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4)
나 빼고 다 회귀자-164화(164/356)
나 빼고 다 회귀자 (164)
Chapter 32. 장인의 약속 – 3
광장은 우르알타 곳곳에서 모여든 레타인들과 소환자들로 무척 혼잡했다.
“오버플로? 정말로 오버플로가 일어날 거라고? 이곳 우르알타에서?”
“아무리 요즘 우르알타에서 활동하는 소환자들이 줄어들었다지만 그래도 오버플로는 억측 아냐?”
“프타흐 님의 신벌이다. 신벌이 내린 거야!”
“아무래도 최근 계속 화산이 격하게 분화하는 게 전조라고 하던데. 왜, 원래 지진이 일어나면 화산도 같이 분화하고 그러잖나.”
“빌어먹을, 낌새가 이상할 때 떴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도망이라도 치게? 핫, 너희를 프런티어에서 마주할 일은 없겠군.”
“헛소리들 하지 말고 무기 상태나 확인해. 이 빌어먹을 화산 지대, 싸우다 검이 녹아 버리면 그것만큼 짜증 나는 일이 없다니까.”
조금 우스운 점은 레타인들은 혼란과 두려움에 빠져 웅성거리는 반면 소환자들의 태도는 좀 달랐다는 것이다.
우르알타에서 활동하는 소환자들은 최저가 레어 등급.
슬슬 레타 대륙에도 적응한 이들이 많은 만큼 무턱대고 두려워하기보다는, 똥 밟았다는 식으로 투덜대면서도 대부분은 얌전히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슬슬 마력 지진이 느껴지는데? 거짓말이 아니었어, 이거 진짜 오버플로야.”
“얼마나 오랫동안 버텨야 하려나…….”
“보상은 그래도 좋겠지?”
오버플로는 위험하지만 이겨 냈을 때의 보상은 확실하다.
리스크가 클수록 리턴도 큰 레타 대륙의 법칙을 몸으로 겪어 깨닫고 있는 이들은 약간의 두려움마저도 연료로 삼아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광장 한복판에 흑갑 위로 앞치마를 걸친 기준이 거대한 카트 몇 개를 끌고 있는 그리핀과 함께 나타나자 당연히 그에게로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핀? 그라티아에 종족 연합 말고도 그리핀을 거느린 길드가 있었나?”
“그들은 얼마 전에 그리핀을 잃었다고 들었는데.”
“잠깐, 아까 괴상하게 번쩍거리던 남자잖아.”
“모르는 건가? 그라티아의 흡혈귀 소동을 해결한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앞치마를?”
“모두 주목.”
기준의 묵직한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사람이 족히 세 명은 들어갈 수 있을 법한 펄펄 끓는 기름 솥에 미리 손질해 둔 고기 꼬치를 수백 개 던져 넣는 그의 모습에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갸웃했다.
기준은 굳이 발광 도발을 구사할 것도 없이 자신에게 주목하는 사람들을 둘러보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리를 준비했다. 금방 튀겨질 테니 다들 와서 하나씩 먹도록.”
“뭐?”
“우리가 무슨 빈민으로 보이는 거냐? 사람을 조롱하는 새로운 방법인가?”
기준의 뜬금없는 행동에 어처구니없어하는 사람들.
하지만 개중에도 별종은 있는 법이고, 그라티아의 영웅이 직접 튀겨 준 고기 꼬치를 먹는다는 것에 가치를 부여한 남자가 슬금슬금 솥 앞으로 다가와 그 안에서 꼬치를 하나 꺼내며 그의 눈치를 보았다.
기준은 가판대를 꺼내 그 위에 각종 소스들이 듬뿍 담긴 접시들을 늘어놓으며 그에게 그것을 권했다.
“찍어 먹어라. 공짜다.”
“당최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출출했던 참이니 하나만…….”
남자는 토마토소스에 꼬치를 찍어 한 입 먹더니, 곧 두 눈을 부릅뜨며 놀라워했다.
