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63)
나 빼고 다 회귀자-263화(263/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63)
Chapter 50. 급진전 – 2
스테이터스의 영구적 상승은 어지간히 대단한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세우거나 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다.
그것을 요리만 먹고도 이뤄 냈으니 저번 신수의 고기 요리가 대단했던 것이고.
그런데 스탯 하나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모든 스테이터스가 5씩이나 영구적으로 상승한다니, 그것도 이미 에픽 등급에 이른 기준조차 온전히 상승효과를 보았으니 종말삼종치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스테이터스 등급과 상관없이 고정된 수치를 올려 주니 강하면 강할수록 이 요리로 보는 효과가 커지겠지. 이걸 알았으면 애들이 성장할 때까지 아껴 두는 건데…… 아니, 그것도 좀 그런가.’
존버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던가.
그야 수치만 놓고 보면 일행이 모두 레전더리 등급으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이는 게 훨씬 좋겠지만, 당장 이 대륙에서 싸워 나가야 할 그들에게는 지금의 성장이 급할 터였다.
“크으으, 콜라 땡긴다! 맥주는 있는데 왜 콜라는 없는 거죠, 오빠?”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곤란한데.”
그러나 놀랍게도 기준과 지혜가 그런 대화를 나누는 순간 그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 문명 대표는 1천만 레타 포인트를 소모해 포인트 상점 품목 업데이트가 가능합니다. 상점 품목을 업데이트하면 해당 문명에 특화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이렇게 얻은 수익의 일부는 문명 대표가 얻습니다. 업데이트하시겠습니까?
― 업데이트로 갱신되는 품목 가운데 ‘콜라’가 존재합니다.
기준은 잠시 말문이 막혀 멍하니 그 메시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만약 비브가 지금 그의 곁에 있었더라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따졌을 텐데.
아니, 그녀는 어차피 약소 문명인 지구인들을 상대로 기준이 과거 지구의 물건 따위를 팔아서 얻는 이득이 얼마 되지도 않을 테니 업데이트를 하는 것도 손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1천만 레타 포인트라니, 평범한 이들은 수십 년을 활약해도 얻지 못하는 양이 아닌가.
하지만 기준에게는 아니었다.
맥주는 있어도 콜라는 없는 이 세계, 라멘은 만들 수 있어도 컵라면은 구할 수 없는 이 세계에서 기준의 손에 들린 선택권이 발하는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도 알 수 없지만, 어차피 포인트 상점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으니 이제 와 놀랄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거, 정말로 업데이트해 버리면.’
순간 기준의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종족 등급이 성장하며 강해져 이 대륙에 그럭저럭 발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게 된 지금 시점에, 끝까지 메꿀 수 없는 결핍 요소였던 현대 문물마저 주어진다면…….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꾸준히 버티던 이들도 완전히 주저앉게 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반대이려나.
다시는 접할 수 없으리라 믿던 지구의 문물을 접하고 지구로 돌아갈 희망을 불태우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확실한 건 이게 당장 지구인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거지.’
콜라가 그립기는 기준도 마찬가지였다.
복잡한 상념을 떨쳐 낸 기준이 굳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업데이트한다.”
“응? 오빠?”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지혜.
변화는 즉각 이루어졌다.
포인트 상점에 들어가자마자 ‘문명 카테고리’가 새로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콜라 마실 사람.”
“어?!”
사실 물어본 시점에 이미 전원 몫의 콜라를 장바구니에 넣은 상태였다.
문명 카테고리에는 기준이 기억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공산품이 있었으며, 기준이 알지 못하는 외국 상품도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심지어 유명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메뉴마저 등록되어 있었으니…… 기준은 긴가민가하면서도 놀 줄 아는 인싸들이 곧잘 주문한다는 햄버거 하나를 골랐다.
그대로 결제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에 익숙한 요정상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언젠가 저지를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정말로 저질러 버리셨군요!”
바로 얼마 전까지 얼굴을 맞대고 있던 요정상인, 비브였다.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던 것인지 머리도 제대로 세팅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꿋꿋이 상품을 본인이 배달하겠다고 나타난 강철 같은 의지에 칭찬이라도 해 주어야 하는 것인가.
“그게 아니거든요! 엄청나게 바쁜 와중이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 제가 이렇게 직접 온 거라구요! 엄청난 규모의 거래마저 미뤄 두고 말이죠!”
비브를 놀리듯이 그런 얘기를 했더니 비브가 버럭 화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녀의 손에 들린 무거운 장바구니를 잽싸게 낚아챈 지혜가 내용물을 확인하곤 두 눈을 부릅뜨며 환호하며 내용물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그녀로부터 콜라와 치킨 버거를 받아 든 기준이, 자연스럽게 내용물인 치킨 패티를 빼내고 그 자리에 자신이 튀긴 치킨을 잘라 넣으며 비브에게 물었다.
