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4)
나 빼고 다 회귀자-244화(244/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44)
Chapter 46. 늑대 사냥 – 3
―서사시에 남을 적과의 비경에서의 조우, 완벽한 농락과 깔끔한 사냥. 오래도록 이 대륙의 어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빛의 의지를 꺾어 온 숙명의 악의, 브리콜라카스의 수장 초르트를 외부 세력의 도움 없이 자신이 이끄는 집단의 힘만으로 처단했습니다.
흡혈귀에 이어 늑대 인간의 문명까지 멸절하며 이 대륙에 드리운 암운을 상당수 걷어 내고 빛이 승리할 가능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7,000,000 레타 포인트를 얻습니다. 매력(E)이 7 올랐습니다. 스킬 포인트 3을 얻습니다.
―칭호 [최후의 용사(Legendary)]에 매우 긍정적인 보정이 주어집니다. 당신은 용사로서 지닌 사명을 뚜렷이 깨닫고 나아가기로 다짐했습니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으나, 당신이 바라는 진실과 힘을 거머쥐기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칭호 [불사 사냥꾼(Legendary)]에 매우 긍정적인 보정이 주어집니다. 만약 다른 불사의 적을 처단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땐 당신의 불사 사냥꾼으로서의 위명만으로도 이 대륙을 진동시키게 될 것입니다.
―월광혈아(L) 스킬이 65레벨, 루시(L) 스킬이 66레벨, 아다만트(L) 스킬이 76레벨, 살루타리스(L) 스킬이 65레벨, 발광 도발(U) 스킬과 도살(U) 스킬이 60레벨, 전광 투척(U) 스킬이 10레벨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 모든 스킬이 성장합니다.
―서사에 남아 마땅한 활약을 거듭한 끝에 당신의 근력이 한계를 초월하여 에픽 등급으로 성장합니다! 근력(E)이 1이 되었습니다.
―레벨이 4 올라 99레벨이 되어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근력(E) 4, 내구(E) 2, 광 마력(E) 2, 광륜(L) 4가 올랐습니다.
몇 달에 걸쳐 여러 도시에 수작을 부리고, 기어이 기준과 원정군을 자신들의 세력권으로 끌어들여 가며 성가시게 괴롭혔던 쿠드라크 세력과의 일전과는 달리 브리콜라카스와의 결착은 실로 허무했다.
그야 흡혈귀 놈들과 싸울 때와 비교하면 당장 기준과 멤버들의 전력도 천지 차이였지만 그렇다 해도…….
이것저것 댈 필요 없이 우르르 몰려 온 놈들을 모조리 깨부수고, 비겁하게 물량으로 나오는 초르트에게 미러전으로 가볍게 응수해 주고 끝내 정면에서 빛을 집중시켜 죽인 것으로 정말로 하나의 문명과의 전쟁이 끝이 나 버렸다는 사실을 믿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모두 최선을 다해 싸우긴 했지만, 이게 전력은 아니기도 했고.
당장 언제나 기준을 은밀히 수호하는 악령이 나설 일도 없지 않았는가.
“뭔가…… 생각보다 쉬워서 좀 허무하네요.”
―방금 쉽다고 한 놈 엎드려.
루시의 예민한 목소리에 은신이 입을 다물며 시선을 피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날카롭게 은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브리콜라카스가 어떻게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았을 거라고 생각해? 이들은 결코 만만한 적이 아니었어. 동급과 비교해 더 뛰어난 공격력, 절대적인 우두머리의 지배하에 쉽게 뭉치는 집단의 힘, 언제나 자신을 지켜 내는 수백 마리의 병졸을 불러낼 수 있는 성유물의 힘까지. 괜히 흡혈귀처럼 지들 성에 꽁꽁 처박혀 있지 않고 밖을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구.
“우리가 그만큼 이전에 비해 많이 성장했다는 뜻이야, 신아.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겨.”
