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45)
나 빼고 다 회귀자-45화(45/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45)
Chapter 9. 나도 2차 전직 했는데? – 5
불의 정령술 50레벨이 되어 큰 변화를 맞이한 우르 덕에 어떻게든 현장을 빠르게 벗어나 성벽을 질주해, 비로소 자신이 원래 있던 동쪽 성벽 위로 몸을 날린 기준.
그는 적이 만들어 낸 꼬챙이에 꿰뚫려 있는 톨치와, 그를 향해 피로 물든 에스터크를 찔러 넣으려는 적의 모습을 보며 순간 복잡한 표정을 짓고는――.
“우르, 루시――!”
―콰앙!
거침없이 방패로 적을 찍어 버렸다.
상대의 피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는 것을 깨닫곤 정령력을 확산시켜 그것을 모조리 태워 버리며, 그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를 짧게 확인했다.
―어둠/악 속성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하고 있습니다. 칭호 [최후의 용사(L)]의 효과가 발동해 모든 능력이 30% 강화됩니다.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적을 상대로 하고 있습니다. 칭호 [한계 초월자(L)]의 효과가 발동해 극적으로 긍정적인 보정을 얻습니다.
최후의 용사의 효과는 아까 듀라한을 상대하며 실감한 뒤였기에 어느 정도 몸에 익었고, 궁금했던 것은 한계 초월자가 주는 ‘극적으로 긍정적인 보정’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가, 였는데.
―콰앙!
남은 기운을 싹싹 긁어모아 만들어 낸 빛의 송곳니가 흡혈귀의 머리를 내려찍는 순간, 기준이 발한 것보다 한층 더한 기운이 송곳니에 담긴 힘을 질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이 느껴졌다.
빛과 불꽃을 조합해 일시적으로 짜낸 성화가 아닌, 진정으로 성스러운 힘이 담긴 불꽃.
아직 루시와 우르의 모든 능력을 끌어내지 못하는 기준이 감히 빚어낼 수 없는 상격의 힘.
―웃기지, 마라……!
기준은 극적으로 긍정적인 보정이란 그의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덕에 그렇게나 끈질긴 언데드, 그중에서도 가장 성가시기로 유명한 흡혈귀가 맥을 못 추고 당하고 있지 않은가.
―내 죽음은…… 조금도.
콰앙! 송곳니를 다시 내려쳤다.
모종의 기적으로 발아한 이 성화가 사라져 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흡혈귀의 목숨을 끝장내기 위해.
―상정한 적이, 없는데에에에!
콰직!
온몸을 꿈틀거리며 발악하던 흡혈귀의 얼굴에, 성스럽게 타오르는 불꽃이 송곳니의 형태로 틀어박혔다.
흡혈귀의 모든 움직임이 멈춘 직후.
불꽃이 사방으로 번지며 크게 타올라, 흡혈귀의 모든 핏자국을 깔끔하게 태워 없앴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붉은 피에 물든 고급스러운 에스터크 한 자루뿐이었다.
―레벨이 18이 되어 근력(U) 2, 재주(L) 2, 내구(U) 1, 광 마력(L) 2, 영력(L) 2가 올랐습니다.
―불의 정령술(R)이 53레벨, 도살(R)이 10레벨, 월광혈아(L)가 4레벨, 루시(L)가 6레벨이 되었습니다!
―범람한 던전의 유니크 등급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여 5,000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퀘스트 최종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오버플로의 흑막을 처단하는 영웅적인 활약으로 인해 퀘스트의 보상이 압도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희귀한 업적 달성! 동료를 죽음으로부터 구하고, 불멸성을 지닌 적을 성스러운 불꽃으로 태워 완전히 없앴습니다. 소도시의 사람들은 당신을 오버플로를 종식시켜 도시를 구한 영웅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매력(L)이 1 올랐습니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3,000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레어 등급 칭호 [범람의 종식자]를 얻었습니다. 칭호 효과로 인해 필드 몬스터들과 싸울 때 모든 능력이 10% 증가하며, 오버플로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게 됩니다.
