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11)
나 빼고 다 회귀자-311화(311/356)
나 빼고 다 회귀자 (311)
Chapter 59. 신 문명 – 5
―[고장 나지 않는 체내시계(E)]가 정신적, 영혼 간섭에 크게 저항합니다.
츠쿠모가미들이 발악적으로 내지른 비명은 다행히 도움이 되었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기준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을 향해 날아드는 츠쿠모가미를 상대로 황금태양의 옵션을 적용시켰고.
녀석으로부터 일어난 폭발 데미지는 온전히 기준에게로 수렴된 것이다.
“컥…….”
아다만트가 깨졌다.
체내 마력과 영력이 미친 듯이 폭주하며 그의 육체와 정신을 난잡하게 헤집어놓았다.
기준이 여태껏 겪어본 적 없는 종류의, 주술인지 마법인지, 단순한 화학물질인지 구분도 안 가는 어떤 강력한 무언가.
제국을 지배하는 골든 드라코니안들에게 고유의 기술 체계가 있듯, 크림슨 드라코니안들 역시 그들만의 고유한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이리라.
어쩌면 지금까지의 전투는 단지 기준 일행을 방심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을 뿐, 진짜 목적은 방금 이 폭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될 만큼 끔찍한 열량이었다.
‘그래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살루타리스를 재개했다.
천만다행하게도 갑옷과 방패는 부서지지 않았고, 최대한의 데미지를 흡수해주기까지 했다.
그것조차 없었다면 제아무리 기준이라도 목숨을 잃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지금 살아있다.
오늘 전투에 임하기 전 세흐림니르 돈까스 덮밥을 먹어 재생력을 높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계약자!
루시가 비명을 지르며 당장 그에게 달라붙어 빛의 치유를 쏟아 부었다.
한편 비체는 당장이라도 퇴각하는 크림슨 드라코니안들을 뒤쫓아 모조리 찢어 죽여 버리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이미 서로간의 거리가 충분히 벌어져 저들이 다른 채널로 이동해버린 이상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괜찮아…… 어쨌든 살아남았으니까.”
진탕이 된 내장이 살루타리스의 재생력과 루시의 치유에 힘입어 간신히 회복되고 제자리를 찾은 것을 확인한 기준이 숨을 헐떡이며 일행을 안심시켰다.
“너는, 괜찮냐?”
용인들이 폭발의 매개체로 삼아 내던진 츠쿠모가미, 녀석은 공교롭게도 폭탄처럼 커다란 쇠공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프런티어를 지배하는 소환자 세력의 정점에 서 있는 용인들이 보물 한두 개에 연연할 리도 없고, 그들은 처음부터 이 녀석을 미끼로 삼아 기준 일행을 매장시키려는 생각이었으리라.
―완전히 멀쩡해……! 어떻게? 내 혼에 달라붙는 저주라고 했었는데!
“그놈들의 저주도 고작 그 정도인가.”
혹시 방금 느껴졌던 끔찍한 폭발은 단순히 저주에 동반되는 것일 뿐이고 진짜는 저주였나?
어쩐지 체내시계가 발동하더라니 그것 때문이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그에게 저주 비슷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저항에 성공한 것 같은데, 역시나.
그의 눈앞으로 기대하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저항 대성공. [아다만트(L)], [살루타리스(L)]에 매우 긍정적인 보정이 주어집니다. [아다만트(L)] 스킬이 92레벨, [살루타리스(L)] 스킬이 85레벨이 되었습니다! 내구(E), 광마력(E)과 영력(E)이 2씩 올랐습니다!
얼마나 격렬했으면 스킬의 성장폭도 심상치가 않았다.
점점 더 레벨을 올리는 게 불가능으로 느껴지던 아다만트와 살루타리스가 대폭 성장한 것은 물론 스테이터스까지 높아졌으니!
크림슨 드라코니안들은 절묘한 빈틈을 노려 기준을 완전히 재기불능으로 만들어버리려 했는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이 택한 것이 저주였던 덕에 기준은 또 한 번 성장하게 되었다.
“쭌,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방금 굉음 정말 미궁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제대로 가드했으니까 괜찮아. 너희도 그만 쩔쩔 매고.”
―으응…….
