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8)
나 빼고 다 회귀자-18화(18/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18)
Chapter 4. 같이 만든다 – 4
기준은 오늘도 새벽 여섯 시에 칼 같이 기상하여 인벤토리 속의 물로 세수를 마쳤다.
어두운 벽돌 천장은 이미 수백 번 이상 보아 익숙해졌다.
러닝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오늘의 아침 운동도 팔굽혀펴기와 더블 크런치, 스쿼트로 대체.
적신 수건으로 몸을 적당히 닦아 낸 후 아침을 준비할 때쯤 마왕과 루시가 일어났다.
“하아아암.”
“일어났어?”
―잘 잤어, 계약자?
루시는 레어 등급일 때는 오히려 깨어 있는 시간이 많더니 정령술이 유니크 등급으로 성장하자 한결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수면이 필수는 아닌 모양이지만, 기준은 그래도 가능한 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자게 해 주고 있었다.
어차피 텐트는 마왕 같은 규격 외가 아니고서야 침입자가 나타나면 바로 알람이 울리게 되어 있는 데다, 바로 그 마왕이 근처에서 자고 있으니까.
“오늘도 반짝반짝하는 걸로 줘.”
“네가 부탁 안 해도 그렇게 할 거야.”
기준은 어느덧 70레벨을 향해 가는 빛의 요리를 마음껏 피로했다.
오늘의 요리는 샤이닝 토스트…… 아니, 햄 치즈 토스트.
버터를 바른 팬에 식빵을 굽고, 햄과 치즈와 피클을 끼웠을 뿐인 이 간단한 토스트가 어째서 그렇게나 맛있는가.
그것은 바로 소스가 맛있기 때문이다.
요리 스킬이 레어 등급에 오른 뒤로 한층 물이 오른 조미료 제작 실력을 동원해 최고의 소스를 개발한 기준은 과일 베이스의 달콤 짭짤한 그것을 발라 내 토스트를 완성했다.
“후, 오늘도 맛있어…….”
―난 앞으로 남은 평생 매일 계약자의 토스트를 먹으며 여유로운 아침을 즐길 거야.
“여유는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네.”
빠르게 식사를 마친 마왕이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3년이 넘도록 유적 하나 정복하질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이제 끝이 보이잖아.”
“앞서 들어왔던 것까지 합치면 이제 4년이야! 4년이면 어지간한 유적 열 개는 털었겠다!”
―아잇, 진짜 시끄럽게.
마왕이 빽 소리를 지르자 토스트를 우물거리던 루시가 늦지 않게 빛의 결계를 만들어 내 소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 냈다.
토스트를 더 많이 먹겠다고 인간 사이즈로 변해 있어서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정령술 시전이 늦어, 그녀가 원하던 여유로운 아침이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엉망이 되었으리라.
“어제 발견한 거기 들어갈 거야. 이제 진짜 함정이든 아니든 몰라. 후딱 끝내고 나갈 거야, 나 한계야!”
“그래 보여, 좀 천천히 말해.”
MC 마왕의 즉석 랩을 멈춘 기준은 상태창과 스킬창을 열어 지난 3년간의 변화를 확인했다.
[기준] [칭호 ― 배후 던전의 공략자(Legendary) 외 7개] [열화 광인(Uc) Lv97] [근력(R) ― 54] [재주(R) ― 61] [내구(R) ― 57] [광 마력(R) ― 73] [매력(R) ― 99] [영력(U) ― 36] [스킬/스펠] [Uncommon] [도축 Lv99] [Rare] [빛의 요리 Lv67, 쌍귀아(雙龜牙) Lv98, 섬광 투척 Lv79, 혼신의 도발 Lv99] [Unique] [빛의 정령술 Lv51, 급속 재생 Lv54, 강철화 Lv52, 불면불휴 Lv55] [Legendary] [고장 나지 않는 체내 시계 Lv――]유적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조건이 상당히 아슬아슬했다.
3년 동안 고작 40도 안 오른 레벨이 유적의 나머지를 통과하는 사이 오르는 것이 가능한가.
