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94)
나 빼고 다 회귀자-94화(94/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94)
Chapter 18. 너와 나, 우리 – 3
샤를 페로의 동화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변신하는 괴물 오우거를 상대로 꾀를 내어 놈을 쥐로 변신하게 만들고는 잡아먹어 버린다.
비록 세계는 다르지만 그런 전승이 전해지는 것은 캐트시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라, ‘장화 신은 고양이’는 캐트시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전투직인 동시에 오우거를 상대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이해 가지 않아, 계약자……. 오우거를 쥐로 변신시켜서 잡아먹은 거지? 그런데 어떻게 오우거한테 더 강한 칼빵을 놓을 수 있게 되는 거야?
“나도 사실상 비체를 요리로 죽인 거나 마찬가진데 그렇다고 내가 상대하는 모든 어둠, 악 속성 보스한테 빛의 요리를 먹이지는 않잖아. 그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오, 납득이 갔어! 하지만 계약자의 요리를 적에게 먹일 수 있다면 확실히 효과가 좋지 않을까?
“난 그런 암흑 요리사 같은 전투 방식은 싫어.”
속성만 따지면 빛요리사라고 해야겠지만.
기준은 입맛을 다시며 일행과 함께 아지트를 샅샅이 뒤졌다.
연합에 속한 인간과 고블린들이 이곳을 빈번히 드나들고 있었다는 증거는 금방 찾을 수 있었고, 심지어 ‘공장’에서 초콜릿의 재료로 쓰이는 인간 중 아직 살아 있는 이도 찾아냈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그는 연합, 정확히는 코르의 인간 종족을 대표하는 길드 ‘유니온’에 속한 이였다.
“끝났군.”
“물론이냐.”
초콜릿 공장의 비참한 실상을 보곤 모자를 고쳐 쓰며 시선을 돌린 부츠가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이런 참사를 방관할 수는 없냐……. 손님에게 연합의 더러운 꼴을 보여 주게 되어 미안하냐.”
“별말씀을. 어디에나 있는 일이지.”
쓰게 웃으며 대꾸한 기준은 공장 내부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초콜릿 완성품들을 살폈다.
잠시 생각하다 뒤를 돌아보니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로라와 눈이 맞았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였지만―― 기준은 잠시 생각하다 부츠에게 재차 말을 걸었다.
“진정하고 들어 줬으면 하는데, 증거품으로 제출할 것을 제외하고 이것들을 챙겨도 괜찮을까?”
“그 아가씨 때문이구냐.”
놀랍게도 부츠는 곧장 로라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맞아.”
역시 눈치채고 있었나, 조금 놀라면서도 얘기가 쉬워져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기준.
부츠는 로라를 돌아보더니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콜릿을 처분한다고 희생자가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냐. 흡혈귀에게 피해를 입은 것은 피차 마찬가지, 아가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정도야 얼마든지 내주겠냐.”
“고맙군.”
“주, 준 님! 저 때문에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이곳에서 죽어 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저는―― 우욱.”
로라가 말을 잇다 말고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아마 이 초콜릿 공장을 보고, 겪고, 새삼스레 여태껏 자신이 먹어 온 초콜릿이 만들어진 과정에 생각이 미쳤던 것이리라.
기준은 대량의 초콜릿들을 인벤토리에 챙기곤,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 주며 나직이 속삭였다.
“로라, 너를 물었던 카르밀라와 같은 흡혈귀들이 이 초콜릿을 만든 거다. 희생된 이들에게 죄책감을 품고 있다면, 생리적인 혐오감이 든다며 거부하는 대신 네 전력을 위해 냉정하게 이걸 섭취해. ――그리고 그렇게 얻은 힘으로 그만큼 많은 흡혈귀를 죽여 버리면 그만이야.”
희생자의 넋을 기린다며 초콜릿으로 묘지라도 만든다면 거기에 의미가 있을까?
아니, 그럴 리가.
사람들은 이미 죽었고 돌아오지 않는다.
남은 초콜릿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면, 그 결과로 로라가 살아남아 강해질 수 있다면.
보다 많은 흡혈귀를 죽일 수 있게 된다면.
