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49)
나 빼고 다 회귀자-349화(349/356)
나 빼고 다 회귀자 (349)
Chapter 65. 기준 – 6
하나 남은 방패를 들고 기준이 용맹히 질주했다.
바로 방금 자신이 만들어 낸 고유영역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변이체들을 향해 겨누어진 질서의 황금태양이 곧 방패의 형태를 잃고 이지러졌다.
기준이 초월의 경지에 가까워짐에 따라 그와 함께하며 업을 쌓아 온 무구들 또한 천천히 그와 동화되어 가고 있었는데, 그의 무구 중에서는 가장 빛과 가까운 황금태양이 그가 나아갈 앞길을 먼저 비추어 주고 있었다.
일순 완전히 분해되어 그저 거대한 빛의 덩어리로 화한 그것은 다음 순간 거대한, 아주 거대한 신수의 이빨이 되어 변이체들을 갈기갈기 찢었다.
―카가가가가각!
―키이이이잇!
―계약자?!
“이런!”
그것부터가 예상외의 일이었다.
기준은 변이체 모두를 범위에 넣고 후려칠 셈이었는데 그 전에 몇몇 변이체가 여름날 야등에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작정하고 달려들어 스스로를 희생하며 기준의 타격 면적을 좁히고 그 대가로 죽어 나간 것이다.
방해가 되는 몸의 일부를 찢어 던지면서까지 고유영역의 속박을 벗어나 몸을 던지는 변이체들의 자살에 약간이나마 공포감이 들 정도였다!
놈들의 이상행동을 감지하고 곧장 뒤로 물러난 기준이 인상을 쓰는데 루시가 냉정하게 그에게 태클을 걸었다.
―차라리 빛을 넓고 얇게 펼쳐서 찍어 누르면 좋지 않았을까?
“방금도 충분히 컸잖아? 그 이상은 내가 에픽 등급이 된 다음에 부탁해 줘……!”
―그래도 송곳니로 만들 필요까지는 없었지?
“미안, 그건 본능이었어…….”
그 뒤에 숨은 외신의 의도는 잘 알겠으나, 다행한 점은 놈들이 한때 진행했던 연구가 외신보다는 스스로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는 것.
외신은 그들의 죽음을 바랐으나 그들의 몸에 새겨진 사악한 술식은 삶을 원했으니, 육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짧은 순간 막대한 양의 기운을 뽑아낸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도 결국 붕괴를 막지 못해 깔끔하게 산화하는 변이체들이었으나― 그 덕에 일대의 아우라의 농도가 옅어진 것이 느껴졌다.
“뭐, 그래도 이만하면 성공이네.”
―그냥 탑이 무너지기 전에 사도들을 전멸시키면 되겠는데? 알아서 저항해 주니까 편하네.
심지어 워낙에 특수한 조건이 갖추어진 상황이다 보니 경험치도 막대한 양이 쏟아져 2레벨이 올랐다.
사실 저기서 배회하는 면면이 외신의 권속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각자 문명의 대표를 수십 명씩은 잡아먹고 프런티어의 최상층에 군림해 온 최강자들이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도 적게 보이긴 했으나 그만큼 에픽 등급의 벽이 높다는 것이리라.
지금 그의 휘하에 있는 천사…… 정령들도 시스템의 힘을 털고서야 에픽 등급에 진입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그녀들은 기준처럼 처음부터 성장한 것도 아니고 잃었던 힘을 되찾는 것일 뿐임에도 그러했다.
―그그그그그극……!
그래도 저기 남은 변이체들을 모두 처리하면 어떻게든 에픽 등급, 적어도 99레벨은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동료들이 죽어 나간 것과 맞추어 완전히 움직임이 멈춰 버린 변이체들의 숫자를 어림하며 계산을 해 보던 기준이 광익을 활짝 펼치고 재차 돌진했다.
그의 머리 위로 회전하는 광륜은 조금 전보다도 더 커져, 맹렬히 회전하며 사방으로 기준의 권능을 담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흔히 타인을 분위기만으로 압도하거나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음에도 특정한 감정과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을 두고 후광이 있다고 표현하는데, 지금의 기준이 진정으로 그러했다.
기준의 광륜이 뿜어내는 빛에 닿기만 해도 모든 부정한 것이 바로잡히게 될 것이며, 그것은 외신 또한 예외가 아닐 터였다.
‘어떻게든 광륜도 99를 찍었네. 신체 스테이터스들도 80대에 진입했고…….’
