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9)
나 빼고 다 회귀자-19화(19/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19)
Chapter 4. 같이 만든다 – 5
온갖 것에 등급이 붙어 있는 이세계이니만큼 물론 아이템에도 등급이 있었다.
용사 기준이 속한 파티에선 유일하게 파티 리더인 예민이 유니크 등급의 롱 소드를 지니고 있었고, 그나마도 운이 좋아 얻었을 뿐 레어 등급 아이템조차 없는 용사 파티도 흔했다.
기준은 탱커라는 이유로 그래도 방어에 필요한 아이템은 우선적으로 분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갑옷 상의와 각반, 방패 하나만 레어 등급이었을 뿐 나머지는 싹 다 언커먼이었다.
나중에 마왕에게 듣자 하니 튜토리얼은 원래 본 무대, 즉 레타로 넘어가면 대부분 사라질 아이템보다는 용사의 몸에 쭉 남는 스킬과 칭호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꽤나 설득력 넘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그런데 이 조그마한 게 레어에, 심지어 성장할 수도 있다고.”
“대부분 성장형 아티팩트는 성장 방법을 몰라서 평생 그대로인 경우가 많으니까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마왕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떻게 이게 성장형이지?’ 하는 눈으로 진동벨, 아니 충격 흡수 장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장을 시키는 데 성공만 한다면 최소 유니크 등급에, 만약 그 뒤가 남아 있다면 레전더리, 혹은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성장형 아이템의 무시무시한 점이 아니겠는가.
“별 볼 일 없어 보여도 잠재력은 확실한 게 꼭…… 아니, 이 말 취소.”
마왕이 뒷말을 흐렸다.
기준은 피식 웃으며 다시 그것을 집어 들었다.
“어쨌든 저주는 없는 거지?”
“그렇지.”
마왕의 확답을 얻은 기준은 충격 흡수 장치를 중갑옷 속에 입고 있는 천갑옷의 심장 부위에 부착했다.
설령 갑옷이 망가져도 탈부착이 자유로우니, 부서지지만 않으면 평생 쓸 수 있는 보조 방어구를 얻은 셈이다.
“근데 사실 그거 방어력이 네 갑옷이랑 맞먹잖아.”
“말하지 마, 슬퍼지니까.”
기준은 바닥에 나뒹구는 수백 마리의 레서 데몬들로부터 심장만 빠르고 정확하게 뽑아냈다.
99레벨에 멈춰 성장할 줄 모르는 언커먼 등급의 도축 스킬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있다.”
“아, 역시―― 열쇠로 여는 타입이었잖아!”
그리고 그중 한 마리.
단 한 마리의 배 속에서 시커멓고 음산한 빛을 발하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적에서 딱 봐도 수상한 열쇠의 쓰임새는 뻔하다.
보스 룸.
마왕의 말마따나 이 함정을 발동시키지 않았으면 애초에 유적의 끝에 도달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아님 보스 룸 문까지 전부 깨부수거나.
“그걸 잡고 마력을 불어넣으면 보스 룸 위치를 알 수 있을 거야. 모르겠어? 내가 해 줘?”
―기다려 봐, 우리 계약자가 집중하잖아.
유적을 빨리 나가고 싶어 미칠 것만 같은 마왕을 루시가 타박하는 사이.
기준은 어느덧 레어 등급의 숙련자 영역에 이른 자신의 마력을 끌어내 열쇠에 집어넣어 그 반응을 살폈다.
빛 속성의 마력인 탓에 딱 봐도 전체적으로 어둠 속성인 이 유적의 열쇠와는 극적인 반발력을 일으켰는데, 그 덕에 더욱 선명하게 마력의 흐름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찾아냈어.”
“아, 정말 오랜 기다림이었어. 유적 보스가 누군지, 내가 패 주고 싶네, 내가.”
“나 레벨 올려야 되니까 제발 참아 줘.”
그들을 장장 4년간 고생하게 만든 유적의 보스 룸으로 통하는 길이 지금 열리고 있었다.
열쇠에 깃든 힘은 다행히도 남은 함정을 무시하고 보스 룸으로 직행하는 경로를 안내해 주었고, 기준은 자신의 스킬들을 키워 줄 함정들을 아주 살짝 미련 어린 눈으로 보다가도 마왕과 루시의 따가운 눈길을 견디지 못해 앞으로 내달려야 했다.
