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19)
나 빼고 다 회귀자-319화(319/356)
나 빼고 다 회귀자 (319)
Chapter 61. 배우는 모두 모였다 – 1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벤트는 대략 이틀에 걸친 밤낮을 가리지 않는 전투 끝에 소강상태에 이르렀고, 끝내 기준이라는 요새를 넘어서지 못한 이들이 퇴각하며 비로소 테라 길드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기대와 예상과는 정반대로 마무리되었다.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테라] 길드가 가장 많은 보물을 획득하여 1위를 차지합니다.
―타 세력이 보물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순위권 보상이 모두 [테라] 길드에게 주어집니다.
―[테라] 길드가 모든 보물을 획득했습니다. 독점 보상이 추가로 주어집니다.
―보상을 계산 중입니다.
―레전더리 등급의 칭호 [무대의 주인공]을 얻었습니다. 사람의 시선을 본능적으로 끌어당기게 됩니다. 홀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 때 매력이 30% 증폭되며, 매력과 관계되는 모든 능력이 추가로 증가합니다.
그리고 기준은 인기 스타가 되었다.
아니, 이번 이벤트 진행 과정을 시스템이 지켜보고 정확히 그 활약상에 걸맞은 칭호를 부여해 준 것처럼 자기 입으로 말하기도 부끄러운 칭호가 주어지다니!
혹시 이것도 끝내 기준을 죽이지 못한 시스템의 굉장히 복잡하게 돌아가는 암살 시도란 말인가!
―가뜩이나 부담스러웠던 계약자의 도발 스킬이 이제 하늘까지 뚫겠어.
“후후, 살아 있는 것이라면 신이라도 도발해 주지…….”
루시의 오버스러운 반응에 대충 맞추어 준 기준이 후련함과 아쉬움이 반반 섞인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주위에서도 웅성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단의 주인인 기준 정도는 아니어도 이번 이벤트에서 활약한 테라 길드원들 다수가 제법 괜찮은 칭호 보상을 얻은 모양이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보상을 얻은 이는…….
“자기야, 나 레전더리 등급 칭호 얻었어.”
“비체 너는 원래도 많이 갖고 있지 않았어?”
“물론 그랬지만 이번엔 더 좋아. 성검이를 더 잘 다룰 수 있게 됐으니까.”
쉬지도 못하고 며칠 내내 전투를 치렀으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내보이지 않는 비체가 성검을 끌어안고 제 뺨에 비비며 웃었다.
용사를 위해 만들어진 최강의 성검을 얻은 것만도 터무니없는데 거기에 더해 전투 성향이 높은 전용 칭호까지 얻었으니 이번 이벤트 전후로 가뜩이나 높았던 비체의 전투력이 기준 이상으로 하늘을 뚫을 지경.
“서로 좋아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 비체, 영력은 어떻게 얻은 거야?”
“응? 성검이랑 이어지는 순간 얻은 것 같은데. 솔직히 전혀 기대도 안 하고 있던 방향이라서 깜짝 놀랐어. 예전에 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지만, 영감이 개화할 기미도 없었는데.”
―악마, 네 고유스킬 때문이야.
이벤트가 끝나고도 혹시나 미궁에 불온 세력이 남아 있을까 빛의 감지망을 확장시키고 있던 루시가 돌연 끼어들어 말했다.
―악마가 감당할 수 없는 모든 걸 격리시켜 버리는 스킬. 분명 굉장한 스킬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네게 주어져야 할 자극까지 빼앗아 간다는 얘기야.
“정령 주제에 제법 그럴듯한 말을…….”
루시가 한층 예리한 말을 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이번 전투에서 루시(L)가 93레벨까지 단숨에 성장하며 예전의 기억과 지식들을 보다 많이 되살렸기 때문이다.
기준뿐만 아니라 빛의 전대 용사였던 비체와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한층 과거의 힘을 깨워 낸 모양이라고.
―너도 활약만 놓고 보면, 필멸의 몸으로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 겪은 영격의 성장만 놓고 보면 응당 영력을 개화했어야 했는데 고유스킬이 발목을 잡고 있던 거지. 하지만 고유스킬에 대한 통제력이 높아지면서 자극을 가려 받을 수 있게 됐고, 성검과의 계약이 그 기폭제가 되어 영력을 얻게 된 거야.
“오…… 그럼 나도 이제 쭌처럼 정령사 될 수 있는 거야?”
―이제 막 발아한 네 하잘것없는 영력으로는 성검 하나 감당하기도 힘들걸.
“아이고 우리 정령 말도 참 예쁘게 하지~~.”
언제나처럼 기 싸움을 벌이는 루시와 비체의 대화에 기준은 조금 전까지 이어진 전투로 지친 심신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덤으로 방금 루시의 발언을 해석하자면, 이제 막 영력을 깨달았으면서 성검 정도 되는 존재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하다는 의미였다.