92레벨에 이른 지금 기준의 스테이터스는 광마력과 영력, 광륜, 심지어 매력까지도 모조리 에픽 등급 99스탯이었다.
근력과 재주, 내구는 나란히 80대에 진입했고 그 가운데 내구만이 탱커의 면을 세워 주듯 살짝 더 높은 상황.
99레벨이 된다면 모두 90대는 될 것이고, 그 상태에서 에픽 등급에 진입한다면…… 운이 좋다면 모든 스테이터스가 서사 너머의 고유한 신성의 영역에 이를 수도 있겠지.
“왜 멈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한 방!”
기준은 조금 전의 실수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번엔 빛을 최대한 면적이 넓은 거대한 망치의 형태로 만들어 내리찍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잊기 쉽지만, 한때 그는 방패와 함께 둔기를 주무장으로 다루던 때가 있었던 것이다!
손에 착 감겨드는 맛을 느끼며 한 방!
어째선지 여태까지 꿈쩍도 않는 변이체들 위로 내리쳐진 망치가 굉음과 진동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문제는 그 직후였다.
소름끼치게도 비명도 내지 않고 공격을 받아들인 변이체들이 묵묵히 신체를 수복하고 있었던 것.
여태까지는 용케도 인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전신이 으깨져서야 그것도 무리.
으깨어지고 절단이 난 신체 단면으로부터 기괴하게 꾸물거리며 머리와 팔, 다리 따위가 복수 튀어나와 꿈에 보기도 무서운 키메라가 탄생했다.
사람의 형태에서 멀어졌다는 것은 외신들이 보다 수월히 놈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
놈들은 그 지경에 이르러서야 전신을 촉수처럼 흔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외신과 좀 더 깊이 연결된 것 같아.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부터가 진짜야, 계약자.
“차원의 틈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네!”
등 뒤로 뽑아낸 피막 날개에 빛을 두른 비체가 기준의 뒤로 바짝 따라붙으며 말했다.
그녀가 지휘하는 츠쿠모가미들이 그녀의 빛을 나누어 받고 돌진해 변이체들에게 꽂혔다.
―우리 힘이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아아, 온 세상에 빛이 가득해……!
기준의 빛을 나누어 받은 츠쿠모가미들이 효과적으로 변이체들의 움직임을 억제했으나 그중에 강한 개체는 츠쿠모가미들을 억지로 떼어 내고 촉수를 뻗어 냈다.
목표는 고유영역의 중심에 꽂힌 모순의 은월이었다.
“어디 맘대로 해 봐라.”
기준이 놈을 비웃었다.
다음 순간 외신의 힘을 담은 촉수 수십 줄기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모순의 은월을 가격했으나 그것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패의 옵션, 방어력을 무시하고 데미지를 일부 되돌려 주는 힘 탓에 촉수들이 터져 나갈 따름이었다.
그것으로도 끝이 아니다.
갑자기 실체를 가진 모순의 은월들이 복사되듯이 탑 상공 여기저기에 생겨나 토템처럼 꽂혔다.
“방패에 분열되는 능력도 있었구나! 대체 저 방패 하나에 얼마나 많은 힘을 욱여넣은 거야?!”
“아니, 저건 방패가 아니라 신발의 힘. 마력을 소모해 물리력을 갖는 분신을 만들어 내는 힘이야.”
기준이 그랜드 퀘스트의 보상으로 그라티아 왕실에서 얻어 낸 부츠 형태의 아티팩트, 신기루(Legendary)의 네 번째 옵션의 내역은 이러하다.
마력을 대량으로 소모해 물리력을 갖는 분신을 만들어 낸다. 분신은 주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일정 이상 데미지를 받으면 소멸한다.
무척 유용해 보이는 옵션이고 실제로도 유용하지만 정작 기준은 여태까지 이 옵션을 써먹은 적이 거의 없는데, 바로 물리력을 갖고 있다고는 해도 기준의 막대한 방어력을 고스란히 복사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여태까지는.
“자기의 분신이 아니라 방패의 분신이 만들어졌는데?”
“이렇게라도 안 하면 써먹기가 힘들어서 발상을 전환해 봤어.”
실은 발상의 전환 따위가 아니고 기준이 초월로 향하는 과도기에 있기에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것이지만.
모순의 은월이 변이체의 공격을 버텨 낸 것도 마찬가지인 이치.
