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78)
나 빼고 다 회귀자-178화(178/356)
나 빼고 다 회귀자 (178)
Chapter 34. 표적 – 3
기준의 이론에 따르자면 스펙 업과 룩딸의 끝판왕이자 진정한 강함의 상징인 날개를 레전더리 등급도 되기 전에 다는 것은 강자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기 좋은 건방진 행동이었다.
하지만 모든 논리에는 예외가 있듯 그것에도 예외는 있었으니, 바로 자력으로 날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준의 근처에도 그런 케이스가 있었으니 무엇을 숨기랴, 바로 이번에 유니크 등급으로 승급하면서 날개를 자력으로 달게 된 우니카였으니!
“역시 날개를 달게 되니 이전과는 딴판이네.”
국왕으로부터 당당히 우르알타의 최고위 관리― 고용 영주로 인정받은 우니카의 행보는 실로 거침이 없었다.
뻔뻔하게도 자신이 내팽개치고 떠났던 관리직을 탐내 다시 기어들어 오는 귀족들을 모조리 쫓아내는 데 성공한 그녀는 프타흐의 대리자로 선택받은 기준의 명성을 등에 업고 드워프들을 영지 발전 사업에 마구마구 끌어들였다.
기준에게 밉보일 수 없는 드워프들은 눈물을 머금고 그녀를 따라 공사 현장을 전전하며 우르알타 재건을 뛰어넘어 아예 도시 규모를 증축하는 데 일조해야만 했다.
“귀족은 귀족이구나. 저렇게 거침없이 준과의 인맥을 활용해 드워프들을 부려 먹다니.”
“드워프들도 막상 저게 우르알타에 도움이 되는 일인 걸 아니 따르는 것이겠지. 단지 이제 공임비를 조금 후려치기 당했겠지만…….”
덕분에 우르알타는 계획도시인 것처럼 도로와 건물이 정비되고, 새로이 번듯한 온천 여관이 들어서며, 장인의 거리까지 새로 꾸며 몰라보게 달라질 예정이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도시의 일부가 부서진 것을 기회로 삼아 아예 새로이 싹 뜯어고치는 것이다.
마음먹더라도 감히 실행에 옮기기 힘든 일을 거침없이 저질러 버리는 신임 영주의 수완과 인맥에 드워프들을 제외한 우르알타의 다른 주민들 또한 제법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날개와는 아무 상관없잖아, 준.”
“뭘 모르는구나, 틸라. 원래 날개가 달리면 사람은 자신감에 넘치게 돼. 무슨 문제가 생겨도 하늘로 튀면 된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지.”
“그 말은 제법 설득력이 있는걸.”
제공권을 지배하는 자가 전장을 지배하는 법.
권한도 높은 주제에 시도 때도 없이 우르알타 전역을 날아다니며 현장을 감독하는 열혈 관리 우니카의 지시하에 우르알타는 하루하루 발전해 가고 있었다.
“우리도 슬슬 돌 만한 던전을 찾아볼까.”
숙소에만 처박혀 수련에만 매진한 지도 어느덧 2주가량이 흐른 시점이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파티원들 또한 급격한 레벨 업으로 변화한 스테이터스에 적응이 끝났다는 판단을 내린 기준은 비로소 파티원들에게 그런 얘기를 꺼냈다.
“제가 던전 자료를 정리해 봤어요.”
분명 파티원들만 소집했는데 어느 샌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던 요정 상인 비브가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와 자료를 내밀었다.
기준은 녀석의 요정 날개를 바라보며, 그동안 페어리가든 문명의 요정들이 멸망하지 않고 버틴 것도 분명 날개 덕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요즘 너무 날개 생각만 하고 있어.’
이게 전부 글리터토스 때문이다.
그가 악룡의 날개를 활용해 만들어 낼 아티팩트가 신경이 쓰여 미칠 지경이었다.
방패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건 성능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데, 날개는 도저히 짐작도 가지 않는 탓이다.
“왜 그러세요? 제 날개가 예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으신 것처럼.”
그의 시선을 눈치챈 비브가 괜히 사랑스러운 척을 하며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기준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요정들의 날개도 다 생긴 게 다르거나 그래?”
“당연하죠. 가장 예쁜 날개를 가진 요정을 뽑는 콘테스트도 있답니다.”
비브가 무척 우쭐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그녀가 그 콘테스트에서 몇 위를 차지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기로 다짐했다.
“던전 자료나 보자.”
