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7)
나 빼고 다 회귀자-167화(167/356)
나 빼고 다 회귀자 (167)
Chapter 32. 장인의 약속 – 6
세상의 모든 열기가 망치 끝의 한 점에 집중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로 그러했다.
타격 대상인 눈동자의 열기까지 포함해서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감히 내 힘을 강탈하려 들다니, 신벌을 내릴― 크아아악!
정확하게 내질러진 망치가 눈동자의 정중앙을 강타한 그 순간.
망치를 통해 기준에게로 어마어마한 열기가 흘러 들어오는 것과 함께― 대량의 열기를 상실한 눈동자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리고 말았다.
―화끈하게 불태워 버릴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잖아?
―키이이이……!
신체만 얼어붙은 것이 아니다.
놈은 정신과 영혼, 에너지의 근원, 그 모든 것을 앗기고 존재의 구성이 뒤틀려, 문자 그대로 멈춰 버리고 만 것이다.
당연히 부유할 힘마저 잃은 거대한 눈동자는 낙하하기 시작했고.
기준은 루시가 허공에 만들어 준 빛의 발판을 밟고 허공을 질주하며 그것을 빠르게 뒤쫓았다.
그러나 그대로 거짓된 신을 끝장낼 기세로 망치를 휘두르려던 기준은, 어느덧 자신에게 흡수되던 열기가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과 연결된 우르에게로.
―키잇?! 샤아아악!
그것은 딱히 우르가 의도한 현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놈이 갖고 있던 힘은 본디 우르의 것이었고.
열기의 근원마저도 강탈해 버리는 신의 망치의 권능으로 그것이 놈에게서 떨어져 나온 지금, 그 힘이 주인을 찾아 돌아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당신과 계약한 정령이 근원으로 회귀하는 길을 찾아냈습니다. 불의 정령술(U) 스킬의 레벨이 12 올라 62레벨이 되었습니다. 정령이 다루는 불꽃에 미약한 신성이 깃듭니다.
―키이이…….
자신을 배신했던 자들에게 빼앗긴 힘을 일부나마 되찾았음에도 우르의 심경은 복잡한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르는 상처 입고 잠든 그날 이후로 기억마저 온전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힘을 갖고 있는 놈과 만나 다짜고짜 싸우게 되었으니.
그것도 놈이 저지르고 있는 한없이 추악한 부정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살려서 얘기라도 들어 볼까, 우르?”
―킷.
그러나 녀석은 기준의 말에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키이, 키이잇.
“그래…… 너는 내 계약 정령 우르야. 그거면 된 거지.”
―감동적인 교류를 나누는 건 좋지만 그 전에 저 눈동자 먼저 부수는 게 낫지 않을까?
신의 망치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스킬이긴 하나 저 눈동자 역시 우르에게서 빼앗은 힘을 바탕으로 수백 년 이상 힘을 축적해 온 괴물.
한 방으로 모든 열기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물론 두터운 눈가죽 위를 뒤덮은 서리를 털어 내며 놈이 다시 하늘로 떠오르려던 그 순간, 루시가 잽싸게 수백 줄기의 빛의 사슬을 뻗어 내 놈을 붙들었지만 말이다.
―어리석은…… 짓을……!
전신을 구속한 사슬을 끊어 내려 체내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열기를 모조리 끄집어내며 놈이 외쳤다.
그러나 은월 파동에 이어 신의 망치까지 직격타로 당한 지금, 놈이 낼 수 있는 힘은 끽해야 레전더리 정도.
같은 레전더리라도 동급에 비해 언제나 강력했던 루시의 사슬을 모두 끊어 낼 수는 없었다.
―힘을 다시 돌려받은들 이제와 그걸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이미 영혼이 너덜너덜하게 찢겨 그릇이 훼손된 네가!
―그건 나랑 계약자가 고쳐 놨는데, 몰랐구나?
놈의 몸부림으로 사슬이 거의 다 끊어졌을 무렵, 기준의 영력을 공급받아 한층 거대한 구속 술식을 완성한 루시가 놈을 약 올리듯 말하며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용암 구름으로 뒤덮여 있던 하늘의 한구석이 그녀의 힘으로 강제로 개이며, 그 너머로부터 쏟아져 내린 햇빛이 고스란히 빛의 창으로 화해 놈의 전신을 꿰뚫었다!
루시의 능력은 처음부터 대단했으나― 이건 여태까지 그녀가 보여 주었던 정령술의 규모를 아득히 뛰어넘은 기술이었다.
마치…… 하늘이 자신의 의지대로 천벌이라도 행하는 듯하지 않은가!
―큭?! 이건……! 자, 잠깐, 당신은?
