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6)
나 빼고 다 회귀자-236화(236/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36)
Chapter 44. 늑대가 우는 밤 – 6
기준이 다시금 안개 숲 입구에서 출입증을 활성화하는 동안 새로운 늑대 인간은 나타나지 않았다.
브리콜라카스의 전력이 소탕되었음을 안다면 그들이 얌전히 있을 까닭이 없으나― 어쩌면 이미 놈들은 안개 숲의 감시에서 철수했는지도 몰랐다.
수장인 초르트가 이미 야른비드르에 들어섰고, 그 측근도 모조리 출동했으니 명령권자가 없는 것일 수도 있었고.
―오케이, 다 죽은 것 같네!
―키이잇!
그러는 사이 기준과의 계약 관계로 인해 안개 숲에 영향을 받지 않는 루시와 우르가 안개 숲에 남아 미쳐 날뛰고 있는 늑대 인간들을 차근차근히 정리했다.
이미 이성을 완전히 잃고 환각에 정신을 먹혀 가던 놈들이었기에, 레전더리 등급이 무색하게도 정령들에게 각개 격파당할 만큼 약해져 있던 것.
기준은 이 과정에서 다시 3레벨을 올릴 수 있었고, 불의 정령술 역시 드디어 만렙을 달성할 수 있었다.
우르가 전설에 이르기까지 이제 단 한 걸음만이 남은 것이다.
“이제 야른비드르로 들어가 초르트를 죽이기만 하면 브리콜라카스는 깔끔하게 끝나겠네.”
“믿기지 않아, 정말 한 번의 전투로 브리콜라카스의 최정예를 전멸시키다니.”
“정말로 믿기지 않는 건 만약의 사태도 대비하지 않고 윗대가리를 모조리 안개 숲에 돌격시킨 초르트의 뇌지만.”
“준, 초르트가 무식하다는 건 동감하지만 수십 명의 레전더리 등급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거야.”
기준의 탱커 능력도, 정령들의 화력도, 각종 칭호와 스킬로 인한 상성도 물론 대단하지만 이번 전투에서 루멘 파티가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까닭은 단연 그의 고유 스킬 덕분이었다.
들어오는 모든 이를 미쳐 버리게 만드는 안개 숲의 디버프를 파티 단위로 무효화시켜 버리는 능력으로 늑대 인간들을 밀어붙여, 광폭화를 유도해, 두 번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빠트려 버리는 작전.
레타의 필멸자의 규격을 한참은 벗어난 고유 스킬과 고유 영역이 없었다면 감히 꿈도 꿀 수 없을 일이 아닌가.
“어쩌면 초르트는 그것마저 감수했을지도 모릅니다.”
야른비드르의 결계가 완전히 해제되기까지 고작 몇 분이 남은 시점, 로라는 허공에 형성되어 가는 희끄무레한 안개 덩어리를 바라보다 말고 가만히 중얼거렸다.
“야른비드르에 정말로 강대한 늑대들이 머무르며, 서사시 영역에 이른 신수를 잡아먹은 초르트가 늑대의 신으로 화한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죽어 나간 수십 명의 늑대 인간들은 ‘따위’로 취급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썩 상상하고 싶은 광경은 아니네.”
“물론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습니다만, 초르트가 긴의 능력을 제한적으로 구사했던 것을 떠올리면.”
긴은 늑대 인간의 대적자이자, 명백히 늑대 인간의 상위 단계로의 진화를 이룩한 이레귤러다.
더욱이 그의 힘은 야른비드르와 공명하고 있으며, 모르긴 몰라도 야른비드르의 늑대들을 상대로도 그는 압도적인 상성상 우위를 지닐 터.
정말로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만약 초르트가 긴을 잡아먹고 그의 능력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어쩌면 브리콜라카스 최정예의 조력 없이도 홀로 펜리르를 압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를…… 죽여 둬야 했을까요.”
무거워진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 긴이 그렇게 걱정되느냐고 로라에게 짓궂은 농담을 던지려던 찰나, 로라가 묵직하게 중얼거린 그 말에 기준은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긴의 능력은 지나치게 특수하고, 심장을 섭취해 동족의 능력을 앗는 늑대 인간들의 특징은 너무 위험해요. 그가 떠나 버리기 전에 목숨을 거두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해요, 준 님. 그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은 저인데, 이런 간단한 이치도 고려하지 못하다니.”
기준은 정말로 면목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로라가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무서웠다.
“긴은 무사할 거야. 우리는 긴을 구할 거고. 그러니 괜한 생각할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는 로라의 얼굴에는 ‘여차하면 내가 손을 더럽혀서라도’로밖엔 읽히지 않는 결사의 각오가 어려 있었다.
