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10)
나 빼고 다 회귀자-310화(310/356)
나 빼고 다 회귀자 (310)
Chapter 59. 신 문명 – 4
회수 작업은 원활히 이루어졌다.
앞선 세 세력은 설마 단둘이서 보물을 탈취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만큼 갑작스레 짓쳐들어오는 비체의 마수로부터 보물을 지켜 낼 수 없었고, 그 뒤로 찾은 세력은 그사이 대체 어디서 정보를 얻은 것인지 방어 진형을 갖추고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으나…….
―하이드(E)를 개방합니다.
비체가 격리해 두었던 어둠을 다짜고짜 그들 한중간에서 폭발시켜 볼링핀처럼 마구 튕겨 내곤 돌진했다.
놈들에게 붙들려 있던 보물, 깃털 부채 형태의 츠쿠모가미는 비체가 일으킨 충격파에 휘말려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그 짧은 순간 아군 측의 츠쿠모가미와 얘기를 나누기라도 한 것인지 허공을 팔랑팔랑 회전하며 날아들어 기준의 날개에 달라붙었다.
“어찌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이, 홀로 우리 방진을……!”
“칭찬 고마워, 그럼 바이!”
목적을 완수한 비체가 자신 한 명으로 반파되다시피 한 무리에게 손 키스를 날려 주곤 기준에게 달라붙었다.
“바로 가자! 그리고 저 기술은 바로는 다시 못 쓰니까 마지막은 네가 맡아 줘.”
“오케이. 라피!”
―마지막!
라피가 곧장 공간이동을 실시했다.
그러나 배경이 바뀐 바로 그 순간 기준은 사방에서 자신에게로 쇄도하는 거대한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공간이동을 감지하고, 그 즉시 대마도로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문명.
눈앞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마력으로 시야가 불분명한 상황임에도 그 너머로 붉게 번뜩이는 적의 눈빛이 보였다.
그뿐인가, 마치 쇠사슬 수십만 개를 한꺼번에 끌어당기는 듯 거친 금속음이 일고 있었다.
쇠사슬, 아니다.
붉고 찬란한 비늘이다.
프런티어가 제국을 무시하고 소환자 최대 세력을 일구어 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제국을 지배하는 골든 드라코니안의 대척점에 서 있는, 감히 일컬어 소환자 문명 최강.
크림슨 드라코니안 문명이 이곳에 있었다.
‘비체 거짓말쟁이!’
지금 프런티어에서는 외신의 힘을 연구하고 있어서 이번 이벤트에 전력을 낼 짬이 없을 거라더니, 개뿔 크림슨 드라코니안 정예부대가 모조리 출진했잖아!
가뜩이나 한 명 한 명이 강한 크림슨 드라코니안인데 그중에서도 유니크 등급을 가뿐히 초월하는 강자들로만 구성된 수백 명의 집단이, 이 자리에서 기준과 비체를 완전히 묻어 버릴 기세로 온갖 화염을 뿜어대고 있었다.
공간이동에 반응해 격발하는 화염 함정, 허공을 선회하다 침입자를 감지하면 곧장 날아드는 화염구, 드라코니안 중에서도 강자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화염 브레스, 여럿의 마력을 한데 뭉쳐 발현한 화염의 비, 화염지대, 플레어!
‘뭐야, 왜 모조리 화염뿐이야.’
기준은 그 모든 화염을 자신 한 명에게로 끌어당기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드라코니안들이 대단해도 에픽 등급 방패인 황금태양의 옵션을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 레전더리 등급이라도 뼈만 남기고 녹아내릴 법한 화염지옥 속에서도 그 데미지를 받는 것은 오직 기준 한 명뿐이었다.
―혹시 계약자랑 겨뤄 보려는 거 아냐?
‘그게 무슨 소리야, 루시?’
―왜, 그때 프런티어와 제국군이 한데 모였을 때 우르랑 라피의 힘으로 화염 폭풍을 일으켰었잖아.
두 정령의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것이긴 하지만 확실히 그건 장관이었다.
그걸 봤으면 아무리 바보라도 기준의 화염을 다루는 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고, 그럼 자연히 화염 저항력의 유무도 알아볼 법했을 텐데.
어째서 그걸 봐 놓고도 우직하게 화염 하나로만 공격해댄단 말인가?
―그러니까 더더욱 자신들의 화염으로 무릎 꿇리겠다는 생각인 거 아냐? 계약자가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건방지게도 화염 능력으로 활약했으니까.