기준은 자신이 흡혈귀의 막타를 쳤을 뿐이라 여겨 경험치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지만―― 흡혈귀가 워낙 대단한 놈이었던 탓인지, 그도 아니면 기준이 마지막에 피워 낸 성화가 흡혈귀를 죽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인지 그에게 쏟아진 경험치와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밴시를 죽여 조금은 경험치가 차올랐던 것을 감안해도 3레벨이 오르고, 불의 정령술을 비롯한 스킬들도 성장하고…… 심지어는 업적과 호칭까지!
‘내가 막타충은 극도로 혐오했던 사람인데…….’
이 압도적인 보상이 주는 저릿한 쾌감에 중독될 것만 같아 무섭다.
―계약자?
‘아니, 아무것도 아냐. 이러면 안 되지.’
위버멘쉬, 위버멘쉬, 하고 염불을 외우듯 스스로를 진정시킨 기준은 흡혈귀의 죽음 이후 간신히 꼬챙이에서 해방되어 바닥에 쓰러진 톨치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던 중 품에서 무언가 진동하는 것을 느끼곤 멈추었으나,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다시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톨치! 괜찮나?”
“몸은…… 튼튼한, 편이다.”
쿨럭, 하고 투구 밖으로 피를 토해 내며 톨치가 답했다.
운이 좋았는지 꼬챙이에 관통되었음에도 피가 엄청 쏟아지거나 하진 않았고, 재생 계열 스킬이 있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상처가 회복되고 있었다.
기준은 빠르게 상처가 막히고 있는 그의 갈색 피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그를 들쳐 업었다.
“이젠 뒤에서 쉬고 있어라. 나머진 우리가 상대하겠다.”
“정말로 든든하군, 준……. 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오늘의 영웅이다.”
“너야말로.”
짧게 대꾸한 기준이 아직까지 바닥을 구르는 흡혈귀의 에스터크를 발견하곤 아, 하고 감탄사를 냈다.
“저 검은 너의 것이다.”
“아니, 검은 너의 것이다.”
의외로 제법 단호한 목소리로 톨치가 대꾸했다.
“시스템이 너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리품 또한 너의 것이다.”
“시스템이 나를 인정했다니…… 나는 그냥 네가 다 잡은 적을 마무리만 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 너는 나를 구했고…… 또 도망갈 수단을 수십 가지는 갖추고 있는 흡혈귀를 깔끔하게 불태워 없앴다. 그것은 나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 이상 전리품에 대해 논하는 것은 내게 모욕이 된다, 하고 짤막하게 덧붙이는 톨치의 말을 들으며 기준은 덩달아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다. 그러나 오늘 전장에 있었던 이들은 모두 네 영웅적인 활약을 기억할 것이다.”
“…….”
톨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 잠에 빠진 것이다.
기준은 그를 업고 성벽 아래로 내려와 임시 구호소의 침대에 눕혀 놓았다.
그러곤 바로 다시 성벽에 오르기 위해 몸을 돌리는데, 다른 침대에 누워 있던 환자들이 그를 알아보곤 일제히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성벽 위에 나타난 무지막지하게 강한 흡혈귀를 쓰러트리셨다지요!”
“당신은 영웅입니다! 마법사님!”
“마법사님!”
“마법사님!”
급기야는 연신 마법사님이라고 외치며 환호하는 이들까지 나타나니 기준은 그게 부끄러워서라도 다급히 구호소를 뛰쳐나와 성벽을 올랐다.
이미 도시를 수호하는 성벽 전체에 그의 활약상이 퍼진 것일까.
성벽을 지키는 병사와 용병들은 사기가 최고치에 달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적을 몰아붙이고 있었고, 반대로 언데드들은 구심점이 되는 네임드들이 모두 소멸한 탓에 지리멸렬한 상태였다.
―기분이 어때, 계약자?
“나쁘지 않아.”
이번 공방전에 발을 들인 이 모두가 기준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짜릿한 기분이었고, 멋지게 해냈다는 안도감과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동시에 피어났다.