“여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준은 주위와 구분이 안 될 만큼 시커멓게 칠해진 벽의, 마찬가지로 시커먼 금속으로 이루어진 문과 조우했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 이렇지 않을까?
이탈리아의 위대한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는 지옥의 모습을 묘사한 신곡 지옥편에서, 지옥의 문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노라고 말한다.
‘모든 희망을 버려라, 여기 들어오는 그대들이여.’
“즉 이 안에 갇혀 있는 놈에겐 이미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 단테 선생님께서 함께하시는 한 나는 지지 않는다.”
“우리도 지금부터 여기 들어가는데?”
“덤으로 코페르니쿠스 선생님과 슈뢰딩거 선생님도 나와 함께해.”
기준은 마왕의 말을 무시하며 언제나처럼 정신 무장을 실시했다.
다행히 마왕 대신 루시가 그에게 장단을 맞춰 주었다.
―니체는?
“당연히 그분도 나의 가슴에 함께하고 계시지.”
다음으로는 물리적인 무장을 점검했다.
마왕이 족히 천 번 이상은 고쳐 준 레어 등급 방패 하나와 언커먼 등급 방패.
마찬가지로 천 번 이상은 수리된 레어 등급의 갑옷 상의와 언커먼 등급 천갑옷, 그 안에 부착한 레어 등급 충격 흡수 장치…….
레어 등급 각반과 언커먼 등급의 건틀렛, 부츠…….
아무래도 든든한 정신 무장에 비하면 빈약함이 엿보였다.
“잘도 이런 쓰레기 같은 장비만 걸치고 나랑 싸웠구나, 용사…….”
“좀 봐주면서 그런 말을 했으면 얄밉지라도 않지. 간다.”
마왕에게 물러나라고 손짓한 후, 열쇠를 문에 꽂아 넣어 열었다.
여는 순간 공격이 날아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손에 힘을 단단히 주어 방패를 쥐었으나 안은 제법 조용했다.
[아아…….]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성이 엿보이는 목소리에 경계심을 더욱 높이며, 문을 열어젖힌 순간.
쾅――! 굉음과 함께 저 너머로부터 밀어닥친 바람이 기준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계약자!
“큽!”
루시가 빛의 보호막을 씌워 주는 것과 동시에 강철화를 발동해 데미지를 막아 냈다.
미약하게 삐― 소리가 나는 것이, 품 안의 충격 흡수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모양.
[너무 오래.]쿵.
발을 내딛는 소리라기엔 너무나 둔중했다.
그러나 재차 쿵 하고 내디뎌지는 소리에 기준도 적의 덩치를 짐작하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나를 기다리게 했어!]쾅!
재차 날아드는 바람의 칼날, 하지만 이번엔 기준의 대응이 시간에 맞았다.
휘몰아치는 바람, 그 사이사이로 날아드는 싸늘하고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들 사이로 거침없이 몸을 던지며.
두 손에 쥔 방패에 광 마력을 불어넣고 바람을 모조리 받아쳐 낸다――!
[그런데 이게 뭐야! 기다린 보람이 없지 않나!]기준이 열고 들어온 문이 닫히려 하고 있었다.
마왕은 방 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문이 닫혀 버리면 눈앞도 구분하기 힘든 캄캄한 곳에 기준과 루시만 남게 되는 상황.
그녀는 고민하던 끝에 문이 닫히는 것을 막기로 결심했으나, 기준이 먼저 그녀를 찾아 고개를 저었다.
“기다리고 있어!”
“아―― 진짜 이럴 때만 씩씩하지! 죽으면 진짜 죽여 버린다!”
끼익, 쾅.
문이 미련 없이 닫히고, 거대한 보스 룸 안에 기준과 루시, 보스만이 남았다.
그들이 뿜어내는 빛으로 보스의 대략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덩치도 물론 레서 데몬들과 비교도 안 되게 거대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팔이 여섯 개라는 점, 그 팔마다 다른 병장기를 들고 있다는 점.
한층 두껍고 거대한, 발광하는 뿔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네 목숨을 구원할 유일한 기회를 스스로 놓아 버렸구나.]“뭐래.”
―악마들은 원래 저렇게 폼을 재는 걸 좋아해. 밖에 있는 걔처럼!
놈의 여섯 개 팔에 달린 병기들이 저마다 다른 각도에서 일제히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기준은 발을 움직여 피해 낼 수 있는 것을 피해 내고, 두 개의 방패를 교차시켜 남은 것들을 모조리 받아쳐 냈으나 그 순간 차오르는 신음을 참지 못했다.