기준이 그 사이에 끼어들어 은신을 다독여 주자 루시가 빽 소리를 질렀다.
―계약자! 이게 전부 계약자 덕분이라구! 난 저들 어둠의 문명을 상대로 지나치게 치명적인 상성을 발휘하는 계약자의 능력 탓에 슬슬 돌아올 운명이 두려워지는 수준이란 말이야!
“그중 절반 이상은 루시 네 덕분이잖아. 애초에 내가 광인이 되었던 것도 네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읏, 그건…… 그렇지만. 그렇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계약자가 나와 수월히 계약할 수 있었던 것도 계약자의 고유 스킬이 있었기 때문일 거야. 내가 없었으면 조금 늦더라도 언젠가 이만한 위치에 도달했었겠지.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 때문에 계약자가 훨씬 더 이르게 커다란 위기와 조우하게 될지도…….
“위험한 세상인 건 마찬가진데 빠르게 강해질 수 있으니 좋은 거지. 늘 고마워, 루시.”
은신에게 화를 내다 말고 이번엔 또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는 루시의 모습에 기준은 픽 웃곤 녀석을 품에 끌어들여 쓰다듬어 주었다.
기준은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으나, 조금 전까지 기준이 초르트를 상대로 발했던 압도적인 위용, 그 찬란한 빛을 잊지 못해 기준만을 주시하던 파티 멤버들은 그의 품에 안긴 루시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은신에게 큰 소리를 질렀을 때부터 저기까지 구상하고 있었다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는 평할 수 없다.
“어쨌든…… 그래서 그런가, 보상도 막 엄청 크지는 않네.”
야른비드르로 들어오기 전 안개 숲에서 브리콜라카스의 주 전력을 상대했을 때보다도 많은 보상을 얻어 정신이 없던 루멘 파티 멤버들이 기준의 말에 저게 대체 무슨 개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기준은 진심이었다.
불사 사냥꾼 칭호가 에픽 등급으로 성장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그래, 아주 조금은 바랐었지만.
그게 안 이루어졌으니 적어도 레전더리 등급에 막혀 있던 나머지 스테이터스들은 한꺼번에 에픽 등급으로 성장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실제로 성장한 것은 근력 스테이터스 하나뿐.
‘만약 정말 재주와 영력까지 한꺼번에 에픽 등급으로 성장했더라면 육신과 영혼에 밀어닥치는 변화로 쇼크사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구 스테이터스가 먼저 에픽으로 성장한 덕일까? 실시간으로 근력이 업데이트되며 전신의 뼈와 근육에 질적인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으나 그게 못 견딜 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느껴지는 변화가 극심하지 않으니 더욱 아쉬운 것이겠지.
스테이터스뿐만 아니라 레벨도 99가 되었고, 브리콜라카스의 수장을 쓰러트리는 수준의 업적이라면 종족 등급이 성장하기에도 충분했을 텐데…….
―키잇, 키이이…….
“그래, 우르가 성장하지 못한 것도 그렇고. 미안해, 우르. 생각보다 네가 나설 기회가 얼마 없어서 그랬나 봐. 지금부턴 더 열심히 하자.”
―킷!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여긴 기준이 루시를 풀어 주곤(그녀는 싫어했지만) 우르를 끌어안았다.
비록 미진한 구석은 있었지만 그래도 크게 성장한 것은 확실하고, 두 방패의 능력의 조화도 훌륭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섬광 투척 스킬을 진화시키기까지 했으니 개인적인 성장 측면에서만 봐도 이번 전투는 수확이 컸다.
‘그래, 이번 전투는 원래 파티원들과 손발을 맞춰 강한 적을 상대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매우 성공적이었지. 지혜는 말할 것도 없고, 민이도 새로 얻은 능력을 아주 훌륭하게 활용했으니까…….’
뭣보다 기준이 이 비경에서 치를 보스전은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필시 초르트보다도 등급이 더욱 뛰어날 펜리르와의 결전이.
