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81)
나 빼고 다 회귀자-81화(81/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81)
Chapter 16. 종족 연합 – 1
―그리핀과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하늘을 질주하며 놀라운 기승 솜씨를 뽐냈습니다. [기승(R)] 스킬의 레벨이 5가 되었습니다.
그리핀은 코르를 앞두고 착지하더니, 일행이 마차에서 모두 내리자 아장아장 걸어와 기준에게 다시 애교를 부렸다.
기준이 녀석의 턱 밑을 쓰다듬어 주고 있자니 녀석의 허리와 연결된 하늘 마차의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크르르르…….
이윽고 마차가 럭비공만 한 크기로 줄어들자 녀석은 아쉽다는 듯 마지막으로 머리를 기준에게 비비적거리더니 한 발짝 물러나 다시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럭비공을 매달고 하늘을 나는 그리핀.
녀석은 높이 솟은 코르의 성벽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넘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외부인은 검문 없이는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우리를 이곳에 내려 준 것이로군요…….”
장기간의 비행으로 빈사 상태가 되어 있던 우니카가 간신히 제정신을 되찾곤 그렇게 말했다.
마침 시간대는 저녁.
기준은 비틀거리는 일행을 일일이 치유해 주곤,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서둘러 코르로 입성했다.
“정지, 어디서 무슨 목적으로…….”
“여기.”
검문 자체는 간단히 넘어갈 수 있었다.
우니카가 무슨 표식을 보여 주자 경비병들이 일제히 물러나며 경례를 올려붙인 것이다.
“그라티아를 수호하는 성스러운 핏줄에 영광 있으라! 코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디 즐거운 여행이 되시기를.”
그러고 보면 우니카는 엄연히 이 나라 그라티아를 구성하고 있는 귀족의 일원, 그것도 영주의 직속 후계자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제법 뿌듯해 보이는 우니카의 모습에 무슨 장난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긴과 로라가 호들갑을 떨고 있었으므로 놔두기로 했다.
“우니카 님은 귀족이셨군요!”
“그러고 보면 요즘 너무 당연히 같은 집에서 밥을 먹고 있어서 잊고 있었어요……! 혹시 여태까지 제게 무례했던 점이 있었다면 사죄드립니다, 우니카 님!”
“그, 그래 봤자 변방의 귀족일 뿐인데 너무 귀족이라고 언급하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주위 눈치가 보이지 않습니까……!”
기준은 우니카를 구해 줄 겸 그 사이로 끼어들어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바로 길드 연합으로 찾아가면 되는 거야?”
“주, 준 님. 크흠…… 글쎄요, 물론 그리핀이 돌아갔을 테니 저희가 수도에 입성한 것을 알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만―― 지금은 아마 저들이 상정하지 못한 시간일 겁니다.”
못해도 이틀은 더 걸리리라고 여겼을 테니까요, 하고 보충하는 우니카.
“그러니 내일 오전에 찾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영주님께서 코르에 오실 때면 찾으셨다는 숙소를 알아 두어 미리 연락해 놓았으니 그곳으로 가시죠. 방을 비워 놓고 있을 겁니다. 분명 이쪽으로 가면…… 오오오.”
말은 무척 믿음직했지만 도로의 너비부터가 투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코르의 정경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는 우니카의 모습은 이제 막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한 사람 그 자체.
평생을 유적 안에 갇혀 있던 긴이나, 투리스를 떠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생애의 대부분을 신전에서 기도로 보낸 로라 역시 우니카와 다를 바가 없는 상태였다.
기준은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신틸라와 지혜에게 눈치를 주어 파티원들을 챙겨 주도록 부탁하고는 비브에게 코르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넣었다.
