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22)
나 빼고 다 회귀자-322화(322/356)
나 빼고 다 회귀자 (322)
Chapter 61. 배우는 모두 모였다 – 4
“VVVIP! VVVIP!”
“V가 너무 많아.”
과장이 너무 많아서 무슨 합체 로봇의 세 번째 필살 기술 같은 느낌의 호칭으로 자신을 부르는 글리터토스에게 기준이 나른한 말투로 대꾸했다.
원래는 거점으로 귀환하자마자 그와 대면해야 했으나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가 쌓인 비체가 자신을 냅다 납치해 버리는 바람에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어젯밤은 굉장했다.
아무튼 굉장했고 매우 지쳤다.
영력이 1 오르고 영혼소통 스킬이 15레벨까지 성장했다는 것으로 반쯤은 설명이 될까.
아니, 설마 영혼소통에 그런 효과까지 있을 줄은…….
“VVVIP에게도 드디어 봄이 왔구만. 우니카 아가씨의 노골적인 접근에도 철벽을 치기에 혹 성능에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다행이야.”
“너 그거 성희롱이다. 그리고 VVVIP라고 부르지 마.”
글리터토스가 어째서 V를 하나 더 붙였는지는 기준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건축물 탓이었다.
―기분이 좋아. 이렇게 완벽한 몸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목소리도 좀 젊어진 것 같은데?”
―젊은 몸을 얻었으니까.
“그게 그런 문제였구나.”
무엇을 숨기랴, 지금 그들은 틸라의 아공간에 있는 신화적인 건축물 발할라 저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기준은 어제, 무너지는 미궁을 빠져나와 율영의 대규모 공간이동에 힘입어 추적당하는 일 없이 무사히 거점으로 귀환한 후, 코어에서 에너지가 유실되기 전에 곧장 그를 발할라와 융합시켜 버렸고.
그 순간 ‘미궁 할아버지’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기준과의 계약 관계에 놓인 영이 발할라 저택을 장악하며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루멘 파티의 면면들이 신이 나서는 저택으로 들어갔고…… 비체는 바로 그 타이밍을 노려 기준을 납치했던 것이다.
실로 영악한 술수가 아니랄 수 없다.
“VVVIP가 돌아왔다 싶더니 바로 내 몸에 새로운 힘이 깃드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어도 귀신같이 모습을 감추니 놀랄 수밖에. 심지어 그게 연인과의 밀회라니, VVVIP도 참 제법이야.”
“그 탓에 우리 파티가 살짝 분열 위기를 겪긴 했지만 말이지…….”
발할라에 일어난 변화로 혜택을 본 것은 비단 기준과 파티원들뿐만이 아니다.
건축물을 지은 장인, 글리터토스 또한 당사자 중의 한 명으로서 온갖 스킬이 성장하고 새로운 능력을 얻는 등 변화를 겪은 것.
드워프 장인 생애 단 한 명의 손님에게만 수여한다는 VVVIP 칭호를 기준에게 용납한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필요 없다고. 어차피 VVIP든 VVVIP든 넌 앞으로 평생 나를 위해 일할 텐데.”
글리터토스의 능력이 성장했으니 더더욱 그를 놓아줄 이유가 없게 되었다.
어차피 그를 테라 길드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으니 앞으로는 길드 마스터라는 호칭을 강제하기로 했다.
손님을 부르는 방식은 자신의 마음대로 정한다는 글리터토스의 철학을 뭉개 주고 있자니 저택에서 다시 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고 보면 드워프…… 네가 그 아이를 도와준 장인인가. 마음씨만큼 솜씨도 훌륭하군.
“음? 그 아이를 도와줬다는 게 뭔 말인가?”
의아해하는 글리터토스.
기준은 츠쿠모가미가 말하는 ‘그 아이’가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해 주지 않았다.
어차피 비체가 돌아오면 그도 알게 될 테고.
참고로 비체는 어제 기준을 납치한 죄로 루멘 파티의 여성진들과 무한 대련에 돌입해 있었다.
어째선지는 모르겠으나 200명의 무녀들까지 거기에 합세하는 바람에 대련인지 전쟁인지 모를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으나 곧 끝나겠지.
“네 이름이나 새로 정할까.”
―이름? 난 오랜 세월 그저 미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름을 불릴 일이 제법 있을걸. 우리까지 너를 할아버지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뭐가 좋을까…… 영적이면서도 신비하기 짝이 없는 건물이니 미스틱 같은 건 어떨까.
