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25)
나 빼고 다 회귀자-225화(225/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25)
Chapter 42. 빛의 용사의 첫걸음 – 4
비경, 철의 숲.
원래는 파티원 모두가 유니크 등급에 이르고 나서야 가기로 마음먹고 있던 곳으로, 레전더리 이상 가는 실력자들도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알려진 장소다.
아직 자격 조건이 미달함에도 철의 숲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 대륙이 그들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줄 만큼 상냥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비경에서 전투 몇 번만 치르면 예민을 비롯한 파티원들이 금방 유니크 등급까지 성장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퀘스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자신이 탱킹을 하는 한 그 어떤 몬스터도 동료에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모두 금태양 덕분이네!
“금태양이라고 하지 마.”
다음 날.
파티원들과 가볍게 대련을 하며 상태를 점검하던 기준은 빈틈없이 모든 공격, 심지어 마법의 여파마저 모조리 자신에게로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을 확인하며 만족했다.
“이거 방패술 훈련도 돼서 좋네. 퀘스트 보상으로 월광혈아가 50레벨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1레벨이 올랐어.”
덤으로 아다만트 스킬도 1레벨이 올라 66레벨이 되었다.
기준의 혼잣말에 루시가 퍼뜩 깨달은 표정이 되어 외쳤다.
―그러고 보면 그거 원래는 방패술이었구나……!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하면 이제 정말 입에도 방패를 물고 싸울 수 있게 될지도 몰라.”
―부탁이니까 거기까지 가진 말아 줘, 계약자. 아무리 계약자가 멋져도 내가 그것까진 감당할 수 없어!
농담하듯 말했지만 기준은 정말로 자신이 월광혈아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또 혹시나 그가 스킬을 진화시킨다고 해도 과연 제대로 다뤄 낼 수 있을 것인가 의심이 들기도 했고.
당장 에픽 등급으로 성장한 마력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줄줄이 새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력? 그래도 제법 괜찮아졌어. 우리 계약자가 마력에 재능은 별로 없어도 배운 걸 잊어 먹지는 않으니까! 그 부분은 나만 차근차근 따라오면 된단 말씀이야. 그러니까 괜히 입에 방패를 물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
“부탁할게, 루시. 야른비드르로 가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마력이 새어 나가는 것만이라도 해결하고 싶거든.”
전설을 넘어 대륙에 깊은 흔적을 새기는 자들만이 이를 수 있다는 서사시의 영역.
기준은 레타 대륙에 떨어진 이래로 자신보다 강한 자들과 연달아 충돌하면서 빠르게 성장했고, 기어코 대륙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칠 법한 업적을 이뤄 내며 에픽 등급의 자격 요건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마력과 매력을 에픽 등급까지 성장시켜 놓은 것과, 본인이 그것을 다룰 능력이 되는가는 또 별개의 문제였기에 이렇게 정신력을 추스르자마자 쉴 틈도 없이 훈련으로 굴러가며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제 얼추 수습은 됐으려나. 루시가 나 보고 마력에 재능이 없다면서 까는 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여기에는 파티원들과 함께하는 수련뿐만 아니라 얼마 전 입장했던 중앙탑 도서관 비고에 있던 많은 자료들도 제법 도움이 되었다.
마도사가 본직인 지혜나, 독특한 술법을 다루는 렌카만큼은 아니어도 마력 전반에 대한 이해도 깊은 현자들의 자료를 독파하는 과정에서 기준 또한 적잖은 소득을 올린 것이다.
속성 계열 마도에 관한 자료도 많았던 만큼, 빛과(루시 Lv55) 불꽃에(불의 정령술 Lv94) 관한 자그마한 깨달음도 얻었고…….
결정적으로 최근 들어 루시의 진정한 정체를 얼추 감 잡게 되면서, 루시 기준으로 ‘별로 재능이 없다’는 것도 실은 그리 신빙성이 높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솟구치고 있었다!
“참고로 루시는 지혜의 마도 재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그런 특이한 애가 어떻게 마나도 다루지 못하던 지구인들 사이에서 튀어나왔을까? 마나를 다루는 문명에서 태어났으면 지금쯤 못해도 전설에 이르러 있었을 텐데.
그리고 그 루시의 말도 안 되는 기준으로 봐도 별격이라는 지혜의 재능이 새삼 놀랍다.