[파트너(레타): 숙소에 도착하시면 제가 찾아갈게요. 미니 맵도 갱신해 드려야 하고요.] [나: 종족 길드 연합 디맨더에 대해 알고 있는 거 있어?] [파트너(레타): 대량으로 사겠다면서 자꾸 값을 후려치려 들고 까다로운 요구도 많이 하는 악성 손님이네요. 저라면 얽히지 않겠어요.] [나: …….] [파트너(레타): 아, 그래도 다종족 연합인지라 개중에 괜찮은 이들도 있어요. 오크는 단순 무식해서 상대하고 있으면 화딱지 나지만 신의는 있고, 캐트시는 영악하지만 뒤통수는 치지 않는 편이죠.] [나: 아니, 종족 단위로 구분하는 것도 좀…… 주의해야 할 사람이 있으면 알려 줘.] [파트너(레타): 기준 님께 말씀드리긴 뭣하지만, 역시 인간이 제일 위험할까요. 덤으로 고블린. 고블린 중에서도 악신을 따르지 않는 소수의 문명만이 빛의 진영으로 편입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놈들은 악질이에요. 왜 이런 것들이 빛의 진영일까요? 고블린은 바퀴벌레나 마찬가지라서 발견하면 그냥 때려죽이는 게 답인데!] [나: 글쎄 종족 단위로 말하지 말라니까. 아니, 일단 알겠으니까 진정해 줄래?]고블린, 그리고 입맛은 씁쓸하지만 인간까지 우선 기억해 두기로 했다.
하지만 기준이 레타에 떨어져 가장 먼저 적대하게 되었던 빛의 진영 측 인물은 오크였으니, 종족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되는 일일 터였다.
“아,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준 님!”
“그래.”
기준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곤 우니카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안내한 숙소는 레타인 전용, 그것도 귀족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숙소였지만 다행히 우니카가 있어 모두 묵을 수 있었다.
안에 욕실과 화장실까지 딸려 있는 커다란 방에 단독으로 묵게 된 기준은 유일한 남성 동료인 긴에게 같은 방을 쓰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봤으나, 그는 황송해 감히 그럴 수는 없다며 가격이 싼 대신 좁은 방을 빌려 쏙 들어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던 우니카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어차피 돈은 제가 내는데 말이죠.”
“아, 내가 줄게. 긴은 내 파티원이니까.”
“아뇨, 농담 삼아 해 본 말입니다. 어차피 내일 종족 길드 연합에서 청구할 셈이거든요.”
빙긋 웃으며 프런트 직원에게서 영수증을 받아 든 그녀는 어떻게든 기준의 곁에 붙어 있으려는 신틸라를 포함해 모든 여성 멤버를 질질 끌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기준이 몸을 씻고 비브를 만나 얘기를 나눌 셈으로 방 밖으로 나오자, 우니카의 견제를 어떻게 돌파한 것인지 복도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신틸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3층에 바가 있던데. 준, 한잔할래?”
“그래, 마침 잘됐네.”
신틸라와는 어떻게든 더 많은 얘기를 나눠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기준 역시 흔쾌히 응했다.
비브에게는 내일 아침에 와 달라는 연락을 하고 투숙객만 들어갈 수 있다는 3층의 바에 둘이 나란히 들어서니, 역시나 안에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이 모두 그들에게 주목하는 것이 느껴졌다.
기준이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느꼈을까, 신틸라가 누구라도 반해 버릴 것만 같은 믿음직한 표정으로 그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준. 그 누가 상대든 내가 너를 지킬 테니까.”
“아니, 그런 어필은 됐어.”
―이 여자, 자꾸 계약자를 꼬시려는 것 같아서 좀 짜증 나는데…….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계약자는 자신의 매력을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다니까!
적당한 술을 시키고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적당한 안주에 적당한 얘기를 나누며 적당히 시간을 때웠다.
어차피 당장 내밀한 얘기를 꺼낼 수도 없었고, 지금은 신틸라와 시간을 보내며 그녀와 친해지는 것만으로 충분.
다소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호감도 쌓기 작업이었다.