만약 야른비드르에 들어가 긴과 재회하게 된다면 결코 두 사람만 남겨 두지는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고 있자니 어느덧 눈앞의 게이트가 사람 한 명이 지나가기에 충분한 크기로 확대되었다.
―야른비드르의 출입구가 열렸습니다. 출입증을 지닌 이와 같은 파티는 정식 출입 허가를 받습니다.
출입증을 품에 넣은 기준이 파티원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긴장감으로만 따지면 아까 늑대 인간들과 대적했을 때 이상.
이 비경 안에는 레전더리 등급의 존재가 수십이 아니라 못해도 수백은 될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가자.”
“가죠.”
기준은 혹시나 하는 기습에 당하지 않게끔 파티원들 전원에게 왜곡된 질서를 적용시킨 후, 앞장서서 게이트 안에 들어섰다.
일행의 후위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틸라가 마지막으로 게이트에 발을 내디딜 때까지도, 안개 숲과 그 일대는 한없이 고요할 따름이었다.
―[파불라 ― 야른비드르(Legendary Plus)]에 진입합니다.
―유적에 진입하여 [배후 던전의 공략자(L)] 칭호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와 스킬 효과가 20% 증가합니다.
그곳은 침엽수가 빽빽이 들어찬 숲이었다.
다만 기준이 알고 있는 침엽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침엽수 대부분이 기준의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 족히 열 배 이상은 거대하고 굵다는 것.
숲 내부는 안개 숲과 비슷하게 온통 짙은 안개에 뒤덮여 있었는데, 다소 노란빛을 띠고 있는 안개의 정체를 기준은 금방 알아차렸다.
“이거 송홧가루네.”
“소나무의 꽃 송화요? 아, 그러고 보니까 이거 다 소나무네!”
눈앞도 알아보기 힘들 만큼 뿌연 안개와 그것을 발생시키는 근원의 정체를 알아차린 지혜가 입을 떡 벌렸다.
“게다가 이거 독성인 것 같은데.”
“우리 정식으로 인정받고 들어온 거 아녔어?”
“우와, 진짜네. 여기 들어오자마자 적응 스킬 미친 듯이 발동하네요.”
과연 비경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독성을 머금은 송홧가루 안개 따윈 환영 인사에 불과하다는 걸까.
―계약자, 이대로 불 쓰면 바로 난리 나겠는데?
“아.”
그러고 보면 송홧가루도 분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던가?
소나무에는 꽃만 열리는 게 아니라 그 유명한 송진도 맺히고, 송진은 불에 잘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송진 가루라면 송홧가루보다 더 민감하게 불에 반응하겠지.
지구와 식생 환경이 다른 레타라면 혹시나 다를까 싶긴 했지만 루시의 말을 듣자 하니 지구보다 반응성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비브한테 가져다줄 특산품은 부족하지 않겠네. 비경의 소나무, 송진, 송화까지. 벌써 특산품이 세 개잖아.”
―난 계약자가 그 나방을 지나치게 챙겨 준다고 생각해.
“아니, 지금 전리품 고민하고 있을 때예요?”
“괜찮아.”
기준의 가장 특징적인 능력 중 하나가 빠르게도 봉인될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기준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포르티스, 할 수 있겠어?”
―핏.
강한 바람을 다루는 포르티스가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공격력은 다소 부족한 탓에 늑대 인간들과의 싸움에선 활약하지 못하고 얌전히 있어야 했으나 바람을 다루는 녀석의 능력은 유니크 등급 중에서도 상위권에 달했다.
더욱이 지금 녀석에겐 모든 날개 달린 생물에게 축복을 내려 주는 악의 비상의 도움마저 있었으니.
―피요오오오!
날개를 흔들지도 않고 울음소리만으로 전방으로 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포르티스.
루멘 파티의 방어구를 눈처럼 뒤덮으려 들던 송홧가루가 일제히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렇게 강한 바람이 불고 있으니 주위의 소나무를 건드려 더한 난리를 일으킬 법도 하건만 포르티스가 통제하는 바람은 놀랍게도 나무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대기 중에 떠도는 송홧가루만을 빨아들여 허공으로 응집시키고 있었다.
“포대를 준비하길 잘했네.”
“아니 긴장감! 내 긴장감 돌려줘요!”
―계약자랑 하루 이틀 지내는 것도 아니고 아마추어 같게 그런 걸 찾다니.
가만히 놔두면 상태 이상뿐만 아니라 방어구와 무기마저도 부식시키는 강한 독성을 띤 송홧가루들이 한데 뭉쳐져 포대 안으로 쏙쏙 들어갔다.