물론 적을 엄청나게 사냥했는데도 경험치가 안 오른 게 아니라, 이 넓은 유적을 뒤지고 다니며 몬스터를 찾아내는 데 허비한 시간이 훨씬 많았기에 그런 것이지만.
“그래도 좋은 교훈을 얻었어. 두 번 다시는 도적과 마법사가 함께하지 않는 유적 탐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
“정말 다행이다, 얘.”
기준의 상태창과 스킬창을 들여다본 마왕은 언제나처럼 매력은 악착같이 무시하며 한계에 다다른 다른 스킬들을 살폈다.
“도축하고 도발…… 공교롭게도 다 나랑은 인연이 없는 것들이네. 아, 네 무기술도 이제 슬슬 한계 레벨이잖아. 보스 룸 들어가기 전에 확실히 99 찍어 두고, 보스전 치르면서 성장시키면 완벽하겠는데?”
“누가 들으면 보스 몬스터랑 싸우면서 스킬이 성장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겠다.”
“당연하지. 널 누가 키웠는데.”
마왕 프로듀서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하며 그의 등을 찰싹 때렸다.
“다 먹었으면 거기로 가자. 내가 보기엔 거기서 레벨 업은 확실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거기’란, 계속된 유적 탐사에 반쯤 시체가 된 몰골로 돌아다니던 기준이 발견한 온통 어둠의 기운으로 깔린 방을 말하는 것이다.
더욱 두려운 점은 그 안에 보물 상자가 있었다는 것인데, 아무리 봐도 함정일 게 뻔해 보이는 곳이라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 보기로 했던 것.
“정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봐도 함정이네.”
―이렇게 짙은 기운을 깔아 두고 대체 어떻게 저 함정에 사람이 걸릴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바보들 같으니, 이건 도전자 코스야. 애초에 이 유적은 위험한 함정일수록 희희낙락해서 돌진하는 맛이 간 애들만 들어오는 보너스 유적이라고.”
“듣고 보니 그렇네.”
마왕의 말에 수긍한 기준은 몸을 감싼 빛을 더욱 키워 어둠에 저항하며 안으로 나아갔다.
보물 상자 앞에 도달한 그는 마왕이 저 멀리 물러나 있는 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보물 상자를 걷어찼다.
―키이이익!
일단 보물 상자도 미믹이었고.
놈이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방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마법진이 음산한 빛을 내뿜더니, 칼, 창, 활, 도끼, 망치, 방패, 그 외에도 온갖 병기를 든 레서 데몬을 뿜어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많은 몬스터가 다 레서 데몬이라는 게 실화야 지금?!”
“용사, 한눈팔지 마! 쟤네끼리 싸우잖아!”
심지어 놈들의 소속이 똑같아 보이는 건 오직 기준에게만 그랬는지, 한꺼번에 대량으로 소환된 레서 데몬들이 앞뒤 분간도 못 하고 동족들에게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까운 내 경험치! 이―― 길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 같은 놈들아――! 날 봐라――!”
레서 데몬 한 마리만큼의 경험치가 부족해서 끝내 종족 등급을 올리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한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기준은 그간 부지런히 숙달해 한계에 이른 혼신의 도발을 구사해 놈들의 시선을 끌었으나, 방의 넓이가 제법 컸던 탓에 미믹을 비롯해 그의 주위에 있던 놈들만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퍽, 퍽!
“날 보라고――!”
그는 일단 미믹을 빛을 잔뜩 머금은 방패로 찍어 죽이고, 사방에서 겹쳐 들어오는 병장기들을 한 손의 방패로 단번에 튕기고는 거침없이 놈들의 얼굴을 뭉개며 더욱 큰 목소리로 외쳤다.
혼신의 도발, 혼신의 도발, 혼신의 도발!
―계약자, 이대론 안 되겠어! 외부의 싸움이 격해져!
“큭, 이렇게 되면……!”
기준과 루시의 시선이 겹친다.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간다, 루시!”
