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44)
나 빼고 다 회귀자-44화(44/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44)
Chapter 9. 나도 2차 전직 했는데? – 4
“겁쟁아, 내려와라. 기사 톨치가 그 목을 따 주마.”
기준이 밴시와 함께 성벽 너머로 떨어진 후, 신사와 둘만이 남은 상황에도 톨치는 담담히 대검을 고쳐 쥐며 으르렁거렸다.
―하!
바닥에 사뿐히 착지한 신사가 에스터크로 그를 겨누며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입술 바깥으로 튀어나온 송곳니가 달빛을 받아 창백하게 빛났다.
―동료를 걱정하지도 않나? 기사님이 박정하시군.
“약하면 죽을 것이고, 강하면 살 것이다. 그뿐인 일이다.”
단호히 대답한 톨치가 신사에게 대검을 겨누며 무릎을 살짝 굽히고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더구나 동료를 잃은 건 네놈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건 동료가 아니다, 간단히 이용하고 버릴 체스 말이었을 뿐이지!
신사는 톨치의 말에 깔깔 웃으며 덤벼들었다.
빠르게 내질러 오는 에스터크는 철저하게 톨치의 갑옷을 찔러 부수려 했고, 그것을 맞받으려 쳐 올린 톨치의 대검과 정면으로 부딪치면서도 이가 나가지 않고 오히려 그의 대검을 짓눌렀다.
―내 가시와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에스터크의 뾰족한 검극을 막아 낸 대검의 면에서 빠드득,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자 톨치는 기함했다.
적의 정체가 흡혈귀라는 것쯤은 특유의 분위기와 저 송곳니를 보며 바로 짐작한 터였지만, 이 힘은……!
“가시…… 네놈, 설마 가시공의 혈족이냐!”
―항복하려고 해도 늦었어. 한 번 찔리기 전까진 놓아 주지 않아, 빠져나갈 수 없을 거다!
대검에 두른 마력을 강화하며 한 걸음 물러나는 톨치를 신사가 추격해 들어왔다.
답답한 양복을 입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가벼운 풋워크로 기사와의 간격을 좁히며 끊임없이 에스터크를 찔러 와 그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든다.
“에에에잇!”
―그리고―― 아하!
채앵!
기습적으로 휘둘러진 대검을 양손의 에스터크를 번갈아 쏘아 내 기어이 허공으로 튕겨 내곤.
대검을 잃고 순간적으로 그것을 붙잡으려 손을 뻗는 톨치의 빈틈을 포착하고 파고들어 그 어깨를 꿰뚫는다!
―보기보다 나약한데. 내가 저놈을 맡는 게 좋았을까?
“나를…… 깔봐?”
대검을 놓치고 어깨까지 꿰뚫린 톨치에게 신사의 비웃음이 날아들자, 우득, 하고 그의 이가 갈렸다.
그는 그대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어깨를 꿰뚫고 빠져나갈 생각을 하질 않는 에스터크를 붙들었다.
―어리석어.
그에 기다렸던 것처럼 반응하며 에스터크를 중심으로 핏빛의 가시를 피워 내는 신사.
아니, 정확히는 에스터크에 묻은 톨치의 피를 가시로 바꿔 그를 찌르는 것이었으나, 톨치는 부상에 피범벅이 되면서도 기어이 에스터크를 붙들어――.
콰직.
“깔보지 마라――!”
강하게 쥐어 부러트려 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그의 피에서 비롯되어 그를 찔러오던 가시도 모조리 사라졌으니, 공략법만 놓고 보면 정답인 셈이었다.
―하, 천한 것이 내 애검을……!
“네 가시, 약하다!”
부러진 에스터크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곤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내뱉은 톨치가 어깨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강하게 바닥을 박차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중간에 떨어진 대검을 자연스럽게 주워 들고 가속하며, 흡혈귀를 그대로 동강 낼 기세로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쳐 올리는 검격!
흡혈귀는 잽싸게 반 발짝 물러서며 에스터크를 마주 찔렀으나 이번엔 에스터크가 튕겨 나야 했다.
―피를 봐야만 강해지나? 야만스럽군, 하지만 나쁘지 않아!
“네놈의 평가 따윈 알 바 아니다!”
―쾅! 콰아앙!
톨치는 종전에 비해 족히 두 배 가까이 빨라진 속도로 하나의 에스터크를 든 흡혈귀를 몰아붙였다.
묵직한 대검은 점점 더 빨라졌으며 마치 피를 머금은 듯 붉게 물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보며 뭔가 느낀 것인지 흡혈귀가 킥킥 웃음을 흘렸다.
