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99)
나 빼고 다 회귀자-99화(99/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99)
Chapter 19. 너도 이젠 – 3
“후후후…….”
벨라에게 지시를 받고 저녁부터 유니온 길드의 길드 하우스로 들어가는 길목 중 한가운데에서 잠복근무를 하게 된 예민 파티.
적들에게 들키지 않게끔 몰래 숨어 있어야 했지만, 그들 가운데에서는 여성의 음산한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후후후후…….”
“그…… 민이 누나?”
“쉿. 지금 잘못 건드리면 우리도 죽는다.”
예민을 어떻게든 진정시켜 보려는 은신을 목수가 다소 강하게 붙드는 와중에.
그들에겐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던 예민이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중얼거렸다.
“그랬단 말이지, 지혜 이년이 오빠를 만났으면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거지…….”
“그, 아직 준이 형일지 아닐지 모르는 거잖아요.”
결국 끼어들어 발언하고 마는 은신.
그러나 예민은 국자로 큰 냄비 안을 젓듯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대꾸했다.
“준이 오빠야, 확실해. 안 그러면 지혜가 우리한테 안 돌아오고 그 파티에 계속 머무를 리가 없잖아.”
“그건…… 벨라 씨한테 지시를 받았으니까.”
“차라리 퀘스트를 포기하고 말지, 그런 것 때문에 다른 파티에 들어갈 애는 아냐.”
“에헤이, 혹시 모르지. 엄청 잘생겨서 한눈에 반했을 수도 있잖냐.”
“……네? 혜 누나가, 반해요?”
목수가 던진 농담에 이번엔 은신이 세상이 끝나 버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목수는 자신의 방정맞은 입이 또 사고를 쳤음을 깨닫곤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농담이다! 농담이지, 그럼! 나도 준이 녀석일 거라고 생각해. 방패를 쓴다는 것도 그렇고 가면을 쓰고 다닌다는 것도 그렇고!”
“그렇지만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준이 형이 아니라면, 혜 누나가 정말 그 남자한테 반해서 우리 파티를 빠져나가려는 거라면…….”
“준이 오빠야.”
예민이 재차 단언했다.
“난 알 수 있어. 지혜가 그동안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해 오지 않은 게 증거야.”
“그게 어떻게 증거가…….”
“나보다 먼저 준이 오빠를 만났다는 걸 나한테 말하면, 내가 엄청 화낼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너무나 설득력이 높은 그 말에 은신과 목수는 동시에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차마 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긍정하자니 예민이 속 좁은 짠순이라고 말하는 셈이 된다.
아니, 그런데 본인도 인정하는 것 아닌가 지금?
“하지만 잘못한 거야. 어떻게든 오빠를 설득해서 같이 올 생각을 했어야지.”
서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예민.
내심 안도하는 은신을 일별한 목수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쪽에도 사정이 있지 않겠냐?”
“……그래요, 뭔가 이유가 있을 수도 있죠.”
고개를 끄덕인 예민이, 음침한 미소를 떠올리며 덧붙였다.
“오늘 오빠를 만나서 직접 확인해 보면 알겠죠. 그리고 이유가 납득가지 않으면…… 혜지는 죽을 거야.”
“신아, 나 얘 너무 무섭다…….”
“아저씨 말이 맞았어요. 건드리지 말걸…….”
이미 재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데다, 왜 기준이 아니라 지혜를 죽인다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두 남자는 더는 예민에게 태클을 걸지 못하고 그저 공포에 떨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던 중 은신이 묘안을 떠올렸으니, 바로 화제 전환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 괜찮을까요. 최강 씨…….”
“흡혈귀한테 협력할 만한 놈으로는 안 보였는데 말이지.”
옳다구나 하고 넙죽 그의 말을 받는 목수.
그 말에 현실로 돌아온 예민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지구의 대표는 두 명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포기하는 게 너무 빠르잖아요, 누나.”
“그래도 나쁜 놈은 아니잖아. 기왕이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면 좋지, 응?”