기준은 얼마든지 초콜릿을 그녀에게 먹일 것이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위버멘쉬의 길이었다.
“준 님…….”
로라는 흔들리는 표정으로 그를 마주했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푸르렀으나, 그 안에 희미하게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것이 무척 매혹적이고도―― 무척, 섬뜩했다.
순간 그녀를 자신이 지켜야 할 파티원이 아닌, 자신을 노리는 사냥꾼으로 인식하고만 기준은 눈을 두어 번 깜박여 헛된 감정을 털어 버렸다.
그러곤 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니면 역시 내 피가 좋은가?”
“아, 아닙니닷!”
당장이라도 갑옷을 벗을 듯한 태도를 보이는 기준에게 기겁하며 소리를 지른 로라가 양쪽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대꾸했다.
“초콜릿을, 받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기준이 로라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물러나는데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지혜가 불쑥 중얼거렸다.
“카사노바…….”
“뭐라고?”
“아뇨, 이제 오빠한테서 파티장의 관록이 묻어 나온다고요.”
“그러냐, 좀 부끄럽네.”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이던 기준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루시가 없는 동안 더욱 예리하게 갈고 닦은 그의 기감이 멀리서 접근해 오는 이들을 감지하고 있었다.
“서두르는 게 좋겠는데.”
“이미 챙겨야 할 것들은 모두 챙겼냐. 저들이 날뛸 것을 대비하면 상황을 다른 이에게도 알리는 게 좋겠냐――.”
“물론, 현장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확인했고 이미 투리스의 영주에게도 알렸습니다.”
그럼 됐다.
기준이 고개를 끄덕여 준 다음 순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 무너진 공장 안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진입했다.
중앙에는 디맨더의 고블린 종족 대표 허니펍이 있었고, 양옆으로는 수인 대표와 오크 대표 역시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멋들어진 정복을 입고 있는 집단은…… 기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후회하게 될 거라고 했죠, 염인. 자, ‘기사단’ 여러분. 당장 저들을―― 부츠?!”
기준을 발견한 허니펍이 핏기 어린 눈을 뜨며 짓씹듯 내뱉다 말고는, 기준의 옆으로 걸어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보며 몸을 비틀거렸다.
그를 보며 경악한 것은 허니펍뿐만이 아니었는데, 재밌게도 수인 대표와 오크 대표는 놀라는 한편으로 안심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아주 재미있는 의뢰였냐, 허니펍.”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부츠가 입술 끝을 비틀어 웃었다.
“이 용감한 친구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에 먼저 나와 얘기를 나누어야 할 거냐.”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잘 모르겠군요, 부츠. 지금은 당신이 실패한 의뢰보다 저 범죄자의 구속이 더 중요합니다!”
“구속은 없냐.”
“큭……!”
단호히 선언하는 부츠.
고블린보다도 작은 덩치의 그였으나 허니펍을 비롯해 장내의 모든 이가 그에게 압도되는 것을 보면, 과연 캐트시가 부츠의 권위와 명성에 힘입어 디맨더의 다섯 대표 종족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허니펍은 그에게 압도되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이 보였으나―― 곧 다시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입을 열었다.
“이 인간은 연합에 속한 이들을 멋대로 해치고 부지에 침입했으며, 연합의 자산인 그리핀을 훔쳐 다루기까지 했습니다! 범죄자란 말입니다!”
“푸하하하하하하!”
기어이 웃음을 참지 못한 부츠가 크게 웃음소리를 냈다.
길드의 요인들 뒤로 자리하고 있던 정복 차림새의 집단, 허니펍이 이르길 ‘기사단’이 그의 태도에 움찔하며 저마다 무기를 붙들었다.
그러나 부츠는 처음부터 그들은 안중도 없었다는 듯 태연히 허니펍에게로 다가가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여긴 네 안방이 아니냐, 허니펍. 원래는 그렇게까지 우둔하지 않았는데―― 지금 네 앞에 있는 게 누군지도 까먹었냐?”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캐트시 부츠, 우리 연합의 발전을 막는 암적인 존재죠!”
