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7)
나 빼고 다 회귀자-247화(247/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47)
Chapter 47. 종말의 그림자 – 2
“듣던 것보다 훨씬 더 큰데.”
“저만한 크기로 여태까지 어떻게 숨어 있었던 거지? 나무와 거의 비슷한 크기잖아?”
어쩌면 그것도 이 숲의 신비인지도 모르지.
기준은 너무 거대해 절로 한숨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거인들을 보며 각오를 다졌다.
모르긴 몰라도 초르트 역시 저 거인들을 사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초르트를 사냥한 루멘 파티가 거인을 사냥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다들 전투 준비해. 지혜, 너는 주로 저놈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데 주력해 줄래?”
“맡겨 주십셔!”
장난스럽게 경례를 올려붙인 지혜가 번개 마법을 영창했다.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였을까, 작게는 십 미터에서 크게는 삼십 미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인들이 일제히 간격을 좁혀 오며 제각기 주먹이나 발을 들어 올려 일행을 짓밟으려 들었다.
놈들이 그런 의도를 품고 움직이는 것만으로 일행 전체에게 끔찍한 압력이 걸렸으나― 기준이 방패를 들어 올린 직후 그 모든 압력이 기준에게로 집중되었다.
그와 함께 전신을 번쩍이며 거인들의 시선을 강제로 자신에게 끌어당기는 기준!
―공기 중에 퍼진 독소, 숨결마다 파고들어 근육과 피를 얼리는 한기, 요툰 외의 모든 생물을 적대하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적응(Uc) 스킬의 영향으로 모든 능력이 15% 상승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스킬도 있었나.
기준의 몸에 걸린 막대한 부하가 적응 스킬의 발현과 함께 살짝 가벼워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말할 것도 없이 디버프 판정을 받은 압력이 고장 나지 않는 체내 시계를 뚫지 못하고 소멸한 탓이었다.
“괜찮아요, 오빠?!”
“멀쩡해, 놈들의 공격은 나한테 집중시킬 테니까 너희는 빈틈이 보이는 놈부터 차례대로 공략해! 어떻게든 숫자를 줄여!”
“알겠어요!”
다음 순간 대지가 무너질 것처럼 진동했다.
오직 기준을 노리고 날아드는 거인의 주먹이 그의 방패에 정면으로 충돌하며 일으킨 진동이었다.
수십 미터 덩치의 거인과 비교하면 벌레에 불과한 기준이 짓눌려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은 충돌이었으나, 방패를 내민 기준은 땅에 파묻히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않고 정면에서 그것을 받아 내고 있었다.
거인의 일격을 받아 낸 몸이 삐걱대고, 전력을 끌어내느라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으나― 솔직히 반갑기까지 했다.
권능이니 스킬이니 하는 번잡스러운 걸 모조리 떼어 놓고 순수하게 힘으로 맞붙는 건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진 탓이다.
“후우―― 막을 만한데?”
―내구와 근력이 에픽 등급에 이르지 않았더라면 위험했을걸?
그래, 근력.
지금 기준의 근력은 에픽 등급이다.
저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하는 거인 놈들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스테이터스만 놓고 보면 그는 거인과 정면에서 맞설 수도 있음을 상태창이 증명했다.
한 점 의심 없이 광 마력과 영력을 집중시킨 방패를, 핏빛의 송곳니를 내지른다.
―콰아아앙!
[어, 어억――!]목소리까지 짜증 나게 거대해 천둥이 치는 듯한 거인 놈이 설마 했던 반격에 휘청거리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순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기준을 돌아본 파티원들이 제정신을 되찾곤 놈에게 달려들었다.
마침 찌르기 좋은 위치에 목이 있으니 사정없이 찌르고 불태우고 베어 내, 어떻게든 놈이 몸을 추스르기 전에 죽인다!
[도, 도와줘! 벌레 놈들이― 꾸르륵!]벌레는 벌레라도 한 마리 한 마리 치명적인 맹독을 품은 벌레들이었다.
특히나 초르트 전을 통해 완성된 고독,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닮은 벌레는 야른비드르에 서식하는 온갖 벌과 벌레들의 독을 한데 모아 강화한 극독이 깃든 뿔을 쏘아 내 거인의 목을 꿰뚫기까지 했다!
“저거 발사되는 거였어?!”
“아, 다행히도 다시 자라나는 모양이네.”