이상하게도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이것밖엔 없다는 확신이 들어 밀어붙였으나 츠쿠모가미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건 지나치게 여성스럽군.
“흠…… 그래? 그럼 뭐, 많은 이가 성장하고, 또 회복하는 곳이니 요람은 어때.”
―편향적인 표현이다. 나는 전사의 쉼터이기도 하다.
“그럼 그냥 발할라로 하자.”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진 기준은 원래 저택의 명칭이었던 발할라 그대로 그를 부르기로 했다.
―그건 내가 아닌 건물의…….
“네가 곧 건물이잖아. 생각해 보니 고민할 필요도 없었네.”
새로운 몸을 얻으며 마음까지 젊어진 것인지 발할라는 다른 호칭으로 불리고 싶은 듯했으나 기준은 무시했다.
그는 이런저런 군소리를 내는 발할라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어제 비체에게 납치되느라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못했던 칭호의 변화를 확인했다.
[발할라의 주인(Epic)] ― 모든 스테이터스가 20 상승하고, 지휘 스킬이 없어도 부하를 완벽하게 지휘할 수 있으며 발할라에 소속된 모든 이의 능력을 30% 증폭시킨다.변화점은 크게 세 개다.
본래 모든 스테이터스를 10 상승시켜 주던 것이 20으로 껑충 뛰었고, 지휘 능력도 대폭 높여 주었으며, 발할라에 소속된 모든 이의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옵션이 20%에서 30%로 증가했다.
비록 소속 효과는 발할라의 주인인 기준 자신은 누릴 수 없으나, 칭호가 에픽 등급으로 성장하면서 스테이터스 증가 효과가 터무니없이 성장했기에 그도 큰 이득을 보았다.
원래는 레전더리 등급 칭호여서 에픽 등급 스탯에 적용되는 효과는 절반으로 삭감되었는데, 칭호가 에픽 등급이 되며 마이너스 보정이 사라지고 거기서 다시 스탯 증가 효과가 두 배가 되면서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네 배 효과를 보게 되었으니까.
결과만 놓고 말하면 기준은 코어를 발할라에 안착시킨 것만으로 모든 스테이터스가 15씩 증가하는 효과를 보았다.
말이 좋아 15지, 15의 스탯을 얻으려면 5레벨 업을 해야 하니 실질적인 무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매력을 제외해도 30레벨이 오른 효과를 본 것.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해.’
이번 미궁에서 조우했던 적들은 한 명 한 명 레타 대륙에서 긴 시간 동안 활약하며 온갖 칭호와 스킬을 얻고 단련한 강자들이었다.
그럼에도 기준은 그들을 압도하다시피 했으니, 모두 이런 희귀한 칭호 효과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그리고 물론 칭호 효과는 변화 중에서도 가장 사소한 것이다.
발할라에 자아가 생겨나고 자체적으로 마력을 순환시키게 되면서 건물이 주는 회복 효과가 말도 안 되게 높아졌으며, 거기에 더해 말도 안 되게 사기적인 효과가 더해졌으니.
“오! 대박이에요, 형! 진짜 딜레이 하나도 없이 돌아왔어요!”
마침 발할라 정문을 벌컥 열고 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준은 의기양양해하는 은신의 모습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발할라가 새로 얻은 능력, 그것은 바로 발할라에 소속된 이를 하루 한 번에 한해 내부로 소환하는 것.
말이 좋아 소환이지 저택이 자아를 갖고 있으니 기준이 간섭할 것도 없이 발할라의 구성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그들이 원하는 타이밍에 저택으로 소환할 수도 있었고, 그들이 위험하다 싶으면 그가 개입하여 멋대로 불러들일 수도 있었다.
발할라에 소속된 이 모두의 죽을 가능성을 극한으로 낮춰 버리는 힘을 얻은 것이다!
심지어 발할라의 건물 등급이 에픽 플러스로 높아지면서 발할라에 소속시킬 수 있는 인원도 총원 300명까지 늘어나, 무녀 200명을 더해 총 500명의 소속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가히 기준과 함께하는 바퀴벌레 군단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새로 추가된 발할라 소속원 중에는 유독 전투 능력이 높은 츠쿠모가미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아직 테라 길드원들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실력 승부로 비교해도 그들이 츠쿠모가미들보다 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분간은 이 체제를 유지할 셈이었다.
