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70)
나 빼고 다 회귀자-270화(270/356)
나 빼고 다 회귀자 (270)
Chapter 51. 늑대와 뱀 – 5
―더없이 과감하고 신화적인 사냥! 신화 속 존재의 위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그 신체 부위의 일부, [식신랑의 송곳니(E+)]를 얻었습니다. 첫 시도, 첫 성공의 업이 가미되어 등급에 보정을 받았습니다.
―한계를 초월한 업적! 도살(U) 스킬이 크게 성장하여 75레벨이 되었습니다! 신적인 존재의 신체 일부를, 그 힘을 온전히 남긴 채 뽑아내는 위업은 이 스킬의 앞으로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기준의 키를 넘기는 거대한 송곳니가 허공으로 튀어 올라, 다음 순간 사라졌다.
그의 인벤토리에 바로 수납된 것이다.
‘에픽 플러스 등급이라, 무리를 한 보람은 있었네.’
기준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걸렸다.
비록 온갖 방어 스킬로 무장하고 있었음에도 그 신화적인 악력을 온전히 견뎌 내지 못해 팔이 부러지긴 했지만, 상대가 주는 데미지가 강했기에 오히려 갑옷과 방패의 옵션을 살려 반탄력을 주고― 비로소 훌륭히 송곳니를 뽑아낼 수 있었다.
―어휴, 진짜 누가 보면 목숨이 한 열댓 개는 되는 줄 알겠어!
―킷, 키이이잇.
비록 상황을 바꾸려면 그럴 필요가 있었다지만…… 몸을 혹사시키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
루시는 혹여나 그 짧은 순간 기준이 펜리르에게 당할까 걱정하며 빠르게 그를 치료했다.
끔찍하게 무리한 탓에 치료를 마쳤어도 온몸에 부하가 걸리는 느낌이었지만― 기준은 이제 고작 송곳니 하나를 뽑아냈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물론 펜리르 입장에서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생니를 뽑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놈을 구성하는 근원, 신력 일부를 영구적으로 잃은 것이니까.
이는 본래 유니크 등급의 도살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위업이었다.
―캬하아아아아!
펜리르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의 놈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사냥감을 대하는 것이었다면, 지금 놈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그야말로 종말의 날 자신의 원수인 최고신을 대하는 듯했다.
―죽여…… 버리겠어……!
“역시…… 말할 줄 아는구나. 하, 그럼 그렇지.”
―정말 터무니없네, 시야에 닿기만 해도 눈이 더러워지는 것 같아.
펜리르의 전신이 새카맣게 물드는 것과 함께 놈의 몸 곳곳에서 아지랑이처럼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뿐인가, 여태껏 놈의 발이 닿았던 대지 위로 시커먼 불꽃이 치솟으며 링비 섬을 통째로 불태우기 시작했으니, 사방에서 피어나는 매캐한 연기에는 치명적인 악의와 저주가 함께 담겨 있었다.
―이거, 계약자는 괜찮아도 어지간한 사람은 버티지 못할 거야.
“괜찮아, 모조리 내가 감당할 테니까.”
이미 그의 파티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왜곡된 질서를 발현하고 있다.
이는 단지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지킬 뿐만 아니라 어둠에 침식되는 것마저 완벽하게 막아 주고 있었다.
레타 대륙에서 에픽 등급의 괴물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재앙이라 부르는 이유는, 물론 그들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품은 압도적인 어둠이 그에 맞서는 이들마저도 대량으로 어둠 속으로 끌어당기기 때문.
그런데 그것을 기준은 홀로 받아 내고 있었으니, 지금쯤 영상을 통해 이 신화적인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이들은 기준의 전투력보다도 그의 저주 저항 능력에 경악하고 있으리라.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하지만 그가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저주와 상태 이상뿐, 저주와 동반되는 농밀한 마력이 주는 압박마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송곳니를 하나 뽑힌 탓인지 기준을 씹어 먹는 것은 포기한 펜리르는 에픽 등급의 마력을 다루는 기준마저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마력 파동을 입안의 이물질을 상대로 난사해 대기 시작했다.
―우웅! 우우웅! 우우우웅!
“끅…… 아아아악!”
어떻게든 놈의 입 바닥에 발을 붙이고 버텨 보려 했던 기준이었으나 점점 더 심해지는 압력에 더는 버티지 못했다.
정확히는 빛의 사슬로 그를 펜리르와 묶어 두고 있던 루시가 이 이상 버틸 수 없겠다는 판단으로 자신의 정령력을 모조리 그의 신체 강화에 돌린 탓에 지지대를 잃고 밖으로 튕겨 나오게 된 것.
―피요오오오오!
허공을 선회하며 기회만을 엿보고 있던 포르티스가, 기준이 펜리르의 입속에서 튀어나온 순간 잽싸게 덤벼들어 그를 받아 냈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곧장 중심을 잡고 몸을 일으킨 기준이 빠득, 이를 갈았다.
―계약자, 괜찮아?