놈의 무기에 담긴 순수한 힘이 너무나 강했던 것이다.
“기껏 근력을 레어까지 올려놨는데……!”
[레어? 나는 데몬, 태생이 고유한 존재. 인간 나부랭이가 나와 근력으로 맞먹으려 들다니 어리석어!]―지는 유니크라고 뻐기는 거야!
노도와 같은 연속 공격이 다시 날아든다.
그나마 다행한 점은, 놈이 휘두르는 무기 하나하나에 담긴 깨달음은 기준의 그것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다는 것.
그는 순간순간 놈에게 대응하는 움직임을 발전시켜 가며 무기와 방패를 맞댈 때마다 오는 충격을 해소하려 애썼지만―― 아마 충격 흡수 장치가 없었으면 진즉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나는 오랜 세월 이 안에 갇혀 있으며 모든 무기에 통달했다! 나는 데몬 웨폰 마스터――! 네놈을 죽이고 나가 세상을 얻으리라!]쾅, 카가각, 콰앙, 쾅!
기준은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않고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놈의 공격을 받아쳤다.
그러는 사이 루시는 정령력으로 빚어낸 빛의 창을 날려 놈의 급소를 노렸다.
[하! 가렵지도 않다!]―아파하는 것 같아!
[아까부터 귀찮게 구는구나, 정령!]“하앗!”
보스―― 데몬의 신경이 루시에게 팔린 짧은 틈, 기준은 두 개의 방패를 동시에 내지르며 정령력을 한껏 발산했다.
레서 데몬 따위는 단숨에 갈아 버리는 필살의 실드 배쉬.
빛을 잔뜩 머금은 그 공격은 확실히 데몬의 거체를 뒤로 쭉 밀어낼 만큼 효과적이었으나 애석하게도 놈에게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다.
[뭔가 했나?]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비웃는 데몬.
루시가 외쳤다.
―뒤로 밀려난 게 쪽팔려서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는 거야!
[캬아아아악! 죽여 버리겠다, 정령!]옆에서 데몬의 속내를 읽어 내 한마디씩 하는 루시의 존재가 데몬을 크게 자극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발은 기준보다 루시가 훨씬 더 잘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방패를 들었다.
전투가 개시된 순간부터 꾸준히 작용하고 있는 급속 재생과 불면불휴로 인해 그의 몸은 적어도 겉보기에는 멀쩡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어쨌든 데미지가 들어간다 이거지. 그럼 됐어.”
[고작 벌레 문 상처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데몬이 한 손의 무기를 버리고 양손으로 집어 든 거대한 곡도를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쳤다.
그 순간 발생한 칼날 바람이 기준을 반으로 쪼갤 기세로 날아들어――.
그가 있는 힘껏 내민 두 개의 방패에 튕겨졌다.
“헉, 허어억……!”
삐― 삐―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으로 보아 충격 흡수 장치는 벌써 한계에 달한 모양.
그래도 이만하면 잘 버텨 줬지.
기준은 부들거리는 양팔에서 힘이 자꾸 빠지려는 것을 이를 악물고 버티며 다시 방패를 들었다.
처음으로 마왕과 대적했을 때의 아득함에 비하면, 이 정도는 위기라고 할 수도 없었다.
[끈질기게!]―계약자, 힘내!
“괜찮아.”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퉷, 핏물이 섞인 침을 뱉은 기준이 급속 재생과 불면불휴로 인해 뒤늦게 힘이 돌아오는 양팔로 다시금 거세게 방패를 붙들었다.
―계약자, 조금 더 정령력을 날카롭게 가다듬자.
루시의 조언이 날아든 것은 그때였다.
―방패는 저 거대한 놈을 상대하기엔 다소 둔하고 작아. 모자란 결정력을 내 힘으로 보충하는 거야.
“그럼 둔기술조차 아니네.”
―뭐 어때. 슬슬 거북이한테 진짜 이빨 달아 주는 거지.
그것도 그렇지.
원래 쌍귀아, 아니 쌍방패술은 정령을 고려하지 않고 수련한―― 굳이 따지자면 방어 위주의 무기술.
그것이 이젠 새로운 이름을 얻었고 정령의 조력까지 더해졌으니.
굳이 정체성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잘 싸우기만 하면 된다.
아주 간단한 얘기다.
―이미 몇 번이나 해 봤으니까, 발상의 전환만 이루어지면 돼. 계약자는 잘할 수 있어.