우르의 존재는 알고 있었어도 루시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불카누스의 망치를 든 채 다가오는 기준의 존재마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놈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당신이, 지금 여기에, 그러니까 분명, 봉인――.
―왕자님이 찾아왔어.
이 녀석, 우르뿐만이 아니라 루시를 봉인한 이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모양인데.
사실 루시가 우르를 처음 만났을 때, 둘이 이전부터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듯한 낌새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아니, 지금 중요한 일은 아닌가.’
이놈을 추궁한들 제대로 된 얘기를 들을 수 있을 리도 없고.
기준은 어깨를 으쓱이곤 망치를 들어 올렸다.
―자, 잠깐! 협력하겠습니다!
놈은 비로소 약한 소리를 냈지만 그 대상조차 기준이나 우르가 아닌 루시였다.
그러나 루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계약자, 해치워 버려.
“그래. 우르, 디저트 들어갈 배는 남아 있지?”
―킷.
―저도 배신당했습니다! 지금 레타의 시스템을 쥐고 있는 자들은 싸움을 포기한 겁쟁이들뿐――.
―콰아앙!
망치가 놈의 안구 정중앙을 강타하는 그 순간.
놈을 구성하고 있던 모든 열기가 망치를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자칫하면 기준의 전신이 모조리 불타 재로 화할 만큼 끔찍한, ‘신의 불꽃’.
그러나 그것은 기준을 해하기 전에 모조리 우르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신의 불꽃을 잠시나마 몸에 담고 견뎌 냈습니다. 아다만트(L) 스킬이 50레벨, 살루타리스(L) 스킬이 48레벨이 되었습니다.
―신성을 드러낸 존재와의 격전을 통해 당신과 계약한 빛의 정령이 자신의 근원된 힘을 일부나마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루시(L) 스킬의 레벨이 10 올라 40레벨이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힘의 일부를 되찾은 불의 정령이 자신의 찬란했던 과거를 일부 떠올려 냅니다. 불의 정령(U) 스킬의 레벨이 18 올라 80레벨이 되었습니다.
놈이 덧없는 최후를 맞이하는 것과 함께 나타나는 일련의 메시지.
우르가 힘을 되찾으며 단숨에 레전더리 등급이 보이는 경지까지 성장한 것도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 루시가 보여 준 기술 역시 단순한 정령술이 아니었음을 메시지가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끝이 아님을 익히 알고 있는 기준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에게 찾아올 변화를 맞이했다.
―다른 신의 이름을 자칭하던 거짓된 신을 사냥해 1,500,000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레타를 관장하는 모든 신이 당신의 업적을 인정해 이 사실을 대륙에 널리 알릴 것입니다.
―돌발 퀘스트의 비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오버플로를 악화시킨 존재를 사냥함으로써 오버플로의 기세가 한없이 수축될 것입니다! 퀘스트 보상이 대폭 증가합니다.
―전설적인 업적 달성! 신의 대리자로 인정받아 거짓된 신을 해치웠습니다! 매력(L)이 15 올랐습니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1,000,000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당신이 보유한 모든 칭호와 스킬에 긍정적인 보정이 주어집니다.
―레전더리 등급 칭호 [신에 도전하는 자]를 얻었습니다. 칭호 효과로 인해 신성 능력이 20% 증가하며, 신격을 상대할 때 [신살] 효과를 얻습니다.
―레벨이 15 올라 45가 되었습니다! 근력(L) 15, 재주(L) 9, 내구(L) 15, 광 마력(L) 3, 영력(L) 3이 올랐습니다.
―월광혈아(L) 스킬이 45레벨, 도살(U) 스킬이 20레벨이 되었습니다.
―우르알타의 정수(Epic)를 얻었습니다.
“……후우.”
설마 신수를 잡으러 와서 신을 잡을 줄은 몰랐지만 그 결실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레타 포인트는 가시공을 사냥했을 때보다도 많이 얻었고, 새로이 레전더리 등급의 칭호를 얻기까지.
유니크 등급에 이르러 한층 레벨 업이 힘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15레벨이 오른 것은 물론이다.
사실, 기준이 온전한 신을 죽였더라면 레벨 업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으리라.
전리품이 에픽 등급인 것도 물론 굉장한 일이지만 온전한 신의 ‘부산물’은 그 이상이었겠지.
그러나 전투 과정에서 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힘을 빼앗아 온 탓에 보상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그 덕에 우르가 힘을 얻었으니 기준도 거기엔 전혀 불만이 없었으나― 그 외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었다.
‘신살 효과는 뭐지?’
―신은 본디 불멸하거든. 그걸 무시하고 정말로 신을 죽일 수 있게 해 주는 힘인 거지. 아, 방금 죽은 놈은 애초에 온전한 신이 아니었을뿐더러, 자신의 근원을 우르한테 도로 빼앗겼기 때문에 쉽게 죽일 수 있었던 거야.
