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67)
나 빼고 다 회귀자-267화(267/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67)
Chapter 51. 늑대와 뱀 – 2
“너 미쳤니?”
율영이 맨발로 뛰어올 것이라는 지혜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에픽 등급의 신수 두 마리를 사냥하는 광경을 전 대륙에 광고해 시선을 끌고 싶다는 기준의 계획을 듣자마자 율영이 이것저것 모조리 내팽개치고 기준에게로 달려온 것은 맞지만, 나타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바로 기준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스스로 보물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고 광고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렇게 자살이 하고 싶었으면 나 모르는 데서 혼자서 하지 왜 그걸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데!”
“너 성격 좀 바뀌지 않았냐?”
“그대로야! 냉철하고, 현명하고,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앞으로는 절대로!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는! 칠현자 그대로라고!”
기준의 옷소매를 뿌리친 율영이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 숨을 몰아쉬었다.
“네가 하려는 게 무슨 일인지는 알아? 일단 에픽 등급의 신수를 사냥하겠다는 것부터 말이야 방귀야! 너 아직 유니크 등급이잖아, 아무리 강해도 유니크 등급인 거라고!”
“그건 그렇긴 한데 안전 마진은 확실히 잡고 있거든, 아니 진짜로 사냥에는 문제가 없어.”
“그렇다고 해도!”
기준의 파티원들이 어디까지나 기준의 뜻에 따르는 만큼 감히 하지 못하는 말을 율영은 해낼 수 있었다.
“전 대륙의 관심을 잡아끌겠다는 말은, 앞으로 네가 전 대륙인의 타깃이 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잖아! 왜 그렇게 스스로 죽을 자리를 찾아 가려고 하는 건데! 그래서야 완전히― 베아트리체 언니랑 마찬가지잖아……!”
기준은 거기까지 듣고서야 비로소 율영이 그에게 큰소리를 지르는 이유를 알아냈다.
어쩌면 율영은 비체의 제자인 기준에게서 그녀의 그림자를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마침 대륙에서는 새로운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는가.
기준은, 스스로는 그렇게 자기희생적인 마음가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 하려는 짓과 결과만 놓고 보면 율영에게는 마찬가지로 보일지도 몰랐다.
―아니, 계약자의 계획을 자기희생이라는 말 이외의 뭘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대로 전쟁이 흘러가게 놔두면 빛의 진영은 터무니없이 위축될 테고, 가뜩이나 강성한 어둠의 진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지. 오히려 지금 두 나라가 벌이는 것보다도 거대한 전쟁이 벌어질지 몰라…… 아니, 난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
그것을 막기 위한 시도인데 그걸 어찌 자기희생이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기준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자신과 친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어차피 해야 할 일,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더욱 큰 규모로 일을 벌이려는 것뿐이었다.
“그래,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두 나라가 신나게 붙고, 둘 다 제대로 깨지고, 선악 여부는 어찌 됐든 대륙의 수호자 역할을 했든 제국이 위축된 꼴을 보고 어둠의 진영이 가만히 있을 리 없어. 네 말마따나 대륙 전체가 결단 날지도 모르는 위기지.”
루시뿐만 아니라 율영까지 함께 설득할 의도로 내뱉은 말이었는데 과연 율영은 그 말을 제대로 캐치했는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폭발했다.
“그래서 그걸 대체 왜 네가 책임져야 하는데!”
“와우, 혹시 너 지혜한테 익룡화 스킬 배웠어?”
“오빠?! 여기에 저까지 끌어들이지 말아 주실래요?!”
“너, 너 내 말 들어. 지금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서 신난 모양인데.”
익룡이라는 말에 간신히 분노를 가라앉힌 율영이 양팔을 기준의 어깨에 얹으며 자신의 얼굴을 바싹 앞으로 내밀었다.
머리카락과 비슷한 빛을 발하는 자색의 눈동자가 그녀의 강대한 마력으로 인해 명멸하는 것이 실로 신비로웠다.