“당연하지, 그래도…… 칫, 좋은 기회였는데.”
기준은 심호흡을 반복해 체내 기운을 다스리고 아다만트 스킬로 손상된 뼈와 근육을 복구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놈의 입속에서 버티며 나머지 이를 하나둘 뽑고 싶었지만 그것이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
바로 방금 송곳니를 뽑아낼 때만 해도 그의 전력에 더해 은월의 파동까지 구사해 간신히 이뤄 낸 것이었으니까.
‘그보다 가장 성가신 나를 쫓아냈으니 이제 놈이 다른 파티원을 노리고 움직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차피 파티원들이 받는 데미지는 모두 자신에게 집중되겠지만 방어 태세를 굳힌 자신이 직접 놈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과, 파티원들이 무방비하게 당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단단히 경계하고 놈을 주시하는 기준이었으나, 광성의 여명이 효과적이었던 것인지 놀랍게도 거대 늑대의 시선은 오직 포르티스의 등에 타고 있는 기준에게만 꽂혀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
이젠 그 흉흉한 힘을 감출 생각도 없는지 그를 노리고 일직선으로 검은 레이저와도 같은 어둠의 마력을 쏘아 내는 펜리르.
―피이이이이!
그러나 포르티스는 놀라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그것을 피해 내곤 펜리르의 안면을 향해 돌진했다.
기준 또한 실시간으로 포르티스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악의 비상이 주는 축복의 힘이 주위에 가득한 어둠의 마력으로 인해 증폭되는 듯했다.
‘앞으로도 어둠 속성의 적들과 싸울 것을 생각하면 이걸 이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기준은 악의 비상에 아직 쓰지 않은 옵션이 하나 더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냈다.
[악의 비상(Epic)] [옵션 3 ― 마기를 품은 바람 칼날의 폭풍을 만들어 낸다. 마력과 혈력을 소모하며, 한 번 사용 후 바람의 힘을 충전해야 한다.]여태까지도 필사적인 싸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오히려 이것까지 쓸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우르의 불꽃도 안 쓸 때가 많았는데 바람까지 손을 댈 일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누가 악룡의 부산물로 만든 아티팩트 아니랄까 봐, 자신과 격이 같은 신수가 날뛰는 지금 전에 없이 생생하게 기분 나쁜 마기를 뿌려 대고 기뻐하는 악의 비상을 확인하며 기준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쩌면 이 옵션을 포르티스의 바람과 조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 섬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이 불꽃, 이걸 역이용해서…….
“우르, 가능하겠어?”
―키이잇!
이심전심이라, 감히 불의 정령인 자신을 앞에 두고 불꽃으로 주인님을 위협해 오는 펜리르를 보며 분노하고 있던 우르는 기준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곧장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녀석을 향해 굳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기준이 점차로 가까워져 오는 거대 늑대의 얼굴을 노려보며 파티원들에게 들리게끔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꽉 잡고 있어, 큰 거 한 방 간다!”
“그럼 우리 도망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너흰 괜찮을 거야!”
“엄청 찝찝하게 들리는데요!”
늘 한마디가 많은 지혜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정면을 주시한다.
자신이 속도로 포르티스를 쫓을 수 없음을 깨달은 펜리르가 분노를 감추지 않으며 더한 권능을 발하고 있었다.
그의 여동생인 헬과 기원을 같이 하는 지옥의 불꽃―― 섬 전체를 연료로 삼아 기준을 태워 버릴 작정으로, 자신의 전력을 쏟아 내 사방에 불꽃을 치솟게 하는 것이다!
“우르, 포르티스――!”
기준 또한 정령과 그리핀의 이름을 부르며 마력과 영력, 그리고 아직 완전히 감을 잡을 수는 없지만 그의 머리 위의 광륜에서 비롯되는 스스로의 근원과 맞닿은 힘을 모조리 끌어냈다.
그 순간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우르와, 그리고 포르티스와 한 몸이 된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순간이지만 물질을 초월하고 영적인 존재로 승화해― 마찬가지로 영적인 존재인 우르, 그리고 반정령이라 불리는 그리핀과 일치된 것이 아닐까?
―바로 그거야, 계약자!
마치 진리에 도달한 연금술사를 축복하듯 목소리를 높이는 루시.
기준은 지금 자신이 이뤄 낸 경지를 곱씹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오직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다.
악의 비상을 굳게 쥐고 세 번째 옵션을 발동, 그 힘을 온전히 포르티스에게 넘겨주는 것과 동시에 나머지 힘을 우르에게 집중시키는 것이다.
―피요오오오오오오!
그리핀이 소리 높여 울부짖었다.
녀석이 한 번, 두 번 날갯짓을 할 때마다 그 끝에 맺힌 압력이 해방되어 일대를 휩쓰는 폭풍을 만들어 냈다.
날갯짓이 더해질수록 그 폭풍 속을 휘도는 바람 칼날의 숫자가 불어나며, 그 규모도 점차로 늘어나 펜리르가 자유로이 운신하지 못하게끔 했다.