“온다, 다른 놈 뒤에서! 지혜!”
순간 일어난 기사에 지나치게 당황한 나머지 몸이 굳어 있던 거인 놈들도 동료가 죽는 꼴을 보자 정색하며 덤벼들었다.
[벌레들을 밟아 죽여!] [크와아아아악!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지나치게 흥분한 거인들이 마구 날뛰며 사방으로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하느라 흙먼지가 뿌옇게 일고, 나무가 뽑히는 둥 금세 난장판이 된 상황에도 기준은 침착하게 방패를 쥐고 대기했다.
발광 도발에 마력을 더해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지닌 막대한 근력과 내구에 비해 어째 마력은 조금 부족해 보이는 거인들을 현혹시키고 농락했다.
하지만 그가 얕본 것이 있었으니 바로 거인의 덩치에 반비례하는 놈들의 세심함이었다.
거인은 거대해도 너무 거대했고, 마력의 양이 적지는 않았으나 모두 그 거대한 덩치의 생명 활동을 유지하고 근력을 강화하며 육신이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데에 모조리 소모하는― 어찌 보자면 마력을 희생하고 육신을 키우는 바바리안과도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었다.
즉 놈들의 전투 수단은 무식한 근력과 덩치에서 비롯되는 재앙과도 같은 주먹질과 발길질 정도였는데, 유용 마력이 없는 탓에 항마력도 없다시피한 놈들에게 기준의 발광 도발이 지나치게 잘 먹혀든 결과― 놈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기준에게 덤벼들거나 주먹질을 해 대는 통에 자신들끼리 부딪치거나, 아예 서로를 붙잡고 쌈박질을 하는 등 잔뜩 긴장하고 있던 루멘 파티가 허탈해지게 만드는 짓을 해 대고 있었다.
“마치 용아병들 사이에 던져진 돌멩이와 같은 심정이야…….”
“오빠, 오빠가 직접 움직이면 더 난장판 될 것 같은데요.”
“좋은 생각인데?”
“아니, 전 발광 도발 그만 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거인들이 난동을 피우면 자연히 그들 틈바구니로 파고들어야 하는 파티원들도, 거인들의 빈틈을 노리고 번개를 쏘아 내야 하는 지혜도 움직이기 힘들어지지만 기준이 어그로도 완벽히 끌어주고 데미지도 대신 맞아 주는데 그 정도도 힘들다고 하면 거인 사냥 때려치워야 한다.
기준은 잽싸게 포르티스를 불러 녀석의 등에 올랐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발광 도발이 유지되고 있었던 탓에 포르티스는 눈을 감았다 뜨며 괴로워했다.
“포르티스, 밝기는 어때. 참을 만해?”
―핏!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선글라스 비슷한 거라도 만들어 줄 테니까…….”
“아니, 진짜 날아다니려고…… 일단 저항 마법이라도 걸게요!”
기준의 발상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한 지혜가 포르티스에게 빛 저항 마법을 걸어 준 직후.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은 포르티스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다.
“포르티스, 전속력으로!”
―피요오오오오오오!
[빛! 저 빛!] [잡아! 잡으라고!]가뜩이나 성가신 빛이 코앞으로 덤벼들자 잔뜩 약이 오른 거인들이 펄펄 뛰며 그를 붙잡으려 들었으나 악룡의 날개로 만든 아티팩트― 악의 비상의 힘으로 축복을 받은 포르티스는 놈들에게 잡히지 않는 속도로 허공을 질주하며 거인의 겨드랑이 사이, 다리 틈, 목덜미 근처를 지나다니며 약이 오를 정도로 완벽하게 놈들을 피해 냈다!
[키하아아악!] [죽이고 싶다! 저놈을 죽이고 싶어!] [크악! 치지 마라!] [숲의 주인이 나의 복수의 정당성을 입증해 주리라!]급속도로 확장되어 가는 깽판.
지상에 발을 붙이고 있을 때도 짜증 났는데 이젠 입체 기동을 하며 서라운드로 빛을 뿜어내고 있으니, 거인들이 얼마나 약이 오르고 또 분노하겠는가.