“이거……! 기름이 보통 기름이 아냐, 기름에 미리 양념을 해서 고기의 풍미를 제대로 살렸군! 더구나 고기도 굉장히 질이 좋은 몬스터 고기잖아. 돈 주고 사 먹으려면 까딱하면 금화가 날아가겠는데……!”
“그것도 정답이지만 나는 다른 감상평을 원해.”
“다른 감상평이라니 무슨, 일단 더 먹어 보고 생각하지!”
기준의 요리 솜씨와 재료에 극찬을 퍼붓던 남자가 정신없이 꼬치를 먹어 치우더니, 그 순간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경악했다.
“뭐야, 이거. 버프? 요리로 버프를 준다고? 심지어 열기 저항!”
남자의 중얼거림에 주위에서 은근슬쩍 그 광경을 관찰하고 있던 이들이 금방 반응했다.
“요리 버프? 그런 건 제국, 프런티어에서나 가능한 거 아니었어?”
“버프라고?”
전투 상황에 적합한 축복, 버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하지만 레타 대륙을 여행하는 소환자들의 대부분은 버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타인에게 축복을 부여할 수 있는 사제들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고, 사제는 물론이고 버프를 줄 수 있는 직군은 애초에 전투 능력이 취약해 살아남기 힘든 탓에 처음부터 파티를 짜고 활동하는 이들이 아닌 이상은 어디 가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탓이다.
그런데 고작 고기 꼬치 하나 먹은 것만으로 버프를, 그것도 우르알타에서 활동하는 이라면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열기 저항 버프를 얻을 수 있다니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동료가 있다면 그들도 데려와서 먹여. 많이 먹어 봤자 효과는 늘어나지 않으니까 하나씩만 먹고.”
“알겠습니다!”
그제야 기준의 진짜 목적을 눈치챈 남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달려가 금세 자신의 일행을 끌고 왔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처음엔 요리의 맛에 감탄하는가 싶더니 그것을 다 먹고 나자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에 일제히 경악하는 둥 훌륭한 리액션을 보여 주었다.
때가 무르익었다고 느낀 기준은 국자로 샥슈카가 담긴 솥을 두드려 보이며 외쳤다.
“오버플로에 맞서 싸울 자들에겐 요리 한 접시를 무료로 제공한다! 열기에 저항하는 버프를 주는 요리이니 배불러도 와서 먹어라!”
시선을 끌기 위해 따로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남자와 그 파티원들의 생생한 반응에 낚인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기준은 파티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최대한 신속히 조리를 마친 샥슈카를 일 인분씩 담아내 나눠 주기 시작했고, 오일 퐁듀는 굳이 그가 나설 것도 없이 사람들이 알아서 꼬치를 하나씩 들고 대기하다가 기름에 그것을 익혀 먹었다.
애초에 간단한 요리들이고 먹는 데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 덕에 그 과정은 매우 신속히 이루어졌고.
마력 지진이 거세지기 시작했을 즈음에는 우르알타에 남아 있던 소환자들과, 싸울 의지를 갖고 있는 레타인들 대부분이 샥슈카나 고기 꼬치를 일 인분씩 해치운 후였다.
―족히 만 명이 넘어가는 사람을 요리로 배부르게 만들고 위기에 맞서 싸울 힘을 주었습니다. [영혼의 요리(U)] 스킬이 30레벨이 되었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기준은 남은 꼬치를 포르티스의 입에 물려 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걸로 생존 확률은 높아졌겠지.”
―쿠르르, 쿠르르르.
그 옆에서 음식을 나누어 주는 것을 도왔던 틸라와 로라가 소곤거렸다.
“조금 복잡한 심경인걸. 준의 요리는 이런 데서 값싸게 베풀 만한 게 아닌데.”
“영웅담의 한 구절로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준 님이 나누어 주신 요리로 힘을 얻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오버플로를 물리쳤다…….”
“그런 영웅담은 싫어. ……응?”
