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01)
나 빼고 다 회귀자-201화(201/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01)
Chapter 38. 마도 왕국 – 1
진심으로 덤벼드는 루시로부터 어떻게든 자신의 정조를 무사히 지켜 낸 다음 날, 악의 비상의 쿨타임이 끝난 것을 확인한 기준은 일행을 모두 틸라의 아공간에 들여보낸 후 그녀와 나란히 손을 잡고 우르알타로 향했다.
“정말 안 되는 건가? 내가 그녀를 따라가는 게 용서받지 못할 일이란 말인가?”
“나한테 따지지 말고 네 아빠한테 따지라고.”
그 전에 아련한 대사를 내뱉으며 달라붙는 렉투스를 쫓아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송곳 가져오면 데려가준다니까.”
“그걸 얻고 싶으면 나라 밖으로 나가지 말고 그라티아에서 위업을 세우란 말이다――!”
“안 되겠네, 우리 나중에 다시 얘기해.”
“생일 선물로 저택 하나를 뜯어내려는 악독한 애인처럼 삐진 흉내를 내는 건 관둬라!”
“경험담 수고요.”
아무리 렉투스가 예민에게 눈이 멀어 있어도 역시나 파훼의 송곳 두 개째를 얻어 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기준은 결국 파티를 둘로 나누게 되었다.
기준과 틸라, 로라의 3인 파티와, 예민, 지혜, 목수, 은신, 렌카의 5인 파티.
왜 굳이 은신을 다시 다른 파티로 보냈는가 하면 기준의 파티에 자동으로 포함되는 나비냐가 어느 정도 은신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었기 때문.
사실 두 파티 간의 힘 균형을 맞추려면 아예 틸라를 예민의 파티로 보내야겠지만, 아무리 틸라의 정신이 안정되었다 한들 그녀는 기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였다.
잠시라고 해도 파티에서 나가라고 하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려워서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진짜로…… 이동했네.”
“와, 더워. 이거 적응 스킬 없었으면 쪄 죽었을 듯.”
우르알타로 이동한 후, 아공간 밖으로 나온 예민 파티의 면면은 화산 도시의 정경을 둘러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기준과 틸라의 능력을 합치면 대륙의 강자 집단을 상대로도 우세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게 에픽 등급 몬스터의 보상의 힘…….”
“정확히는 그랜드 퀘스트 최종 보스인 에픽 등급 드래곤의 전리품이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예민의 말을 수정한 틸라가 기준의 손에 들린 녹색의 보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악의 비상의 존재는 극비야. 알려진다고 딱히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지만, 정말 진심으로 최전선의 강자들이 준을 노려오게 될 테니까.”
“노려진다고 순순히 악의 비상을 내어 줄 생각도 없지만…… 이거 이름 좀 거추장스럽지 않아?”
“그럼 줄여서 악상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
“그건 안 돼. 그럼 내 갑옷은 악뿌가 되잖아.”
“그럼 비상으로.”
“오케이, 땡큐.”
원만한 타협을 본 기준은 비상을 다시 품에 집어넣었다.
마침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우니카가 나타나 반겨 주었다.
“준 님! 돌아와 주셨군요!”
“일주일 후에 방패가 완성되면 완전히 떠나겠지만.”
“너무하세요,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하시다니…….”
입술을 삐죽이며 애교라도 한 번 더 부려 보려던 그때 뒤에서 날아든 시선을 느낀 우니카가 고개를 들었다.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예민의 존재를 인식한 우니카는 일순 그녀의 미모에 놀라 위축되었으나…… 결국 그녀도 자신과 딱히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다시 태연한 체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기준의 팔을 잡아끌었다.
“자자, 준 님. 일주일 동안 충실히 보내실 수 있게끔 계획을 세워 봤으니 저랑 얘기를 나눠 보시죠.”
“여기 일은 안 하니?”
“물론 자유 시간에 틈틈이 하는 일입니다.”
우니카가 다소 지나치게 달라붙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으나― 일주일 후면 우르알타를 떠나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만큼, 기준도 그녀의 애교를 받아 주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녀의 계획이라는 게 대단했다.
“틸라의 아공간 안에 온천을 만들어 보자고?”
“무녀들이 워낙 온천을 좋아해서요. 그리고 준 님도,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으니. 어디서도 우르알타의 정취를 느끼실 수 있게끔…….”
