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1)
나 빼고 다 회귀자-231화(231/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31)
Chapter 44. 늑대가 우는 밤 – 1
브리콜라카스의 수장 초르트에게는 꿈이 있다.
세상 모든 늑대를 이끄는 늑대의 왕이 되는 것.
레타 대륙이라는 이름의 이 빌어먹게 거대한 평형 저울을 언제고 완전히 무너트려, 신들조차 모조리 잡아먹고 오롯이 대륙의 지배자로서 군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저 안에 있을 그자를 내가 잡아먹어야 한다.’
늑대 인간은 동족 포식으로 강해진다.
스테이터스의 일부와 능력, 또는 권능까지도 소화해 자신에게 더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늑대 인간 집단이 미치광이 소굴이라 해도 상잔은 쉬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사실 또한 그리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초르트는 어리숙하고 오만한 자신의 형제들을 무수히 잡아먹어 힘을 불려 기어이 브리콜라카스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그가 거대한 힘을 지녔고, 에픽 등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해도― 그 에픽 등급조차 넘어선 절대자들, 신을 잡아먹기 위해선 특별한 능력이 필요했다.
그래, 저곳 철의 숲에 잠들어 있을 식신랑 펜리르의 권능, [신살]이.
‘펜리르의 심장을 먹어 에픽 등급에 오르고, 동시에 신살의 권능을 손에 넣을 것이다. 아주 오랜 기다림이었지……. 최전방의 접전이 심화되고 우리를 견제하는 쿠드라크가 무너진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한데…….’
고개를 들자 자신과는 반대로 바닥에 납작 엎드리고 있는 동족이 보였다.
“아직도 못 붙잡았다고.”
“죄송합니다, 보스! 대체 무슨 수를 쓰는지 어떤 식으로 공격해도 쓰러지지 않습니다……! 아예 죽일 생각으로 광폭화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이면 안 된다고 말했잖아!”
초르트는 이를 갈며 손에 쥐고 있던 해골을 내던졌다.
시인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든 그것이 부하의 오른쪽 어깨를 완전히 부숴 버렸으나 그는 신음조차 내지 않고 그대로 엎드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놈들이 알고 있어, 철의 숲으로 가는 길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놈들을 죽이면 아무 의미도 없지 않나!”
“죄송합니다! 저희 능력이 부족해 보스께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그 말인즉슨 적을 죽일 각오로 공격하지 않으면 도저히 제압할 수 없을 것 같았다는 얘기겠지.
실제로는 그러고도 제압은커녕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니 마냥 틀린 선택이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초르트에게는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몇 시간째지?”
“30시간째입니다, 보스. 하지만 그 일대만 먹구름이 뒤덮어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고정되어 있어서― 어쩌면 그곳은 시간의 흐름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밤이군.”
영상을 송신할 수 있는 기능이 담긴 통신구를 통해 안개 숲의 상태를 확인한 초르트가 이 사이로 바람 소리를 냈다.
“밤에만 들어갈 수 있으니 강제로 일대의 시간을 고정시키는 거다. 역시 우리 늑대 인간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나.”
“탁월한 혜안, 과연 보스이십니다.”
“안개 숲…… 그 안에 감추어져 있던 철의 숲이 드디어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는 늦출 수 없어, 역시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그것만은…… 한 번만 더 기회를!”
쿵, 남자가 재차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브리콜라카스의 수장인 초르트가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갖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것은 그가 나설 때까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관계자 전원의 목이 날아가리라는 것.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보스께서 오실 때까지 길을 모두 깔끔하게 닦아 놓겠습니다!”
“네놈들만으로는 무리겠지.”
“그것은…….”
차마 대답을 잇지 못하는 부하를 보며 혀를 찬 초르트가 삐죽삐죽 튀어나온 이빨을 드러내며 명했다.
“집행단장들을 불러라. 숫자가 통하지 않으면 이쪽도 최정예를 내보내는 수밖에.”
“그, 그것이.”
“또 뭐가 문제지?”
초르트가 정말로 폭발 직전이라는 것을 깨달은 남자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은늑대! 은늑대를 발견해 추적하고 있습니다! 급한 사안이라 비번이었던 단장들은 모두 나섰습니다!”
“은늑대라고.”