―보상이 책정되었습니다. 기본 보상에 더해 활약에 따른 차등 보상이 주어집니다. MVP는 당신입니다.
그때쯤 칭호 하나만 내어 주고 감감무소식이었던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본래였더라면 순위별로 받게 될 보상이 테라 길드의 분투에 오직 그들에게만 집중되었으니 그나마 이 정도로 빨리 정리된 게 아닐까.
기준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이 뒷면에서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을 신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생각했다.
그렇게나 머리를 굴려 가며 기준과 그 일행을 묻어 버리려 했는데, 모든 함정을 짓밟아 으깨고 그 안에 들어 있던 탐스러운 보상은 독차지해 버렸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순순히 보상을 내어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들도 결코 시스템의 온전한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대로 몇 번 더 기준이 그들과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면, 그때부터는 그들도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한해 보이는 시스템의 은총에도 한계는 반드시 있을 테고― 앞으로도 기준이 그것을 독차지한다면 대륙 멸망을 원하지 않는 한 모두 기준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할 테니까 말이다.
―레벨이 10 올라 50이 되었습니다! 근력(E) 3, 재주(E) 2, 내구(E) 6, 광마력(E) 5, 영력(E) 4, 광륜(E) 10이 올랐습니다.
―이벤트 보상으로 가장 낮은 스탯[광륜(E)]이 5, 다음으로 낮은 스탯[재주(E)]이 5 올랐습니다. 추가로 매력(E)이 3 올랐습니다!
―당신에게는 탐욕과 자비가 공존하며, 그것을 관철할 압도적인 무력과 포용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전 대륙에 당신의 위명이 널리 퍼질 것입니다. 매력(E) 3, 스킬 포인트 5, 5,000,000 레타 포인트를 얻습니다.
―이번 이벤트에서 활용한 모든 스킬이 크게 성장합니다.
―도살(U) 스킬이 한계를 초월하여 레전더리 등급으로 성장합니다!
―이벤트 보상으로 27,000,000 레타 포인트를 얻고, 향후 5년간 당신이 이끄는 세력의 세금이 면제됩니다.
기준의 모든 스테이터스가 에픽 등급에 이르렀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이벤트로 얻은 보상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전투로 이미 40레벨을 달성했음에도 거기서 다시 10레벨이 껑충 뛰어 기어이 레전더리 등급의 중간지점을 찍었고, 스탯 보상을 추가로 얻기까지 하며 스테이터스 평균을 크게 높였다.
정말이지 어째서 이렇게까지 오르는 건지 알 수 없는 매력 스탯은 이제 기어이 에픽 등급 85를 달성했고, 스킬 성장이 단숨에 가속되며 오랫동안 활용해 온 도살 스킬도 기어이 레전더리 등급으로 성장했다.
기준은 도살 스킬이 레전더리 등급으로 성장한 지금에서야 비로소 이 스킬이 자신의 다른 스킬과 조화를 이루어 성장할 여지를 남겨 두고 있음을 깨달았는데,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월광혈아였다.
‘그다음은 에픽 등급인가…… 부지런히 숙련해야겠네.’
다른 스킬들도 도살 못지않은 성장을 거두었다.
이틀 이상 철야하며 그를 그 자리에서 버티게 도와주었던 두 주축, 아다만트와 살루타리스는 이제 에픽 등급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라피와 우르, 덤으로 미궁까지 침입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활약한 덕에 영혼소통과 정령술을 모조리 10레벨 이상 올릴 수 있었다.
특히 루시는 기어이 95레벨을 달성했는데, 이번에 얻은 스킬 포인트를 그대로 투자해 볼까 고민이 될 지경이었다.
만약 그녀가 에픽 등급에 이를 수만 있다면 기준 본인이 에픽 등급을 달성하는 것만큼이나 큰 격변을 겪게 될 테니까.
―계약자도 알잖아. 그런 식으로는 에픽 등급에 도달할 수 없어. 그건 아껴 놓는 게 좋겠어.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는데.”
이번 이벤트에서도 기준이 충분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굳이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막무가내로 돌진하며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깨부수는 상상을 얼마나 했던가.
해내야 할 것도 많고 어깨에 짊어진 것도 많은 와중에 츠쿠모가미들까지 구하자니 알게 모르게 답답한 마음이 쌓였던 모양이라며 기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잘 해냈어, 계약자. 사망자를 내지 않으려고 모든 데미지를 혼자 끌어안을 땐 왜 매번 중요한 순간마다 마음이 약해져서 무리를 하는 건지 설교라도 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기준은 그 말에 찔끔했다.
처음 길드를 이끌게 되었을 때 예민이 그에게 얼마나 강조했던가.
