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72)
나 빼고 다 회귀자-172화(172/356)
나 빼고 다 회귀자 (172)
Chapter 33. 제물 의식 – 5
―오리할콘에 자아가 깃들어 탄생한 무적의 골렘을 이겨 내고 신의 금속을 얻었습니다. 이 환상적인 이야기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르알타에서 이야기될 것입니다. 500,000 레타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매력이 1 올랐습니다.
―레벨이 3 올라 49가 되었습니다. 근력(L) 3, 재주(L) 3, 내구(L) 3이 올랐습니다.
―월광혈아(L), 루시(L), 살루타리스(L) 스킬이 1레벨 올랐습니다.
―신금과 접촉하고 그것을 정면에서 막아 내며 신비의 금속에 대한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습니다. 아다만트(L) 스킬이 10레벨 올라 60레벨이 되었습니다.
먼저 온천을 찾아 우르르 달려가는 파티원들의 뒤를 따라 걸으며 기준은 천천히 이번 사냥의 수확물을 점검했다.
바로 얼마 전에 거짓된 신을 해치우고 대량의 레벨 업을 겪었기 때문일까, 무려 3레벨이 한꺼번에 올랐음에도 그리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이번 전투에서는 기준 이상으로 틸라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만큼 경험치가 그녀에게 더 많이 분배되었을 터였다.
‘그보다도 슬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네. 3레벨이 올랐는데 광 마력과 영력이 1도 안 올랐잖아.’
지금 그의 광 마력과 영력은 사이좋게 93에 멈추어 있다.
하지만 우스운 점은, 대략 80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성장폭이 완만해지는 바람에 스테이터스가 근력과 내구, 재주에 집중되어― 이 세 가지 스탯도 나란히 85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기세라면 당연히 나머지 스탯도 곧 90을 돌파할 터.
레벨 업으로 얻은 스탯이 분배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비체에게 들어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가능하면 그 전에 광 마력이든 영력이든 에픽 등급으로 성장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아다만트 스킬의 급성장은…… 음, 사실 그런 느낌이 있긴 했는데.’
오리할콘이 신금(神金)이라면 아다만트는 신철(神鐵)이다.
아다만트를 씌운 방패로 놈의 주먹을 막아 낸 순간부터 진동과 함께 묘한 감각이 느껴졌는데, 어쩌면 격이 비슷한 두 금속이 충돌하며 공명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싶었다.
눈동자가 처음 기준을 보고 아다만트의 화신이라고 칭한 것도 그렇고, 어쩌면 이 스킬에는 아직 기준이 모르는 가능성이 잠들어 있는지도 몰랐다.
“준, 빨리 와.”
“틸라.”
이미 로라가 발견한 온천을 확인하고 온 것인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돌아온 틸라가 기준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의 손은 아직까지도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었다.
“고생했어, 틸라.”
“나야 잘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인데. 우르와 준이 빌려준 신물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쓰고 싶으면 틸라가 계속 써도 되는데. 오늘 전투를 치러 보니 더더욱 너한테 어울리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자신조차 다루는 데 무리가 없었던 물건이니, 전설 등급의 염인인 틸라가 신물에 거부당하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보험 삼아 우르를 딸려 보냈던 것인데, 보험은 개뿔.
그녀는 기준의 상상 이상으로 능숙하게 신의 불꽃을 다뤄 냈다.
기준에게 있어 불꽃은 다룰 수 있는 힘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틸라에게 있어서는 전부.
파티의 전력을 놓고 냉정하게 판단해 보면 틸라가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아니, 괜찮아. 너무 그 힘에 취했다간 진정한 나만의 불꽃을 다루지 못하게 될 것 같거든.”
그러나 틸라는 뜻밖에도 묘한 이론으로 그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하곤,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정말 필요할 때면 굳이 망치를 나한테 건네줄 것 없이 힘만을 공유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건 고유 영역 같은 얘기인데…… 으음.”
가능한 거 아냐?
기준은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불카누스의 망치를 째려보며 이 권능을 틸라에게 공유해 주는 상상을 해 보았으나, 당연히 그런 어설픈 착상만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킷!
“응? 우르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키이잇, 킷킷!
지금은 힘들어도 자신의 힘을 조금만 더 되찾으면 우르 자신을 매개로 틸라에게도 신물의 효과를 공유해 줄 수 있을 듯하다는 우르.
묘하게 자신감이 넘치는 녀석의 태도에 기준은 고개를 끄덕여 주고 말았다.
그때 가서 안 되면 망치를 빌려주면 될 일이고.
“냐―― 냄새는 좀 이상하지만 따끈해서 기분이 좋냐――.”
“나비냐! 아직 준 님도 들어가시지 않았는데 무슨 짓인가요!”
