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27)
나 빼고 다 회귀자-327화(327/356)
나 빼고 다 회귀자 (327)
Chapter 62. 트리거 – 2
―대다수 칭호 효과가 무효화됩니다.
―칭호 [신에 도전하는 자(E)], [종말에 대적하는 자(E)], [헬의 대리자(E)], [발할라의 주인(E)] 효과가 발동합니다.
토리이를 넘어 완전히 시스템의 영역에 진입하는 순간, 기준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곤 움찔했다.
아니, 굳이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몇몇 칭호가 부여하는 스테이터스 및 부가 효과가 상실되었으니 바로 깨달을 수 있었겠지만.
옆에서 파티원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와 같은 현상을 겪는 모양.
“내 칭호 효과 두 개밖에 안 남았는데…….”
“역시 언니는 대단하네요. 전 하나 빼고 다 날아갔어요.”
용사로서 쌓아 온 업적을 전부 부정당하는 느낌이라며 실소하는 비체와, 그것조차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르는 율영.
그 외의 인물들은 썩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어쩌면 저들은 칭호가 전멸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칭호 효과 같은 게 남았어? 시스템의 권역에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해. 시스템의 형태를 빌렸을 뿐 순수하게 본인의 힘으로 달성한 업이라는 얘기니까.
역시나 가브는 비체와 율영에게 칭호 효과가 남은 것만으로도 화들짝 놀라며 반색하고 있었다.
칭호 효과가 네 개나 살아 있다는 얘기를 지금 하면 역시 좀 그렇겠지? 기준은 자신을 지구인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듯이 바라보는 지혜와 은신의 시선을 피하며 가브에게 질문했다.
“더 자세히 말해 봐.”
―그 정도 업적을 세웠으면 굳이 시스템이 아니었어도 그만한 힘을 얻게 되었으리라는 얘기야. 그래서 시스템의 축복이 무효화되는 이곳에서도 그 힘을 누릴 수 있는 거지.
“과연.”
과거 레타인과 소환자의 차이를 논할 때, 소환자들은 시스템의 지원으로 인해 보다 많은 칭호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 지원이 사라져 버린 지금 쉽게 얻었던 칭호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되는 것도 당연한 얘기였다.
지원이 어째서 사라졌는지는, 이곳에 시스템의 핵심이라 일컬어지는 신위가 보관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쉬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이고.
‘내 칭호 가운데 살아남은 것도 모조리 에픽 등급이고, 전부 특별한 경험 끝에 얻은 거니까…….’
그 대부분을 종말의 예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하긴 그 일이 아니었으면 기준은 지금도 멋모르고 제국, 혹은 어둠의 진영만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리라…….
―지금부터는 신중히 움직여야 해. 내 권능으로 너희를 감추는 것도 한도가 있으니까.
“전투는, 상정해야 하나?”
―물론. 하지만 최소한으로 줄여야 해. 발이 빠르고 은밀한 녀석들 나와.
나비냐와 은신, 긴이 손을 들자 가브가 녀석들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했다.
이 공간을 가득 채운 신의 기운 속에서도 들키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힘이었다.
―너희들이 적이 없는 길을 탐색하는 거야. 해낼 수 있겠지?
“꼭 인형 옷을 입은 것처럼 갑갑하냐……!”
“그림자가 없으니 쉽지는 않겠지만 해 보는 수밖에.”
“길이 세 갈래로 끝나지 않는 것 같은데요?”
가브의 축복이 갑갑한 듯 몸을 비트는 나비냐, 기이하고 또 희끄무레한 빛 안개로 가득 차 있어 그림자가 생겨나질 않는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차는 긴, 마지막으로 토리이 너머로 무수히 분열한 갈림길을 응시하며 눈을 가늘게 뜨는 은신.
가브는 그중 은신의 말에만 응답했다.
―어차피 대부분은 허상이야. 내가 준 기운으로 대부분 허상은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지금부터 서둘러. 시간 싸움이니까 어서!
뭐라 반박하지도 못하고 떠밀리는 셋.
기준은 정말 저들이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그렇다고 자신이 대신 탐색할 수도 없었으니…… 잠깐?
“허상?”
