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2)
나 빼고 다 회귀자-232화(232/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32)
Chapter 44. 늑대가 우는 밤 – 2
격한 전투가 이어지던 현장에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기준 일행뿐만 아니라 늑대 인간들도 눈이 튀어나올까 무서울 만큼 크게 뜨고 있었다.
“방금…… 무슨.”
누군가가 중얼거렸으나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사이 기준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빠르게 확인했다.
―비경 야른비드르에 입장합니다. 입장까지 2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긴이 야른비드르에 들어가면서 혹시나 출입증의 시간제한이 사라졌나 하는 생각에 확인해 본 것이었으나 결과는 헛발질.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가장 위험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긴이었다.
거대한 문명의 수장인 초르트조차 홀로 들어간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비경에 덜컥 들어가 버린 것이니까.
아마도 늑대 인간들과 대적하던 긴은 기준의 얘기를 듣고 그와 합류하기 위해 무작정 이곳으로 달려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원래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데 별 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바로 비경에 내던져지다니.
―자업자득 아냐?
‘씁, 그런 못된 말 하면 안 돼.’
루시의 말에 내심 그 비슷한 생각을 떠올리던 기준이 곧장 고개를 저어 대꾸했다.
확실히 기준이 여태껏 보아 왔던 그 어떤 자살골보다도 완벽한 각도로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은 하면 안 된다!
비록 긴이 지금 그의 파티원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그를 위험한 상황에 방치해 둘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장 그를 구하러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노, 놈이.”
“놈이 숲에 들어갔어!”
“나도! 나도 철의 숲에 들어갈 테다!”
“나도!”
그렇게나 철의 숲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일까, 눈앞에서 긴이 모습을 감추자 늑대 인간들은 눈동자와 전신의 털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흥분해 날뛰기 시작했다.
늑대 인간의 광폭화는 이성을 포기하면 할수록, 자신의 피와 생명력을 바치면 바칠수록 일시적으로 그 능력이 급증하는 실로 무식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이야말로 유니크 등급에 지나지 않는 늑대 인간이 레전더리 등급에 달하는 힘을 낼 수 있는 이유였다.
지금까지는 놈들도 기준을 죽이지 않고 사로잡는다는 목적이 있어 마지막 일선은 넘지 않고 있었으나, 철의 숲이 열렸다는 사실을(그들에게는 물론 아니었지만) 알게 되자 마지막 고삐까지 풀려 버린 것이다.
“어떻게 할 거야, 준?!”
미친 듯이 덤벼드는 늑대 인간들을 상대로 대응을 곤란해 하던 파티원들 가운데 틸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안 그래도 자신들의 생명력마저 불태우며 미친 듯이 덤벼드는 탓에 안정적으로 버텨 주고 있던 기준의 체력과 마력, 영력이 일제히 흔들리기 시작한 상황.
지나치게 흥분한 늑대 인간들을 상대로 버티는 것은 미련한 일.
그러나 여기서 물러나면 비경 출입까지 남겨진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만큼 야른비드르 안에 고립된 긴은 위험해질 것이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지금은.’
잠시 갈등하던 기준은 어떻게 해야 긴과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답했다.
“일단은 자리를 피하자. 그리고…… 다음 계획을 세워야겠어.”
야른비드르가 열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반.
그동안 이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다면, 이미 긴이 철의 숲 안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상 모르긴 몰라도 수장 초르트나 그에 준하는 괴물이 찾아올 터였다.
그것을 수월히 막아 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싸우던 중에 입구가 열리기라도 하면 혹시나 그들까지 안으로 들어오게 될지도 모른다.
더욱이 늑대 인간들은 긴의 적이기도 하다.
‘비경에 들어가기 전에 정리할 건 정리해야 해. 설령 그게 늑대 인간 문명의 수장 초르트라고 해도.’
비경 안에는 이미 강대한 적대 세력이 존재한다.
어부지리라고 하면 말은 좋지만, 정말로 브리콜라카스가 비경에 진입하게 된다면 놈들과 비경의 주인들 틈에 끼어 안 좋은 꼴을 볼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러면 괜히 놈들은 비경까지 끌고 들어가 복잡한 일을 벌리느니― 긴이 야른비드르 안에서 무사히 숨어 있기를 기도하며 그사이 비경이라도 달콤한 꿀에 낚여 온 초르트 무리를 해치우는 편이 더 좋을 터였다.