그 말에 초르트의 미간이 아주 조금 펴졌다.
은늑대― 그는 몇 달 전부터 브리콜라카스를 공격하고 있는 아주 대담하기 짝이 없는, 그리고 다소 귀찮은 모기 같은 존재였다.
분명 그리 강한 존재는 아니었으나― 그의 모든 것이 브리콜라카스에게 압도적인 상성을 자랑하며 자신보다 한 등급 이상 높은 존재들도 수월히 사냥해, 쿠드라크의 소멸 이후로 활개를 치던 브리콜라카스의 산하 조직 여럿이 놈을 상대로 전멸했을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해 점점 더 성가신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은 물론이고.
놈은 마치 브리콜라카스의 대적자로 태어난 존재 같았다.
대륙에서 어떤 하나의 세력이 눈에 띄게 강성해질 때, 시스템의 안배로 그런 존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초르트 또한 알고는 있었으나 그것에 직접 당하니 이만저만 귀찮은 게 아니었다.
‘쿠드라크의 이른 몰락도, 대적자의 등장도…… 모든 것이 이레귤러다. 어쩌면 정말로 이번에야말로 바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기에 놈을 빠르게 잡아 없애야 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모르는 변화가 일어나기 전 최대한 빠르게 펜리르의 심장을 취해야만 한다.
어울리지도 않게 침중한 안색이 된 초르트가 남자에게 물었다.
“은늑대, 놈은 지금 어디에 있지?”
“그것이…….”
“말해라.”
“……어떻게 알았는지, 안개 숲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르트는 끝내 웃어 버리고 말았다.
“이거 내 뜻대로 되어 가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럼 어차피 집행단장들도 모두 안개 숲으로 집결하겠군.”
“그, 그렇습니다. 만약 은늑대가 안개 숲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놈이라고 안개 숲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알아서 기어들어 가 준다면 놈을 사냥하기 더 수월해질 따름이지. 놈이 무슨 생각으로 그곳으로 향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쩌면 놈도 펜리르의 심장을 노리는가?
아니, 설마.
놈은 펜리르를 감당할 수 없고, 애초에 안개 숲에 나타난 그 빌어먹을 방패 놈―― 빛의 용사조차 넘어서지 못할 터다.
놈과 용사가 충돌하면 그때를 노려 둘 다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도 괜찮겠지.
물론 철의 숲으로 들어가는 길을 완전히 낸 다음에 말이다…….
“살려 주지.”
“감사드립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어깨를 돌보지도 않고 재차 놈이 바닥에 고개를 박으며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초르트는 점차 거세지는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모든 늑대를 안개 숲으로 불러 모아라.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성가신 것들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철의 숲으로 들어간다. 그 선봉에 내가 설 것이다.”
“보, 보스……!”
“벌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위대한 도약에 함께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브리콜라카스를 구성하는 모든 이에게 이것을 알려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보스!”
남자가 몇 번이고 땅에 고개를 박았다.
초르트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반수화한 탓에 찢어진 옷을 털어 내고, 그 위로 자신의 갑옷을 둘렀다.
“늑대의 밤이다. 모든 것이 바뀌는 밤이 될 것이다.”
“보스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초르트는 펜리르의 심장을 취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철의 숲에 사는 모든 늑대를 이끌고 나와 대륙을 제패하는 정복자의 모습을 그렸다.
안개 숲 일대의 밤이 지지 않는다고 했나.
곧 대륙 전체가 그리되리라.
* * *
익숙한 존재의 기척을 처음으로 느낀 것은 물론 루시였다.
―어라, 강아지 오는데?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마력, 이빨과 손발톱을 모조리 받아 내며 기준이 대꾸했다.
―계약자가 살뜰하게 챙겨 준 것들 가지고 자아 찾기 하겠다며 내뺀 그 똥강아지 말이야.
“긴 말하는 거야?!”
―계약자도 참, 우리가 아는 강아지가 그 강아지 말고 또 있겠어?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라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긴이 어째서 여기에? 아니, 하지만 원래 늑대 인간들에게 복수하겠다고 나섰으니 한창 늑대 인간들의 핫스팟이 되어 있는 안개 숲으로 오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은가?
“지금 어떤 상황인데?”
―개 떼한테 쫓기고 있어. 눈에 불을 켜고들 쫓는데…… 계약자, 정면으로는 조금 버거울지도.
