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33)
나 빼고 다 회귀자-333화(333/356)
나 빼고 다 회귀자 (333)
Chapter 63. 마지막 무대를 걷다 – 2
―미카엘!
―비겁하게 숨어 있던 놈이 건방지게 이 순간 모습을 드러내다니!
―누가 비겁을 논하는가, 그분의 권위에 도전하며 세상의 질서를 엉망으로 어그러트린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인가?
그 순간 누구나 공간에 가득 찼던 신력의 밀도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봤자 신격을 잃은 것은 같을 텐데도 가브가 그렇게나 미카의 존재를 필살기 취급할 수 있었던 이유를 모두가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바로 미카만이 지닌 고유한 능력이었다.
모든 신격에 대해, 그들의 신성을 부정해 버리는 것!
‘유일신을 가장 많이 닮은 천사라 이거지. 그래서 그런지 능력 한번 제대로네.’
지구의 가장 지배적인 종교였던 기독교는 많은 신들이 판치는 레타 대륙의 분위기와는 다소 이질적인 기조를 띠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하느님’만을 유일한 신으로 섬기며 다른 신화 혹은 종교에서 논하는 신을 완고히 부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독교를 대표하는 천사의 이름을 갖고 있는 ‘미카엘’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저마다 신이라며 주름을 잡는 저들의 격을 모조리 강제로 낮춰 버리고 있는 것이다!
‘내 고유스킬이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면, 미카엘의 것은 완전히 반대야. 절대적인 의지로 모든 타자를 강제하니까…… 하지만 어라, 내 스킬도 그렇게 보면…… 안 돼, 집중할 수가 없어.’
미카의 강렬한 등장으로 고유스킬과 관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를 것만 같지만 그의 주요 스킬들이 진화하느라 일으키는 마력의 격동으로 인해 그 영감도 잠시 묻히고 말았다.
어쨌든 그녀는 기준이 여태껏 만난 고유스킬 보유자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부류에 들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스킬의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고, 신이 직접 현신했더라면 그들이 미카엘의 권능에 저항했을 가능성도 높지만― 어쨌든 지금 이 상황에서는 미카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저들의 전력이 50% 이상 깎여 나간 셈이었다!
―미카엘――――!
기준은 여태껏 자신이 세계 최고의 탱커라고 여겼으나 진정한 탱커는 이곳에 있었다.
미카의 고유스킬에 당하자마자 화들짝 놀란 신의 분신들이 기준에게서 떨어져 일제히 그녀를 노리고 덤벼들었으니!
그러나 미카는 루시처럼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는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그 사이에서 눈부신 검을 뽑아 들더니, 형체가 없는 신력의 덩어리들을 단숨에 베어 버리며 종횡무진 날뛰었다.
―악귀들이여, 회개의 때가 왔다! 지금 이 순간, 올바른 흐름은 이 손안에 있다!
―인정할 수 없어!
―기어이 세상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건가! 외신이 두렵지도 않은가!
―그분 외에 내게 두려움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외신은 신이 아니다!
미카의 강렬한 의지가 재차 사방의 신력을 해소하며 거대한 웨이브를 일으켰다.
여기저기서 다른 세상의 정경을 비추고 있던 시스템의 파편들이 그 웨이브에 부딪혀 하나둘 무너져 가는 것이 보였다.
―나타나자마자 시선 강탈 제대로네.
―내가 너를 지금 베지 못하는 것이 한이다, 루시퍼! 그러나 지금은 용서할 테니 나를 도와라!
―나는 내 계약자를 도와야지.
뜻하지 않은 격변으로 그 자리에 멈추어 버리고 만 기준을 빛의 방어막으로 감싸며 히죽 웃는 루시.
미카는 루시는 물론이고 그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기준마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군. 혹시 나는 늑대들을 정리하기 위해 새끼 호랑이를 끌어들인 것이 아닌가.
―네가 사랑하는 그분께 여쭙지 그래? 적어도 우리 계약자는 저들처럼 무례하지 않다구.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뿐이지.
―……나중에 생각해보도록 하지.
한없이 근엄한 표정을 짓는 미카와 장난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는 루시 사이에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가고.
미카의 뛰어난 활약으로 기회를 얻은 기준의 파티원들도 재차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자기 지켜!”
“저것들 걷어 내! 지금 약화됐어, 밀어낼 수 있어!”
박쥐들이, 불꽃이, 번개가, 공간을 자르는 마도가, 빛의 세례가, 외신의 그것을 닮은 수백 줄기의 촉수가, 신은의 힘을 담은 탄환이, 세계를 죽이는 뱀의 독을 품은 오러가…….