―음, 여러 칭호와 스킬, 장비의 도움까지 받는 지금의 계약자라면 정말 그 우스운 이름의 늑대 인간도 해치울 수 있겠지.
그의 대담한 생각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루시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물론 1 대 1 상황으로 끌고 가기는 힘들 테고, 그 탓에 전투가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사이 그 새치기 늑대가 죽어도 계약자가 상처받을 필요는 없어. 알겠지?
‘긴이 죽었다는 전제로 진행하지 말아 줄래, 루시? 이래 봬도 나름 긴과 우리 모두에게 좋은 방법을 떠올리려 애쓴 결과거든?’
방침을 정한 기준은 파티원들에게 신호를 보내, 그들과 함께 일제히 안개 숲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숲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자 당연히 늑대 인간들은 정말로 철의 숲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여기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들의 머리 위를 넘어 숲으로 돌진했다.
“저놈들이 숲으로 들어간다!”
“선수를 빼앗기지 마! 비경을 점거하는 것은 우리 브리콜라카스다!”
“누가 초르트 님을 모셔 와, 당장! 숙명의 악의가 우리를 이끌 것이다!”
물론 기준은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고유 영역 ― 황금의 태양계를 발동해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일행 모두가 안개 숲의 환각에 걸려 들지 않게 보호했다.
늑대 인간들 또한 이 강렬한 빛을 느꼈으나 기준이 늑대 인간들을 막기 위해 마지막으로 발동한 함정이라 여겨 질색하며 최대한 빠르게 그 빛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네놈들을 죽이는 것은 내가 아니다, 초르트 님께서 친히 벌하리라!”
“네놈이 아무리 간사한 수단으로 우리 발목을 묶으려 해도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
온갖 패배자다운 말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며 숲 안으로 내빼는 늑대 인간들을 보며 기준이 픽 웃음을 흘렸다.
기준이 발동한 것은 고유 영역.
당연히 그가 내보내고자 하지 않는다면 늑대 인간들을 모조리 붙잡아 둘 수 있었으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늑대 인간들은 그가 자신들을 일부러 붙잡지 않았다는 사실을 과연 알 수나 있을 것인가.
이성이 온전했더라면 그의 권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비로소 열린 비경을 앞두고 하나같이 정신줄을 놓아 버린 놈들은 기준이 쏘아 내는 따가운 빛에서부터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려 발악할 따름이었다.
“좋아, 이걸로 저놈들은 모조리 묻을 수 있겠고.”
“하지만 출입증을 발동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해 보면 그리 좋은 수는 아니었어요.”
변신에서 벗어나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예민이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다가왔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네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오빠?”
“일단 틸라의 아공간 안으로 들어가자. 고유 영역을 써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아껴야 하거든.”
황금의 태양계를 발동하는 데 필요한 연료에는 기준의 마력과 영력도 포함되지만, 뭣보다도 일광을 가득 받아야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지금 이 일대는 야른비드르의 봉인해제 작업 이후로 줄곧 밤의 시간대를 유지하고 있기에 고유 영역은 아끼면 아낄수록 좋았다.
“고유 영역을 써야 한다니, 그 말은…….”
기준의 말에 순간 뜨악하는 틸라였으나 우선은 다급히 아공간을 열어 파티원들을 안으로 들였다.
안개 숲에서 헤매고 있을 늑대 인간들을 직접 잡아 죽여야 할까, 순간 고민한 기준이었으나 곧 그럴 시간은 없다는 생각에 파티원들과 함께 아공간 안으로 들어섰다.
파티원들이 전투의 피로를 달래고, 피와 먼지, 그을음 따위를 간단히 털어 낸 후에 회의가 곧장 시작되었다.
외부에서 이 소식을 들은 초르트가 곧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터, 목욕을 하고 있을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긴 이 녀석, 오랜만에 본다 싶더니 갑자기 이런 난리를 치다니.”
떨떠름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는 틸라.
로라는 그 옆에서 후우,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어리숙함은 고쳐지지 않는군요. 그래서야 평생 인기는 없겠어요.”
“윽.”
그녀가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가만히 듣고 있던 은신이 스플래시 데미지를 받았다.