더구나 기준은 레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직 많았기에, 신틸라가 하는 얘기들은 그에게 제법 도움이 되는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얘기다.
“레타인과 소환자가 아이를 낳으면 높은 확률로 소환자 권한을 획득한다고…… 과연, 그래서 로라가.”
“레타인들에게도 상태창은 있지만, 인벤토리나 퀘스트, 업적 같은 것들은 소환자만의 전유물이니까. 레타폰도 그렇지.”
“업적도 소환자에게만 허락된 거였나, 그럼 칭호는?”
“몬스터 중에도 칭호를 가진 것들은 있으니, 순수 레타인도 물론 칭호는 얻을 수 있겠지. 업적의 보조를 받는 우리에 비하면 훨씬 얻기 힘들겠지만.”
“업적의 보조라,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네……. 우리는 칭호를 비교적 쉽게 얻는 거였어.”
기준의 파티에도 레타인과 소환자의 혼혈이 있으니 바로 로라다.
처음엔 그냥 레타에서 오래 살아온 소환자라고 여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투리스 토박이였던 것이다.
물론 소환자라고 메리트만 얻는 것은 아니다.
혼혈로 태어난 아이는 다행히 문명 전쟁에는 엮이지 않지만 성인이 되면 어김없이 레타 포인트로 세금을 내야 했다.
로라가 성인이 되어 용병으로 등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럼 소환자와 소환자가 만나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당연히 소환자가 되겠네.”
“맞아. 레타인 혼혈과는 달리 문명 전쟁에도 참가하게 되지. 부모 중 한쪽의 고향을 따라서 말이야.”
“그건 너무 잔혹한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신틸라는 가만히 수긍하며 기준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녀는 자기 잔을 비우며 픽 웃었다.
“최소한 아이를 완벽히 길러 낼 수 있을 때까지 지켜 낼 자신이 없다면 낳지 않는 게 낫겠지.”
“동감이야.”
“덤으로 레타 대륙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대한 강한 유전자를 물려 주고 싶네.”
“그것도…… 확실히.”
약하면 아이를 남길 자격도 없다는 것처럼 들려 마음이 조금 불편하지만, 이 레타 대륙에서 약함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어렴풋이 알아 가고 있는 지금은 마냥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큼, 난 제법 강해.”
“그건 나도 잘 알고 있…….”
―계약자, 조심해!
루시의 목소리가 귓가에 크게 울려 퍼진 것은 그때였다.
기준이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빼는데, 그의 손이 있던 자리에 신틸라의 손이 놓이는 것이 보였다.
잠깐, 이 여자 설마 지금.
―내가 뭐랬어, 계약자를 노리는 게 틀림없다니까!
‘네 말을 안 믿는다는 거 취소할게, 루시……!’
“…….”
신틸라가 뒤로 빠진 그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이 꿈틀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아직 포기를 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기준은 이렇게 얼렁뚱땅 그녀와 진도를 나갈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지던 중.
“역시 이곳에 계셨군요, 두 분.”
“우니카!”
이 한없이 어색한 분위기에서 그를 구원해 줄 이가 도착했다.
“저도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잘 왔어! 내가 살게.”
“칫.”
우니카의 등장에 신틸라가 조용히 혀를 차는 가운데 그녀 뒤로 로라와 지혜도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준 님, 저도 왔어요……. 술을, 이번에 배워 보고 싶어서……!”
“와, 고향에서도 안 가 본 분위기 있는 바를 여기서 와 보네요.”
“아, 다 같이 온 거야? 그럼 테이블로 자리를 바꿔야겠네.”
둘이 아니라 다섯이서 마시는 거라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일도 없다.
기준은 한층 마음이 놓여 일행과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지만, 정작 남자 한 명이 여자 넷과 함께 둘러앉는 것을 본 다른 이들이 이곳저곳에서 그에게 살의 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음, 그런데 뭐가 빠진 것 같은데.”
“아, 안주도 시킬까요? 우리 이동한다고 저녁도 대충 먹었잖아요.”