그리고 어째선지 놀랍도록 강화된 로라의 신성력이 공간을 가로지르고 작렬했다.
―됐어, 이제 옮길 수 있어!
―막아――!
가브가 내지르는 환호성, 미카와 기준의 파티원들과 싸우다 말고 뭔가를 깨닫곤 공간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신들의 괴성.
누구나가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음을.
보다 정확히는, 이 공간을 유지하게끔 만드는 신위― 시스템의 힘이 특정한 물건에 깃들고 있었던 것이다.
긴의 활약으로 얻어 낸 무엇보다 순수한 신은의 결정체에!
―그걸 어찌!
―미카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이건 그분의 뜻이야! 너희가 인간을 두려워해 세상의 모든 신은을 이곳에 모아 놓았던 것도! 그리고 운명의 장난으로 태어난 늑대가 은이라는 속성을 지배하게 된 끝에 끝내 너희의 힘을 없앤 순수한 신은을 빚어낸 것도!
―그분께서 함께하시니 두려워할 것이 없다. 너희 거짓된 우상은 지옥으로 떨어져 그 빌어먹을 문어 다리와 함께 고통받으리라!
빌어먹을 문어 다리라니.
의식이 수면 위로 선명하게 부상하는 순간 가장 먼저 들려온 목소리에 기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스킬 [월광혈아(L)]가 [월식(Epic)]으로 진화합니다. 빛을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그것으로 벌이는 전투에 통달한 당신은 빛으로써 상대를 죽이는 기술을 총망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신은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지만, 당신을 마주한 이는 그 빛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죽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깨달음이며 하나의 경지이니, 당신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늘 당신과 함께할 것입니다. [월식(E)]이 1레벨이 되었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10 올랐습니다. 크나큰 깨달음으로 인해 막대한 경험치를 얻습니다.
―스킬 [아다만트(L)]와 [살루타리스(L)]가 합쳐져 [불멸(Epic)]로 진화합니다. 당신의 체내의 모든 에너지의 흐름은 당신을 초월로 인도하며, 무한히 생산되는 에너지로 강화된 육신은 그 무엇에도 침범당하지 않고 불멸할 것입니다.
―당신의 정신과 육신, 그리고 영혼은 불멸합니다. 이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서사의 영역을 초월한 자들뿐일 것입니다. [불멸(E)]이 1레벨이 되었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10 올랐습니다. 크나큰 깨달음으로 인해 막대한 경험치를 얻습니다.
―레벨이 10 올라 70이 되었습니다! 근력(E) 5, 재주(E) 5, 내구(E) 1, 광마력(E) 1, 영력(E) 3, 광륜(E) 15가 올랐습니다.
아마 이번 스킬들의 진화에는 이 특수한 공간도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실제로 기준의 두 개 스킬이 진화하고 레벨까지 오르는 순간, 유의미하게 이 에너지로 가득했던 공간의 밀도가 줄어들었으니까.
착각해선 안 될 것이 미카의 능력으로 줄어든 것은 분신의 형태로 강림한 신들의 기운이었지만, 기준의 성장으로 줄어든 것은 시스템 영역의 힘이었으니 근본적으로 달랐다.
―역시…….
성장을 마친 기준이 눈을 뜨는 순간 누군가 탄식했다.
적이 아니라 아군 중 누군가에게서 나온 목소리 같았으나 기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머릿속에 박혀 드는 무수한 영감으로 인해 도저히 타인을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마치 무협 소설에서 폐관 수련을 하는 것처럼 혼자 방에 틀어박혀 지금 얻은 것들을 되새기고 싶었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기준도 알았다.
“가브, 끝나가?”
―아직! 버티기 힘드니까 너도 도와, 우리 미카 죽겠어!
―그분께서 함께하시는 한 나는 죽지 않아!
―빨리 도와줘!
기준은 방패를 들고 적들을 막아섰다.
절묘한 움직임으로 미카를 향해 날아드는 많은 공격을 모조리 막아 내고, 심지어 그중 일부는 되돌려 버리는 기준을 보며 아군조차 경악했다.
처음부터 쌍방패술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예를 전투술로 성립시켰던 그의 스킬은 이제 무기의 형태는 물론이고 자세와 호흡, 그 어떤 것도 구분하지 않았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타고난 센스와 경험으로 무구를 효율적으로 다룰 뿐이던 전사가, 깨달음을 얻고 조금이나마 자신들의 영역에 근접한 전투를 벌이게 되었음을 인지한 다른 신들은 분함을 이기지 못했다.
―어찌 필멸자가 저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단 말인가!
―그야 너희가 계약자한테 계속해서 퍼 줬으니까 그러지.