―그래, 이곳은 신들이 꽁꽁 감춰 두고 있는 비밀의 신전이니까 침입자도 화려하게 격퇴할 수 없어. 결국 저들이 택한 방법은 최대한 기척을 감추고, 설령 내부로 침입한 이가 있어도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돌아가게 만드는 것. 어지간한 신력이 없으면 그들의 마법에 저항도 할 수 없어.
“흐음, 그렇구나.”
어쩐지.
아까부터 신이가 갈림길이니 뭐니 헛소리를 하더라니…….
기준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기 전에, 우선 지금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가브의 권능에 의해 제대로 기척이 감추어져 있는 모습.
그게 뭐 놀라울 일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그가 타고난 고유스킬 탓에 원래는 제대로 버프를 받지도 못했던 걸 생각해 보면 대단한 일이었다.
루멘 파티에서 버프를 받고 활약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기준과 기적적으로 상성이 맞는 빛의 여신의 사제 로라가 버프를 주었기 때문.
그리고 지금은 어째서 하필이면 로라의 버프만 아주 자연스럽게 기준의 고유스킬을 뚫었던 것인지 기준도 대충 정답을 알고 있다.
“루시, 너야?”
―응. 쟤네까진 제어해 줄 수 있으니까 길 잃기 전에 빨리 공유해 줘.
척하면 착이라고, 루시와 마음이 통한 기준은 곧장 세 명의 정찰대원에게 자신의 고유스킬을 공유해 주었다.
종말에 대적하는 자 칭호가 살아 있어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 순간 정찰 임무를 맡은 세 명의 파티원이 일제히 그 자리에 멈추었다.
“설마 이것도 축복의 효과인가……?”
“갈림길이 엄청 사라졌는데요? 게다가 이 신전 원래 이렇게 작았나?”
“냐냣, 이쪽에서 좋은 냄새가 나냐! 이쪽이 정답이냐!”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는 정찰대원들.
기준이 자신의 고유스킬을 공유시켜 주었음을 설명하자 파티원들은 자연스럽게 납득하는 반면 가브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게, 고유능력이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스템의 권역에서 시스템의 권능을 무시한다고? 심지어 그걸 동료들에게까지 적용시켜 줄 수 있다고? 그게 어떻게 말이 돼? 그게 가능했으면 나와 미카도 한참 전에 목적을 달성했을 거야!
―그리고 얻어 낸 걸 지키지 못해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소멸했겠지. 이제 어째서 내가 계약자한테 희망을 걸고 있는지 깨달았겠지?
―인간이…… 인간이 아냐. 한낱 인간에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불가능해, 외신 이상으로 불가능한 존재야!
분명 같은 편이었을 가브가 어째선지 시스템을 지배하는 신들과 외신 이상으로 기준에게 거부감을 갖는 듯했다.
기준이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려니 루시가 나서서 가브의 머리를 때렸다.
―이 힘을 왜 지금 보여 줬다고 생각해? 계산 잘해, 가브. 너희가 어째서 계약자에게 걸어야 하는가, 나는 그 이유를 보여 주고 있는 거야.
―말도 안 돼, 그러면 외신들도 그를…….
“그만! 나머진 이곳에서 목적을 달성한 후에 얘기하자고.”
기준이 둘의 대화를 끊었다.
이제 막 목적지에 도달한 참인데 딴 길로 새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의 일갈에 가브가 지금 상황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정찰대원들은 앞서 탐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수집한 정보는 모두 공유받고 있어…… 그래, 일단, 이쪽으로 가자.
눈을 크게 뜨고, 계속해서 기준을 힐끗거리면서도, 가브는 우선 냉정을 가장하며 일행을 비처의 내부로 이끌었다.
가브의 버프와 기준의 고유스킬을 동시에 공유하고 있는 세 사람은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가득한 이곳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탐사하며 일행을 안전한 경로로 안내했다.
“윽.”
“또 토리이…….”
“속박이 강해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번엔 스테이터스에 제약이 온 듯하군요.”
그러나 신위가 감춰진 곳으로 향한다는 것은 곧 시스템의 축복에서 벗어난다는 것.
처음엔 칭호 효과가 사라졌다면, 보다 깊숙이 내부로 들어온 지금은 시스템의 지원으로 쉬이 성장시켜 왔던 스테이터스가 하락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제아무리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성장시킨 스테이터스라 한들 그 격을 높이는 과정에서는 순수하게 개개인의 깨달음과 업이 뒷받침되어야 했기에, 스테이터스의 등급까지 낮아지지는 않았다는 것.