기준은 우니카의 말에 약간의 감동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는 뜻인가.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우르알타의 온천이 이 도시의 매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무녀들이 온천을 좋아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르알타로 돌아오자마자 무녀들이 우르르 온천으로 몰려갔으니까.
분명 그녀들의 문화권에도 온천이 있었으리라…… 아니, 뭐든지 일본이라는 카테고리로 묶는 건 좋지 않지만!
“그런데 그게 가능은 해? 아공간의 성질을 완전히 변화시켜야 하는 거 아냐?”
“마도구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천연 온천은 아니지만 온천의 구성 성분까지 완벽히 재현할 수 있어요.”
설명을 들어 보니 우르알타 화산 지대의 몬스터들로부터 얻어 낼 수 있는 전리품, 굳은 용암과 유황을 대량으로 소모하여 영구적으로 우르알타에서 솟아나는 온천수와 같은 성분의 뜨거운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단지 그것을 위해 우르알타의 던전을 여럿 공략할 필요가 있었지만 거기엔 굳이 기준이 나설 것도 없었다.
온천을 만들어 준다는 말에 사기충천한 무녀들이 떼를 지어 던전으로 몰려가 소재들을 얻어 온 것이다.
“이게 정예 병력의 힘…….”
오우카가 이끄는 최정예 파티와 함께 던전에 다녀온 예민은 잔뜩 경직된 표정으로 기준을 찾아왔다.
“오빠, 대체 뭐예요? 전부…… 전부 엄청 강하잖아요.”
“오우카가 이끄는 파티는 전원 유니크 등급이긴 했어.”
“그걸로 설명이 되는 수준이 아녜요……!”
이백 명으로 구성된 멸망한 문명의 노예들은 ‘최소’ 레어 등급에 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중의 절반 이상은 이미 유니크 등급을 달성한 이들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결계 안에 들어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문명이 망하는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남은 그녀들은 전원이 최정예.
이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사실 겉으로만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함정이 하나 숨어 있었으니.
그녀들은 등급이 레어에 머무르고 있을 뿐 아주, 아주 오랜 세월 결계 내부에서 머무르며 능력을 수련해 온 탓에, 결계가 해제되어 모든 경험과 기억이 돌아온 지금은 등급을 아득히 초월하는 실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면…… 이러면 지금 당장 저 200명이랑 우리 길드랑 맞붙여도 우리 길드가 질 것 같은데요…….”
무녀들의 진정한 능력을 확인한 예민은 어째선지 무척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기준은 차마 이해할 수 없으리라.
기준과 재회한 후로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아, 어떻게든 역전해 보고자 기껏 다시 만난 기준과 떨어져 설립한 길드조차 그가 어디선가 데려온 사람들보다 약하다는 생각에 예민은 허무감과 더불어 한없이 열등감에 가까운 감정을 품게 되었다는 사실을.
“테라는 이제 시작이잖아. 숫자는 결코 무시할 수 없어. 차근차근 성장하면 큰 도움이 될 거야. 애초에 무녀들이랑 길드가 싸울 필요도 없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요, 그게……. 으으, 나 왜 이러지.”
“민아? ……무슨 고민 있으면 나한테 상담해 줘.”
하지만 그녀의 감정은 이해하지 못하는 기준이라도 그녀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으므로, 이전부터 그래 왔듯 자상하게 그녀를 다독여 줄 수는 있었다.
“아뇨, 괜찮아요. 괜찮아요, 오빠.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래? 같이 술이라도 한잔할까 했는데…….”
“좋아요.”
예민의 빠른 태세 전환에 놀라는 기준이었으나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단둘이서 마시는 거죠?”
“……응? 응, 뭐 그렇지. 개인적인 얘기를 할 거니까…… 혹시 수 형이나 지혜도 끼울까?”
“아뇨, 우리 둘 사이에 다른 이상한 거 끼우지 마세요.”
“미, 미안. ……이상한 거?”
결코 기준에게 자신의 추악한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단둘이 술을 마실 기회를 예민이 저버릴 리가 없었으니까.
어떻게 자신의 진짜 속내를 얼버무리면서 오빠한테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골몰하면서도 그녀는 모처럼 기준에게서 받는 관심을 독점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것이었다.
* * *
아공간 내부에 우르알타의 최고급 온천과 동일한 온천수, 동일한 시설을 재현해 내는 데 성공해 무녀들의 행복도와 충성도를 풀차지하고.