“칫, 제가 추천드리는 던전은 이곳이에요.”
우르알타 인근에는 필드 몬스터도 많을뿐더러 넘쳐 나는 동굴에 화산의 열기 섞인 마나가 고여 생긴 던전도 무척 많았다.
이번 오버플로로 그것들도 모조리 넘쳐 나오면서 당분간은 얌전했지만,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은 다시 활성화되었다.
“여긴 그중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으면서 인기가 없는 던전인데요, 용암 지렁이 동굴이라는 곳이랍니다.”
듣기만 해도 벌써 안에 들어가기 싫다는 느낌을 팍팍 받게 되는 이름이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비록 등장하는 몬스터가 혐오스럽게 생겼고, 천장에서도 벽에서도 바닥에서도 갑자기 튀어나와 기습해 오는 탓에 사고가 발생하기 쉽고, 전리품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단점투성이잖아.”
“그래도 압도적인 장점이 두 가지나 있어요. 첫 번째는 바로 경험치.”
그건 그녀가 줄줄이 늘어놓는 단점들을 듣는 순간부터 익히 짐작하고 있었다.
주는 경험치라도 많지 않으면 도저히 잡는 의미가 없는 몬스터였으니까.
“준 님의 성장 속도가 빠른 건 누구나가 인정하겠지만, 그 탓에 어지간한 유니크 등급 던전에서도 만족하실 만큼 경험치를 얻지 못하실 거예요. 언제나 준 님을 위한 퀘스트가 준비되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 던전은 달라?”
“용암 지렁이들이 유니크 등급에서도 상위에 해당하는 몬스터이기도 하고, 일단 기습만 간파할 수 있다면 죽이는 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아서 경험치 벌이에는 그만이랍니다. 뭣보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죠.”
“알 것 같지만 일단 들어나 볼까.”
“빛을 굉장히 싫어해요!”
기준은 그 말을 듣고 굉장히 심각하게 따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용암 지렁이라면서. 그러니까 내 말은…… 흐르는 용암은 열과 함께 빛도 발산하잖아.”
“용암 지렁이의 주식은 용암입니다. 다 굳은 용암이요. 흐르는 용암은 섭취하지 않아요. 화산이 분화하는 동안 그들이 땅속 깊숙이 숨는 이유랍니다.”
따라서 그런 용암 지렁이들이 살고 있는 동굴은 우르알타에서는 드물게도 뜨겁지 않은 던전이라며 비브가 열변을 토했다.
확실히 뜨겁지 않다는 조건이 제법 매력적으로 들리긴 했다.
“그런데 비브, 빛을 싫어한다면 우리 파티가 접근하기만 해도 도망치는 것 아냐?”
“아, 그렇게 유순한 성격은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빛을 발견하면 덮쳐서 없애는 타입이에요. 미처 다 굳지 않은 용암은 바람을 일으켜 식혀 먹기도 하고요.”
“태양을 피하고 싶어 하는 흡혈귀가 아니라 언젠가 태양을 이기겠다고 다짐하는 흡혈귀 같은 타입이네.”
납득한 기준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압도적인 장점이 두 가지라며. 나머지 하나는 뭐야?”
“인기가 없어서 다른 소환자들과 경쟁하지 않고 던전을 독차지할 수 있죠.”
“그것 말고 진짜 장점.”
“역시 안 속으시는군요. ……그건 바로 강력한 한 방을 노릴 수 있다는 거죠!”
기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까 전리품은 볼품없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전리품이 그렇다는 거죠. 하지만 들어 보세요, 준 님. 용암을 먹고 사는 지렁이의 몸속에는 수백 년간 먹어 치운 용암의 정수가 뭉친 보석이 생성된다는 전설이 있어요.”
그것 또 참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얘기를.
“우르알타는 오래도록 신이 머물렀던 곳이잖아요? 신의 기운이 담긴 용암을 꾸준히 섭취한 용암 지렁이 가운데 정말 가치가 높은 보석을 품고 있는 지렁이가 있을지도……!”
“평소엔 돈 계산 확실한 상인이면서 가끔씩 로망을 논할 때가 있어, 너.”
듣자 하니 누구도 실체를 확인해 본 적이 없는 낭설이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어 고개를 저으면서도, 어쨌든 용암 지렁이 동굴에서 사냥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른 파티원들의 의견을 물으려 고개를 돌린 기준은 그들 전원이 눈을 반짝이는 것을 보며 움찔하고 말았다.