―얼마든지!
기준의 전신에 광 마력이 흐르고, 그것을 다시 루시의 정령력이 강화시킨다.
이젠 제법 익숙해진 마력과 정령력의 합일.
그것으로 말미암아 기준은 다시 도발을 시전했다!
“이 악의 종자들아――! 빛이 너희를 심판할 것이다!”
그의 전신이 새하얗게 발광하고 있었다.
그냥 빛나기만 해도 짜증이 날 텐데 정전 직전의 형광등처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며 더더욱 보는 이의 성질을 자극했다.
도발 그 너머의 영역에 있는 무언가, 분노의 원천을 일깨우는 주술의 영역에 이른 도발!
“그아아아아악!”
“저, 저 빌어먹을 빛을 꺼라!”
“죽 여 버 리 겠 다 ! !”
더욱이 그 빛은 루시의 정령력을 머금고 있어 어둠 속성인 몬스터들을 크게 약화시키고 데미지마저 입히고 있었으니.
모든 레서 데몬들은 자신들끼리 하던 싸움을 멈추고 오로지 기준만을 노리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됐어, 계약자!
“그래, 이젠 이 수백 마리의 레서 데몬을 상대로 살아남기만 하면 돼……!”
발광을 멈춘 기준은 양팔이 부서져라 방패를 휘두르며 절규했으나 레서 데몬들의 분노는 그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무려 두 시간에 달하는 장렬한 전투 끝에, 기준은 기어이 마지막 남은 레서 데몬의 목에 날카롭게 갈린 방패를 내려찍어 목숨을 끊어 냈다.
정령술을 포함해 유니크 등급 스킬들의 레벨이 모조리 1씩 오른 실로 처절한 전투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훌륭한 성과는.
―전투에서 획득한 경험치로 인해 98레벨이 되었습니다. 재주(R) 1, 내구(R) 1, 광 마력(R) 1이 올랐습니다.
―자신보다 강한 절대다수의 적을 상대로 용맹히 분투해 승리했습니다! 레어 등급의 칭호 한계초월자에 긍정적 보정이 주어집니다. 곧 칭호가 성장할지도 모릅니다.
―레어 등급의 [쌍귀아] 스킬의 레벨이 99가 되어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레어 등급의 [혼신의 도발] 스킬이 빛의 정령술의 영향을 받아 유니크 등급 스킬 [발광 도발]로 성장합니다! 전의를 자극하는 빛은 우호적이지 않은 모든 대상을 모두 전투로 끌어들일 것이며, 어둠 속성인 적에게는 추가 타격을 가할 것입니다.
―새로운 스킬을 여럿 만들어 낸 끝에 레어 등급 칭호 [스킬 크리에이터]가 유니크 등급으로 성장합니다! 칭호 효과로 인해 자신이 만든 스킬을 다룰 때 그 능력이 20% 증가합니다. 자신이 만든 스킬의 등급을 성장시킬 경우 ‘매우’ 긍정적인 보정이 주어집니다.
“어라……?”
레벨이 오르는 것도, 스킬이 성장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칭호까지 성장할 줄이야.
더욱이 그 효과가 기절할 만큼 훌륭했다.
레어 등급이었을 때와 비교하여 효과가 두 배.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면, 당장 그가 만들어 낸 스킬인 쌍귀아, 섬광 투척, 빛의 요리, 발광 도발 스킬의 능력이 10% 추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스킬들의 등급이 오르면 추가 보정이 있다는 말이었다.
“이게 진정한 칭호의 힘? 그럼 여태 내가 얻었던 쓰레기들은 대체……?”
“너무 슬퍼하지 마, 용사. 이 유적만 클리어하면 더 좋은 레전더리 등급 칭호의 효과를 볼 수 있을 테니까.”
전투가 끝나자 방으로 들어와 기준을 위로해 주던 마왕은 머리가 깨져 죽은 미믹을 보곤 감탄사를 냈다.
“얘 유니크 등급인데?”
“미믹에도 등급이 있어?”
