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69)
나 빼고 다 회귀자-269화(269/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69)
Chapter 51. 늑대와 뱀 – 4
이미 몇 번이고 이용해 이젠 익숙해진 종말을 알리는 수금의 선율.
율영까지 포함해 총원 아홉 명이 된 루멘 파티는 허공에 둥둥 뜬 채 일행을 선도하는 삼부카의 뒤를 따라 지름길을 내달렸다.
정확히는 기준이 탄 그리핀, 포르티스가 힘차게 날갯짓하는 뒤를 따라 율영과 지혜가 발동한 비행 마법으로 떠오른 일행이 날고 있었지만.
“칠현자를 파티에 받으니까 이런 건 좋네.”
“족히 두 명은 오빠 뒤에 탈 수 있었는데.”
“안 돼, 내가 못 타면 아무도 못 타.”
이미 기준에 대한 마음이 처참하게 까발려진 율영은 기왕 이렇게 된 것 적극적으로 일행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준, 그 배는 안 타는 거야?”
비행 속도를 빠르게 해 기준과 마주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간 율영이 파티에 들어왔으니 굳이 비밀로 감출 것도 없다는 이유로 아까 기준이 보여 주었던 유령선, 나글파르를 떠올리며 물었다.
기준은 포르티스가 율영에게 지지 않으려고 보다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는 것을 느끼곤 픽 웃으며 녀석을 쓰다듬어 준 후 그녀에게 대꾸했다.
“나글파르와 발할라는 최대한 감춰 둬야지. 아무리 내가 전 대륙적인 어그로를 끌겠다고 나섰다지만 그렇다고 능력을 전부 까발릴 수는 없잖아.”
“하긴 발할라는 몰라도 나글파르는 용사 이미지와는 별로 안 어울리기도 하고.”
“사실 그렇긴 해. 능력만 좋으면 장땡이기는 하지만.”
―이제 곧 도착입니다, 나의 주인이시여.
삼부카의 보고에 기준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태껏 겪어 온 종말의 흔적들로 보건대 비경에 도착하는 순간 펜리르는 완전한 상태로 풀려나 그들을 인식하고 공격해 올 터.
‘당연히, 내가 막아야지.’
에픽 등급의 펜리르를 방패로 막아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만한 적을 막아 내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함께 솟았다.
“다들, 어지간하면 피하되 피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괜히 무리하지 말고 맞아 줘. 내가 모조리 막아 낼 테니까.”
“에픽 등급이라고 했잖아, 그걸 정면에서 상대할 생각이야?”
“그 정도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면 과시가 안 되지. 게다가 펜리르 사냥은 내 종족 등급 성장을 높이기 위한 도전이기도 해. 내가 활약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네.”
“……너희 파티 정말 이 상태로 괜찮아?”
에픽 등급의 존재가 레타 대륙에 나타난 적도 얼마 없지만, 그런 존재를 한 명이 막아 낸다는 말은 여태까지 들어 본 적도 없다.
레타 대륙에 레이드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
적어도 수십 명, 확실한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백 명을 동원해서라도 함께 맞서야 하는 보스급 몬스터를 홀로 대적하겠다니.
율영은 대체 어디서부터 따져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에 그의 파티원들을 돌아보며 동의를 구했으나, 이미 기준의 괴물 같은 방어력을 몇 번이고 경험해 온 파티원들은 새삼스레 그걸 따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놈에게 데미지를 주라 이거죠.”
“해내겠습니다. 여태까지는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상대가 펜리르라면 감히 자신하건대 제법 데미지를 입힐 수 있겠죠.”
직업군이 비슷한지라 은근히 서로를 의식하고 있는 은신과 긴이 질세라 기세를 높이며 대꾸했다.
“언니, 일단 마법 큰 거 한 방 쏘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그렇게나 가르쳤던 지혜는 이미 술식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후후, 이제 복잡한 상황은 잊고 놈과 싸워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예에, 다행히 펜리르는 살아 움직이는 동물입니다. 칼이 박히기만 한다면 제 권능으로도 데미지를 입힐 수 있겠죠.”