이걸 가공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끝내주는 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정화를 거치면 한국에서 다식으로 만들어 먹듯 식용으로 쓸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는 김에 송진도 채취하자, 포르티스.”
―피이이잇!
송홧가루를 빨아들이는 게 상태 이상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송진을 채취하는 것은 앞으로의 전투를 위해서였다.
우르의 불꽃은 외부의 도움이 없이도 강렬하지만, 야른비드르의 소나무에서 나는 송진을 이용한다면 더한 화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완전히 나를 위한 환경이네.”
“분하지만 부정할 수가 없네요…….”
이렇게 송홧가루가 날린다면 다른 것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표적으로는 솔방울.
이 숲의 계절을 봄이라고 친다면 지금쯤 씨앗이 들어 있는 건 없고 대부분 껍질만 남아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을 테지만…….
“솔방울 수류탄…….”
“방금 누구야.”
“아무것도 아녜요, 장군님.”
“지혜.”
“네! 신이 너 이리 와!”
기준의 명을 받은 지혜가 은신의 사상을 엄격히 검증하는 사이 주위 환경을 둘러보고 돌아온 루시가 보고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아무래도 다 섞여 있는 것 같은데? 비경은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변화가 극단적이게 마련이고, 사계절의 양상이 섞여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좋은 얘기네.”
솔방울을 그냥 수류탄으로만 쓸 거라면 씨앗이 들어있든 없든 상관없지만 기준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침엽수 가운데에는 같은 소나무과에 속한 잣나무도 있기 때문.
잣송이를 구한다면 무려 비경에서 난 잣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야른비드르에서 끓인 잣죽…….”
“아까 긴장감 타령을 하던 것 같았는데.”
은신의 취조를 마치고 돌아온 지혜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도 금방 소재를 찾아 나설 듯한 모습을 보이자 로라가 어처구니없어하며 중얼거렸다.
―아, 적도 발견했어. 저 너머 언덕에서 늑대들이 떼를 지어 달리고 있던데?
그러던 중 들려온 루시의 말에 기준을 제외한 전원이 몸을 굳혔다.
“왜 그런 중요한 정보를 지금 말해 주는 거야?!”
―우리 목표가 아니니까. 지금 우리가 늑대들을 잡고 있을 때는 아니잖아.
한가롭게 대꾸한 루시는, 실은 기준의 지시에 따라 야른비드르에 들어온 순간부터 감지 범위를 확대하던 중이었다.
“당장 중요한 건 두 가지야. 첫째는 긴을 찾는 거고, 둘째는 초르트를 붙잡는 것. 둘 다 우리와는 다른 경로로 들어와서 그런지 근처에는 없는 것 같네.”
“진지하게 일하고 있던 거면 미리 좀 알려 주세요!”
“아니, 너희 어깨에 들어간 힘도 좀 빼 줄 겸.”
확실히 송홧가루니 솔방울이니 떠드는 틈에 긴장감이 적잖이 해소되기는 했다.
지혜는 여유롭게 말을 늘어놓는 기준이 실은 일은 모두 루시에게 맡겨 놓고 본인은 그저 들떠 있었을 뿐이 아닐까 의심했으나 감히 그걸 캐물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일행이 천천히 숲속을 나아가며 주위의 송홧가루, 송진, 솔방울 따위를 싹쓸이하던 중.
저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루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똥강아지 곧 죽겠는데?
* * *
[비체♥(차원 대기실): (사진)] [비체♥(차원 대기실): (사진)] [비체♥(차원 대기실): (사진)]……
[비체♥(차원 대기실): 아냐, 포인트 주려고 하지 마. 내가 너를 상대로 이상한 장사하고 있는 것 같잖아! 너한테만 보내는 거거든! 무료거든!] [비체♥(차원 대기실): 그냥 빨리 넘어왔으면 해서 그랬다고? 내가 말했잖아, 요즘 적이 많아서 포인트 잘 벌린다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거기로 갈게.] [비체♥(차원 대기실): 전에 말했던 비경? 하여튼 쉴 틈이 없이 사건을 저지르는구나.] [비체♥(차원 대기실): ……브리콜라카스를 전멸시켜?] [비체♥(차원 대기실): 아, 아아. 수하들을 다 죽였다고.] [비체♥(차원 대기실): 후후, 많이 컸어도 아직 애송이라니까.] [비체♥(차원 대기실): 준, 브리콜라카스는 초르트를 죽이기 전까지는 전멸하지 않아.] [비체♥(차원 대기실): 놈이 곧 브리콜라카스거든.] [비체♥(차원 대기실): 기억해, 놈은 결코 혼자가 될 수 없다는 것.] [비체♥(차원 대기실): 그래도 우리 쭌이 이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