“좋은 생각이야.”
“준 님, 혹시 초보자가 마실 만한 술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오빠, 저도요!”
“초보자라, 그럼 역시 우선 좀 도수가 낮고 달콤한 칵테일을…….”
그러나 그 자리에 빠졌던 것이 실은 안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준은 다음 날 아침 손으로 눈을 비비며 식당으로 내려온 긴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모두와 빠르게 시선을 교환한 기준은 어젯밤 있었던 술자리를 없었던 것으로 하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잠시 후 도착한 비브는 묘하게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감지하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긴장했지만, 그 누구도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말해 주지 않았다.
* * *
비브와 만나 각종 정보를 갱신 받은 후, 기준은 다른 멤버들이 수련하도록 놔둔 후 우니카만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물론 신틸라가 반발하며 그를 따르려 했지만 기준은 멤버들의 수련을 도와달라는 말로 그녀를 떼어 놓는 데 성공했다.
지혜는 또 익룡 같은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가 비명을 지른다는 것은 신틸라와의 대련이 그녀에게도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는 뜻.
“끄응…… 알겠어, 그럼 대신 이 아이라도 데려가.”
―큐우!
신틸라 역시 멤버들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기준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남았지만, 그대로는 보낼 수 없다며 자신의 홍염수인 로딤을 기준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한쪽 어깨는 우르가 차지하고 있으니 양쪽 어깨가 모두 메워져 버린 것이다.
“준 님에 대한 집착이 정말 심한 것 같군요…….”
우니카와 함께 코르 시내에 위치해 있다는 종족 길드 연합의 본부를 향해 가는 길,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렇게 말해 왔다.
자신도 동의한다는 듯 로딤이 짧게 울자 기준은 녀석을 보며 피식 웃곤 우니카에게 답했다.
“어쩌겠어, 이미 얽혀 버린 이상 감내해야지.”
“……싫어하시진 않는 것 같네요?”
“좋아하는 건 결코 아닌데.”
“어제 그녀가 준 님을 유혹하려 했던 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논하려는 것은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적인 감정입니다.”
우니카의 예리한 말투에 기준은 정곡을 찔린 듯 어깨를 움찔했다.
그의 약한 마음을 알아챈 듯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준 님이 정말로 나약하다면 몰라, 이미 신수까지 사냥한 분이십니다. 실제로는 인연도 없는 신틸라 님이 준 님을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인 양 걱정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모습에 제가 불편해질 정도입니다만.”
“아―― 그건 아니지, 우니카. 인연은 이미 생겼잖아.”
“이미 생겼다…….”
“오해로 시작됐다고 거기서 비롯된 관계를 통째로 부정할 생각은 없어. 게다가 이미 너무 많이 알아 버렸단 말이지…….”
투리스 용병 길드의 서무장에게서 받은 자료와 비체에게서 날아든 메시지를 떠올리며 기준이 쓰게 입맛을 다셨다.
“신틸라는 이제 내 파티원이야. 내가 어떻게든 해 주고 싶어.”
“준 님, 거기서 한 발 삐끗하면 호구가 됩니다. 다행히 신틸라는 능력만은 출중하지만…….”
“그래, 이런 성격이라 어쩔 수가 없네.”
기준은 픽 웃으며 대꾸하곤 덧붙였다.
“그러니까 내가 호구가 되지 않게 앞으로도 네가 많이 도와줘.”
“…….”
그것은 나름 우니카를 믿고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었는데…… 어쩌면 무책임하고 방만한 발언으로 들렸던 것일까, 우니카는 잔뜩 화가 난 듯 그 후로 입을 열지 않았다.
기준은 그녀에게만 부담을 지울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며 변명해 봤지만 제대로 듣는 것 같지도 않았고, 덤으로 어째선지 루시까지 삐져 버렸다.
그리고 로딤은, 쩔쩔매는 기준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