그러나 츠쿠모가미들은 자신들이 기준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생각에 쩔쩔 매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버려져 오랜 세월 방치되었던 물건에 한을 품은 영이 깃들었다는 근원을 갖고 있는 만큼,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끔찍이도 정을 갈구하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기준이 흔쾌히 그들을 돕겠다며 나선 것은 물론이고 죽음의 위기마저 감수해가며 그들을 지켜냈으니 제대로 감동을 받아버린 것이다.
―고마워!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역시 너를 택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할게!
쇠공은 물론이고 베이컨과 비키니마저 기준을 향한 마지막 경계심마저 풀어버리고 찰싹 달라붙는 모습을 보자 비체가 눈을 가늘게 뜨며 감탄사를 흘렸다.
“이젠 물건들까지…… 쭌, 아주 인기남이 다 됐네. 이거 다 누구 덕분?”
―그야 밤마다 음습하게 몰래 찾아와 계약자 얼굴 감상회를 열었던 악마 덕―― 읍읍!
물론 한 번 구해준 정도로 호감도 max를 찍어버리는 건 조금 심하지 않나 싶긴 하지만, 여기에는 물론 기준의 극도로 높아진 매력도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으니 그 매력을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 비체의 역할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튼 무사히 회수가 끝났으니 다행이지. 이제 그 심처라는 곳에 들여보내줄 거야?”
―그렇게 해, 앞으로 거기서 영영 같이 사는 거야!
비키니는 기준에 대한 호감도가 극도로 높아진 나머지 다소 위험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하고 있었다.
기준은 귀찮게 달라붙는 투구를 대충 쇠구슬과 함께 양팔로 끌어안고는 라피와 베이컨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럼 가자. 일단 너희들을 거기 데려다놓고 우리 일행을 데려와야겠어.”
―오케이!
공간이동이 펼쳐지는 순간, 기준은 한 가지 사소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삼부카가 자신의 곁에 없다는 것인데…….
‘……뭐, 알아서 하겠지.’
솔직히 그녀에 관해선 깊이 생각할수록 무서웠기에 이쯤에서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오…….”
“와, 정말 넓은 공동이네.”
미궁의 심처는 츠쿠모가미들이 말한 것처럼 마을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아마도 미궁 할아버지가 직접 자신의 몸 일부로 만들었을 석재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물건에 팔과 다리가 솟아나거나, 혹은 물건의 특징이 남아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인간과 다를 바가 없는 츠쿠모가미들이 사방을 돌아다녔다.
녀석들은 마치 인간 사회를 재현하듯 서로 모여 떠들거나 놀고 있었다.
―건물 안에 있는 츠쿠모가미들은 아직 어려 자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야.
기준의 시선이 인기척이 느껴지는 주변 건물들로 향하는 것을 느낀 비키니가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츠쿠모가미에 애와 어른이 구분된단 말인가?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기준은 그것을 꾹 눌러 참았다.
“이곳에 얼마나 많은 츠쿠모가미가 모여 있는 거지?”
―모두 삼백여 명 정도. 하지만 전투능력을 갖춘 이들은 당신이 구해준 동료들을 포함해도 오십이 채 안 돼.
어떤 종족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츠쿠모가미는 자신의 기원이 된 물건의 특징을 따라가는 만큼 개체마다 전투력 차이가 극심했다.
전투력을 타고난 개체는 평소에도 미궁을 순찰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모두 안전한 미궁의 심처에 숨어 살고 있는 것이다.
“대륙에서 탄생한 츠쿠모가미를 모두 이곳으로 모으기라도 하는 건가.”
―할아버지의 능력이야. 침입자는 길을 헤매게 만들지만, 우리 동료들은 대륙 어디에 있어도 최종적으로 이곳을 찾아올 수 있게끔 안내해줘.
미궁이라는 거대 규모의 시설이 통째로 츠쿠모가미화했다는 시점에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터무니없는 능력이지 않은가.
“이건…… 거의 문명이라고 봐야겠네.”
비체가 조용히 내뱉었다.
새로이 생산되는 것도, 소비되는 것도 없이 그저 정체되어 있을 뿐인 공간.
그럼에도 그 안에는 사람을 닮고 싶어하는, 지성을 갖춘 수백 명의 츠쿠모가미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문명이라고 불려 마땅하지 않은가― 비체는 그렇게 생각했다.
―수만 명을 수용할 공간은 충분해! 너희가 우릴 도와줬으니 우리도 너흴 도와줄게! 일행을 모두 이곳으로 불러!