틸라와 로라에 이르러선 지금의 율영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모종의 각오를 마친 표정으로 전의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이어진 몇 번의 격전을 통해 충분히 성장한 루멘 파티 멤버들은 아직까지 기준 홀로 늑대 무리의 공격을 막아 내며 자신들을 보호했던 때의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탱커의 능력을 갖춘 기준은 앞으로도 최전선에서 적의 공격을 받아 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기준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적을 빠르게 쓰러트리는 것, 그뿐이다.
“다행히 적은 한 마리야. 오빠가 나서서 어그로를 끌어 준다면 우리가 불필요한 방해를 받을 일도 없어.”
“신 군을 위해서라도, 빠르고 확실하게 끝내야죠.”
“아―― 나 참.”
루멘 파티 멤버들이 자신 이상으로 신수의 위험성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더더욱 기준을 믿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임하려 한다는 것을 율영도 곧 깨달았다.
그녀는 어느덧 그리핀의 등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며 방패 두 개를 챙겨 드는 기준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곤 말했다.
“흥, 기껏 네 부담을 줄일 방법을 생각하느라 고생했는데…… 좋아, 그럼 나도 완전히 공격 측으로 돌아설 거야. 괜히 아프다고 엄살 부리지 마.”
“어떻게 해, 오빠를 걱정하는 마음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어……!”
“그러니까 지혜 넌 조용히 하라니깟!”
―지금입니다.
삼부카의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통로가 순식간에 박살 나며 그들 일행이 어둑한 호수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러나 새카만 수면에 일행이 그대로 잠수하기 전, 하프가 반짝이며 호수 중앙에 거대한 게이트를 만들어 냈다.
기준은 그제야 북유럽 신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펜리르는 라그나로크가 일어나기 전까지 암스바르트니르(Amsvartnir) 호수에 있는 링비(Lingvi) 섬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게이트에 들어선 순간 무려 에픽 등급의 비경, 링비 섬에 들어왔다는 알림이 나타났으나 에픽이라는 등급이 무색하게 필드 자체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으므로 기준은 그것을 바로 꺼 버렸다.
그것보다도 지금은――.
―크와아아아아아아아!
마치 여태껏 묶여 있다 풀려난 사냥개처럼 사나운 소리를 내지르며, 입을 크게 벌리고 덤벼드는 거대한 늑대를 막아 내는 것이 중요했다!
“광성의 여명――!”
―키아아아아아아!
종말에도 지지 않겠다는 기준의 의지를 담아 승화한 도발 스킬이 신적인 존재조차 위축되게 만드는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수십 층 규모 빌딩도 한입에 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덩치의 늑대가 그 빛에 노출된 순간 마귀 같은 비명 소리를 내지르며 입을 다물었다.
그대로 삼켜질 것만 같던 루멘 파티원들은 다음 순간 섬에 착지해 있었다.
율영이 단거리 공간 이동 마법을 펼쳐 그들을 옮겨 놓은 것이다.
―콰지지직
“크, 하아……!”
그러나 기준만은 율영의 마법에 ‘저항’하고 그 자리에 남아 늑대의 깨물기 공격을 받아 냈다.
놈의 혓바닥을 강하게 짓누르며 양팔을 들어 놈의 이빨을 막아 낸 것이다.
악어와 악어새의 모습에 비유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은 사이즈 차이.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멈출 수 없듯 기준도 그대로 으스러져야 정상이겠지만 이미 에픽 등급에 이른 그의 근력은 불가능마저 가능케 했다.
거기에 더불어.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에픽 등급의 비경에 진입했습니다. 칭호 [배후 던전의 공략자(L)] 효과로 모든 능력이 20% 증가합니다.
―어둠/악 속성의 신수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칭호 [최후의 용사(L)] 효과로 모든 능력이 30% 강화됩니다.
―자신보다 두 등급 이상 높은 적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칭호 [한계 초월자(L)] 효과로 극적으로 긍정적인 보정을 얻습니다.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거대한 덩치를 지닌 적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칭호 [자이언트 킬러(U)] 효과로 모든 능력이 20% 증가합니다. 항거할 수 없는 이 거대한 적을 이겨 낼 경우 칭호가 확실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신의 힘을 지닌 적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칭호 [신에 도전하는 자(L)] 효과로 [신살] 효과를 얻습니다.