“그래, 너 확실히 강해. 단기간에 지나치게 빨리 강해졌고― 애초에 베아트리체 언니가 작정하고 교육시켰으니 당연하긴 하지만, 확실히 빛의 용사 자격은 있어. 최전선에서도 꿀리지 않을 테고, 너는 모르겠지만 제국이나 프런티어에서도 너보다 확실하게 강한 사람은 얼마 없겠지.”
“음, 그렇게 평가해 주니 고맙긴 한데.”
“다른 말로 하면, 숫자는 적지만 너보다 확실하게 강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야. 너랑 비슷하게 강한 사람은 그것보다 더 많고.”
율영은 칠현자다.
족히 수십 년 이상 대륙에서 활동해 왔을 테니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으리라.
“네가 다수를 상대하는 데 특화된 것도 알아. 레전더리 등급의 늑대 인간들 수십 명을 상대로 살아남았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준, 제국의 강자들과 프런티어 왕국의 최정예는 한 명 한 명이 그 문명에만 존재하는 신비를 갖추고 있는 강자들이야. 네 고유 능력과 방향성만 다를 뿐 충분히 말도 안 되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어둠의 진영의 몬스터를 상대하듯이 해서 이길 수 있는 적들이 아냐.”
그러니 그들을 결코 만만히 여겨선 안 된다고, 율영은 말하고 있었다.
“가시공은 강했어. 하지만 쿠드라크를 무너트리고 네가 유명해진 건 놈을 사냥하는 자리에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브리콜라카스의 수장 초르트를 네가 사냥할 수 있었던 건, 수백 년간 살아남으며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결코 가지 않는 그 늙은 늑대가 너를 만만히 보고 있었기 때문이야. 네 실력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걸 다른 사람이 해내지 못한다는 건 아니란 말이야.”
“나도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알아. 나를 이렇게나 생각해 줄 줄은 몰랐는데, 고맙다. 하지만 나도 내 능력은 파악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이것저것 도망칠 수단도 마련해 놨고.”
“내가 지금 감사 인사나 들으려는 게 아니라!”
말로 기준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율영의 표정이 심히 처연해졌다.
그러나 기준은 자신의 팔을 뻗어 율영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말했다.
“네가 계속 위험성만 강조한다는 건…… 일단 이 작전의 성공 가능성 자체는 꽤 높다는 얘기지?”
“적어도 멋모르고 프런티어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에게는 꽤 주효하겠지. 넌 그들에게 소환자 모두가 바라는 걸 이뤄 내는 용사로 보일 테니까……. 거기에 네게 직접 말을 걸어 온 신까지 있다며? 그녀의 힘을 빌린다면 설득력을 더더욱 높일 수 있겠지.”
율영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은근슬쩍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기준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렸다.
그 광경을 파티원들이 빤히 보고 있었으나 이미 자존심 다 던져 놓고 기준에게 매달린 입장에서 더는 부끄러울 것도 없는지 꿋꿋하게 버티는 율영.
“게다가 프런티어 왕국의 수뇌부도…… 자신들이 전쟁이나 치르고 있는 사이 네게 미개척 지대를 완전히 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야. 그 욕심쟁이들은 그 상황을 절대 견디지 못하겠지.”
“오, 그런 발상도 가능했구나. 제국은?”
“제국은…… 애초에 지금 상황에 프런티어와 전쟁을 계속 이어 가려는 의지는 없었을 테니까. 우리 마탑을 끌어들인 것도 프런티어 왕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였는데, 설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런티어 측에서 공격을 강행해 올 줄은 몰랐을 거야.”
“즉 프런티어만 어떻게 해결하면 된단 얘기네.”
과연 기준도 어째서 율영이 이렇게 발작적으로 그를 뜯어말리려 드는지 이해했다.
미개척 지대에 있을 펜리르와 요르문간드를 연달아 사냥하는 행위는 단순히 그의 가치를 높이고 소환자들의 마음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이미 미개척 지대를 자신들의 것으로 취급하고 있는 프런티어 왕국을 강하게 도발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그들을 기준의 뜻대로 조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네가 그 계획을 취소할 생각이 없다면…… 좋아, 그럼 도와주는 대신 내 조건을 받아들여 줘.”
“뭔데?”
“세력을 만들어.”