“하, 진짜 여기 혜 누나만 있었어도…….”
먼저 온천을 찾은 일행이 소란스레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식 웃은 기준이 레타폰을 들고 포인트 샵에 접속해 수영복을 주문하자― 곧 그 자리에 요정 상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익히 알고 있는 요정 상인, 그러니까 비브였다.
“부르셨나요, 준 님!”
“분명히 샵에서 주문했는데 왜 네가 오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어 질문하는 기준에게 비브가 어째선지 무척 뻐기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야 제가 준 님의 전속이니까요! 그보다 수영복을 주문하셨죠? 요리 외의 취미라곤 없다시피 한 분이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 수영복을…… 더워!”
뒤늦게 밀려오는 화산의 열기에 기겁하며 날개를 펄럭이던 비브는 동굴 속 온천에 모여 있는 기준의 파티원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눈을 가늘게 떴다.
“온천…… 심지어 혼욕이라고요. 이렇게 천박할 데가.”
“표현이 이상하다, 너. 일단 수영복 먼저 줄래?”
비브의 손아귀에서 수영복을 빼앗아 든 기준이 사람의 눈을 피해 갈아입을 곳을 찾으려는데 틸라가 재차 그의 손을 붙들며 장난스럽게 제안했다.
“우리 같이 갈아입을까?”
“아니, 됐어.”
“서로 알몸도 본 사이에.”
“뭐라고요?!”
아직까지 안 돌아가고 버티던 비브가 그 말에 기겁해 외쳤으나 기준은 그것이 틸라의 승급을 위한 의식에 불과했음을 설명하곤 덧붙였다.
“너는 봤는지 몰라도 나는 안 봤거든?”
“어머, 그래? 그럼 역시 공평하게 이쪽도――.”
틸라가 대담한 어프로치를 해 오려던 찰나 어디선가 시퍼런 도광을 빛내며 날아든 칼이 그녀의 발치에 꽂혔다.
건너편에서 칼을 내던진 자세 그대로 틸라를 노려보며 로라가 한쪽 눈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말했다.
“준 님께 무리하게 다가가지 않기. 알고 계시겠죠?”
“로라도 참 뻔뻔하네. 아까는 빈혈 환자 흉내를 내면서 준에게 달라붙어 놓고는 말이야.”
“휴, 흉내가 아닙니다! 아무튼 어서 준 님을 놓아 주세요!”
“에휴, 베아트리체 같은 강적이 나타난 마당에 우리끼리 견제할 때가 아닌데 말야…….”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기준의 손을 놓아준 틸라가 바닥에 꽂힌 칼을 뽑아 들며 온천으로 향했다.
“…….”
“뭐.”
기준은 옆에서 쏟아지는 비브의 시선에 어깨를 으쓱이곤 변명했다.
“늘 이런 건 아냐. 오히려 이건 드문 케이스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화약고 같은 상태라는 얘기네요.”
“그게 터지지 않게 리더로서 관리하고 있는 내가 대단하지 않아?”
“잠시 못 본 사이에 왜 이렇게 뻔뻔해지셨어요?”
그로부터 잠시 후, 비브의 철저한 감독하에 남녀별로 나뉘어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루멘 파티는 사이좋게 온천에 잠겨 후우, 하고 일제히 한숨을 토해 냈다.
참고로 비브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 사이에 끼어 온천 물 위를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이거 좋네……. 피로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야.”
“오리할콘 골렘이 머무르던 장소잖아요. 혹시 영험한 기운이 서린 건 아닐까요?”
“설득력 있네. 확실히 우르알타 시내에서 영업하는 온천과 비교하면 레전더리 등급 던전에 있는 온천 쪽이 부가 효과가 높을 것 같긴 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자 레벨 업으로도 미처 해소되지 않는 근육의 피로가 사르륵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연이은 격전에 곤두서 있던 신경도 완화되어 가는 느낌.
그런, 방심하면 그대로 잠들어 버릴 것 같은 상황을 방해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은신이었다.
“오오…….”
아까부터 녀석이 기준의 상체 근육을 가까이서 뚫어져라 관찰하며 감탄사를 흘리는 것이다.
“형, 근육 개쩌네요.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같아요. 예전에는 절대 이 정도 아니었는데!”
“그야 10년간 한 게 수련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징그러우니까 좀 떨어져라.”
“저도 신에게 동의합니다. 확실히 준 님의 몸은 아름다우니까요.”
뜻밖에도 로라가 거기에 찬성하며 나섰다.
어쩌면 당당하게 기준의 몸을 관찰할 구실을 얻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지혜 언니도 오전 수련 시간마다 상반신을 탈의한 준 님에게서 눈을 뗄 줄을 몰랐죠.”