―종말의 예언에 기록된 자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칭호 [종말에 대적하는 자(E)]에 매우 긍정적인 보정이 주어집니다!
여태껏 그가 얻어 온 대부분의 칭호가 발동하며 순간 어지러이 눈앞을 메우는 시스템 메시지.
그것을 모조리 걷어 내고, 양발에 마력을 집중시켜 놈의 아래턱을 강하게 찍어 누르며 기준은 씩 웃었다.
“신화에서 죽은 방식 그대로 죽여 주지!”
―크와아아아아악!
물론 감히 그럴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도발로써는 훌륭하게 먹혀들었는지, 끔찍한 포효성을 발하며 기준을 찍어 누르는 위턱에 힘을 더하는 펜리르.
그러나 기준이 양팔이 삐걱대는 것을 감수하며 굳게 버티고 있으려니 끝내 기준을 씹어 삼키는 것을 포기한 놈이 입을 쩍 벌리곤 아가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대며 그를 튕겨 내려 들었다.
“들어는 봤냐, 이게 바로 천근추다……!”
―구라 치지 마, 계약자……!
기준을 놈의 아래턱에 묶어 놓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루시가 만들어 낸 빛의 사슬이었다.
전력을 다해 뽑아낸 다섯 줄기의 빛의 사슬로 놈의 아래턱을 관통하는 것과 동시에 그 끝을 기준의 양다리와 묶어 놈이 기준을 멋대로 털어 낼 수 없게 만든 것.
빛의 사슬에 꿰뚫린 턱 밑 부분에서 시커먼 피가 솟구쳐 기준을 오염시키고, 타락시키려 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한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우르, 마음대로 날뛰어!”
―킷! 키이이이잇!
바깥에서 놈을 막는 것보다도 입안에 달라붙어 귀찮게 구는 쪽이 전투에 유리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기준은 아예 놈의 혓바닥 위에 돗자리를 펴고 누울 생각으로 버티며, 전에 약속했던 대로 우르에게 영력과 마력을 집중시켜 주었다.
―키이이이이!
―캭?! 꾸아아아아아악!
등급은 비록 유니크라지만 본래는 그보다 훨씬 격이 높았고, 지금도 기준의 지원과 불카누스의 신물에 힘입어 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우르가 전력으로 빚은 불꽃을 펜리르의 목구멍을 노려 분사했다.
누가 밖에서 보면 펜리르가 브레스라도 뿜으려 드는 것이라 착각하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 삽시간에 확장되어 펜리르의 목구멍을 가득 메우는 신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놈의 식도를 태워 버리고 있었다!
“지금, 공격해!”
“갑니다!”
“진짜 저걸 어떻게 버티는 거야!”
기준을 입안에 머금은 채 섬에 착지한 펜리르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날뛰자, 놈이 움직일 때마다 진동하는 대지에 버티고 서 있느라 이를 악물면서도 비로소 공격을 개시하는 루멘 파티.
펜리르는 루멘 파티의 접근을 느끼고 기준을 떨쳐 내려 애쓰는 와중에도 거대한 앞발을 휘둘러 공간을 그대로 찢어 버리고, 나아가 일행을 튕겨 내려 했지만 그 대부분은 로라가 만들어 낸 일회용 박쥐들을 없애는 선에서 끝났다.
“빠르게 움직여! 저 거대한 놈한테 데미지를 입히려면…… 너희도 올라타!”
“언니 대박!”
거대한 빌딩이 심지어 난리를 치며 날뛰기까지 하니, 처음 놈의 깨물기 공격에서 피한 순간까지만 해도 대체 어떻게 놈에게 데미지를 입혀야 하나 난감해하던 루멘 파티였으나 그 고민은 율영의 단거리 공간 이동이 해결시켜 주었다.
본래 그녀의 장기는 텔레포트.
그녀 본인의 신체 능력이 특출 나지 못한 탓에 잘 활용하지는 않지만, 눈에 보일 만큼 짧은 거리로 텔레포트하는 수준이라면 그녀는 조금의 딜레이도 없이 연달아 발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으므로― 펜리르의 마력이 빚어낸 끔찍한 마력 폭풍을 피해 순식간에 일행을 놈의 등짝 위로 이동시켜 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콰아앙!