두 사람은 여전히 최강이 지구 인류의 대표 중 한 명으로서 버텨 줬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듯했지만 정작 예민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멍청하잖아. 게다가 날 볼 때마다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것도 짜증 나고.”
“그래도 이번에 보니 자제하려고 제법 노력하던데?”
“그러는 게 더 티 나는데 말이에요.”
“혹시 그냥 그놈이 싫은 거 아니냐?”
“네? ……아뇨, 그건 아니고.”
목수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잠시 생각하던 예민은 이윽고 그의 말을 부정하더니 덧붙여 말했다.
“덩치 큰 벌레가 눈앞에서 얼쩡거리면 귀찮고 짜증 나기야 하지만, 그렇다고 벌레를 대상으로 좋다, 싫다를 논하지는 않잖아요.”
“아예 사람으로 보지도 않는 거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목수에게, 예민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저 좋다는 사람들한테 일일이 관심을 주면 제 삶이 없어져요, 아저씨.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신경 쓰고 사는 거예요.”
감히 매력이 전설의 영역에 이르지 않은 이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더구나 이 말을 듣는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 호감도를 높이기까지.
감동한 목수는 양손을 들어 박수 치는 시늉을 했다.
“신아, 방금 민이가 한 말 적어 놔라. 나중에 나도 한 번 써먹어 보게.”
“누나, 아저씨.”
그때 은신이 진지한 목소리로 두 사람을 부르더니, 그들이 감시하고 있던 길드 하우스의 철책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안에서 싸우고 있는 것 같아요.”
“으응?”
“……확실히.”
목수가 고개를 갸웃하는 반면 예민은 곧장 소음을 잡아냈다.
남자의 고함 소리, 충돌음, 희미하게나마 느껴지는 마력의 유동까지.
“이 목소리…….”
“아.”
그중 남자의 목소리를 어째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녀보다 먼저 은신이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목수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둘 다 왜 그래, 누가 먼저 진입한 거냐?”
“아뇨, 내부에서 들고 일어난 것 같네요.”
“최강 씨예요!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은신이 누가 대꾸할 틈도 없이 그림자에 녹아들어 사라졌다.
남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이다 곧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가야겠구만.”
“작전 시각이 가깝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네요.”
은신의 고유 능력은 분명 뛰어나지만,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하고 나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완전히 숨는 것은 불가능.
결국 파티원들의 보조와 어그로가 있어야만 그가 제대로 활약할 수 있으니, 이대로 그를 내버려 두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콰앙!
그런데 두 사람이 철책을 넘어 유니온 길드의 사유지에 침범한 순간, 창고 건물로 보이는 곳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며 천장이 종잇장처럼 찢겨 하늘을 날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크게 일어난 불길이요,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미친놈처럼 웃통을 벗어젖히고 날뛰고 있는 남자 최강의 모습.
그 뒤로는 그의 파티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결집해 있었는데, 이미 많이 다쳤는지 개중 한 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철책 위에 매달린 채 그 광경을 보던 예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이도 저기 있네요.”
“망설일 것 없지, 바로 가자.”
“누구냐!”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유니온 길드원을 향해 몸을 날린 예민이 놈의 면상을 발로 짓밟고 착지하더니 굽으로 한 번 더 뭉개 버렸다.
“가요, 아저씨.”
“……그래.”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방금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로 유니온 길드를 포위하고 있던 병력도 어쩔 수 없이 행동을 개시한 모양이었다.
유니온 길드 내부에서도 길드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며 상황이 급격히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예민과 목수는 덤벼드는 이들을 적당히 상대해 주며 창고를 향해 뛰었다.
그러던 중 살기를 느낀 목수가 도끼를 앞세워 자신에게 날아드는 대검을 막아 냈다.
“누구냐!”
“흡혈귀 사냥꾼이다, 새끼야!”
곧장 스킬을 발동, 거세게 달아오르는 도끼를 힘차게 휘둘러 대검을 뿌리치며 목수가 일갈했다.