문득 시야가 붉어지는 것을 느낀 기준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덧 화산이 힘차게 용암을 분출하고 있었다.
분화구뿐만이 아니라 격한 지진과 함께 갈라지고 터져 나간 대지 사이사이로 붉은 용암이 솟구치며― 그것으로부터 생명을 얻은 붉은 불꽃의 늑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작됐나.”
“늑대…… 정말로.”
기준의 칭호 효과가 완벽히 들어맞았음을 확인하곤 신음하는 파티원들.
몬스터만이 문제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솟아난 용암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땅 전부를 메우는 것도 모자라 마치 의지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우르알타를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다.
화산 곳곳에 위치해 있는 던전들 또한 그 용암에 침식되며 자연히 출구가 열려, 그 안에 갇혀 있던 몬스터들을 모조리 밖으로 끄집어냈다.
우르알타를 덮쳐 온 오버플로는 마나의 격한 흐름으로 대상을 강제로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었기에― 용암과 접한 몬스터 모두가 이윽고 불꽃의 늑대로 변이해, 모두가 섬뜩한 울음소리를 내며 우르알타를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붉네.”
“용암이…… 하늘을 메우고 있는 것만 같아요.”
로라의 말은 비유도 뭣도 아닌 사실이었다.
분화구에서 솟구친 용암 중 일부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지 않고 하늘 위로 퍼져 나가며 구름을 잡아먹고 세력을 불렸다.
이윽고 검붉은 용암 구름으로 화한 그것이 하늘을 뒤덮고 불꽃의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 현상을 기준은 이미 겪어 본 적이 있었다.
“고유 영역인가?”
“오버플로에 동반되어 나타나는 현상이야. 일대의 마나 흐름이 기이하게 뒤틀리는 데다, 오버플로의 중심이 되는 몬스터의 영향을 받아 환경까지도 변화시킨 결과.”
그러나 우르알타에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곧 도시 전역을 반구 형태로 뒤덮는 반투명한 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요가 한순간 잦아든 그 틈을 노려 광장에 마련한 단상 위로 올라간 우니카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우르알타에 부임한 관리 우니카 모노케로스가 그라티아의 귀족의 권한으로 선언합니다! 오버플로에 맞서 싸워 이 도시를 지켜 냅시다. 그라티아의 영웅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버플로만 이겨 낸다면 화산활동도 잦아들 것입니다!”
“오오오!”
은근슬쩍 거짓말을 섞어 외치는 우니카에게 힘을 보태 줄 겸 파티원들과 함께 한 팔을 번쩍 들어 올려 호응하는 그 순간, 기준의 눈앞에 과거 한 번 본 적이 있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발생! 오버플로로부터 도시 우르알타를 지키고 나아가 우르알타에 닥쳐온 재앙을 해결하세요!
―활약에 따라 보상 차등 지급, 큰 활약을 할 경우 우르알타의 장인들에게 특별한 의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기준이 기다려 왔던 순간이었다.
용기백배한 소환자들이 일제히 제 무기를 꼬나 쥐고 도시 밖으로 뛰쳐나갔고, 기준 또한 파티원들을 이끌고 나아갔다.
“저는 이곳에서 싸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우니카의 씩씩한 목소리에 기준은 손을 흔들어 답했다.
결국 함께 신수를 사냥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저 자리에서 잘 해내는 것만으로도 분명 우니카 또한 크게 얻는 것이 있겠지.
기준은 픽 웃곤 방패를 들며 파티원들에게 선언했다.
“이것들을 최대한 빨리 치워 버리고, 정리가 되는 대로 바로 놈을 잡으러 가자.”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지. 로딤!”
―콩, 코오옹!
먼저 시작한 것은 틸라였다.
그녀의 홍염수, 불여우 로딤이 귀여운 울음소리와 함께 허공에 불꽃 가루를 뿌리며 돌진하자 대지를 흐르는 용암이 놀랍게도 녀석이 가는 길을 따라 함께 일어나 파도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용암은 불이 아닌 녹아 흐르는 암석이지만 레전더리 등급에 이른 틸라는 열기를 품은 것이라면 불이 아닌 물질에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기준과 우르 또한 마찬가지.