원래 인기가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본성과는 별개로 ‘인기 없는 사람 특징’이라는 말에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모든 것을 자신에게 가져다 대 보기에 마련이었다.
“그 녀석한테 벌을 주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로라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운을 뗀 기준이 비경에 들어가기에 앞서 초르트를 사냥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자 파티원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미 몇 시간 이상을 기준이 수천, 수만 이상의 늑대 인간 군단을 상대로 버텨 내는 것을 본 만큼 불가능할 것 같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과연 빛의 용사라고 해야 할까요. 흡혈귀 다음은 늑대 인간이라, 실로 정석적이네요.”
로라가 우스갯소리를 말하듯 속삭이며 키득거렸다.
“제국에 지원을 받지도 않는 상태에서 이뤄 냈으니 더더욱 멋진 위업이 될 거예요. 제국의 수뇌부는 준 님을 제국으로 불러들이지 못해 안달을 내겠지요.”
“그 모습은 꼭 한 번 보고 싶네. 그 건방진 것들이 준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 말이야.”
레타에서 오랜 기간을 지낼수록 제국에 대한 반감이 커진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그런 이들이 기준의 미래를 위해 제국에 가라고 권했던 것을 생각하면 기준도 다소 생각하게 되는 바가 있었으나…… 지금 하기에 적절한 생각은 아니었기에, 헛기침을 하며 사고를 정리한 기준이 재차 말했다.
“이미 야른비드르 안에 들어가 있는 긴이 조금 위험해질 수 있지만, 우리 파티와 긴의 안전을 모두 생각한다면 이게 제일 좋을 것 같아. 솔직히―― 이 출입증을 온전히 믿을 수가 없어. 입장이 가능해진다고 늑대 인간들은 모조리 무시하고 우리만 쏙 빨아들일 것 같지가 않단 말이지.”
“이미 열 시간 가까이 결계를 해제한 탓에 안개 숲의 안개는 보다 짙어졌고, 자연히 철의 숲으로 들어가기도 쉬워졌어요. 준 님이 생각하시는 바가 맞을 겁니다. 그 출입증은 어디까지나 출입증을 지닌 자를 정식으로 안내하는 역할일 뿐, 결계가 해제되는 순간 늑대 인간들 또한 자신들의 힘으로 비경에 들어갈 수 있게 될 거예요.”
하티의 심장을 삼켰다는 이유로 긴이 출입증을 지닌 기준보다 우선해 비경에 입장했다.
이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물론 하티의 심장이 갖는 상징성도 크겠으나, 다른 종족보다는 늑대 인간이 철의 숲에 보다 들어가기 쉽다는 얘기일 수도 있었다.
“여기서 막죠. 다행히 결계가 해제되기 직전인 지금은 그 반작용으로 안개 숲의 힘이 최대에 달한 상태고, 여태껏 보아 온 늑대 인간들과 같다면 초르트라는 자도 분명히 숲 안으로 들어올 거예요. 오빠의 고유 영역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놈을 상대하면, 아무리 많은 늑대를 끌고 와도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
머릿속에서 한 계산이 긍정적으로 끝난 것인지, 예민이 강하게 선언했다.
기준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늑대 사냥에 돌입하자.”
* * *
통신구를 통해 모든 상황을 확인한 초르트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상황이 어찌 이리도 공교롭단 말인가.
어찌 이리도――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고 있단 말인가.
“역시나, 저 이레귤러는 이 지긋지긋한 연쇄를 끊어 내고 나를 옥좌에 올려 주기 위한 신이 안배한 장치였나.”
그는 곧장 수하를 불러 명했다.
“그놈―― 은늑대의 몸의 일부를 얻은 게 있나? 발톱, 털, 아무것이라도 좋다.”
“놈과 직접 전투를 벌인 이들에게 확인을 해 보아야겠지만―― 있을 겁니다! 놈은 털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덥수룩한 상태였습니다!”
“저런―― 역시 길바닥에 나뒹구는 똥개 놈답게 털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나.”
되었다.
이제 내가 이겼다.
초르트는 수백 년간 보물을 쌓아 온 브리콜라카스의 보고로 향하는 발걸음을 떼며 히죽 웃었다.
오늘따라 달이 아주 크고 밝았다.
마치 늑대의 신으로 거듭날 자신을 축복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