―무기가 특별했던 건가.
“그래, 네놈도 내 검의 녹이 되어라!”
투구의 면갑 사이로 드러난 톨치의 눈이 야성에 젖어 번들거렸다.
어느덧 완전히 붉은 기운에 감싸인 대검이 흡혈귀의 목을 노리고 허공에서 가속을 거듭하며 날아들었다!
“죽어!”
―큭……!
흡혈귀는 자신의 몸을 무수한 박쥐 무리로 바꾸어 그것을 피하려 했으나, 타격 순간 대검에 모여든 기운이 큰 폭발을 일으키며 박쥐 무리 중 족히 절반 이상을 잡아먹었다.
자신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음을 확신한 톨치가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흡혈귀가 약해지는 순간이지. 알고 있다.”
―확실히…… 이런 작은 도시에 있기에는 너무 강해.
사방으로 흩어졌던 박쥐가 다른 곳에 몰려들어 다시 흡혈귀의 몸을 구성했다.
―아니, 그래서 이곳에 있는 건가? 다른 놈들이 전부 만만하기에 그만큼 돋보일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의 몸에는 상처 하나 남지 않았고 입담도 여전했지만 안색은 눈에 띄게 창백해져 있었다.
반면 톨치의 손에 들린 대검에는 여전히 흉흉한 붉은 기운이 어려 있으니, 아마 다음번에 같은 공격에 당하면 흡혈귀가 당하고 말겠지.
흡혈귀는 호흡을 가다듬고 먼지가 묻은 양복을 털어 내며 생각했다.
‘밤의 귀족 체면이 말이 아니군. 만약 가시공께서 이 일을 아셨다간…….’
사실 도시로 숨어들려던 섀도 레이스 부대가 전멸당한 시점에서 이번 오버플로를 통한 소도시의 전복은 완벽히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던 인위적인 던전 폭주.
그것을 일으키려 제물을 구하고 다니던 여자가 덜컥 죽는 바람에 작전이 앞당겨졌을 때부터 불안하더라니, 기어이 이런 사달이 나다니.
‘이 이상의 수치는 허락되지 않는다. 최대한 우아하게, 완벽하게―― 그리고 빠르게 놈을 마무리해야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혈귀가 뒤로 빠지지 않고 직접 나선 것은 이번 작전에 가장 큰 방해가 된 자들을 베어 조금이라도 면피를 하고자 함이었으니.
섀도 레이스 부대를 전멸시킨 놈은 이미 성 바깥에 떨어져 언데드들 틈바구니에서 죽었을 터, 눈앞의 성가신 기사 놈만 죽이면 그도 망설임 없이 도주할 셈이었다.
밴시? 그것이 죽든 말든 알 바 아니지만, 얼굴만은 반반했으니 스스로 다시 찾아오거든 부릴 가치는 있을 터였다.
“죽어라, 흡혈귀!”
―쯧!
흡혈귀의 생각은 눈앞까지 짓쳐 드는 야만적인 기사의 대검에 강제로 중단되었다.
정면 대결을 포기한 흡혈귀는 안개로 변해 연거푸 뒤로 물러나며, 처음 나타날 때 쏘아 냈던 꼬챙이를 연거푸 톨치에게 쏘아 냈다.
톨치는 마치 아까 기준이 그러했듯 검은 꼬챙이들을 모조리 쳐 내며 성벽 위를 질주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준보다는 톨치가 훨씬 육중하고 느리다는 것과, 적이 던져 대는 꼬챙이가 밴시의 마법보다 조금 더 위협적이라는 것.
저돌적으로 돌진하던 그가 꼬챙이 몇 개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꿰뚫리자 흡혈귀가 그를 비웃었다.
―푸하하하하, 꼭 숲속을 달리는 멧돼지 같구나! 꼬챙이에 꿰었으니 그대로 불 위에 올려 구워 먹으면 되리라!
그때 톨치가 말없이 품에서 손도끼를 꺼냈다.
도끼날을 은으로 도금하고 고위 사제의 축성(祝聖)까지 받은 물건이었다.
언데드가 나타날 것임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미처 준비할 수 없었을 물건.
심지어 도끼의 넓은 면에 십자가 형태로 음각까지 되어 있었으니.
―이런.
생각 없이 돌진하는 척하며 손도끼에 마나를 불어 넣고 있던 톨치가 다급히 안개화하는 흡혈귀를 향해 그것을 강하게 내던졌다.