‘용대가리들 생각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
루시의 예리한 지적에 어깨를 으쓱인 기준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자신의 체내까지도 파고들 불꽃의 열기를 느끼며 외마디 고함을 내질렀다.
“우르――!”
―키이이이잇!
기준이 우르를 통제하자 루시는 자연스럽게 비체에게로 날아가 그녀의 빛을 북돋웠다.
스킬 ― 하이드를 풀개방하며 잠시 그쪽 능력은 발휘할 수 없게 된 비체가 루시의 도움을 받아 빛으로 된 방패로 방벽을 쌓거나 칼날 따위를 만들어 드라코니안들에게 투척하는 사이, 기준의 영력을 빨아들인 우르가 일대에 가득한 화염의 통제권을 빼앗아 오기 시작했다.
“뭣?!”
“그럴 수는 없지. 한낱 인간의 능력으로는 우리 불꽃을 어찌할 수 없어!”
이미 스스로 날갯짓하는 빛으로 승화한 지 오래이거늘 누가 오만한 용대가리 아니랄까 봐 기준의 출신을 언급하며 이를 악무는 용인들.
그러나 우르가 본격적으로 능력을 구사하며 하나둘 불꽃의 통제권을 잃기 시작했음을 깨달았는지, 개중에는 손발톱을 늘이거나 병장기를 들고 돌진해 오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것을 막는 것은 비체의 역할이었다.
“너희는 불꽃 자랑 실컷 해 놓고 쭌이 하는 건 막으려고? 얌전히 구경이나 해!”
하이드를 다룰 수 없게 되었어도 루시의 도움으로 전성기 이상의 광마력을 다루는 비체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
그녀가 손을 휘두를 때면 그 궤적을 따라 솟구친 빛이 면적을 넓혀 방패가 되어 공격을 막다가도, 다음 순간엔 압도적인 무게를 싣고 내리쳐지며 놈들의 자랑스러운 비늘을 쪼개고 붉은 피를 솟구치게 했다.
사방에 눈이 달린 것처럼 그리고 일대에 가득한 화염에 일절 피해를 입지 않는 것처럼 전광석화와 같이 움직이며 여기저기 빛의 화살을 뿌리고 빛의 창과 방패를 휘두르는 비체는 정말이지 빛의 용사와 같은 위용을 보이고 있었다.
“제국의 용사……! 그런가, 네년이 그!”
“시간 실감하게 만드는 거 싫은데, 진짜! 웃어른들한테 들어서 간신히 알고 있다는 표정 짓지 마! 빛의 강판으로 얼굴 통째로 갈아 버린다!”
―계약자랑 같이 지내면서 빛으로 오만가지 다 만들어 봤지만 강판은 또 처음이네.
―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악!”
아무리 기준이 비체의 수제자로 교육을 받고 성장하며 무구와 빛을 다루는 능력을 키웠다지만 까마득한 세월 활약해 온 비체에게는 감히 당할 수 없었다.
그녀의 손에서 다채롭게 피어나는 빛이 1초에도 수백, 수천 가지 형태로 변화하며 적의 공격을 차단하고 빈틈을 찔러 무력화하는 것을 보며 기준은 감탄했다.
‘나도 월광혈아를 숙련하며 마력을 다루는 데에는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비체와는 비교도 안 되는구나.’
단순히 마력의 형태 변화뿐만이 아니다.
그 많은 변화를 반복하면서도 그녀의 마력은 그 무구가 갖춘 고유의 성질을 살려 내고 있다.
마력의 통제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수한 경험과 직관이 있어 간신히 이를 수 있는 영역.
떡 주무르듯이 마력을 다루는 그녀이기에 대마도조차 쉽게 발현하는 것이겠지.
한편 크림슨 드라코니안들은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게 제약을 걸어 놓은 것처럼 물리적인 수단으로 그녀를 해하려다 가로막히길 반복했다.
정확히는 그들이 만들어 내는 모든 마법과 브레스, 함정 따위가 모조리 불꽃의 형태를 띠고 있었던 탓에 비체를 해하지 못하고 우르의 통제에 이끌려 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용대가리놈들 똥고집은 알아줘야 하는구나!
루시가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릴 즈음에, 비로소.
우르가 모든 화염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었다.
그 순간, 마치 폭발하듯 불꽃의 기세가 크게 늘어났다.
우르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꾸준히 우르와 공명하고 있는 성물 ― 불카누스의 망치가 불꽃의 위력을 4할이나 증폭시켜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불꽃을……?!”
“말도 안 돼!”
“돼! 라피!”
―준비하고 있었어!