“막타를 뺏어 먹은 것 같아서 조금 기분이 그렇긴 한데.”
―계약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당하게 싸웠고 그걸 인정받았어. 괜한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래…… 그런 거겠지.”
어딘가 씁쓸한 분위기를 풍기던 톨치를 떠올리며 잠시 침묵한 기준은 곧 제정신을 차리려는 듯 제 뺨을 두들기며 선언했다.
“아직 괴물들이 남았어. 뒷일은 모두 끝낸 다음에 생각하자.”
―키이이잇!
오늘 하루만 해도 터무니없는 성장을 거둔 우르가 루시를 대신해 의기 높여 울었다.
기준은 픽 웃곤 우르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날뛸 수 있게 해 주었다.
―크오오오옹!
허공에서 한 바퀴 휙 돌더니 거대한 호랑이만 한 크기로 실체화한 우르가 어딘가 귀여움이 남은 목소리로 크게 울어 젖히고는 성벽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불꽃을 다루는 마법사가 강력한 환수까지 다룬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것은 덤이었다.
* * *
기준이 문득 고개를 드니 어느덧 달이 지고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한밤중에 습격을 받아 제대로 자지도 못한 채 오전 내내 질주하고, 하필이면 오버플로가 발생하는 바람에 그대로 도시에 들어갈 때까지 몇 시간을 더 뛰어서.
늦은 오후 무렵에나 투리스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방전에 참가해 밤이 될 때까지 몬스터들을 상대하다가.
한밤이 되어 나타난 언데드 정예와 보스를 물리치고.
또 몇 시간을 연거푸 싸워 지금에 이른 것이다.
“무슨 이틀을 꼬박 샜네.”
―우리 계약자 엄청 무리했네.
평소엔 반드시 여섯 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는 기준이 무려 이틀 밤을 새다니, 이 기록적인 일에 루시가 전율했다.
만약 공방전이 이 이상으로 길어졌더라면 제아무리 기준이라도 그 자리에 쓰러져 잠들었을지도 모른다.
“준――!”
그때, 이번 공방전 내내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오크 전사들이 기준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차반베쉬를 시작으로 다들 방어구가 처참하게 찢어지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으나, 그럼에도 그들의 전신에 감도는 활기는 과연 그들이 전투를 위해 태어난 종족임을 실감케 했다.
“차반베쉬! 살아 있었군!”
“물론이다! 준에는 비할 수 없겠지만 우리도 용맹히 싸웠다!”
차반베쉬가 환하게 웃곤 손바닥을 펼치며 높이 들었다.
설마? 하며 기준이 손바닥을 마주 펼치자, 차반베쉬의 두꺼운 손바닥이 날아들어 하이파이브를 해 오는 것이 아닌가.
―짝!
“이건 하이파이브다! 소환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건데, 보통 퀘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의미하는 특수한 인사다!”
차반베쉬의 씩씩한 설명에 기준은 과연, 하고 납득했다.
동시에 안도한 것이, 이번 전투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차반베쉬가 직접 그에게 달려와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면 정말 오버플로가 끝나긴 끝났다 싶었던 것이다.
그것을 실감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쓰러질 뻔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과 유니크 등급에 이른 내구 스탯의 힘을 빌려 간신히 버텨 냈다.
“준도 힘들어하는구나, 그게 당연한 전투였다.”
“더구나 준은 적의 우두머리를 셋이나 물리쳤다고 한다!”
“아―― 한 명은 톨치가 다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겸손하기까지 하다! 물론 톨치도 크게 활약했지만 마귀를 태운 준의 성스러운 불꽃을 누구나가 기억할 것이다.”
과연.
톨치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크게 활약했어도, 결국 마지막에 나타나 아군을 구원하고 적을 확실하게 처치한 이가 모든 관심을 다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튜토리얼 당시에는 아무리 열심히 싸웠어도 리더였던 예민 혼자서 주목받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기분이 미묘해진 기준은 문득 그들이 지나치게 쌩쌩하다는 것을 깨닫곤 질문했다.