“좋아…….”
재차 날아드는 바람을 피해 몸을 날리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두 개의 방패를 보다 공격적으로 쥐고, 아직까지도 넘쳐 나는 영력을, 광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가 발산한 영력을 따라 루시가 무한에 가깝게 느껴지는 빛의 정령력을 방패에 담아냈다.
너무 눈이 부셔 마치 두 개의 작은 태양을 들고 있는 듯한 그 모습에 평생 어둠을 벗어나지 못한 데몬은 인상을 찌푸렸다.
[성가셔, 너무 성가셔!]거리가 조금 멀어지면 귀신같이 쏘아 내지는 바람의 칼날.
끊임없는 땅울림과, 거리가 좁혀지면 날아드는 여섯 개 팔에 의한 무기 난타.
그 와중에 놈의 뿔은 끊임없이 주위 어둠을 끌어들여 축적하고 있었는데, 딱 봐도 뭔가 한 방이 있어 보였다.
“해 보자.”
그런 괴물을 상대로 정면에서 덤벼들며 기준은 눈을 부릅뜨고 방패를 후려쳤다.
루시의 짧은 조언만으로 그새 방패의 영역을 벗어나 고유의 생김새를 갖춘 빛이 바람 칼날과 함께 쏟아지는 적의 무기들을 막아 냈다.
물론 영력과 마력 소모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힘이 다하면 몸으로 때우며 차오르길 기다리면 될 뿐이었다.
[이제, 죽어라!]머지않아 그 순간이 도래했다.
뿔에 가득 찬 어둠의 마력이 놈의 아가리를 통해 일직선의 에너지로 토해진 것.
그것을 민감하게 캐치한 기준은 몸을 날려 궤도에서 벗어났으나 놈은 고개를 돌려 다시 그것을 쏘아 냈다.
“큭!”
―괜찮아, 막을 수 있어!
두 개의 방패가 다시 한데 모이자 빛을 매개로 하나의 거대한 방패가 형성되었다.
루시가 도움을 준 것이리라, 생각하면서도 그는 본능적으로 그 방패를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다루었다.
수련이 헛되지 않았다.
그를 갈아 버릴 기세로 날아든 레이저는 빛의 방패에 튕겨―― 반사되어, 놀랍게도 그대로 데몬의 얼굴을 강타했다!
[캬아아아악!]―계약자!
전에 없이 선명하고 날카로운 루시의 목소리.
빛이 깃든 기준의 몸이 마치 지상을 달리는 혜성처럼 꼬리를 길게 그리며 질주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자신에게 접근하는 기준을 알아보고 무기를 연거푸 내려찍는 데몬을 상대로, 기준은 다시 둘로 나뉜 방패를 정신없이 휘둘러 그것들을 쳐 냈다.
그의 손에 들린 채 빛을 뿜어내며 허공을 가르는 두 개의 방패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날카로운 송곳니 그 자체.
아직 각성 상태에 빠져 있는 그의 몰입을 최대한 지켜 내기 위해 루시는 남은 정령력을 짜내 만든 빛의 창으로 그가 미처 쳐 내지 못한 공격을 막아 냈다.
[크아아아악!]“흐아아아압!”
그리고 기준은.
빛의 방패로 놈의 몸을 찍어 내듯 올라가며 비로소 도달한 얼굴에, 방패 두 개를 합쳐 만들어 낸 거대한 빛의 송곳니를 내려찍었다.
[끄으아아아앗!]자신의 공격에 당한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채 빈틈을 드러낸 악마는 급소를 정확히 물어뜯겨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기준은 그대로 놈을 덮쳐 갔으나, 직후 방패에서 빛이 사라지고 말았다.
―영력도 마력도 바닥이야, 계약자.
“그래.”
기준은 침착함을 되찾고 뒤로 물러나며 빈틈없이 방패로 자신을 보호했다.
차분하게 호흡할수록 천천히, 아주 조금씩이나마 체내에서 차오르는 기력이 느껴졌다.
타고난 거대한 영력 탓일까, 마력이 광 마력으로 변한 이후로는 그것도 회복 속도가 빨라진 듯했다.
“빨리 끝내자.”
―멋져……!
루시가 속삭였다.
그로부터 20분 후, 악마의 이마에 꽂힌 빛의 송곳니가 놈의 늠름한 뿔을 생으로 뜯어냈다.
기준이 유적을 정복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