우르가 불꽃을 수집하고 증폭했다면, 그것으로 적을 공격하는 건 라피의 몫이다.
기준의 남은 영력을 모조리 끌어당긴 라피가 우르를 감싸 안고 날개를 활짝 폈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미궁 전체를 무너트릴 수도 있을 끔찍한 불꽃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크아아악!”
“하찮은 인간 따위가 어찌……!”
―도와줄게!
여기서 기준이 예상치 못한 효과가 추가로 발생했으니 바로 방금 구했던 깃털 부채 형태의 츠쿠모가미의 활약이었다.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기준의 등 뒤로 솟은 빛의 날개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녀석은, 라피가 불꽃의 폭풍을 만들어 내는 순간 허공으로 팔랑 떠올라 부채질을 반복했다.
그것이 놀라운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바람 속성을 증폭시킨 것도 아니고, 물론 라피의 바람과 충돌한 것도 아니다.
기준이 여태까지 알고 있던 마력과 영력 등을 다루는 원리와는 다소 다른 방향의, 간단히 말해 버리자면 기적에 가까운 힘이.
불꽃의 폭풍을 복사해 삽시간에 적들에게로 날려 보내며 성대하게 폭발시켰다!
“폭풍이 복사가 된다고?!”
―이때다, 몰아붙여!
라피도 적 진형이 붕괴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폭주했다.
드라코니안들은 저마다 방벽을 세우거나 마법으로 막아 내거나, 혹은 화염을 뿜어내 그것을 막아 내 보고자 했으나 불꽃의 폭풍은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놈들을 덮쳤다.
영원과 같은 순간이 지나가고, 츠쿠모가미의 탈환을 준비하며 방패를 들어 올리던 기준은 적진의 상태를 확인하곤 눈을 부릅떴다.
거대한 도마뱀의 사체 여럿이 미궁 벽을 틀어막고 불꽃을 막아 낸 듯, 새카만 재가 되어 휘날리고 있었으니까.
“드라코니안 가운데에는 이성을 잃고 거대화하는 스킬을 갖춘 개체도 있다고 들었어. 못 막겠으니까 아군을 희생양으로 내세운 거구나.”
“하지만, 이거…….”
기준은 흩날리는 재, 그 너머로 미련 없이 퇴각하는 크림슨 드라코니안 무리를 보며 아연하게 중얼거렸다.
이번 이벤트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정말로 미련 없이 동지를 내버리다니.
“특수한 주술로 피해를 한쪽으로 몰았어. 준의 방패에 있는 옵션과 비슷한 술수네.”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 버텼다면 데미지를 크게 입어 리타이어할 망정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놈들은 기준에게 지기는 싫다는 이유로 동지를 희생시키고, 이벤트에서의 역전을 위해 퇴각한 것이다.
그것도 한 명으로는 막지 못해 열 명에 가까운 드라코니안을 희생시켜 가면서.
“준, 어때?”
비체가 선명한 감정이 새겨진 얼굴로 그를 돌아보며 물어 왔다.
기준도 비체의 마음과 같았다.
자신들이 먼저 공격한 것이긴 하나, 크림슨 드라코니안의 방식은 도저히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다.
더욱이 놈들이 확보한 츠쿠모가미를 되찾아야 하는 것도 여전하다.
제깟 놈들이 아무리 빨라 봤자 공간이동을 하는 라피보다 빠를까.
문제는 방금 전투를 치른 그들이 추격전을 벌일 수 있느냐인데.
영력을 다소 소진하기는 했지만, 마력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영력을 많이 회복하는 음식도 이때를 대비해 많이 비축해 두고 있었기에 기준은 자신 넘치는 말투로 대꾸했다.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어.”
“읏?! 그, 그건 알아 바보얏! 너, 너 하루로도 안 끝나잖아……!”
“…….”
그러나 그의 말에 뭘 상상했는지 뺨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소리 지르는 비체.
기준이 굳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자, 그제야 자신이 엉뚱한 대응을 했음을 깨달은 비체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루시가 비체를 비웃을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마디하려고 한 그때였다.
―뭔가 옵니다.
기준이 명령하지 않는 이상 전투에 나서지 않는, 그 대신 오직 기준만을 철저하게 수호하는 악령 삼부카가 짧게 고했다.
기준은 크림슨 드라코니안들이 퇴각한 방향으로부터 뭔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것을 파악하곤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만, 저거 너희 동료 아냐?”
―맞아! 그런데 잠깐.
―마법, 터진다!
―피해애애애애애애애애애!
비명.
그리고 폭발.
모든 것이 새하얗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