희생자를 내지 않을 수는 없으나 그것도 각오하고 모두를 짊어진 채 나아가는 것이 길드 마스터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정작 이벤트 채널이 붕괴되고 길드원들이 위험해지자 무심코 황금태양의 옵션을 전개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길드원들을 모두 지켜야 한다는 숭고한 마음가짐보다는, 집단의 움직임이 한정된 공간에서 날아드는 공격 정도라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겠다는― 자신의 스킬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한층 극한의 환경에 처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지만, 어쨌든 아군의 죽음을 보기 싫어서 무리한 것도 맞는 말이니까.
―하지만 계약자가 감당할 수 있는데 내가 괜히 엄살을 부리는 것도 이상하지. 계약자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대로 해. 계약자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면 내가 뒤통수 때려서 기절시키고 같이 튈 테니까.
“아니, 루시.”
―그 꼴 보기 싫으면 리스크 계산 철저히 하라는 얘기야. 알겠지, 계약자?
“알겠습니다…….”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어 힘없이 대꾸하면서도 그를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비체를 힐끔거렸으나 드물게도 이 부분만은 루시와 마음이 맞았는지 살벌한 미소를 띠고 있는 비체.
“준? 미련한 것도 정도가 있지 정말 5만 명을 너 혼자서 지키려고 했던 거야?”
“비체, 들어 봐. 너도 알겠지만, 통로가 그렇게 넓지 않아서 사실상 내가 직접 커버해야 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고…….”
“준이 정말 만약에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잘 기억해 둬? 먼저 지켜야 할 대상 착각하지 마, 알겠지?”
“넵…….”
괜히 시선을 보낸 탓에 두 배로 혼나고 말았다.
그러나 비체는 잔뜩 수그러든 기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그의 양 뺨을 붙들고 고개를 들게 했다.
모든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를 되찾았으나 지난 며칠간 이어진 격전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폐허가 되어 버린 미궁 심처.
엉망진창이 된 마을 못지않은 꼴로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쉬고 있던 테라 길드원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 오오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받아도 되는 거야, 진짜?”
“거의 등급 하나가 통째로 오른 것 같아.”
기준만 해도 터무니없는 성장을 거두었으니 그의 길드원들은 어떻겠는가.
기준을 비롯한 뛰어난 수뇌부의 비호 아래 자신들보다 강한 적들을 상대로 마음껏 활약한 길드원들은, 과장 조금 보태자면 전원 평균 종족 등급이 한 단계 성장할 만큼 비약적인 성과를 얻었다.
오늘까지는 테라 길드에서 주의해야 할 대상이 기준을 비롯한 루멘 파티의 면면으로 그쳤다면, 앞으로는 오늘 이벤트에서 얻은 보상으로 도약한 테라 길드원들 역시 한 명 한 명이 집단의 정예 구성원으로 기능할 터였다.
대부분 여전히 꼬질꼬질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보석처럼 찬란한 빛을 품고 있다.
기준이 아니고선 누구도 이들을 단기간에 이렇게까지 이끌어 줄 수 없었으리라.
“애쓴 보람이 있었네, 준.”
“……그러게.”
그리고 길드 마스터로서 길드원들과 맺는 관계도 오늘을 기점으로 한층 끈끈해질 터다.
평생 한 번 겪어 보기도 힘든 격한 전투, 기준은 단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모두의 앞을 지키고 선 채 끝까지 활약했고 길드원들은 모두 기준의 등에 지켜졌다.
그것을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었다면 사람이 아니다.
기준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쑥스러워하며 경례하는 길드원들의 모습에 그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충족되는 만족감을 느꼈다.
비체는 자신도 과거 용사로서 활동했기에 지금 기준이 느끼고 있을 감정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그가 거기에 지나치게 취하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마음을 먹은 그녀가 그를 반쯤 끌어안고 현장에서 끌어내려던 그때.
“준, 고생했어!”
“오빠……!”
“준 님, 정말 늠름한 활약이었습니다!”
기준과 비체가 다시 분위기를 잡는 걸 더는 좌시하지 못하겠는지 루멘 파티의 여성진이 빠르게 다가오며 한마디씩 던졌다.
로라의 움직임을 본 긴도 아닌 척 걸음을 옮겼고.
루멘 파티가 한데 모이자 은신과 지혜, 렌카도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왔다.
“오빠, 파티해요 파티! 오늘은 진짜 파티해야 된다, 그죠!”
목소리 높여 외치는 지혜.
하여튼 분위기를 박살 내는 데에는 재주가 있는 그녀의 목소리에 기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잖아.”
파티원들을 일별한 기준이 고개를 돌렸다.
베이컨을 필두로 이번 이벤트 내내 사람들에게 시달렸던 츠쿠모가미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