늘 예민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의기소침해하곤 하던 녀석이거늘, 레타 대륙에서는 칠현자가 직접 제자로 삼으려 들 정도로 평가가 수직 상승했으니 참으로 재밌는 일이다.
앞으로 몇 년 정도가 지나면 지혜와 예민의 관계도 지금처럼은 유지되지 않을 터.
안 그래도 열등감이 만만치 않던 녀석인데, 그때 가면 괜히 이상한 생각이나 하는 건 아닐까…….
‘저,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같이 잘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아니, 괜찮으려나.
그런 낯부끄러운 말을 뻔뻔하게 할 수 있는 녀석이라면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 떨어져 있던 기간, 고생을 하는 사이에 지혜도 많이 바뀐 것이리라.
익룡화 스킬도 습득했고.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지혜와 눈이 맞은 기준은 그녀의 얼굴 표정이 말이 아닌 것을 깨닫곤 기겁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가 잠들지도 못하고 머릿속으로 소설만 여섯 권 정도를 쓰며 밤을 꼴딱 샜을 때와 비슷한 표정.
그 순간 퍼뜩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비체가 모든 변화계 스킬에는 부작용이 있다고 강조했던 것이었다.
‘지혜한테도 익룡화 스킬의 부작용이!’
―계약자, 혹시 수련이 너무 힘들어서 정신줄을 잠깐 놓은 거야?
‘응, 그런가 봐.’
기준은 이제 그만 쉬라는 말을 돌려서 표현하는 루시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며 손뼉을 쳐 파티원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대련을 마쳤으니 이제 반성회 시간인데…… 로라와 틸라야 이미 자신의 능력을 완숙하게 다루는 데다 특히나 공격력만 놓고 보면 각기 분야에서도 탑을 달리는 만큼 새삼 무슨 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렌카는 힘을 다루는 원리조차 기준이 파악하기 힘든 터라, 그나마 같은 계열의 능력을 다루는 악령에게 맡기고 있었으니…….
그의 시선이 자연히 예민을 비롯한 지구인 파티원들을 향했다.
“다들 공격력은 확실히 유니크 상위권이야. 이 정도면 아무리 비경이라도 이빨 하나 들어갈 틈은 나오겠네. 유니크 등급으로 성장하면 또 대폭 성장할 테고.”
“이게 다 형 덕분에 무구 기막히게 뽑은 덕이죠.”
“저도 오빠 덕분에.”
“네? 네! 요즘 열심히 배웠어요, 언니한테! 우리 못 따라오는 한을 저한테 푸는 것처럼, 네!”
기준과 최근 함께 활동하는 과정에서 신수 소재로 드워프제 무구를 세트로 뽑아 버린 은신과, 그의 수혜를 입어 그랜드 퀘스트 보상으로 그라티아 왕궁 보고에 잠들어 있던 레전더리 등급의 장검을 얻은 예민이 수줍어하며 대꾸하는 가운데 지혜는 얼빠진 표정으로 살짝 핀트가 엇나간 말을 했다.
기준은 그녀를 무시하려 애쓰며 선언했다.
“그럼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오늘 정비를 마치고 내일 출발할 거야. 다음 목적지는 비경으로 확정할게. 다들 따라올 수 있지?”
“넵!”
“비경…… 후우.”
“내, 내일이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빠.”
기준의 선언에 파티원들이 저마다 씩씩하게 대꾸하며 각오를 다지는 가운데 지혜가 또다시 이상한 소리를 했다.
은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혜를 살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지혜에게는 역효과인지라, 그를 피하듯 슥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이번엔 은신이 상처를 받았다.
그것을 본 다른 파티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오직 한 명, 렌카만은 노골적으로 지혜를 째려보고 있었다.
이 자식들, 안 되겠어.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지혜 너, 나중에 개인 면담.”
“네?! 네……!”
순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지혜였으나 이내 안도하는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기준에게까지 속내를 감출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래, 단지 그것뿐이니 은신이 자신을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건 제발 때려치워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지옥 같은 관계에 기준까지 끼어들면 막장도 그런 막장이 없지 않겠는가……!
* * *
“오빠 저 어떻게 해요, 완전 미친 년 같아요! 아니, 미친 년 맞아 이거! 개미친 돌아 버린 년이라고요!”
수련을 마치고 다 같이 온천에 들어갔다 나온 후.
기준이 단둘이 대화를 나눌 자리를 마련하자마자 지혜는 기다렸던 것처럼 우다다다 말을 쏟아 냈다.