“정수라. 우르알타의 정수도 있었는데, 용암 지렁이가 정수를 만들어 내지 못하리라는 보장도 없지.”
“보석…… 흐음, 보석인가요. 용암처럼 붉은 보석이라면 예쁘겠네요. 흠, 가능성은 낮겠지만요…… 으음.”
“형, 가죠!”
두 주먹을 꾹 쥐고 있는 은신은 굳이 뭐라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어차피 할 사냥이라면 동기가 있는 게 좋지.
기준은 어깨를 으쓱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해졌네. 다들 상태 체크하고 곧장 출발――.”
“아, 준 님.”
미룰 것도 없이 곧장 던전으로 출발하려던 그때 비브의 목소리가 기준의 뒤통수를 붙들었다.
“이미 알고 계실 거라고는 믿지만…… 도시 밖으로 나가게 되면 조심하세요. 도시에서는 그라티아의 권위가 준 님을 수호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는 누가 준 님을 노릴지 몰라요.”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그 정도는 코르를 떠나는 순간부터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새삼 걱정하지 마.”
“아뇨, 코르를 떠날 때보다도 또 준 님의 명성이 높아졌으니까 그러죠.”
더구나 우르알타에서 얌전히 지낸 것도 아니고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지금 그의 위치가 만천하에 알려졌다는 것이 문제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비브.
기준은 손가락으로 비브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웃었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우니카랑도 무슨 비즈니스가 있는 거 아녔어?”
“맞아요. 으음, 그동안 준 님이 보여 주신 능력이라면 저도 괜찮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요…….”
기준이 이제 와 밖이 무서워 나가지 못할 사람은 아니지만 비브의 걱정은 루멘 파티 전원이 각오를 다질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단단히 채비를 마친 루멘 파티는 우르알타를 떠나 용암 지렁이 동굴로 향했다.
다행히도 던전에 들어갈 때까지 그들의 뒤를 쫓거나, 덮치거나,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사소한 문제가 한 가지 있었으니.
―계약자, 에스터크가 사라졌는데?
“…….”
아무래도 악령이 깨어난 듯하다는 것이다.
* * *
레타 대륙은 굉장히 역겨운 방식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빛의 진영을 표방하는 레타인들이 다스리는, 소위 사람의 영역이 지나치게 거대한 나머지 어둠의 진영이 금방 밀려 사라질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어둠의 진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몬스터들은 어디선가 끊임없이 공급되며, 심지어 이들의 수뇌는 자신을 무찌른 이를 어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치명적인 저주 능력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문명 간의 전쟁은 또 어떠한가.
승자를 배출하기보단, 영원한 경쟁이 계속되게끔 하는 시스템의 구조를 레타 대륙에 소환된 이들이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문명 전쟁을 포기하고, 빛의 진영을 경멸하며, 단지 자기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이들이 넘쳐 나는 이유였다.
빛의 진영에서 새로운 영웅이 나타났다고 하면 안도하기보다는 질투를 품고, 혹여나 문명 전쟁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 두려워 어떻게든 발목을 붙잡아 끌어내리려 안달을 하는 무리가 이 대륙에는 넘쳐 나고 있었다.
글리터토스가 걱정했듯, 비브가 우려했듯, 당연히 최고의 신예인 기준을 노리는 이들도 슬금슬금 나타났다.
우니카가 우르알타 전역에 자신의 눈을 두고 감히 자신의 사랑하는 님을 노리는 놈이 활보하지 못하게끔 감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의 정체를 특정하고, 그의 움직임을 파악한 이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감각이 날카롭기 그지없는 루시의 눈까지 피해서 움직일 수 있는, 소환자 전문 사냥꾼들.
전원이 최소 유니크 등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대로 함정을 파면 레전더리 등급으로 구성된 파티라도 사냥할 수 있다고 감히 자신하는 이들이었다.
“――컥?!”
“기습, 그럴 리가, 어디서――!”
―후후, 후후후. 어쩜 이리 수법들이 똑같은지 모르겠네.
그래, 그런 이들이 있었다.
이제는 없다.
―아아, 저곳에서 또 새로운 악의가 느껴지는걸.
정정하자면.
―후후…… 아주 맛있을 것 같아.
새로 나타나더라도 곧 사라지고 있었다.
그림자 속에 숨어 빛살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에스터크의 날 끝에 묻은 핏방울이 흔들리며 허공으로 튀었다.
거기서 피어난 꼬챙이가 지금, 또 하나의 생명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