율영의 말에 기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끓어오르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것을 파악한 예민이 앞으로 나서며 율영을 기준에게서 떼어 놓았다.
“세력이라면 이미 갖고 있는데요. 헬헤임의 망령으로 가득 찬 유령선도 있고, 오빠만을 다르는 이백 명의 무녀도 있고…….”
“부족해. 게다가 내가 말한 건 소환자 세력이야.”
“제가 이끄는 길드는 언제든 오빠를 위해 움직일 수 있어요. 족히 수만 명은 소속되어 있어요.”
“부족하다니까. 지금 장난해?”
율영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기껏 소환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계획을 세운 거잖아. 그럼 그 소환자들을 휘하로 끌어들이란 말이야. 프런티어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큰 세력을 구축해. 최소한 놈들이 대대적으로 준을 척살하지 못할 환경을 만드는 거야.”
“그게 그렇게 쉽게 되나요?”
“너는 그라티아의 그랜드 퀘스트에 한 번 꼽사리 낀 정도로 대형 길드를 만들었는데, 신수를 두 마리나 연달아 사냥한 준이라고 못 하겠어?”
예민의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들자 지혜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기준 역시 가뜩이나 큰 작전 스케일을 더더욱 키워 버리는 율영에게 당황해 뭐라 대꾸하지 못하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게…… 가능한가?”
“응, 그냥 신수만 잡는 게 아니라 프런티어랑 한판 해야겠지. 소환자들한테 네 능력을 어필하는 거야. 그리고 프런티어 왕국보다 레타 대륙의 개척에 있어 네가 앞선다는 걸 증명해야겠고.”
다소 어설픈 작전이었으나 애초부터 어설픈 작전이었으니 이제 와 거기에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더욱이 렉투스를 데리고 파툼을 만나야 하는 만큼 프런티어 왕국과도 어쨌든 한 번은 충돌해야 했고.
다만 율영의 말마따나 강자로 득시글거리는 프런티어 왕국과의 전면전에서 어떻게 능력을 과시하고도 살아남느냐가 문제였는데, 그 부분은 틸라의 아공간과 악의 비상을 조합하면 어떻게든 빠르게 치고 빠질 수 있지 않을까.
“……게.”
“응? 뭐라고?”
진지하게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있던 탓에 율영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하지만 파티원들의 표정을 보니 애초에 율영의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딘가 단호하지 못하게 웅얼거리던 기색의 그녀가, 기준의 반문에 비로소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얼굴이 다소 붉었다.
“내가 널 돕겠다고.”
“어, 응. 처음부터 도와주길 바라서 연락했던 거야.”
“영상 송출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아니야.”
아,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제야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한 기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반문했다.
“마탑은 중립이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마탑에 제국의 손이 닿은 걸 누구나가 알아. 실제로 이번 전쟁에도 법천의 지휘하에 수십 명의 정예 병력이 가당치도 않은 변명을 대고 제국을 지원하러 갔어.”
“그래서…… 네가 나를 도와도 문제 될 게 없다고?”
“진영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내 의지로 너를 돕겠다는데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말투는 당당했지만 말을 잇는 율영의 어깨는 점점 더 좁혀지고,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게다가 뭐…… 뭐라고 하면 그냥 마탑 나와 버리지 뭐.”
“하지만 칠현자 자리라는 게…….”
“아 뭐!”
결국 율영이 다시 큰 소리를 냈다.
“너도 미친 짓 하는데 나라고 못 할 줄 알아? 도와주겠다면 그냥 예,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여! 베아트리체 언니 때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소중한 사람이 죽는 건 질색이니까! 알겠어?!”
“그, 그래. 고마워…….”
“오, 우리 오빠 재주도 좋아. 하루 만에 더블킬……!”
거의 고백이나 마찬가지인 말을 내뱉는 율영에게 압도된 기준이 소극적으로 대꾸하는 옆에서 지혜가 주먹을 불끈 쥐며 감탄사를 내지르고 있자니 예민이 그녀의 귀를 잡아끌고 한쪽으로 사라졌다.
이로써 협력자는 확보했다.
기준 라이브 온 스테이지 작전이 정말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