놈은 언데드가 아니니 초르트에 비하면 기준의 능력에 대한 저항력이 더 강할 것이고, 놈이 부리는 수하들 또한 초르트가 부리는 늑대들보다 더욱 뛰어날 터.
초르트와 펜리르에 대해 곰곰이 따져 볼수록 초르트는 그저 펜리르의 열화판, 혹은 중간 보스에 불과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런 펜리르를 초르트는 대체 무슨 깡으로 사냥하려고 했던 것일까, 원래 식신랑의 심장을 먹기로 약속이라도 했던 걸까.
―계약자, 펜리르의 심장은 초르트에게 있어 지상 목표나 마찬가지였을 거야. 다소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도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거겠지. 더욱이 초르트, 그 망종의 능력은 같은 늑대들을 상대로 더욱 뛰어난 것 같기도 하고.
“하긴, 그러다 자신과 상성이 더럽게 나쁜 나를 만나 좌절한 건가.”
덤으로 예민의 벌레들도 초르트의 가장 큰 능력을 봉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고.
자신이 얻은 것들을 대충 수습한 기준이 예민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마침 이번 전투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아니, 그 외의 다른 모든 벌레를 잡아먹고 성장한 한 마리의 거대한 벌레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막 엄청 징그럽진 않네?”
“격이 높아진다는 건 이 대륙에서 보다 완전해진다는 것을 뜻해. 지혜 네가 하이휴먼이 되면서 예뻐진 것처럼.”
“마치 그 전까진 별로 안 예뻤던 것처럼…… 아니, 미안.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말하는 예민은 아무 신경 안 쓰는데 혼자 지뢰를 밟은 지혜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인간이 이를 수 있는 격의 한계에 이른 지금까지도 외모 콤플렉스가 해결이 안 되었다니.
기준은 멍하니 상태창이나 확인하고 있는 은신에게 다가가 허리를 쿡 찌르며 눈치를 주었다.
지혜의 트라우마가 괜히 재발하지 않게끔 신경 써 주라는 뜻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녀석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형, 진짜 멋졌어요! 왼손에서 빛이 터져 나오는데 다음 순간 또 오른손에서 빛이 쏴아아아――!”
“그래, 고맙다.”
아니야, 나 칭찬하라고 찌른 게 아니었다고.
그저 속으로만 한숨을 내쉰 기준이 초르트의 사체로 다가갔다.
몇 번이고 타격을 가하기는 했으나 워낙 몸이 탄탄한 데다 죽이는 것도 저항력이 극도로 약해진 순간을 노려 빛에 절여 죽인 것이다 보니 사체의 상태는 매우 멀쩡했다.
“이대로 벗겨 낼 수 있겠는데.”
―덩치만 3미터를 가볍게 넘기는 늑대 인간의 가죽이라…… 방해되는 부분을 쳐 내고 가죽 망토로 만들어도 되겠는데?
아무래도 저번 악룡의 날개로 끝내 망토를 만들지 못했던 것이 신경 쓰였나 보다.
기준은 등급만 놓고 보자면 악룡을 제외하고 자신이 사냥했던 것들 가운데 가장 높은 초르트의 가죽이라면 정말 그래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순간 떠올렸다가 멈칫했다.
“그런데 어차피 곧 펜리르 잡을 거잖아. 그럼 망토를 만들어도 펜리르 가죽으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계약자가 용사라는 사실을 실감해.
뉘앙스가 어째 칭찬이 아닌 듯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도축을 개시했다.
처음엔 놈의 손발톱과 가죽, 단단한 뼈까지 가장 유용해 보이는 부위들부터 순서대로 도축하려다가…… 놈에게 ‘특수 부위’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곤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럴 때 보면 또 용사보단 호구 같단 말이지…….
“식구 챙겨 주는 거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그렇게 식구라고 단언해 버리는 부분이, 으음, 뭐라고 할까…… 사랑해, 계약자.