“……잠깐만요.”
순수한 감탄사를 흘리며 근육을 감상하던 은신의 목소리가 로라의 이어지는 말을 듣는 순간 날카로워졌다.
“혜 누나가요?”
“네. 굉장히 노골적인 시선이었습니다.”
“미안하지만 로라, 너도 지혜랑 비슷한 수준이었어. 지금도 그렇고.”
느긋하게 몸을 늘어트리고 온천을 즐기던 틸라가 한쪽 눈만 가늘게 뜨곤 로라를 지적했다.
로라는 그 말에 큼, 헛기침을 하곤 애써 시선을 관리했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곧 시선이 다시 기준에게로 꽂혔다.
그런 로라의 모습이 어째 사춘기 중학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흐뭇해지는 기준의 옆에서 은신이 조용히 절규했다.
“혜 누나가, 혜 누나가 준이 형을……!”
“아니, 그런 거 아니니까 헛생각하지 마.”
“하지만 혜 누나가 근육을 좋아한다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럼 저보단 형이 더 혜 누나랑 잘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아니, 그런 가능성은 없어. 설령 저쪽이 있어도 내가 없어.”
“혜 누나가 어디가 어때서요!”
“누가 얘 좀 말려 줘.”
다행히도 은신은 곧 진정했다.
이미 20년 넘게 짝사랑을 하고 있는 그가 이제 와서 지혜가 다른 남자에게 잠깐 시선을 준다고 진지하게 상처 입을 리가 없는 것이다.
……지혜도 그렇지만 이 녀석도 역시 엄청 일그러져 있다고 기준은 확신했다.
“역시 저도 근육을 키워야겠어요.”
결국 은신이 내린 결론은 자신을 가다듬는 것이었다.
“아니, 나라고 근육을 키우겠다고 키운 게 아닌데?”
“앞으로 일대일로 수련 좀 시켜 주세요, 형. 그 마왕…… 베아트리체 씨한테 배운 그대로!”
이미 굳게 마음을 먹은 은신을 말릴 방법은 없어 보였지만 녀석이 강해지고 싶다는데 그걸 기준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 올여름은 지혜랑 단둘이 바다에 놀러 가는 걸 목표로 수련하자.”
“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하는 은신.
바다에 놀러 간다니, 마왕을 처치해야 한다는 사명감만 가득했던 튜토리얼 당시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먹고살 만해지니 이제 이곳에서도 ‘즐길 거리’를 찾게 된 것인가 싶어 그가 피식 웃고 있자니 어느덧 기준과의 간격을 좁힌 틸라가 슬쩍 그의 어깨에 기대고 앉으며 말했다.
“바다라, 그것도 좋은걸. 레타 대륙의 바다라면 어디가 제일 놀러 가기 좋을까.”
“그라티아는 완전한 내륙이니까요. 지금 레타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바다라면 역시 프런티어의 서북단과 맞닿은 죽음의 바다지만 그곳은 휴양을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바다로 놀러 가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루멘 파티의 일일 텐데, 어딜 봐도 자신도 끼어들 셈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비브.
그러는 사이 반대편에서 물살을 가르며 다가온 로라가 슬쩍 기준의 남은 한쪽 어깨를 차지하며 말했다.
“제국은 휴양지가 발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제국이 있었네요. 제국은 문화 강국이기도 하니 확실히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바다 하나만 보고 제국까지 가는 것도 조금…… 아, 분명 마도 왕국에도 괜찮은 해변가가 있다고 들은 것 같네요!”
“잘됐네. 마도 왕국이라면 곧 가기로 되어 있었잖아?”
“앞으로의 여정에 도움이 될 마도구도 구할 수 있겠고요. 저도 좋습니다.”
“알았으니까 너희는 슬슬 떨어져.”
견디다 못한 기준이 자신의 양쪽 옆을 차지한 여자들을 밀어냈다.
아무리 기준이 탱커라 한들 방어구도 없는 지금 양쪽에서 공격을 당하면 버티기 어려웠다.
상대방도 방어구가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위험했다.
―계약자, 내가 저 천박한 여자들로부터 계약자를 지켜 줄게!
―키이이!
눈부시게 발광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 수영복 차림의 루시가 힘차게 외치며 기준에게로 덤벼드는 순간, 잽싸게 기준의 눈앞으로 튀어 오른 우르가 그녀를 가로막듯 거대한 불꽃의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아.”
당연히 두 정령이 발하는 열기를 감당하지 못한 온천은 모조리 증발해 버렸고.
파티원들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루시와 우르를 바라보자, 기준이 손뼉을 치며 선언했다.
“쉴 만큼 쉬었으니까 이제 내려가자.”
짧은 휴식이 끝났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