“정말, 괜찮겠어? 이런 상상은 하기 싫지만 시스템이 무슨 억지를 부릴지 몰라. 이미 얌전히 살던 너희를 멋대로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잖아. 어쩌면 이곳도…….”
처음엔 츠쿠모가미들에게 큰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능력과 상성이 잘 맞으니 이번 이벤트를 제멋대로 휩쓸어버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츠쿠모가미들은 자신과 출발점이 다를 뿐 완벽한 혼을 갖추고 있는 지성체였고, 그가 조금 도와준 정도로 눈이 뒤집혀 달라붙는 가여운 존재이기도 했다.
그러니 자연히 그들을 대하는 기준의 태도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우우웅
여기까지 와놓고 뻔뻔하게 답변이 정해진 질문을 하는 기준에게, 베이컨과 비키니를 대신해 대꾸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미궁이었다.
지하 깊은 곳에 있어 빛이 드문 심처에 돌연 빛이 쏟아지며 큰 진동이 일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드니 천장에 난 구멍으로 수백 명의 인간이 떨어지고 있었다.
바로 기준의 동료들이었다.
“이, 이게?!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는데요……!”
“길마님! 다행이다, 또 함정에 걸린 줄 알았는데!”
―와! 할아버지가 직접 안내해주시려나 봐!
밝은 목소리로 외치는 베이컨.
기준이 순간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어버버 하고 있자니 비체가 안도하며 말했다.
“다행이네, 수십 개로 쪼개진 그룹을 일일이 여기로 데리고 오려면 개고생일 것 같았는데.”
진동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미궁, 반복해서 열리며 빛과 함께 테라 길드원들을 쏟아내는 천장.
미궁이 직접 일행을 인도하니 테라 길드가 한 자리에 집결하는 것도 순간이었다.
“모두 정렬! 인원점검한다!”
“1조는 리타이어 없음.”
“2조 리타이어 없습니다!”
“3조, 리타이어 137명……. 좀 크게 싸움이 붙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고 돌아가는 건 확인했습니다!”
“4조…….”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얼떨떨해하던 것도 잠시, 금방 이성을 되찾은 테라 길드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원을 점검했다.
길드원 5만 명 중에 무사히 이곳까지 도달한 이들은 4만7천여 명.
3천 명 가까이가 리타이어하긴 했으나 직접 목숨을 잃은 이는 거의 없었다.
“진짜 위험했네.”
“모두한테 추적 마크가 붙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별동대가…….”
“귀환!”
마지막으로 별동대가 귀환했다.
미궁이 안내해줄 것도 없이, 공간좌표를 전해 듣고 곧장 텔레포트한 것이다.
“준, 지금 위험해.”
율영이 다짜고짜 기준에게로 다가오며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그래, 위험하지. 크림슨 드라코니안들하고 마주쳤는데 역시 만만치 않은…….”
“골든 드라코니안도 있어!”
“……뭐?”
이번 이벤트는 소환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였을 텐데?
안 그래도 저번에 그 얘기가 나왔을 때 아무리 제국이 막장이라도 이번 이벤트에 간섭할 리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얼어붙은 기준에게 율영이 말했다.
“그건 텔레포트를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였잖아. 이 지역에 찾아오는 것뿐이라면, 시스템의 빈틈을 노린다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어. 예를 들어 소환자들과의 혼혈로 비밀부대를 구성한다든가…….”
“그런, 말만 들어도 끔찍한 방법을.”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본격적인 위기야. 아무래도 제국은 우리가 오기도 전부터, 이곳에서 뭔가를 찾고 있던 모양이야.”
“여기 미개척지 맞지?”
“더구나 우리와 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잃어버린 성검을 대신할 것을 찾아야 한다고, 하던데.”
율영의 말에 기준은 자연스럽게 제국의 성검을 가지고 탈주한 자신의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성검을 대신할 것이라면…….
“잘은 모르지만 이전 제국에서 성검을 제작할 때, 후보가 여럿 있었던 모양이야. 최종적으로 지금의 성검이 선택되었지만 선택받지 못한 검은 그대로 제작자의 공방에 방치되어 있었다든가. 우르알타니 뭐니 얘기하던데……. 혹시 아는 것 있어?”
흐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인걸?
덤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째서 글리터토스의 아버지가 만든 검이 츠쿠모가미가 되었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도 이 순간 풀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