―캬하아아아악!
―키이이잇!
펜리르는 재차 마력을 토해 내고 불꽃을 피워 내 어떻게든 폭풍에 저항하려 했으나 놈의 권능과 악의 비상의 권능은 동등한 수준.
아니, 오히려 기준의 능력을 이어받은 우르가 놈의 불꽃의 지배력을 빼앗아, 그것을 포르티스가 만들어 내는 폭풍에 더하고 있었다!
“오빠, 우리 죽어! 이거 확실하게 죽어요!”
“너희는 안 맞으니까 엄살 부리지 말고 공격해!”
“펜리르가 묶였잖아! 준 말대로 공격해!”
섬 전체를 불태우던 불꽃이 놀랍게도 우르의 통제를 따라 모조리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뿐인가, 우르 본인의 힘이 더해져 어느덧 순수한 붉은빛으로 승화한 불꽃이 펜리르의 어둠에 물든 육신과 마력을 동시에 불살랐으니, 폭풍과 불꽃에 붙들려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 펜리르의 등 위에 선 파티원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 폭풍을 신기하게 여기면서도 전력으로 펜리르의 머리통에 딜을 집중시켰다!
“죽어! 죽어어어!”
“하아아아압!”
기준은 포르티스의 등에 올라탄 채 폭풍의 중심에 있었다.
악의 비상의 권능을 훌륭하게 통제해 낸 포르티스 덕에 폭풍의 겉면은 오직 펜리르에게만 날을 세우고 있었고― 그 속을 자유로이 유영한 끝에 기준은 어느덧 펜리르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 폭풍 속까지 찍히지는 않을 것 같네. 어떻게 할래, 계약자?
“우르한테 맡기자.”
이미 자신은 충분한 양의 위업을 세웠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머지는 우르의 몫이고, 또…… 포르티스 또한 지금은 아니어도 이번 전투에서 세운 위업으로 언젠가 크게 도약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펜리르를 견제하고 있으려니, 문득 시커멓게 물든 펜리르의 눈동자 너머로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이 보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티르가…… 아니군.
“비다르도 아니야.”
펜리르에게서 처음으로 느낀 지성에 놀라면서도 능청맞게 대꾸한 기준이 방패를 들었다.
물론 놈은 에픽 등급에 맞는 터무니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여느 몬스터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뛴 덕에 제법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놈이 지성을 찾고 제 능력을 보다 현명하게 다룬다면 당장 전투가 피곤해질 터, 그렇게 되기 전에 놈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 얼마 없는 진실을 알고 있는 자로군. 경계할 것 없다, 내게 가득하던 어둠을 몰아낸 것은 너와 그녀이니까.
“그녀? 아.”
아마 펜리르의 어둠마저 순수한 불꽃으로 승화시켜 버린 우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물론 기준은 계속해서 펜리르를 경계했다.
비록 전력을 우르에게 투입하긴 했으나 살루타리스 덕에 지금도 조금씩 힘이 회복되고 있어, 그것을 모조리 자신의 방패…… 질서의 황금 태양에 주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내가 신들의 놀음판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이성을 되찾을 수 있게 될 줄은 몰랐으나……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군. 네게 업이 부족하다면 신나게 날뛰어 보기라도 했겠지만, 이미 그도 충분한 듯하니.
펜리르가 그 거대한 입을 쩍 벌렸다.
아래턱은 지하에 닿고, 위턱은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이 크게 벌린 아가리 속으로 놀랍게도 펄떡펄떡 뛰는 신수의 심장이 보였다.
―죽는 순간만은 내가 선택하고 싶군. 나를 무대 위에서 끌어 내려준 진실된 용사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하니…… 나를 끝내다오.
펜리르에게 여력이 있다는 것은 기준이 가장 잘 알았다.
아무리 그래도 에픽 등급의 신수를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실 폭풍을 일으킨 데에는 이유가 더 있어서, 영상에 포착되지 않는 틈을 타 고유 영역을 전개, 그 힘을 다시 우르에게로 집중시켜 그녀의 승급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마치고 그대로 펜리르를 끝장낼 생각이었던 것.
―거짓은 아닌 것 같네. 우르, 싸우기 싫다는 애 괴롭히지 말고 끝내 줘.
―키이이.
―고맙군, 그리고…… 혹여 내 여동생을 만나거든 무거운 짐을 지워 미안하다고 전해 줬으면 한다.
실체화한 우르가 질서의 황금 태양 위로 사뿐히 착지했다.
녀석과 가만히 눈을 마주하던 기준이 고개를 끄덕여 주자 녀석은 녹아들 듯 방패와 합일해, 붉은 불꽃의 송곳니로 화했다.
“잘 가라.”
기준도 펜리르의 태도에 생각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게 지금 따질 일은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인 기준이 송곳니를 앞으로 내밀며 마력을 집중시키자 붉은 불꽃의 칼날이 어디까지고 길고 날카롭게 뻗어 나― 그 끝에 있던 신수의 심장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