“너흰 무척 기운찬 것처럼 보인다. 왜지?”
“우리 오크의 종족 특징이다. 상처를 입을수록, 전투가 길어질수록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 더욱 스스로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 능력을 극한에 가깝게 발전시킨 이들은 ‘베르세르크(Berserk)’라는 굉장한 경지에 이르기도 하는데, 그건 전설에 가까운 일이라고 들었다.”
정약용 선생님의 정신을 계승한 대머리 오크가 옆에서 추임새를 넣자 차반베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덧붙여 말했다.
“베르세르크는 꿈의 경지지만, 우리는 그 전에 먼저 하이오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다. 더욱 강한 힘, 레서 트롤에 비견되는 재생력, 오크의 한계를 뛰어넘은 마력 운용력! 하이오크가 되기만 하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전쟁에서 보다 화끈하게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오크!”
“하이오크……!”
차반베쉬의 말에 다른 오크들이 모두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하이오크라는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
기준도 그 말에 이전 비체에게서 타고나길 언커먼 등급인 오크가 성장하면 레어 등급 종족인 하이오크가 된다는 말을 들었던 것을 떠올려 냈다.
베르세르크가 너무 먼 경지라 실감이 잘 와 닿지 않는다면, 하이오크는 노력 여하에 따라 도달할 수도 있기에 더욱 절실히 갈망하는 모양.
기준도 지금은 레어 등급 종족이지만, 아무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어 심정적으로 오크들에게 동조하고 말았다.
“아무튼 이제 전투는 끝났다.”
하이오크의 마력에서 간신히 벗어난 차반베쉬가 기준을 돌아보며 말했다.
“퀘스트 보상을 받으면 약속대로 술을 사겠다! 밤을 불태우는 것이다!”
“그래, 그것도 좋다만 우선 쉬고 나서 모이는 걸로 하지.”
기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곤, 새벽하늘 아래 몬스터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깨끗해진 평원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다 오버플로와는 별개로 자신이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았음을 떠올리곤 그 미소를 살짝 일그러트렸다.
“차반베쉬, 해 두고 싶은 얘기가 있다.”
“무엇이지?”
“만약 ――가 우리에게 이런 제안을 해 온다면…….”
* * *
[비체♥(차원 대기실): 삭제된 메시지 뭐냐고? 네가 안 본 게 잘못이지, 그걸 나한테 왜 물어봐.] [비체♥(차원 대기실): 궁금해? 신경 쓰이지? 헹, 이제 내 기분을 좀 알겠어?] [비체♥(차원 대기실): 응? 내 기분이 뭐냐고? ……널 지금 한 대라도 때려 주고 싶은 기분. 아주 간절하게.] [비체♥(차원 대기실): 오버플로?! 아니 미친, 이제 레타 넘어간 지 며칠 됐다고 벌써 오버플로야!] [비체♥(차원 대기실): 잘했어, 무사해서 다행이다……! 싸우느라 바빠서 연락 못 한 거 가지고 누가 뭐라 그러는데!] [비체♥(차원 대기실): 아무튼 잘했어. 역시 내 제자라니까. 아.] [비체♥(차원의 틈): 에휴, 또 싸울 시간이야. 기껏 대화 좀 하나 했더니…….] [비체♥(차원의 틈):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냐고? 음, 정보 락이 걸려서 자세히는 말해 줄 수 없는데.] [비체♥(차원의 틈): 그냥 공용 퀘스트야, 그런데 조금 어려워서 참가 자격이 제한되는 퀘스트. 대신 보수는 확실하게 챙길 수 있는 그런 퀘스트.] [비체♥(차원의 틈): 같이 할 수 있냐고? 하, 귀엽긴. 꿈 깨셔, 지금 네 수준으로 어딜.] [비체♥(차원의 틈): 격상의 소환자를 상대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건 또 무슨…….] [비체♥(차원의 틈): 나 지금부터 진짜 일해야 되니까 딱 한마디만 한다?] [비체♥(차원의 틈): 준이 무조건 이겨.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