유니크 등급의 투척술을 증명하듯 빠르게 날아든 손도끼가 비산하려던 안개의 한복판에 콰직, 큰 소리를 내며 박히고.
도끼가 박힌 곳을 중심으로 응집한 안개가 재차 흡혈귀의 형태를 이루었다.
흡혈귀에게는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귀중한 피가 아래로 후두둑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크핫…….
“뒈져라아아아――!”
안개화가 풀린 흡혈귀가 성벽 위로 힘없이 떨어져 내리자, 톨치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흡혈귀를 향해 대검을 내려찍었다!
―푹
흡혈귀의 상처에서 피어난 거대한 핏빛 가시가 끝내 자신의 가슴팍을 꿰뚫지만 않았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쿠헉!”
두꺼운 갑옷까지 통째로 가시에 관통당해 허공에 들린 톨치가 입으로 걸쭉한 피를 토해 내며 믿기지 않는 눈으로 흡혈귀를 바라보았다.
놈이 변신했을 때 대검으로 박쥐의 절반을 없애고, 확실하게 흡혈귀를 끝장내기 위해 한 번 쓰면 효력이 사라지는 축성 무기까지 소모했거늘 어찌?
―내가 흘린 피는 나의 생명. 그만큼 그 가치는 무거우며, 격은 드높고, 치명적으로 아름답게 피어난다. ……우아하지는 않아, 치열하지. 하여 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은 도금된 도끼에는 손도 대기 싫다는 듯 검은 마력으로 그것을 뽑아낸 흡혈귀가 도끼를 바닥에 내던지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기사를 상대로 치명상을 입고 흘러나온 피, 흡혈귀의 근원을 구성하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피가 한 방울 한 방울 떠올라 흡혈귀가 들고 있는 에스터크에 도금하듯 입혀졌다.
마치 인간이 언데드를 상대하기 위해 무기에 은을 도금하고 성수를 바르듯 그렇게.
흡혈귀 또한 끈질긴 기사의 마지막을 취하기 위해 자신의 피로 검을 도금한 것이다.
그는 여전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자신의 피에 못 박힌 기사를 향해 에스터크를 겨누었다.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죽음이리라. 미천한 괴물아, 내 피에 안겨 잠들어라.
“우르, 루시――!”
그리고 그 순간 날아든 성스러운 불꽃을 머금은 송곳니에 꿰뚫려 바닥에 처박혔다.
감히 저항할 수 없을 완벽한 타이밍의 기습이었다.
―케헤에엑!
흡혈귀는 자신의 혼마저 불태우는 듯한 치명상을 입으면서도 자신이 흘린 피로 다시금 여럿의 가시를 만들어 쏘아 내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상대와의 상성은 최악이었다.
미처 가시로 화하기도 전에 흡혈귀가 흘린 피가 모두 성화(聖火)에 맞닿아 증발하고 말았으니, 톨치를 몰아붙이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더 써 보기도 전에 모조리 빼앗긴 흡혈귀가 필사의 의지로 에스터크를 내뻗어――.
―채앵!
피를 머금은 듯 섬뜩한 빛을 뿜어내는 방패에 막혀 그것마저도 튕겨 나가고 말았다.
―아, 역시.
마지막 힘까지 다해 내지른 검격을 막아 내고도 조금도 힘이 쇠하지 않은 채 자신의 머리통을 내려찍어 오는 방패와 그 주인을 보며, 흡혈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놈을 먼저 처리했어야 했는데.
―콰앙!
* * *
그라티아 왕국 동쪽의 소도시 ‘아르스’, 정식 용병 길드 내부 1층.
이제 막 귀환한 예민 파티는 결과 보고 창구에서 이번 의뢰의 결과를 인정받아 비로소 정식 용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막타충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 정말 좋은 것 같아.”
정식 용병 신분을 증명하는 황동 용병패를 받아 들어 확인하며 예민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용병 길드 안에 있던 용병들이 그녀의 미소 짓는 얼굴을 보곤 일제히 넋이 나가는 부작용이 있긴 했으나, 도시에 도착한 지 며칠도 안 되어 정식 용병으로 인증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지라 함부로 그녀에게 작업을 거는 이는 없었다.
은신이 언제든 그녀를 보호할 수 있도록 나설 준비를 하며 맞장구를 쳤다.
“기여를 크게 한 순서대로 인정을 받으니까요. 철저한 게임 시스템이 이럴 땐 좋네요.”
“누가 그런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 놨는지는 불명이지만 말이다――.”
주위를 경계하는 것은 연장자인 목수도 마찬가지.