즉 이미 광륜을 포함한 모든 스테이터스를 에픽 등급까지 높여 놓은 기준의 경우, 아무리 스테이터스가 하락해도 레전더리 등급까지는 하락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레타로 넘어오기 전 튜토리얼 채널에서 비체와 함께 수련하며 스테이터스의 기반을 착실하게 다져 놓은 만큼 그 하락 폭도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매력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축에 들었던 광마력(E)이 74에서 30까지 급하락했지만.
칭호 효과까지 대다수 삭제되었음을 생각하면 이 격차는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으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신체 스탯 유니크까지 높여 놓는 건데에에에……!”
원래부터 신체 스탯은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도달했던 지혜의 경우 페널티가 심각했다.
기준의 지옥 훈련을 받은 덕에 어찌어찌 레어 등급까지는 높여 놓았지만 그래 봤자 거기까지, 그녀의 모든 신체 스탯이 레어 1 수준으로 떨어지며 가뜩이나 운신하기 힘든 신력의 안개 속에서 거의 빌빌 기는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쯧, 쯔읏…… 흐힛, 그러게 몸도, 좀 움직였어야지……!”
“율영 너도 남 말할 계제는 아닌 듯한데.”
몸 안 움직이기로는 지혜 못지않은 율영도 마찬가지로 페널티에 허덕였다.
그나마 레전더리 등급 종족인 그녀는 신체의 조화가 마도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숙지하고 있는 만큼 지혜보다는 몇몇 신체 스탯 등급이 높았지만, 그래봤자 오십보백보였다.
기준은 자신의 어깨에 팔을 기대며 갓 태어난 사슴처럼 다리를 파들파들 떨고 있는 율영의 모습에 뭐라 말 못 할 감정을 느꼈다.
물론 직후 질투심의 화신이 된 비체가 수작 부리지 말라며 율영을 걷어차 버렸다.
그러나 그녀에게 걷어차인 율영이 혀를 차며 아무렇지 않게 자세를 바로잡는 것을 기준이 보았더라면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신체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율영 정도 되는 마도사가 신체 능력을 보조하는 마법도 제대로 다루지 못할 리가 없잖은가!
―쯧, 이래서 이 진흙 인형들에게는 의지하고 싶지 않았던 건데.
어떤 찬란한 성취를 이루어도 결국은 시스템이 그 밑을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어 화려해 보일 뿐, 시스템의 지원이 사라지면 사상누각이 되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들.
시스템에 놀아날 뿐인 불쌍한 인형들을 바라보며 혀를 차던 가브는, 그나마 멀쩡한 이들 중에서 더더욱 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기준을 보며 재차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시스템을 부정하는 힘을 타고났기에, 그 성장 과정에서도 시스템의 지원이 남들보다 턱없이 적었겠지. 그래서 하강 폭도 적은 건가…….
“그게 뭔 헛소리야, 내가 레타 대륙에 와서부터 얻은 게 얼마나 많은데.”
기준이 레타 대륙으로 넘어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지 몰라서 저런 말을 하는 거겠지.
실소하는 기준이었으나, 루시만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자, 보통 소환자들은 자신보다 두 단계 이상 높은 적들과 한 달 단위로 싸우지 않아.
“……그건 그렇지.”
―더욱이 대다수 소환자들은 레타인들과 엮이는 퀘스트로 성장하는 반면 계약자가 수행한 퀘스트는 하나같이 대륙의 서사와 직결되는 히든 퀘스트였어. 시스템의 지원보다 계약자가 직접 얻어 낸 업의 영역이야. 그래서 남들보다 스테이터스가 갖는 힘이 큰 거지.
“음…… 혹시 무협 소설에 흔히 나오는 정공과 마공 같은 차이야?”
“다른 소환자들은 가진 자산 가운데 부채의 비율이 높다면, 오빠는 자본의 비율이 높은 거네요.”
―오!
예민이 제시한 자산 이론에 루시가 감명을 받던 그때.
―이쪽 몬스터냐.
―괴물입니다. 골렘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군요. 강합니다.
―함정도 많고 문지기가 있네요. 혹시 신의 분신인가? 이쪽 보는 것 같은데요?
세 갈래로 흩어져 정찰하던 파티원들에게서 동시에 적을 확인했다는 보고가 날아들었다.
싸우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때가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