기준조차 정면으로 상대하기 힘든 적들을 상대로 도망쳐 다니다니, 아무래도 긴이 화끈하게 활동하고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버겁다고 물러날 수는 없지. 뭣보다― 쉬운 전투만 치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계약자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어떻게 할 거야? 보호할 거야?
“당연하지. 녀석이 원한다면.”
기준은 심호흡을 하며 파티원들에게 현 상황을 알렸다.
이전 파티원이었던 긴의 접근, 나아가 그 뒤를 쫓는 여섯 마리 레전더리 등급 늑대 인간의 존재.
틸라는 짙은 미소를 띠며 불꽃을 크게 피워 올렸고, 로라는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살아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대로 죽었더라면 잠자리가 찝찝해졌을 텐데요.”
“긴이랑 무슨 일 있었어, 로라?”
“읏―?! 아,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별 뜻 없이 던진 질문에 기겁하며 부정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다.
―좋아, 저 거머리 같은 계집을 떨쳐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야!
“루시, 다 들린다.”
이전 파티원과 만나는 경사스러운 자리인데 이러다간 파티 내부 분열이 먼저 일어나게 생겼다.
기준은 서로를 노려보는 로라와 루시를 진정시키곤, 방패에 광 마력과 영력을 잔뜩 주입해 전방을 크게 후려쳤다.
방패 끝으로 빛이 길게 늘어져 순식간에 수십 미터 길이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되어 전방을 휩쓰니, 그야말로 개떼같이 몰려들던 늑대 무리가 일소되며 시야가 시원하게 트였다.
그 너머로 보였다.
빠르게 달려오는 제법 커다란 몸집의 은빛 털의 늑대가.
―저 정도면 확실히 유니크 등급 중위는 되겠어. 성장이 엄청나게 빠른데?
“목숨의 위협을 무릅쓰고 늑대 인간들을 사냥하고 다녔다면 그렇게 되겠지. 상성상 우위이니 자신보다 더 강한 적도 죽일 수 있었을 것 아냐.”
기준이 퀘스트다 뭐다 하며 대국적으로 돌아다니는 사이 긴은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사냥터에서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효율 좋은 사냥을 해 온 셈.
긴의 의견도 들어 봐야겠지만 저만하면 다시 파티로 돌아오더라도 확실하게 활약할 수 있을 듯해 절로 뿌듯해졌다.
“녀석…….”
―아, 아무래도 알아본 것 같다.
미친 듯이 질주해 오던 녀석이 안개 숲을 둘러싸고 있는 수백 명의 기준을 발견하곤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 뒤로 따라붙는 늑대 인간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기에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긴, 내 뒤로 와!”
“준 님이 어디에 계시죠?!”
“어디든 다 마찬가지야!”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속도를 높여 도약하는 긴.
그러나 추격자들도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긴과 기준이 서로를 알아보고 소통하는 그 짧은 틈― 아주 조금의 공백을 놓치지 않고 등뼈를 뽑아 미사일처럼 쏘아 낸 것이다!
“은늑대, 죽어라!”
“큿!”
“피할 필요 없어, 괜찮아!”
그것은 실로 사소한 사고였다.
기준이 아군으로 인식하기만 하면 [왜곡된 질서]로 모든 데미지를 대신 받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긴이,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허공을 박차고 재차 도약한 것.
그 과정에서 기준의 머리 위를 넘었으나― 적이 아니기에 그를 막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그를 그대로 넘겨 버린 것.
이대로 안개 숲에 떨어지면 위험하겠지만, 아주 잠깐뿐이라면 죽을 일도 없으니 기준이 바로 빼내 오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안일한 생각이 사고를 불렀다.
“……어?”
외마디 비명과 함께, 긴의 몸이 안개 숲 중앙에 생겨난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그를 쫓던 늑대 인간들은 물론 여태까지 안개 숲을 지키고 있던 기준과 파티원들 또한 그것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뒤늦게 루시가 깨달음의 감탄사를 냈다.
―쟤 하티 심장 먹었잖아! 그 덕에 바로 들어간 거 아냐?!
“익스프레스 패스는 따로 있었냐고……!”
기준이 억울해하며 외쳤으나 이미 사고는 터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