“던전에서 지금 복귀했습니다, 준 님. 아무리 먼 거리라도, 결계가 사이에 있더라도 문제없이 복귀 가능합니다.”
은신의 뒤를 이어 저택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긴이 담담히 보고했다.
실연을 겪고 한층 성숙해진 인상의 늑대인간은 은신과 한차례 시선을 주고받더니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 약속이나 한 것처럼 대련을 하러 떠났다.
“듣자니 이번엔 저택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수월히 이겨 냈다는 모양이던데, VV…….”
“마스터.”
“마스터, 그래.”
툴툴거리는 글리터토스를 무시하며, 떠나가는 두 동생의 뒷모습에 시선을 보내던 기준이 희미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다들 성장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발할라에 관한 정보는 감춰 둘수록 좋아. 나글파르도 그렇고.”
“마스터 본인의 능력이 출중하니 모두 집단이 아니라 마스터 개인에게만 집중하고 있겠구만. 언제까지 감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멋모르고 덤벼드는 놈들 뒤통수 한 대는 시원하게 갈겨 줄 수 있겠어.”
“언제까지 뉴비라고 어리광 부릴 수는 없으니까. 티란누스와도 프런티어와도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비체의 말에 따르면 프런티어는 이번에 크림슨 드라코니안들을 많이 처리했으니 내부의 균열이 커져 이쪽에서 손댈 필요도 없이 알아서 무너질 것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프런티어 놈들은 어찌 되든 알 바 아니었으나 그들의 헛수작으로 외신들의 개입이 빨라지는 것이 걱정이었다.
한편 제국은 이번 일로 속이 시커먼 게 훤히 밝혀졌으니 앞으로 어찌 나올지가 문제였다.
진정한 위기가 멀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뿐일까.
서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번 이벤트로 아군을 확충하기는커녕 모두와 대립각을 제대로 세워 버렸으니 그저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우리가 강해져야지, 별 수 있나. 발할라가 강화된 건 정말 좋은 소식이야. 테라 길드원들 중에서도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정예들을 뽑아 발할라에 소속시키면…….”
“믿음직스러운 표정이구만, 마스터. 내 당신을 따라나선 것을 후회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설마 벌써부터 내 가슴을 이렇게 두근거리게 해 줄 줄은 몰랐어.”
“그렇게 말해 주면 고맙고.”
“음, 마스터를 불러낸 건 그냥 이런 말이 하고 싶어서였어. 그럼 난 이만…….”
“그 전에 방패 내놔.”
명백히 ‘아차, 들켰다!’ 같은 표정을 지으며 발을 멈추는 글리터토스의 모습에 기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완성시켰잖아. 다 알고 있어.”
“잠깐 기다려 보시게, 마스터. 내 듣자 하니 이번 이벤트에서 방패 하나로도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지 않은가! 그러면 굳이 꼴사납게 방패 두 개를 들고 다닐 것 없이 앞으로도 하나만…….”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쌍방패는 가장 완벽한 무기술이라고.”
―쌍방패……? 방패 하나로도 완벽한 활약을 펼쳤는데 어째서 그런 해괴한 꼴을 하려는 것이지. 한 손에 하나씩 방패를 들어서야 힘이 분산될 뿐일 텐데.
듣다 못한 발할라가 끼어들었으나 기준은 저택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비체에 의해 이미 세뇌가 완료된 기준은 아무리 상식적이라 해도 다른 이의 태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손에 하나씩 방패를 들면 힘이 분산돼? 제대로 막을 수 없어? 그건 어디까지나 힘이 부족하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한 손으로 천하를 떠받들 만큼 강한 힘이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을!
[근력(E) ― 45+60]‘음.’
이번 이벤트를 거치며 대량의 레벨 업을 하고, 칭호 효과까지 업그레이드되면서 단순 덧셈으로 에픽 등급 105 스탯에 달하는 힘을 보유하고 있는 기준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러니까 빨리 내놔. 너도 네 방패를 든 내가 전장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난 당신의 의뢰를 처음 받은 순간부터 생각했지. 다른 건 다 완벽한데 어째서 방패술만…….”
이번 이벤트에서 기준이 테라 길드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낸 것은 비단 환상적인 활약 때문만이 아니라 방패를 하나만 들고 있었던 것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글리터토스는 어쩔 수 없이 개조가 완료된 모순의 은월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곳엔 달이 뜬 밤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