날벌레를 잡겠다고 손바닥을 휘두르다 동료의 뺨을 때리고, 발길질이 동료의 급소를 가격하고, 힘껏 내지른 주먹이 동료의 명치를 박살 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거인들은 자신들이 화를 내는 것이 날벌레 때문인지, 아니면 날벌레를 잡겠다며 자신을 패는 다른 거인 때문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지금 일부러 때렸나?] [아니다, 날벌레 때문이다!]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원래 나한테 사감이 있던 것이 아닌가?] [숲의 주인에게 직접 명을 받는다고 아까 누가 으스댔던 것 같지 않나?]신이 내린 축복이 모조리 육체에 몰빵된 탓에 지능이 다소 유감스러운 거인들이 본격적인 내전에 돌입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루멘 파티는 기준의 지시대로 어떻게든 빈틈을 드러낸 거인의 급소를 공략하니, 어느덧 능력이 크게 성장한 그들은 기준의 도움 없이도 거인을 한 마리 한 마리 줄여 나가고 있었다.
“원래 송곳니를 길게 늘여서 허공을 날며 놈들을 베어 버릴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네.”
―차라리 한 마리씩 덤볐으면 더 힘들었을 텐데.
차라리 집단 의식이 투철한 늑대 무리였더라면 거인보다 상대하기가 더 힘들었겠지.
초르트가 이 거인들을 상대로 어떻게 대처했을지도 뻔히 떠올릴 수 있었던 기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포르티스의 목을 쓰다듬었다.
“조금만 더 고생하자, 포르티스. 아무래도 진짜 전투는 이 거인들이 쓰러지고 나서부터일 듯하다.”
―피이이이이!
내전을 벌이는 거인들, 그런 거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천천히 놈들의 숫자를 줄여 가는 루멘 파티, 그리고 그런 난리 통 속에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리핀과 기준까지.
긴은 이전 자신이 파티에 있었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전투의 양상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어떻게든 실적을 올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겠다는 일념으로 그 난장판에 뛰어들어 총을 쏘아 댔다.
“모조리 구축해 주마――!”
전투는 제법 길게 이어졌다.
거인들은 덩치만큼이나 막대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고, 덩치만 족히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인이 수십 명 가까이 몰려들었으니.
중간부터는 기준도 두 개의 방패에 빛을 씌워 레이저 칼날처럼 길게 늘려 휘둘러 대며 거인의 급소를 마구 베어 내고 꿰뚫었다.
[끄르르륵…… 죽게 될 것이다, 멸망…….]“시끄러워.”
꼭 이렇게 있어 보이는 말을 하는 놈들은 끝까지 있어 보이는 말만 하면서 정작 정답은 안 알려 주더라, 짜증 나게.
기준은 죽는 순간까지 찝찝한 말을 던지는 거인의 목에 송곳니를 꽂아 넣어 확인 사살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쿠웅―! 방금 막 파티원들이 죽인 거인이 시커멓게 타 바닥에 쓰러지며 내는 굉음을 끝으로 전장에는 일시적이나마 평온이 찾아온 듯했다.
과장 조금 보태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듯이 보이던 거인들을 모조리 쓰러트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종족 등급 한계에 이르러 있습니다.
그러나 기껏 거인들을 쓰러트린 보람이 없게도 당장 기준에게 돌아온 보상은 전무했다.
그야 스킬들은 제법 올랐지만 한계에 올라 있던 스테이터스도, 종족 등급도 성장하지 않은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펜리르를 쓰러트리기 전까지는 이 이상의 성장을 겪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당하니 기분이 더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제법 신화적인 전투였던 것 같은데 이래도 레벨이 안 올라? 경험치 아깝게.”
―경험치 뒀다 국 끓여 먹는 거 아니고 승급하게 되면 자연히 정산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계약자.
게다가 계약자도 알잖아, 하며 속삭이는 루시의 목소리에 기준은 맥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왜 모르겠는가, 방금 그들이 쓰러트린 거인들이 허우대만 멀쩡할 뿐 이 숲의 진정한 강자라고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니, 그 위엄과 풍채에 비하면 지나치게 지능과 행동이 부실해 혹시 무슨 일이 있어 약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걸 업적으로 인정받고 종족 등급이 오른다면 오히려 더 찝찝하지 않았을까.
―약화된 게 맞는 듯해. 어쩌면 펜리르가 여태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도 그것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루시의 설득력 있는 말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는 그 순간, 뒤에서 하프를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준은 본능적으로 방패의 권능을 발현시키며 뒤돌아섰고――.
“정답이다, 인간.”
그들 일행에게로 내린 죽음이 기준에게로 수렴하며 그를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