“허름한 미믹이 커먼, 그냥 미믹이 언커먼, 화려한 미믹이 레어. 속성 미믹이 유니크. 레전더리로 넘어가면 속성에 더해 이상한 것들이 추가로 붙어.”
“속성 미믹…….”
이렇게 어둠에 가득 찬 곳에 있었으니 그야 이놈은 다크 미믹이었겠지.
하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보물 상자도 아니고 미믹일 뿐인데.
“아, 하긴 용사는 아직 모르겠구나. 미믹은 레어 등급 이상 가면 정말 보물 상자야.”
“미믹인데?”
“미믹이니까 그렇지. 이 녀석들이 보물 상자를 가장해서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을 삼켰을까 생각해 봐. 장신구나 검, 하다못해 금화라도 한 개 같이 삼켰으면, 절망과 세월 속에 숙성되어 아티팩트 하나 완성되는 건 일도 아냐.”
“꼭 그렇게 듣는 사람 찝찝하게 설명해야만 했어?”
“이제 열어 보자!”
오랜만에 잔악무도한 마왕처럼 보이는 그녀가 미믹의 뚜껑을 잡아 뜯고 안의 내용물을 끄집어냈다.
그 안에서 등장한 것은 무수한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단련된 검은 방패……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이거 공사용으로 제작된 마도공학 제품이잖아. 이게 왜 유적 안에 있는 미믹에서 나오는 거야?”
그냥 동전치고는 제법 커다란 검은 원형의 무언가였다.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그것을 째려보던 마왕이 한 손으로 집어 들더니 기준에게 내밀었다.
“왜 하필 이런 쓸모도 없는 게 나와서. 혹시 미믹 안에서 숙성되면서 뭔가 변했을지도 모르지만…….”
“마도공학 제품? 마법과 과학을 결합시켜 만들어 낸 건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희 지구나 다른 문명의 과학은 레타에서 잘 먹혀들지 않거든. 그걸 어떻게든 적용시켜 보려고 마법과 결합해 연구한 끝에 탄생한 게 마도공학이야.”
그리고 이게 그거라고.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주는 진동벨보다 살짝 작고 얇은 그것을 한 손에 쥐며 기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건…… 그래, 충격 흡수 장치네. 공사 현장에서 무거운 기기들이 무거운 재료들을 옮기고 다니잖아. 그때 이걸 바닥에 붙여 놓으면, 그 일대에 가해지는 모든 종류의 충격을 빨아들여서 부담을 덜어 줘.”
“충격 흡수라.”
“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효과 없을 거야.”
마왕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봤자 공사 용품이라니까. 네가 그걸 붙이고 있어 봤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어.”
“그래도 이제 곧 마주할 보스 상대로는 한 방만 막아 줘도 제 몫을 하지 않을까.”
“그건 그렇지.”
그래도 착용할 거라면 어떤 저주가 붙어 있지나 않나 감정해 줄게, 하며 그것을 가져간 마왕이, 다음 순간 화들짝 놀라며 그걸 톡 떨어트렸다.
다급히 허공에서 그것을 붙잡는 기준.
마왕이 감정을 해 준 덕에 그에게도 아이템의 정보가 보였다.
[충격 흡수 장치(Rare) ― 성장형] [내구도 ― 2,578/3,500] [방어력(R) ― 78] [옵션 1 ― 장치가 부착된 일대에 가해진 충격을 일부 흡수해 저장한다. 저장량에는 한계가 있어 일정량 이상의 충격은 흡수하지 못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저장된 충격량이 소모된다.] [지극히 평범한 공사용 마도공학품이 주인의 한을 품은 채 다크 미믹 안에서 변질되어 탄생한 아티팩트. 큰 힘을 주거나 마력을 꾸준히 흡수시키면 성장할지도 모른다.]“오.”
기준은 멍하니 물었다.
“원래 마도공학 제품들도 성장하고 그러는 거야?”
“아니.”
마왕이 답했다.
“그건 이제 아티팩트(Artifact)야. 유물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