“지금 나쁜 말 하려다가 얼버무린 거 아냐?”
―사랑해!
그래서 그가 먼저 챙긴 특수 부위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물론 초르트의 심장이었다.
늑대 인간의 야성과 마력 대부분이 깃들어 내장보다는 금속에 가까운 형태로 경화한 그것은 동족의 심장을 취해 성장하는 늑대 인간들에게 있어선 어지간한 성유물보다도 더한 귀물로 보일 터였다.
“아, 다행히 통가죽에 심장에 더해 또 부위 하나는 얻어 낼 수 있겠네. 아무리 나라도 늑대 인간 고기를 먹고 싶지는 않으니까 패스하고…….”
―손발톱으로 하자.
“좋아, 그걸로 하자.”
루시의 혜안은 이번에도 실로 탁월해서, 심장을 제외하고 그가 초르트에게서 도축한 부위는 모두 레전더리 플러스 등급이었다.
살아 있을 때는 대륙의 늑대 인간을 대표하는 어둠의 공포로 군림하며 끔찍한 악명을 날린 존재, 초르트가 가죽과 손발톱, 심장만을 남기고 허무하게 풍화되어 소멸하는 순간이었다.
“준 님, 성유물을 확보했습니다. 생각보다 멀쩡하군요.”
“어디.”
기준이 작업을 마쳤을 즈음, 전장을 정리하던 로라가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잔을 집어 들고 기준에게로 다가왔다.
그가 그 잔을 보며 처음으로 떠올린 생각은 ‘성배’였지만, 곧 말도 안 된다며 스스로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그 유명한 성배가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으며, 정말로 성배라면 발휘해야 할 능력은 미니미 양산이 아니라 좀 더 성스러운 무언가일 테니까…… 아니, 미니미 양산도 충분히 성스럽긴 한가?
“제 성력으로 훑어보았으나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마치 이전 주인에 대해선 모르는 척하는 것처럼…….”
“아, 그건 아마도.”
기준은 어디 ‘각인이나 흠 하나 없이 매끈한’ 성유물의 상태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라의 말에는 짚이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그가 고유 영역의 파편을 얻었을 때에는 이전 주인, 크라트 반 헬싱의 마력을 모조리 지워 낼 때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가.
그랬던 것이 이번에는 어째서 이렇게 깔끔한가 하면…… 기준은 루시를 힐끗했다.
―아마 맞겠지.
슬슬 기준이 자신의 정체를 온전히 파악해 간다는 자각은 하고 있었는지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루시.
―내 힘만은 아닐 거야. 마지막 순간, 계약자가 고유 영역 안에서 모순의 은월로 증폭된 정화의 파동을 펼쳤지? 그 힘이 성유물을 완벽히 정화한 게 아닐까 싶어.
“그렇겠네. 수고를 덜었으니 다행이지.”
그건 그렇다 치고…….
이 성유물은 어떻게 쓴담.
적의 손에 들려 있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력했지만 이것을 얻게 된 기준 입장에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것은 평소부터 포식 같은 수단으로 적의 인자를 다양하게 얻어 낼 수 있으며, 종족적인 특성으로 휘하의 혈족을 만들어 내거나 변화시켜 지배하는 이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었다.
애초에 기준은 고유 스킬부터가 ‘외부로 인한 내부의 변화’를 거부하는 것인 만큼, 기준의 힘과는 감히 상극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 파티에 늑대 인간이 한 명 있기는 하지. 하지만 지금도 파티원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에 이런 귀한 성유물을 긴에게 덥석 안겨 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냐.’
아니, 잠깐.
늑대 인간과 종족적인 특성이 비슷한 이가 기준의 눈앞에 한 명 있지 않은가.
기준은 귀하디귀한 성유물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욕망 한 점 없는…… 아니, 오직 기준에 대한 욕망에 시달리고 있을 뿐인 순진한 흡혈귀 처녀에게 물었다.
“로라, 이거 너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