생각보다 훨씬 강한 힘에 뒤로 물러나며 주춤한 남자의 목에서 은색의 가시가 돋아났다가 사라졌다.
예민이 어느덧 놈의 뒤를 잡고 섬광 같은 찌르기로 목숨을 거둔 것이다.
“저쪽이다!”
“이쪽에도 있어!”
“하.”
이미 시체가 되어 버린 적의 목에서 검을 뽑아낸 예민은 바닥을 나뒹구는 적의 대검을 한 손으로 집어 마력을 주입하더니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놈들에게로 있는 힘껏 투척했다.
“흡――!”
“저년이――.”
―콰아앙!
예민의 마력이 담긴 대검이 폭발해 사방으로 수만 개의 파편을 쏘아 내며 무리를 모조리 쓰러트리는 것은 물론 근처의 건물까지 마구 무너트렸다.
획득 당시만 해도 레어 등급 스킬이었으나 예민이 유니크 등급까지 성장시킨 ‘폭탄화’로, 본래 튜토리얼에서 정체 모를 연금술사의 퀘스트를 히든 루트로 진행해야만 얻어 낼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이것도 1회 차 때 준이 오빠 덕에 알게 된 스킬이었지.’
위력은 발군인 반면 한 번 쓸 때마다 멀쩡한 장비를 하나씩 낭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지만――.
마력에 비례해 데미지가 상승하는 만큼 예민의 높은 마력을 활용하기 좋았을뿐더러, 이렇듯 전장에서 상대를 죽이고 노획한 물건을 그 자리에서 바로 무기로 써먹기에는 이만한 스킬도 없었다.
“아저씨, 가요.”
“으으음, 그래. 가야지.”
주저 없이 같은 인간들을 찔러 죽이고 폭사시키는 예민의 과단성에 새삼 튜토리얼 2회 차를 떠올린 목수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 회귀 같지도 않은 회귀에도 확실히 의미는 있었던 것일까.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신경 쓰지 마요, 아저씨.”
건물 안에서 튀어나오는 무리에게 방금 죽은 적에게서 노획한 물건을 폭탄으로 바꿔 또 던져 대며 예민이 말했다.
“유니온이 수도에서 완전히 개털이 된 지금 이 시점까지 길드 내부에 머무르면서, 우리를 침입자라고 부르며 대뜸 무기를 들이대는 놈들은 의심의 여지없는 ‘악’이에요.”
“그렇게 확신하고 움직일 수 있는 네가 난 참 존경스럽다. 역시 파티의 리더야.”
“그런가요…….”
예민은 그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른 파티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기준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전의 기준도 분명 누구보다 정의롭고 많은 이를 포용할 줄 아는 남자였지만, 결코 남들 앞으로 나서려는 이는 아니었다.
지금 그라티아 전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염인 준이라는 남자를 기준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그의 행보에서 이전의 기준과는 다른,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사람이 오빠가 맞다면―― 대체 만나지 못한 10년 동안 오빠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러나 이 자리에서 깊이 생각에 빠질 여유는 없었다.
두 사람은 곧 공장에 도착했고, 최강과 은신이 함께 수십 명의 흡혈귀를 상대하는 것을 발견했다.
“――아!”
수라장을 뚫고 공장에 진입하면서도 먼지 한 점 묻지 않은 말끔한 모습의 예민을 확인한 최강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외마디 감탄사를 내질렀다.
그러나 곧 적들이 그의 빈틈을 노리고 덤벼든 탓에 다급히 그것을 피해 몸을 날려야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최강의 다른 동료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고, 그 근처에 널브러진 다른 인간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예민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쓰러진 이들의 목에 나 있는 상처에 주목했다.
“설마 피를?”
“맞아! 이 빌어먹을 놈들―― 함께 유니온을 바꾸자는 말에 속았어!”
“말할 시간이 있으면 집중해요!”
최강의 말에 은신이 일갈하며 빠르게 움직여 적들의 공격을 막아 냈다.