기준이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기에 방패에는 기준의 방어력이 고스란히 적용되고, 불멸(E) 또한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그게 되면 당연히 이런 것도 가능하지.”
이젠 어느 것이 결계를 유지하는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도 구분할 수 없게 된 수십 개의 방패가 일제히 허공에 떠올랐다.
그 모두가 찬란한 빛을 머금은 직후, 날카로운 회전 톱날로 화한 방패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며 변이체들을 공격했다!
―캬아아아아아악!
날카롭고, 빠르며, 숫자가 많아 일일이 대응하기 힘든 공격.
하나하나가 변이체의 목숨을 끊을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그래서 더 좋았다.
사방에서 놈들의 촉수가 끊어지고 검게 물든 피가 산화하며 외신의 아우라가 폭주했다.
악에 받친 변이체들이 힘을 합쳐 방패들을 하나하나 요격했으나 놀랍게도 방패 하나가 피격당하기 직전 주위에 있던 변이체와 위치를 바꾸었다!
동료의 촉수에 얻어맞은 변이체의 머리가 터져 나가고 새로운 머리가 두 개 솟아나는 것을 보며 기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방패들을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다 보니 3인칭이 아니라 1인칭 시점에서 조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머리가 아픈 것은 물론이고 비위 상하는 광경까지 정면으로 봐야 하는 점이 문제였다.
“일단 묻겠는데 저건 또 뭐야?”
“저것도 신기루의 옵션이야.”
신기루의 세 번째 옵션.
마력을 소모해 대상과 자신의 위치를 바꿔치기할 수 있다.
사람을 지켜야 할 탱커인 기준이 써먹을 일은 영 없던 기술인데, 대상을 방패로 바꾸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효과적인 전술이 탄생했다.
“우리 형이 어느새 상급닌자가 됐어……!”
“이 안개 진짜 짜증 나요, 몸에 달라붙는 것 같아!”
“조금만 더 싸우면 돼. 여기서 끝낼 거야!”
분신이고 바꿔치기고 마력을 억수로 잡아먹는다는 문제가 있지만, 기준이 그렇게 번 시간으로 나머지 파티원들도 무사히 탑 상공에 도달했다.
기준이 전신의 마나 서킷을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회전시키며 마력과 영력을 회복하는 사이 비체와 다른 파티원들도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고유영역 내부를 쉼 없이 날아다니는 기준의 방패들이 적의 움직임을 막는 사이 파티원들이 쏟아 낸 부적과 식신이, 맹독이 묻은 단검이, 그림자 속 총탄이, 저주를 품은 박쥐 떼가, 곤충 키메라 군단이, 신의 불꽃이, 빛을 되찾은 용사의 검이 놈들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
결코 죽지는 않지만, 회복하는 과정에서 외신의 힘을 막대하게 소모하도록 만들었다.
―……안 돼.
그러나 루멘 파티의 완벽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탑에 많은 양의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신음을 토한 루시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확인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 보랏빛 하늘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머저리 신들, 시간도 제대로 못 벌었구나.
―시스템의 힘에 취해 제 권능을 발전시키지도 못했으니 당연한 귀결이지.
가브가 빈정거리듯 내뱉었으나 정작 지금은 그녀도 전력으로 힘을 쏟아 내고 있었다.
그녀가 빚어낸 물이 폭포가 되어 흐르며 외신의 기운을 녹이고 탑의 폭주를 억제하려 들었으나― 더 이상 서사의 영역에 이른 존재의 힘 정도로는 그것을 억제할 수 없을 수준이 되었다.
―캬아아아아아――! 내, 내가!
온통 끔찍하게 생긴 괴물들 틈바구니에서 가장 육중한 몸집을 가진 키메라가 아까 들어 본 듯한 목소리를 내며 몸집을 부풀렸다.
놈이 뭔가 하려는, 아니 당하려는 것을 직감한 루멘 파티가 총력을 집중했으나 놈은 오히려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외신의 힘을 있는 대로 끌어모았다.
다음 순간 기준이 모든 방패를 조종해 놈을 뒤덮으며 외쳤다.
“폭발한다, 물러나!”
―콰아아아아앙!
세상을 뒤흔드는 진동이 일었다.
기준의 기민한 대응으로 그와 파티원들은 무사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잘 버텨 주던 월하은영은 기어이 해제되고 말았다.
거대한 탑에 새겨진 외계 문자들이 일제히 진동하며 그 생김새대로 무수한 금이 생겨났고.
다음 순간 그것이 모조리 부서지며.
절망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