“그리고 이 연합을 대표하는 다섯 명 중 하나이기도 하냐.”
“……핫?!”
허니펍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제야 부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부츠는 중산모를 고쳐 쓰고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부지에 침입하고 연합의 자산을 훔쳐? 연합에 속한 이들을 멋대로 해쳐? 아니냐, 허니펍. 대표인 내가 허락했냐.”
“부츠――!”
“연합 내부에 더러운 첩자 새끼들이 있는 것 같아서 준에게 의뢰했냐.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흡혈귀랑 오우거가 날뛰고 있었던 거냐. ――그럼.”
이 쓰레기들을 연합 안으로 끌어들인 건 누구냐.
연합을 내부에서 썩어 문드러지게 만든 것은, 누구냐.
부츠가 가만히 내뱉는 말에 허니펍은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캐트시는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번쩍이는 눈으로 허니펍을 노려보며 선언했다.
“허니펍, 멋대로 날뛰는 건 여기까지냐. 더 개수작을 부릴 것 같으면 내가 직접 연합을 해체해 주겠냐.”
“다, 당신…… 나를 협박한다고, 내가, 구, 굴할 줄…….”
“이제 닥치고 네 주인님한테 일러바치러 가냐. 얘기는 여기까지냐.”
허니펍은 부들부들 떨다 힘없이 돌아섰다.
기사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 작은 괴물을 따라 퇴장할 뿐.
그러나 수인 대표와 오크 대표는 그 자리에 남았고, 부츠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툭 내뱉었다.
“모두를 위해 굳이 방관의 책임은 물지 않겠냐. 하지만, 많이 양보해야 할 거냐.”
“……알겠다. 함께하지, 부츠.”
“우리도 물론. 속죄하는 의미에서 영지전을 지원하겠다.”
그렇게 연합의 다섯 대표 중 두 명이 간단하게 아군으로 붙었다.
인간 측 대표는 이미 죽었으니 사실상 3대1인 셈.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한 부츠는 기준을 돌아보며 눈을 찡긋했다.
“곧 귀찮은 일이 생길 거냐. 허니펍의 뒤에 있는 귀족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니 아마 한 번쯤은 심판대에 올라야 할 거냐. 물론 내가 옆에 있을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냐.”
귀족, 심판대.
이렇게나 증거가 명백하게 튀어나온 상황에서도 기준을 벌하겠다고 주장할 만큼 권세가 높은 귀족이 고블린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동기로 가장 적합한 것은 무얼까.
생각을 정리한 기준이 코웃음을 치며 부츠에게 확인했다.
“심판대에 오르는 건 나뿐인가, 아니면 저 고블린과 귀족도 포함인가.”
“마음에 쏙 드는 질문이냐! 당연히……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냐.”
기준과 부츠가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두 사람의 미소에 어린 살기는 서로를 향하는 것이 아니었으나 그렇기에 더욱 살벌했다.
그때 기준의 레타폰이 부르르 진동했다.
안 그래도 기분이 꿀꿀했던 터라, 만약 비체에게서 날아든 메시지라면 그녀라도 붙들고 얘기를 나누며 기분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메시지를 보낸 이는 비체가 아닌 비브였다.
[파트너(레타): 세력전――!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준 님! 지금 어디에 계세요!]“아.”
그제야 자신이 이번에도 비브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움직였다는 사실을 떠올려 낸 기준이 외마디 감탄사를 내지르곤 침묵했다.
그녀에게 모두 설명하기가 귀찮았던 탓이다.
차라리 일이 모두 해결된 후에 연락하는 게 비브도 마음이 편하고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메시지가 추가로 날아들었다.
[파트너(레타): 저도 준 님의 동료잖아요ㅠㅠ]아니, 울기 시작한다면 어쩔 수 없지.
전부 말해 주는 수밖에…….
* * *
코르에서 치러졌던 세력전은 전 그라티아는 물론이고 레타의 다른 국가에까지 널리 퍼지며 주목을 받았다.