원래 파티의 궂은일은 모조리 기준이 알아서 했고 그건 파티의 여성 멤버들에 대한 추근거림에 대처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는데, 2회 차에 들어서야 그가 얼마나 피곤한 일을 기꺼이 떠맡았던 것인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물론 이들이 늘 이렇게 도끼눈을 뜨고 다니는 것은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이번에 수작을 당한 경험이 생겨서 과민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긴 했다.
“설마 그런 식으로 수작을 걸려고 할 줄은 몰랐지.”
“그쪽도 아마 레타에 온 지 얼마 안 된 초짜들이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마지막에 손만 댄 걸 가지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겠죠.”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는 목수의 말에 지혜가 마찬가지로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보충했다.
정식 용병으로 인정받기 위한 이번 의뢰에서, 갑자기 끼어든 남자 3인조가 예민 파티가 잘 사냥하던 몬스터를 스틸해 놓고는 자신들의 몫이라며 강짜를 놓았던 것.
일행이 정식 용병으로 인정받기 위한 임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고 찾아온 것인지, 몬스터의 소유권을 인정받고 싶으면 오늘 술을 사라고 같잖은 수작을 걸어왔다.
술을 사는 게 무슨 어려운 일이겠느냐마는 파티의 남자들은 빠지라는 요구 사항부터 시작해 그들이 품은 시커먼 속내를 못 알아볼 예민이 아니었고.
그대로 싸움으로 번지려던 찰나, 주의 깊게 그들을 살피던 은신은 그들이 몬스터에게서 나온 전리품을 인벤토리에 수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몬스터를 사냥할 때 전리품은 철저히 기여도에 따라 분배되어, 적절한 기여도를 인정받지 못한 이는 아예 인벤토리에 넣을 수도 없었던 것.
예민은 어처구니없어하며 용병 길드까지 놈들을 끌고 와 고발했고, 거짓말에 더해 협박까지 한 죄로 3인조 파티는 용병 길드에는 앞으로 발도 못 붙이는 신세가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일대에 소문이 퍼졌을 테니 이 근처에서는 고개 들고 다니기 힘들 터였다.
“하긴 몬스터의 전리품을 놓고 분쟁이 일어나는 일도 많을 테니, 그 여부를 시스템이 판가름해 주는 게 가장 간단하고 깔끔하겠네요.”
“그래, 튜토리얼 때는 우리 신이가 그것 때문에 고생 많았지? 기습해서 죽였을 뿐인데 막타만 먹었다고 시비 거는 놈들이 많아서.”
“우아아, 누나……!”
새삼 감탄하며 중얼거리는 은신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지혜가 그의 뺨을 붙들고 주물럭거리며 장난을 쳤다.
겉보기에는 젊은 남녀가 누나 동생하며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1회 차와 2회 차에서 먹은 나이를 감안하면…….
“그런데.”
예민이 문득 중얼거렸다.
“왜 튜토리얼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었을까.”
“튜토리얼도 경험치 분배 자체는 룰이 같았잖아. 사람 수에 비해 몬스터가 워낙 많아서 부산물처럼 간단한 전리품을 놓고 다툴 일은 거의 없기도 했고.”
“레타에 비하면 훨씬 작은 세계라잖냐. ……거기서 전리품을 많이 챙긴다고 레타로 들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후딱 끝내고 넘어올 줄 알았던 거겠지.”
아무도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던 진상을 목수가 가볍게 입에 담아 버렸다.
예민의 웃던 얼굴에 금이 갔다.
“우리는…… 그걸 못 깨서 회귀를 했는데.”
“누나?”
“2회 차도 다들 미적거리느라 10년이나 걸렸지…….”
“크흠, 민아.”
“우리 혹시, 회귀자라고 해 봤자 개뿔도 없는 게.”
“민아, 그만! 그 이상은 안 돼!”
이미 다 말해 버렸지만.
기초 스테이지조차 못 깰 만큼 처참했던 지구인들을 위해 주어진 두 번째 기회는 확실히 회귀라는 거창한 표현보단 ‘꼴찌 보너스’라고 부르는 게 맞지만!
회귀자들은 대체 자신들의 회귀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가, 지금 자신들이 회귀자답기는 한가, 그런 근본적이고도 철학적인 의문에 빠져 괴로워했다.
하지만 어쨌든 정식 용병은 되었고 그들은 지구인들 가운데선 단연 톱을 달리고 있었으므로, 그날 밤은 자축하며 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왕국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이 알게 된 것은 그다음 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