예민과 단둘의 술자리를 가진 것이 들키는 바람에 틸라, 로라와도 각각 한 번씩 데이트와 비슷한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과연 이 얘기를 하면 비체가 얼마나 화를 낼까 상상해 보기도 하고.
오랜만에 모인 파티의 전력을 확인하고, 그들 여덟 명에 나비냐까지 더해 전투를 벌일 때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포메이션을 조율하기도 하고.
파티에 무녀들까지 더해 집단전을 벌일 경우와, 틸라의 아공간을 언제 어떤 식으로 개방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적의 뒤통수를 칠 수 있을지 작전을 짜내 보기도 하고.
기준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인지 점점 더 과감하게 접근해 오는 오우카를 파티원들의 힘을 빌려 격퇴하기도 하는 둥.
파티의 내실을 다지는 사이 일주일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물론 그 외에도 기준에게는 중요한 업무가 있었다.
칠현자 율영과 꾸준히 연락을 교환하며 현지 상황을 체크할 겸 콘클라베에 대해 보다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그것이다.
문제는 알면 알수록 지금 율영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마도 왕국에 진입하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알게 될 뿐이었다는 것.
“넌 진짜 양심이 없구나.”
―설마 정말로 와준다고 할 줄은 몰랐지……!
“그냥 만만히 보고 끌어들인 것 아니고?”
―솔직히 말하자면 너희가 아니모 지부를 공격한 탓에 이 문제가 보다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왔으니까 조금 원망하고 있긴 했지.
이제 더는 숨길 것도 없겠다, 율영의 뻔뻔한 말에 기준은 그저 코웃음을 칠 따름이었다.
“더 늦어졌으면 네가 모르는 사이 마탑이 끝장나지 않았을까.”
―그래도 나 개인은 더 안전하지 않았을까?
“그래, 네가 어떤 성격인지는 대충 파악했으니까 그런 거 더 안 해도 돼.”
다만 한 가지, 율영에게 확실하게 확인해 두고 싶은 것이 있었다.
“굉장히 피곤해질 텐데, 넌 정말 그들한테 협력할 생각은 없는 건가?”
―그들? 뭐, 어둠의 진영?
“그래.”
―……없어.
만약에라도 율영이 모든 걸 포기하고 적으로 돌아선다면 기준과 그의 파티는 무립고원 상태가 된다.
아무리 율영이 먼저 마도 왕국의 썩어 빠진 상태를 알려 줬다고는 해도, 솔직히 그녀가 그리 믿음직한 인간은 아닌 탓에― 마도 왕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어떻게든 그녀의 속내를 캐내고 싶었던 것인데.
―절대로, 그럴 일은, 없어.
생각보다 율영의 반응이 격렬했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통신구 너머로도, 지금 그녀가 짓고 있을 표정이 생생하게 떠오를 만큼.
―내가 마탑에 몸을 담고 있는 이유는 이 바보 같은 짓거리에 어울려 주기 싫어서야. 그런데 뭐? 어둠의 진영? 기분 나쁜 농담하지 마. 네가 날 못 믿는 건 알지만― 절대로, 그런 질문은 듣고 싶지도 않아.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거면 나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놈들과 싸우면 될 텐데.”
―하.
그건 그거라는 듯 코웃음을 치는 율영.
―광대놀음은 너만 해 줬으면 해. ……물론 네가 날 도와준다면, 나도 그만큼은 네게 어울려 줄 생각이지만. 그 이상을 바라지는 말란 얘기야. 애초에 우리가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광대놀음이라…… 그래, 알겠다.”
―어라, 생각보다 순순히 납득하네. 첫인상처럼 단순하기만 한 남자는 아니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그 이상 날 도발할 필요는 없어.”
그녀의 빈정거림에 차갑게 대꾸하며 그대로 통신을 끊어 버리려던 그때, 기준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다시 입을 열었다.
떠올린 것은 비체와 나눈 대화였다.
“혹시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선대 용사 베아트리체와 관련이 있나?”
―…….
통신구 너머로 그녀의 놀란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비체의 말투에서 두 사람이 단순히 서로 알고 있기만 한 관계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떠봤는데 그게 정답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나눠야 할 얘기가 늘어난 것 같네.
잠시 후에 율영이 느른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그래, 마도 왕국에서 얘기하자고.”
기준은 통신구를 껐다.
어쩌면 마음 놓고 율영을 미워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그다음 날, 기준의 방패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