그야 빛의 진영에 속한 종족이라고 주장하던 놈들이 사실은 오우거였음이 드러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보다도 주목을 받은 것은 그런 오우거 수십 마리를 상대로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싸워 결국 모조리 쓰러트려 버린 신수 사냥꾼 준의 존재였다.
더욱이 그는 화산을 폭발시켜 수백에 이르는 세력전 참가자를 통째로 리타이어시키기까지 했으니!
애초에 그가 코르로 온 목적이었던 이름 알리기는 그야말로 대성공, 신수를 사냥한 것이 단순한 운이 아닌 실력임을 그라티아 전역에 확실하게 인식시킨 것이다.
한편 고블린 허니펍과 대표를 잃은 인간들은 합심하여 기준을 매도하며 그가 연합을 상대로 뒤통수를 쳤다고 주장했다.
어디까지나 연합을 속이고 들어온 오우거들 때문에 연합과 맺은 계약을 어기고, 심지어는 아무 죄가 없는 인간 대표 크리스티앙을 죽였다며 그를 살인마로 몰고 간 것이다.
그러나 부츠를 위시로 하는 디맨더의 다른 대표들은 연합에서 고블린과 인간 세력을 완전히 축출하기로 결심을 굳혔고, 연합 내부의 부지에 있던 아지트의 존재를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다.
오우거가 처음부터 고블린과 한편이었다는 증거를, 인간들이 자청하여 흡혈귀들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증거를 드러내며 기준은 연합의 뒤통수를 치기는커녕 연합을 정상화시키고자 나머지 대표들과 합작했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준 님, 재판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그래. 귀족은 많이 오나?”
그렇게 해서 열리게 된 재판.
그것은 그라티아의 대귀족 중 한 명이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성사된 재판으로, 물론 그 사람이 바로 기존의 종족 길드 연합을 지원하던 귀족이었다.
“최상의 결과입니다. 국왕이 자리합니다.”
“후…… 그래.”
하지만 판이 너무 커진 상황에 어떻게든 기준을 살인마로 몰고 가려는 행동은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보였고, 기준이 세력전에서 벌인 활약이 워낙에 충격적이었던 탓에 결국 그라티아의 국왕까지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게 되었다.
허니펍은 기준만을 심판대에 올리고 싶었겠지만, 국왕의 존재로 인해 연합에 속한 고블린과 인간들 역시 그것을 피할 수 없게 된 것.
재판의 결과에 따라선 상황은 점입가경을 넘어 이판사판, 자칫하면 흡혈귀들의 그라티아 공습이 대대적으로 앞당기는 결과를 불러올지도 몰랐다.
“하긴 이곳저곳에서 흡혈귀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으니 국왕도 엉덩이가 뜨거웠겠지.”
“다른 귀족들이 듣는 데선 부디 발언에 조심해 주세요.”
“그야 물론이지.”
그러나 기실 이 시점에서 기준은 이미 그라티아 공습을 제법 훌륭하게 대비한 셈이었으니.
코르에서 흡혈귀들의 대대적인 움직임이 발각되고 그것이 그라티아 전역에 알려진 탓에 기겁한 영주들이 발 벗고 나서 자신들의 영지를 대대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여태껏 정체를 잘 감춰 온 흡혈귀들이 모두 들켰을 리는 없겠지만 활동은 크게 위축되었을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흡혈귀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습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절반 이상 날아간 셈.
부츠를 주축으로 한 연합 대표들이 대출혈을 감수하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니, 새삼 그 대범한 결정에 감탄할 따름이다.
“그럼 이제 우리만 잘하면 되겠어.”
“준 님!”
기준이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그에게 연락을 받고부터 계속 바쁘게 움직이던 비브가 그를 찾아왔다.
어째선지 단화 신은 고양이 나비냐도 함께였다.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어요! 완벽해요!”
“후, 난 첩보 활동을 하려고 신발을 받은 게 아니냐…….”
“증거?”
나비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고개를 갸웃하는 기준에게, 비브가 득의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초콜릿이요, 초콜릿.”
“초콜릿……?”
기준은 그게 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지만, 뿌듯해하는 비브가 귀여웠기에 일단 그녀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기로 했다.
재판은 그로부터 사흘 후에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