누가 빛의 정령 아니랄까 봐 빛처럼 빠르고 치명적인 태클을 날리는 루시.
그러는 사이에도 그녀는 한층 강해진 기준의 영력과 마력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빛의 거울들을 사방으로 늘어놓고 있었다.
―계약자는 이제 완전히 서사의 영역에 이르렀어. 거기에 내 지원까지 받고 있지. 미카에 더해 우리들을 진정 막아 내려면 현신이라도 해야 할걸? 정말로 너희가 세상을 위한다면 여기서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 외신에 맞서 함께 싸우는 거야.
―아직도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다니, 그것들은 맞서 싸울 수 있는 대상이 아냐!
거대한 망치가 내리쳐졌다.
율영과 지혜의 마도보다도 한층 강렬한 번개를 머금은 망치를 기준이 질서의 황금태양을 들어 막아 냈다.
이전이었다면 끔찍한 충격에 눌려 부상을 입거나 움직임을 멈추었을지도 모르겠으나.
불멸하는 육신은 그 충격을 버텨 냈고, 세상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월식이 망치의 취약점을 쪼개어 부수며 충격을 흡수하고 일부는 되돌리기까지 했다.
―정말 분신으로는 안 되겠는데.
굵은 남자의 탄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를 이어 또 무슨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지려는 것을 미카의 검격이 차단했다.
―악마들이여, 너희 삿된 것들에게 마지막 자비를 주노라. 스스로 죄를 사하려거든 차원 너머의 적과 당당하게 맞서도록 하라.
―아니, 안 되겠어.
도도한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 돌리자. 조금 부족하지만.
―어떻게?
―신을 몇 명 희생하면 돼.
―무슨!
―잘됐지, 헬부터 없애자고.
굉장히 끔찍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음을 기준도 눈치챘다.
그 대가가 너무 값비싸 여태까지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으나, 기준과 미카의 습격이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기어이 결단하기에 이르렀다.
굉장히 짧은 순간이었으나 기준은 신들의 시간 속에서는 무언가 하나를 결단하고, 실행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 이레귤러를 없애고 갈 수 있는 것만으로 이번 무대는 성공적이었어.
―너희만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아냐.
―이슈타르, 네가 빼앗아 간 것을 내가 되돌려 받았음을 모르는 건가?
누가 한마디씩 할 때마다 옆에서 끼어드는 목소리가 수십 개씩 이어지는 탓에 당최 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거대한 신력의 유동에 따라 공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만은 기준도 느낄 수 있었다.
―버러지들이!
미카가 분노하며 사방에 검격을 휘둘러 댔다.
그 모습이 마치 여기 어딘가에 있는 시한폭탄을 찾아 그걸 없애려 드는 것만 같았다.
―또! 또 되돌릴 셈인가! 버러지 동료를 희생해서까지! 언제까지 왜곡을 늘릴 셈이냐, 우주로부터 온 것들이 왜곡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결국 침식이 가속될 뿐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단 말이냐!
―하지만 이 세상을 유지하려거든 이 방법뿐이야!
―너희 이레귤러들, 다음번에는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하게 될 줄 알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으면 되는데!
분노하는 미카, 신력의 행사마저 멈추고 공간을 봉쇄하기에 급급하며 ‘어떤 대마도’를 발동하고자 하는 신들, 안타까워하는 가브.
기준은 지금이야말로 그것을 물어볼 타이밍임을 확신했다.
“루시.”
―그래, 계약자.
초조해하거나 분노하는 다른 천사 동료들과 달리 묘하게 침착한 모습으로 루시가 말했다.
그녀는 가브가 쥐고 있던 신은 코어를 빤히 바라보다 말고 고개를 돌려 기준에게 답해 주었다.
천장도 바닥도 알 수 없는, 급기야는 사방이 뱅글뱅글 돌며 축소되기 시작한 어지러운 공간을 일별한 기준이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며 물었다.
“그들이 말하는 식(式)이란 뭐지? 전 인류의 고통과 피눈물을 연료로 삼아 대체 무슨 마법을 발동하려는 거야?”
―회귀.
답한 것은 루시가 아닌 미카였다.
―그들은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려 왔다. 외신의 침식을 막는다는 핑계로, 멸망의 그날마다 몇 번이고.
“……뭐?”
―너희 다른 세상으로부터 왔다고 믿는 소환자들아. 어리석구나. 너희는 모두 하나의 세상에서 태어난 동향인이다.
식을 막을 수 없으리라 믿고 탄식하며 미카엘이 고했다.
―너희 모두가 각자, 몇 번이고 되돌려진 이 세상의 마지막에 남았던 파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