“우르, 너도 할 수 있지?”
―키잇!
삽시간에 거대화한 우르가 앞발을 들어 찍자, 녀석을 중심으로 용암이 날카로운 가시 형태로 화해 솟구치며 사방에서 일행을 향해 몰려들던 늑대들의 뱃가죽을 모조리 꿰뚫어 버렸다.
죽은 늑대들은 불꽃으로 화하며 완전히 우르의 통제하에 들어왔고― 그것은 주위의 열기를 잡아먹고 몸집을 더더욱 불리며 사방을 휩쓸어 버렸다!
“제가 할 일이…… 없는데요.”
“사실 이렇게 되리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요. 두 분은 이미 불의 속성에 한해선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나니까요…….”
한편 은신과 로라는 기준과 틸라, 두 사람의 힘만으로 눈에 보이는 영역 내의 모든 몬스터와 용암이 뒤집어지는 것을 보고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시선을 교환했으나― 곧 로라가 먼저 도를 칼집에 넣어 버리곤 기도문을 꺼냈다.
“함께하는 모든 전장에 승리를 가져오는 여신이시여, 적의 목숨을 빼앗는 전사에게 당신의 입맞춤을 허락하소서!”
“아앗, 비겁하다!”
―전쟁의 여신 이슈타르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적을 죽일 때마다 장비의 내구력과 체력, 마력이 미미하게 회복되며, 공격력이 조금씩 증가합니다. 공격력은 최대 30%까지 증가합니다.
전쟁의 여신이기도 한 이슈타르의 축복에는 여러 가지 갈래가 있었고― 어차피 열기에 대한 저항력을 빌릴 필요성이 없다고 여긴 로라가 빛의 여신의 신성을 제쳐 두고 전쟁의 신성만을 빌려 축복을 내리자 그 효과는 실로 파격적이었다.
철저하게 전투 지속력에 초점을 맞춘 그 축복은 심지어 무구의 훼손마저 막는 사기성을 띠고 있어 여기저기서 용암이 흘러넘치는 이 전장에서 특히나 뛰어난 효과를 보인 것이다.
심지어 그녀의 축복은 다른 사제의 축복을 받지 못하는 기준에게마저 유효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은신은 이 전장에서만큼은 그녀가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냐, 냐아.”
“응? 나비냐구나.”
그때 자신의 다리춤에 달라붙은 고양이를 발견한 은신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상냥하게 물었다.
“여기서 싸우는 건 포기한 거 아니었니? 예쁜 털이 탈지도 몰라, 안으로 데려다줄까?”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생겼냐. 캐트시의 직감이 고하고 있냐. 보물이 도망치려고 하냐!”
“보물이 도망쳐? 어떻게?”
“신수냐!”
나비냐가 은신의 손바닥에 냥냥펀치를 먹이며 새되게 외쳤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했냐. 오버플로는 다수의 약자를 죽이기엔 좋지만 주인님처럼 강한 사람을 죽이기는 힘들지 않냐?”
“그건…… 그런가?”
“놈이 정말로 주인님을 죽이려고 하는 거라면 힘을 아꼈다가 최대한 강한 한 방을 날리는 게 오버플로보다는 성공률이 높을 거냐. 거기서 나비냐는 깨달았냐. 놈은 오버플로로 주인님의 발을 묶어 두고 그 틈을 타 도망치려는 거냐!”
“……응?”
언제나 약자의 입장에서 살아온 나비냐이기에 떠올릴 수 있는 약자의 발상.
하지만 그럴듯했다.
근래 들어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것을 신수의 불안감의 증거로 치환한다면 더더욱.
은신은 고개를 들어 저 높이, 화산 정상의 분화구를 살폈다.
……그 안에서 고개를 드는 거대한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