“뭐가 아니라는 건데?”
“애초에 포인트 상점을 업데이트하는 데에는 많은 제한이 걸려 있다구요. 일단 문명 대표여야 하고, 또 요정상인과 계약을 맺고 있어야 하죠.”
“그런 숨겨진 조건이 있었다니…… 아니, 잠깐.”
콜라를 따서 한 모금 마시곤 그리운 맛에 잠시 목이 메었던 기준이 문득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했다.
“그럼 문명 카테고리 상점을 이용하는 사람 전원한테 네가 직접 배달해 주는 거야?”
“물론 불가능하죠. 어디까지나 보급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요정상인과의 계약이 필요한 거예요. 저희 요정상인들은 이 레타 대륙에서 유일하게 신들의 허락을 받고 차원의 틈을 넘나드는 존재이니까요. 자세히 따지면 복잡해지고 또 제가 발설할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니, 지금은 그저 제가 없으면 지구 문명 카테고리를 만들 수 없었다고만 알아 두시면 돼요.”
“아― 완전히 이해했어. 어쨌든 비브 네가 해금 조건이었다는 거지.”
왜 게임에서도 있지 않은가.
별로 상관은 없어 보이는데 어떤 건물을 만들기 위해선 인구도 얼마 이상 되어야 하고, 또 이상한 기술도 개발해야 하는 그런.
문명 대표와 요정상인의 계약이 일종의 자격증으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요정들과 시스템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저들이 튜토리얼 안내 NPC를 하는 시점에서 익히 파악하고 있었다.
대체 지구 상품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 오는 것인지, 역시 종말의 예언은 쌉구라였고 지금 이 순간도 차원 너머 지구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그런 질문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그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가만히 고개를 젓고 있는 비브를 보고 있자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쓰읍…… 지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면 비브가 저런 표정을 지을 이유가 없나.’
지금 저렇게 제스처로 알려 주는 것도 꽤 아슬아슬한 행위가 아닐까.
어쩌면 그녀는 기준이 어떤 생각을 떠올릴지 알고서 혹여나 그가 괜한 생각을 하지 않게끔 직접 찾아온 것은 아닐까.
자신의 손에 들린 콜라 병을 보며 기준은 답이 나오지 않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옅은 한숨을 토했다.
“어쨌든 고마워, 비브.”
“잘도 이런 어마어마한 포인트를 아무 망설임도 없이 쓰셨어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알겠지만요.”
한숨을 내쉰 비브가 주위를 둘러보곤 쓰윽,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어쨌든 이렇게 온 김에 저도 튀김을 좀 먹어도 되겠지요.”
“마음껏 먹어라, 마음껏.”
“히힛, 언니 혼자 고생하는 와중에 저만 이렇게 호강을 하고 있으니 너무 미안하네요―― 냠.”
조금도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치킨을 먹고는, 곧 자신이 먹은 게 평범한 튀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곤 사색이 되는 비브.
기준은 그런 비브를 보며 픽 웃고는 콜라를 들어 올렸다.
“다들 의욕은 좀 생겼지?”
“오빠 최고예요!”
“포인트가 대체 얼마나 들어갔기에 요정상인이 저런 얘기를…….”
“고마워요, 형!”
“좋은 맥주를 놔두고 왜 이렇게 수상하게 생긴 검은 물을 마시는 거냐, 너희?”
기준과 일행은 혼자 지구 감성에 취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는 글리터토스를 놔두고 콜라 병으로 건배를 했다.
한편 다른 문명에 속했으면서도 뭔가 느끼는 게 있는지 지혜에게 받은 콜라 병을 가만히 바라보는 틸라.
“준은 정말이지…….”
“왜?”
“아냐. 그냥 안도했을 뿐. 그리고 결심이 굳어졌어.”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곤 톡 쏘는 맛에 깜짝 놀랐는지 귀엽게도 몸을 부르르 떤 틸라가 기준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꼭 준의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결심.”
“그럴 것 같아서 안 물어본 거였는데 꼭 말을 해야겠어? 또 분위기 이상해지잖아.”
어쩌면 틸라는 지구의 문명 대표로서 활약하고, 같은 문명에 속한 사람들을 생각해서 멀리 보고 행동하는 것을 보며 그의 문명에 속한 아이를 낳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리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문명의 최후 생존자가 되어 고생하며 살아온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퍽이나 감동스럽고 또 뿌듯한 일이기는 한데.
아니 그러면 그냥 칭찬해 주면 되지 꼭 그렇게 민감한 화제를 입에 담아야만 하느냔 말이다!