그제야 모두 납득할 수 있었다.
처음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낼 때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나타나는가 싶었는데, 놈은 기준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도 정말로 자신을 죽일 수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힘의 근원을 우르에게 도로 빼앗기면서 죽을 위험성이 생기자 급격히 비굴해졌다…….
‘그런데 이거 내가 운이 좋았을 뿐이지, 원래 신살 능력을 얻으려면 신살을 한 번 할 필요가 있는 거 아냐?’
―그렇네, 이미 신살을 했으니 그럴 자격이 있다면서 인정해 준 느낌이야.
‘마치 레이드를 돌려면 그 레이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장비로 무장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네…….’
이 칭호를 얻기 무척 까다롭다는 사실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으로 분명해진 게 있으니, 신들은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되 결코 시스템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신살은 자신들에게도 통용되는 지극히 위험한 능력이 아닌가.
만약 신들이 시스템을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면, 이런 능력을 소환자가 얻게 놔둘 리가 없는 것이다.
‘시스템과 신들의 관계도 그렇고…… 레타 대륙에 관여하는 신들의 정체는 점점 더 오리무중이네.’
프타흐가 기준에게 흔쾌히 힘을 빌려준 것도 그렇다.
그랜드 퀘스트를 완료한 이후로 기준은 신들을 잠재적인 적대자로 취급하고 있었지만― 거짓된 신을 사냥한 지금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아마 그들도 이리저리 편이 갈려 있는 것이겠지.
심지어 눈동자가 죽기 전에 외친 말로 판단해 보건대 지금은 시스템에 관여할 수 없는…… ‘쫓겨난’ 신들도 있는 모양이고 말이다.
‘……아마 루시랑 우르도.’
정령이라곤 딱 둘이랑 계약했는데 그 둘 다 기준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물이었다니.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도 없다.
루시와 우르의 존재는 앞으로 점점 알려지게 될 테고, 그 둘과 계약한 기준 또한 소란의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지리라.
―계약자, 괜찮아?
“아―― 그래, 괜찮아. 그냥 잠깐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했을 뿐이야.”
어딘가 그의 눈치를 보는 듯한 루시의 물음에 쓰게 웃으며 대꾸한 기준은 어느덧 빛을 잃은 불카누스의 망치를 확인하곤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주인으로 인정받지는 못해도 보유 효과는 여전해서, 신물이 인벤토리를 차지하는 것만으로 그의 열기가 증폭되는 것이 느껴졌다.
“어쨌든 이번엔 프타흐 덕분에 살았네.”
―신들을 너무 믿지 마, 계약자. 어쩌면 프타흐도 순수한 마음으로 힘을 빌려준 건 아닐지도 몰라.
“그건…… 그렇지.”
눈동자의 단말마를 기억했다.
레타의 시스템을 쥐고 있는 놈들은 싸움을 포기한 겁쟁이들뿐――.
“너는 겁쟁이가 아닌 거지, 루시.”
―무, 물론이지. 나도, 우르도.
이 말 한마디로 모두 덮고 넘어가려는 그의 의중을 깨달은 것일까, 루시는 다소 밝아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물론 계약자도.
“그래. ……일단 오버플로를 빠르게 정리할까. 그리고 신수도 잡으러 가야지.”
정리를 마친 기준은 고개를 들었다.
신들이 어쨌건 지금 그의 발은 땅에 붙어 있다.
지금은 사람을 위해 사람의 일을 할 시간이었다.
* * *
[은신(레타): 누나, 지금 저 바쁜데 나중에 보고하면 안 될까요?] [예민(레타): 무슨 일인데?] [은신(레타): 신수 뒤통수 때리고 도망치고 있어요.] [예민(레타): 잠깐만, 뭐라고?] [은신(레타): 로라 씨 진짜 개쩌네요. 유니크 등급인데 어떻게 저런 파괴력이 나오지?] [예민(레타): 그 수녀?] [은신(레타): 맞아요. 저번에 준이 형 어깨에 달라붙어서 흡혈하는 걸 봤을 땐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흡혈귀가 확실히 강하긴 하네요.] [예민(레타): 잠깐만, 그년이 오빠한테 달라붙어서 뭘 어쨌다고?] [은신(레타): 몰래 본 거라서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흡혈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엔 키스라도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예민(레타): 신아, 그 얘기 좀 더 자세히 해 봐.] [은신(레타): 아, 신수한테 붙잡힐 것 같아서 톡 못 보낼 것 같아요. 나중에 더 자세히 얘기해 드릴게요. 다른 분들 얘기도…….] [예민(레타): 신아, 신아?! 다른 여자는 또 뭘 어떻게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