔직히 기준에게는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지금 파티의 능력이라면 신수를 잡는 것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상성이 차이 난다지만 그가 고작 레어 등급일 때도 루스벤의 지원을 받아 둘의 힘만으로 신수를 사냥하지 않았던가!
“좋아, 그럼 밥 먹고 바로 출발할 테니까 마지막으로 장비 확인하고 있어!”
““네!””
그렇게 파티 구성이 끝났다.
기준은 불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겠다는 일념으로 최대한 불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요리를 준비했지만, 첫 번째 메뉴가 에그인헬(샥슈카)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은신은 요리로 저항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깔끔히 접어 두었다.
참고로 두 번째 메뉴이자 메인 디쉬는 오늘 사냥할 스콜의 형제인 하티의 고기를 주재료로 삼은 오일 퐁듀로, 펄펄 끓인 기름에 고기와 다른 부재료를 담가 익혀 각종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였다.
에그인헬도 간단하지만 이쪽은 아예 요리사의 솜씨가 발휘될 구석이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기준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파티원들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둘 다 펄펄 끓는 게, 먹기만 하면 열기에 강해질 것 같잖아.”
“솔직히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지만 맛있어 보이니까 감사히 먹을게요, 형.”
놀라운 일은 그것을 먹자마자 일어난 변화였다.
―지고의 경지에 이른 요리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 펄펄 끓는 용암을 고스란히 재현해 낸 마법의 음식을 먹었습니다. 음식이 소화될 때까지 용암에 대한 저항력이 50%, 열에 대한 저항력이 30% 상승합니다.
―강한 빛과 열기를 영력을 담아내 강화시킨 요리를 먹었습니다. 음식이 소화될 때까지 빛과 열기에 대한 저항력이 35% 상승합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은신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냐, 인정할 수 없어. 이건 아냐.”
―맞아, 그냥 계약자의 요리 스킬 레벨이 너무 높아서 이렇게 됐을 뿐이야. 계약자, 이거 여기 더 썰어 줘.
예리한 지적을 하면서도 루시는 샥슈카를 두 번이나 리필해서 먹고 혼자 하티의 고기를 1킬로그램은 튀겨 먹었다.
그런데 배부르게 밥을 먹고 만족한 루멘 파티가 우니카와 함께 곧장 출발하려던 그때, 기준은 문득 굉장히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뭐라고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느낌에 입을 열어 파티원들에게 뭐라고 말하려던 순간, 그의 눈앞으로 생소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범람의 종식자(R)]의 칭호 효과로 오버플로의 발생을 감지했습니다. 마나의 흐름이 지나치게 격해지고 있습니다. 1시간 안에 마력 지진이 닥쳐올 것입니다! 이번 오버플로는 격렬하게 타오르는 마력의 흐름으로 모든 마나 품은 생명체를 불꽃 속성의 늑대로 재구성할 것입니다. 그 전에 최대한 안전한 곳을 찾아 숨거나, 불꽃 속성의 몬스터를 대량으로 격퇴할 최선의 준비를 끝마치세요!
“끄으으응…….”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래, 분명 이전에 얻은 칭호에 이런 효과가 있었지.
그 후로 오버플로를 겪지 못해 잊어먹고 있었다.
차라리 앞으로도 모르고 있는 게 좋았겠지만― ‘불꽃’에 ‘늑대’라니, 이쯤 되면 부정할 수 없다.
신수는 이미 기준이 우르알타에 왔음을 느끼고 있다.
놈이 자신의 형제의 복수를 위해 오버플로를 일으키려는 것이다.
아무리 기준이 철면피라 한들 이것마저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틸라조차 감히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 그러세요, 준 님? 바로 출발하지 않으시나요?”
“출발은…… 아무래도 못 할 것 같네.”
1시간 안에 그들이 저 높은 화산 꼭대기에 올라 신수를 사냥하는 게 가능할까?
아무리 서둘러도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일단 여기서 오버플로를 막아 내는 수밖에.
1시간, 1시간이라.
“우니카.”
“넵.”
기준의 돌변한 분위기에 우니카가 즉시 대꾸했다.
“지금 당장 나가서 소환자…… 아니,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끌어모아. 지금 도시 밖으로 나가 있는 사람들도 최대한 도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도시에 마련되어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시를 방어할 준비를 해. 가능하지?”
“그야 제 이름에 더해 제 아버지 이름, 국왕 폐하의 이름, 준 님의 이름까지 팔아먹으면 어떻게든…… 혹시나.”
이미 투리스에서 한 번 오버플로를 겪어 본 경험자답게 그의 말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깨달은 우니카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우르알타에 오버플로가 닥쳐온다는 말씀인가요? 이 상황에?”
“뭐라고, 오버플로?! 바보 같은, 우르알타만큼 몬스터 사냥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도 없는데!”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글리터토스가 경악하며 외쳤다.
그러나 기준의 칭호 효과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다.
“격한 화산 활동 때문에 소환자들의 활동이 위축된 거 아냐? 아니, 애초에 근래 들어 꾸준히 화산 분화가 이어져 온 것도 신수가 오버플로를 일으키려는 전조였는지도 모르지.”
“끄응, 확실히 그렇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그러면 앞뒤가―― 아아앙! 지금 뭐가 먼저였는지 따지고 있을 때도 아냐!”
글리터토스가 대장간 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바닥을 구르는 무기들을 모조리 회수해 인벤토리에 챙겼다.
“그 바보들도 오버플로가 시작된다는 걸 알면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VVIP, 오버플로가 온다는 건 확실하겠지!”
“목숨이라도 걸어?”
“명예만 건다면 그걸로 충분해! 지금 이 도시에 그라티아의 영웅이 하는 말을 의심할 사람은 별로 없다고!”
“으으윽…… 그럼 저는 지금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확실히 매력과 명성이 높으면 이런 의미에서 편했다.
다소 안도한 기준은 당장에라도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우니카와 글리터토스를 붙잡고 말했다.
“1시간, 1시간 안에 싸울 수 있는 모든 이는 아까 글리터토스가 매달렸던 광장으로 모여 달라고 해.”
“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연설이라도 하실 생각인가요?”
“아니.”
기준은 일행이 깔끔히 비운 두 개의 냄비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들한테 불꽃 저항 버프 주려고.”
그로부터 1시간 후.
그라티아를 구한 영웅의 무료 급식소가 광장에 마련되었다.
메뉴는 물론 샥슈카와 오일 퐁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