그러나 이미 흘러나온 말을 주워 담을 방도는 없고, 틸라의 말을 듣고 여기저기서 고개를 치켜들고 다가오는 여자들을 보며 기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리터토스, 집 재료 보여 주러 갈게.”
“도망치고 싶다는 말을 잘도 돌려서 말하는군.”
“알면 순순히 따라와.”
물론 글리터토스는 틸라의 아공간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어차피 기준에게 목줄이 메인 신세나 마찬가지였으니 비밀 발설 우려는 없었다.
“아, 도망친다!”
“준 님…… 매번 이렇게 물러서실 수는 없습니다!”
“오빠!”
여성 멤버들은 마침 좋은 것도 먹었겠다, 술도 들어갔겠다, 틸라의 선을 넘은 발언을 좋은 기회라 여겨 조금 더 기준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듯했으나 다행히도 자신이 지은 죄를 아는 틸라가 얌전히 기준과 글리터토스만을 아공간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후, 비체 얼굴도 제대로 못 보게 될 뻔했네…….”
“세상에나!”
무슨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자신에게 마구 뻗어 오던 여자들의 손아귀를 벗어나 안심하는 기준 옆에서.
글리터토스는 아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야른비드르(소)의 모습에 경악하고 있었다.
“나무들 재질부터가 범상치 않군! 이 나무들을 베어 만드는 건가!”
“아니, 저건 꿀벌들 키우느라 심어놓은 거고, 재료는 이쪽에 있어.”
“꿀벌?!”
숲을 지나 조금 더 걷자 마치 수문장처럼 양쪽에 세워진 황금 잎사귀 나무와 작은 세계수가 나타났다.
글리터토스는 그것을 보자마자 몸을 뒤집으며 재차 경악했지만 물론 글라시르와 레라드는 발할라의 부속품일 뿐 새 집을 지을 재료는 아니었고.
진짜 재료는 발할라 저택을 구성하던 무수한 신화시대 벽돌과 타일, 대들보를 구성하던 무수한 창대, 지붕을 덮고 있던 황금 방패들…….
“정말 비경이잖아!”
누가 뛰어난 장인 아니랄까 봐 순식간에 그 재료들의 출처를 파악한 글리터토스가 펄쩍 뛰며 제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이 미친 VVIP가 비경을 통째로 해체해 왔어! 한낱 하찮은 인간의 손으로 이게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아니 인간이 아니었으니 가능했겠지! 내 장담할 수 있어, 이 비경은 미개척지대에 존재하는 것이겠지!”
“오, 어떻게 알았어?”
“그야 당연하지, 나는 알지 못하는 세계이나 위대한 주신의 신력이 풀풀 흘러나오고 있는 비경이 이미 개척된 곳에 있었더라면 그 봉인이 얼마나 두껍든 진즉에 제국이 되었든 프런티어가 되었든 차지했을 테니까!”
한때나마 신물을 쥐고 작업을 해서인지 이미 신기를 보는 눈이 틔어 있는 글리터토스는, 아마도 발할라를 재건하는 데 그 누구보다도 적합한 인재일 터였다.
“그래서, 혼자 가능하겠어? 힘들다면 다른 드워프들도 불러올 건데. 물론 비밀 엄수 조약은 시켜야겠지만.”
“그야 힘들기야 하겠지, 하지만 애초에 이건 나만이 손을 댈 수 있을 듯하군.”
기준의 말에 글리터토스가 어깨를 으쓱이곤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뭔데, 하는 표정으로 돌아보는 기준에게 글리터토스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 그럼 연장도 없이 집을 만들게 시킬 건가! 그분의 신물을 달란 말이네!”
“아하. 신물이 있어야만 건축이 가능하단 말이지?”
“알고 찾아온 건지 그냥 대책 없이 나만 믿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어, VVIP.”
기준이 순순히 건네주는 불카누스의 망치를 손에 꼭 쥐며 글리터토스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 비경이 과거 어떤 공능을 품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절반의 힘은 능히 되살릴 수 있을 듯하니.”
“오……?”
순간 기준은 발할라에서 무한히 부활하던 영령들의 모습을 떠올려냈다.
직후 떠올린 것은 이번에 거둔 유령선, 나글파르의 공능.
혹시 그 외관만 다를 뿐 발할라와 나글파르는 기본적으로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영령들이 되살아나던 것은 북유럽 신화의 주신, 오딘의 신력이 있어서였겠지만 만약 발할라라는 공간 자체에 특수한 공능이 깃들어 있었고, 그걸 절반이나마 살려 낼 수 있다면…….
“전쟁을 치르기에는 딱이겠지.”
그의 생각을 읽어낸 것처럼 글리터토스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역시 VVIP는 시대를 타고난 인물이야. 앞으로의 전쟁에서 VVIP의 이름을 자주 듣게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