“사람 새끼라면 이럴 수는 없는 건데 진짜 머리가 맛이 간 게 분명해요! 어쩌면 저도 모르는 사이 흡혈귀한테 물린 거 아닐까요? 오빠, 목 한 번 물어봐도 돼요? 우리 안 보는 데서 어차피 로라도 실컷…… 아야!”
기준은 정신을 차린 지혜의 마빡에 손날을 한 번 더 먹이며 엄중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나중에 로라한테 제대로 사과해라.”
“알겠어요, 죄송해요……. 그런데 오빠랑 로라랑 그거 할 때마다 몰래 숨어서 하니까 괜히 더 야해 보이는 건 오빠도 알죠?”
“사실 나도 좀 그런 것 같긴 해. 그런데 로라한테는 그걸 타인한테 보이는 게 엄청 부끄러운 일인가 보더라고…… 아니, 우리 얘기는 이제 됐어. 일단 숨이나 좀 돌려라.”
기준이 지혜를 자리에 앉히곤 자신이 직접 만든 식혜를 내놓자 녀석은 잠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살피더니, 곧 미심쩍은 표정으로 식혜를 한 모금 마시곤 만족스러운 숨을 토해 냈다.
“이 맛있는 걸 오빠 혼자만 마시고 있었어요?”
“식혜 만드는 법이 잘 기억이 안 나서 혼자 시험해 보고 있었거든. 너 이거 아냐? 요리 스킬이 유니크 등급이 되면 내가 먹어 본 요리를 재현하는 방법이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르더라.”
“역시 나도 요리 스킬이나 배웠어야 되는 건데…… 뜨끈하게 목욕하고 식혜 마시니까 천국이네요, 천국.”
간신히 진정한 듯이 보이는 녀석을 보며 자신도 식혜를 한 모금 마신 기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타이밍 한번 뭣 같다고 생각하지?”
“오빠, 제 마음속 들어갔다 나왔어요?”
식혜를 다 마신 잔 속에 남은 밥알을 한 알 한 알 염력으로 띄워 올려 먹다 말고 기겁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지혜.
자신 주위의 다른 여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보이지 않을 듯한 저런 유감스러운 행동도 은신에게는 매력으로 보였던 걸까, 기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여태까지 간섭도 안 하고 놔두었던 일이라 쭉 그냥 지켜보기만 할까 생각했는데…… 신이는 몰라도 네 상태가 점점 말이 아닌 것 같아서. 나라도 얘기를 들어 줄까 했지.”
“얘기할 것도 없이 다 아는 것 같은데, 오빠.”
지혜는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리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저 수 아저씨 많이 좋아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보였지.”
“그런데…… 아저씨 없어지니까 바로 신이가 신경 쓰이고, 이건 진짜 개년인 거잖아요.”
간단히 실토하는구나.
은신이 직접 들으면 너무 기쁘다 못해 현실을 믿지 못하고 문워크로 레타 대륙을 일주할 만한 소리였다.
“네가 지금 혼란스러워하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스스로를 쓰레기로 만들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
“아니, 쓰레기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쓰레기…….”
“렌카가 신이한테 달라붙었을 때부터 엄청 신경 썼잖아, 너. 그때부터 티 엄청 났어.”
“…….”
그의 말에 삽시간에 화산 폭발하기 직전의 분화구처럼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지혜는 뭐라 반박도 못 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기준은 절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
“만화에서는 흔히 보던 일인데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그냥 동생이나 친한 친구처럼 여기던 사람이 이성과 엮이는 걸 보니 마음이 괜히 복잡해지고 새삼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되는…… 그치.”
“오빠, 지금 히죽거리는 거 엄청 짜증 나는데 얼굴에 주먹 한 방만 먹여도 돼요?”
“해도 되는데 네 주먹이 더 아플걸.”
“예전엔 이렇게 말빨도 좋은 오빠가 아니었는데…….”
체념하며 어깨를 축 늘어트리는 지혜.
솔직히 이 녀석이 1~2년 이런 것도 아니고, 무려 20년이 넘게 은신을 괴롭혔던 걸 생각하면 좋은 소리만 하고 싶진 않았지만…… 목수와 얽혀 그녀도 마음고생을 했던 건 사실인 만큼 지금은 봐주기로 했다.
“내 말은, 네 머릿속에서 일의 선후 관계를 바꿔 가면서까지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는 거야. 알겠냐?”