유니온 내부에서도 코르에서 있었던 일로 소요가 있었고, 최강은 바보같이 흡혈귀들의 말에 속아 넘어가 놈들의 함정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결과 동료를 잃고 폭주했다――.
대충 그런 느낌으로 전개된 것이 아닐까, 역시 바보였다.
하지만 흡혈귀에 당해 죽어 가는 사람이 나오는 와중에 마냥 바보라고 놀릴 수도 없고, 예민은 한숨을 내쉬며 목수와 함께 그들에게 합류했다.
한편 흡혈귀들은 바깥에서 소란이 이는 것을 알면서도 여유작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바보가 알아서 불리한 곳으로 기어들어 오다니!”
“내게 불리한 곳 따윈 없어. 니케의 쌍익.”
―콰아아아아!
예민이 기습적으로 뽑아 날린 두 갈래 빛의 검기가 흡혈귀 무리를 훑어 내며 절반에 가까운 수를 소멸시켰다.
그녀의 스킬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또 빛의 힘을 품고 있는 만큼 가히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뭐, 뭐야!”
“빌어먹을, 이놈들도 그렇고 아까부터 대체――!”
영웅이라 불러 마땅한 예민의 신위에 주춤하며 물러서는 흡혈귀들.
그러나 놈들 가운데 일부는 예민이 불리한 전황을 극복하고자 첫수부터 다소 무리를 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우세해. 이놈들까지만 빨아 먹으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맞아, 여자의 마력이 약해진 게 느껴진다.”
“그리고 오늘은…… 보름달이 뜬 밤이지!”
그 말에 반사적으로 이끌렸음인가.
적아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의 시선이 뻥 뚫린 천장 너머로 드러난 밤하늘을 향했다.
흡혈귀들을 강하게 만드는 보름달.
대체 작전 날짜를 오늘로 한 건 누구냐, 예민이 이를 갈면서도 시선을 되돌리려던 그때――.
보름달을 가리는 태양이 떠올랐다.
크기는 다소 작지만 환하게 불타오르는 태양이었다.
“누구―― 핫!”
“서, 설마.”
섬광처럼 빛나는 두 개의 불덩어리가 허공을 가르고 쇄도해, 일행을 덮쳐 오던 흡혈귀 무리의 선두를 문자 그대로 갈아 버린 직후.
타오르는 태양이 그대로 바닥에 착지하며 묵직한 진동음을 발했다.
태양의 정체가 거대한 불 고양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너희들이 이렇게 어그로 끌면서까지 도망치게 하려던 놈들, 내가 다 죽였다.”
불 고양이의 등에서 사뿐히 뛰어내린,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남자.
그는 허공을 선회해 돌아온 불덩어리―― 두 개의 방패를 간단히 붙잡아 양팔에 장착하고는, 그 자리에 굳어 버린 듯 움직이지 못하는 흡혈귀들에게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개수작 다 나가리 됐으니까 이제 그냥 미친놈처럼 날뛰다 뒈지면 된다고.”
“이 개―새끼가――!”
“염인――!”
정말로 창고를 날려 버리고 최강을 상대로 날뛰던 것까지 흡혈귀 놈들의 작전이었던 것일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광분하며 덤벼드는 흡혈귀들을 본 남자는 피식 웃곤, 빛을 머금은 두 개의 송곳니로 놈들을 모조리 찍어 죽이기 시작했다.
그 말은 압도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학살이라는 표현도 미진하니―― 그냥 짓밟는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어울릴 듯했다.
절망적인 전력 차는 그 어떤 전략도 무효하게 만드는 법.
개미가 수십 마리가 됐든 수백 마리가 됐든 인간이 한 번 밟으면 다 죽어 버리듯 그렇게 놈들도 죽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
예민은 자신이 나름 목숨을 걸어야 헤쳐 나갈 수 있는 전황을 가뿐히 해결해 버리는 남자의 신위를 보며 조금 진이 빠졌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패배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었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니 실은 입을 열기 전부터 알았다.
“준이 오빠!”
자신이 10년 동안 간절히 찾아 헤매던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