펜리르가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하면서 섬 곳곳이 무너져 지형이 엉망진창으로 변했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었다면 더더욱 놈을 상대하기 힘들어졌겠지만― 아예 놈의 몸통 위로 올라와 질주하고 있는 파티 멤버들은 그저 정신없이 날뛰는 늑대의 등에서 균형을 잡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한 방 갈겨!”
“그래, 지금!”
―콰앙!
지혜가 만들어 낸 번개가 펜리르의 머리통에 직격했다.
그것을 개시 신호로 삼아 다른 멤버들도 놈의 머리를 노리고 온갖 공격을 쏘아 냈다.
펜리르의 방대한 체력을 바닷물과 비교한다면 멤버들의 공격은 기껏해야 수통, 가장 강한 틸라의 일격마저 물탱크 수준.
당연히 펜리르는 그것에 반응할 겨를이 없었다.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통을 입안에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캬하아아아악!
입안에 이물질이 들어와 빼낼 수 없을 때만큼 갑갑한 순간이 있을까?
자신의 앞니보다도 작은 사이즈의 인간이 혓바닥에 달라붙어 입안을 불태우는 것도 모자라, 양팔이 자유로워지자마자 두 방패를 송곳니로 바꿔 마구 휘둘러 대며 입안 곳곳에 상처를 내고 있었으니!
―계약자, 온다!
그러나 무려 에픽 등급에 달하는 신수를 상대로 언제까지고 리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펜리르가 전신의 마력을 폭주시켜, 숨통 깊숙한 곳에서부터 비롯된 강렬한 파동을 목구멍 바깥으로 쏘아 냈다!
“크으으으윽!”
삐이이이이이―!
오랜만에 듣는 충격 흡수 장치의 알림음.
늦지 않게 두 방패를 앞으로 내밀어 막아 내긴 했지만 초근거리에서 신수의 전력을 담은 파동을 받아 낸 대가는 그리 작지 않았다.
기준은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것을 꾹 참고 다시 그 자리에 섰으나, 문득 고개를 들자 이번에야말로 그를 씹어 삼키겠다는 듯 거대한 입천장이, 그 끝에 달린 뾰족뾰족한 이빨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빠져나갈까, 계약자?
‘아니, 내가 지금 밖으로 나가면 놈의 시선이 애들한테로 돌아갈 거야……!’
이를 악물고 양팔에 힘을 집중시킨다.
아다만트, 살루타리스, 동원할 수 있는 스킬은 모조리 동원해 스스로를 강화했다.
고유 영역을 발현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적은 분명 에픽 등급이고 강대하지만, 여태까지 워낙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이 많은 탓인가― 솔직히 아직까지 한계에 직면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펜리르가 신적 존재이고, 기준이 그런 신적 존재에게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신살]을 갖추고 있는 탓이 아닐까 짐작만 해 볼 따름이지만.
어쨌든 고유 영역은 아껴 둔다.
펜리르를 잡고 나면 최소한의 정비만 마치고 바로 요르문간드에게 도전할 생각이기도 했고, 지금 이 광경이 전 대륙에 알려져 퍼질 것을 생각하면 고유 영역은 감출 수 있을 때까지 감추는 게 맞으니까.
그 대신…….
“우르―!”
―킷!
정령의 이름을 부르자 녀석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힘을 그의 양팔에 집중시켰다.
기준은 거기에 아다만트의 힘을 더해, 불타오르는 신철의 송곳니로 화한 두 개의 방패를 바로 눈앞에 다가오는 펜리르의 이빨을 향해 휘둘렀다.
거기에 더하는 것은 바로 방금 풀 차지 된 충격량을 더해 강화한 은월의 파동.
그리고…… 도살까지.
―뿌직!
두 개의 송곳니가 충돌하는 순간, 기준은 팔이 뽑혀 나가는 듯한 고통을 맛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렸다.
놈의 혓바닥을 모조리 적실 만큼 방대한 양의 핏물이 터져 나오는 것과 함께, 그가 내지른 방패와 부딪친 거대한 신수의 송곳니가 허공으로 튕겨 나는 것이 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