“그건…… 그래도, 신이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알 바 아니지만 신이가 오해하는 건 싫다는 거지.”
“까놓고 말하면 그렇긴 한데요……. 저 진짜 짝사랑이 최악의 형태로 끝나서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는 상태예요.”
기준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정말 얘를 좋아해도 괜찮겠니, 신아.
그냥 렌카랑 둘이서 알콩달콩 잘 사는 게 제일 행복하지 않겠니.
“신이가 좋아?”
“예전엔…… 그, 상상도 못 했는데요. 친동생같이 귀엽고, 말 잘 따르고…… 착하고.”
“그런데 갑자기 렌카랑 끈적거리게 달라붙는 꼴을 보니까 배알이 뒤틀렸다고.”
“오빠, 혹시 저 싫어해요?”
“좋아하는데 싫어하기도 하지.”
“아이씨, 진짜.”
“그러니까 네가 동생 같던 애를 갑자기 남자로 느껴도 별로 이상할 거 없어.”
그리고 20대 초반의 풋풋한 사랑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이 녀석들은 원래 20대 아들딸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였다.
“감정이 그런 거잖냐. 아무리 이상하고 갑작스러워도 네가 그렇게 느끼고 있으면 그게 맞는 거야. 예전 일에 붙들려 있지 말고 신이가 신경 쓰이면 솔직히 걔한테 부딪쳐 봐. 이번에는 후회할 일 만들지 말고.”
“윽.”
그의 따가운 지적에 고개를 푹 숙인 지혜가 ‘오빠도 남 말할 처지 못 되면서…….’ 하고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적어도 이성 관계로 그녀처럼 둔팅이처럼 군 기억은 없는 기준은 코웃음을 칠 따름이었다.
―진짜 이 계약자를 어떻게 하면 좋지. 그 싸가지는 진짜 싫지만 이쯤 되면 계약자도…….
“뭐가, 루시?”
―계약자를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정색하며 거짓말을 하는 루시를 품 안으로 끌어당겨 쓰다듬고 있자니 지혜가 그에게 조심스레 물어 왔다.
“그, 신이가 어떻게 생각할까요. 누나로 여기던 사람이 갑자기 치근덕거리면 좀 역겹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 비굴한 건데.”
어처구니가 없어 지적하자 지혜가 습관적으로 익룡화하며 외쳤다.
“솔직히 저랑 렌카랑 붙여 놓으면 비교도 안 되잖아요! 경쟁이 아예 안 되잖아요, 아예!”
“뭐, 예전이었으면 몰라도 지금은 신이가 렌카를 버리고 너랑 달라붙는 건 확실히 좀 무리가…….”
“으아아아아아앙!”
아, 울렸다.
기준은 어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른 좋은 남자 찾든가, 셋이서 합의를 보든가…… 잘 해 봐.”
“그 이전의 문제잖아요, 신이가 저한테 짜증 난다고 꺼지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우와아아아아앙!”
결코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은신의 감정을 그녀에게 직접 말해 주는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에 기준은 침묵하고 말았다.
그래도 두 사람의 문제에 있어 목수의 존재가 이 이상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으니, 고민거리 하나는 덜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다음 날, 기준은 자신도 비경에 가 보고 싶다며 헛소리를 하는 칠현자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마도 왕국을 떠났다.
* * *
[비체♥(차원의 틈): 요즘 점점 사냥감이 늘어나네.] [비체♥(차원의 틈): 획득 포인트량도 많아지니까 좋긴 한데, 이러다 어쩌면 대륙에서도 큰일이 날지도 모르겠어.] [비체♥(차원의 틈): 준, 늘 주위를 경계해. 네가 아무리 잘났어도 아직 세상을 전부 대적할 수는 없으니까. 신중하게 행동해야 돼.] [비체♥(차원의 틈): 그렇게 보면 마도 왕국에 연을 만들어 둔 건 아주 좋은 일일지도.] [비체♥(차원의 틈): 벌써부터 제국이랑 엮인 게 좀 그렇긴 해도, 칠현자 중 일부라도 너한테 정보를 흘려 준다면…….] [비체♥(차원의 틈): 걔가 따라오고 싶다고 했다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비체♥(차원의 틈): 잘했어. 애초에 칠현자가 다른 파티에 속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비체♥(차원의 틈): ……에이, 설마.] [비체♥(차원의 틈): 혹시 모르니까 죽여 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