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101)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101)화(101/247)
‘당연히 대공과 공작의 친분이라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뒤늦게 생각해 보니 왜 알아채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의아했다.
엘라드 공작가와 디아펠 후작가는 제국의 긴 역사만큼 유구한 내력을 가진 몇 안 되는 명문 귀족가였다.
당연히 오래전부터 서로 교류를 해 왔을 테고, 저택까지 이리 맞붙어 있으니 교분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하지만 공작에게 소꿉친구라니…….’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아서일까. 대공비가 디아펠 후작가의 장녀였다는 것을 진즉 알았으면서도 전혀 연관 짓지 못했다.
“싫어?”
“네?”
“장미, 정말 예쁜데…….”
그때 아스카르트의 서운해하는 목소리가 생각에 빠진 나를 일깨웠다.
내 침묵이 거절이라고 받아들인 것인지, 조금 전까지 화사했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금세 처연한 분위기로 바뀐 미소년의 모습에 놀란 동시에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심심치 않게 페이룬트 공작 부인에게 저택에 오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카우트 개념이었다.
이렇게 순수한 의미로 집에 놀러 오라고 초대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망설이던 나는 승낙을 구하듯 공작 부인을 바라보았다.
마침 초조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던 공작 부인이 내 표정을 곤란해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는지 서둘러 말했다.
“대공자, 곧 후작님께서도 오실 텐데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네요.”
“……!”
공작 부인의 말에 나는 숨을 들이켰다.
후작저에 가지 못하게 될까 봐 서운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분도 오시는구나!’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후작은 아스카르트의 외할아버지가 아닌가.
그의 부모님도 먼 벨루스 공국에서 졸업식을 보러 오는데, 하물며 후작은 같은 제국 안에 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가 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후작이 전쟁의 위험이 있는 왕국들과의 접경지인 디아펠령을 지키는 영주라 오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실제로 막내아들에게 작위를 넘기기 전까지 수도에 오는 일이 거의 없던 분이었다.
‘후작님…….’
내 머릿속에 흰머리가 성성함에도 지팡이를 쥐고 언제나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니는 노인이 떠올랐다.
테렌치움의 본부였던 카페를 맡고 있을 때, 주기적으로 방문하던 그분은 내 과거의 생에 유일하게 가깝게 지낸 귀족이었다.
“후작님께선 며칠 뒤에 오시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때 아스카르트의 담담한 답을 들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외할아버지를 후작님이라고 부르지?’
하지만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다시 거절하기가 어려웠는지 공작 부인이 나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가 또 내 마음을 오해할까 싶어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저, 가고 싶어요! 가도 될까요?”
내 말에 놀란 듯 공작 부인이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카르트도 환하게 웃었다.
“다이애나와 함께 와도 좋고, 혼자 와도 좋아!”
“으음…… 식사 준비가 얼추 끝났을 텐데, 이만 들어갈까요?”
그때 어색한 미소를 띤 공작 부인이 다시 말했다.
다 함께 다이닝룸으로 향하던 나는 문득 의아해졌다.
아무리 손님이라지만 아들 사랑이 지극한 공작 부인이 루치오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내내 아스카르트만 신경 쓰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왜 자꾸 쳐다보는 거야!’
사실 처음 마차에서 내릴 때부터 볼에 와 닿는 루치오의 시선을 느꼈다.
그가 아스카르트를 보는 거라고 생각하며 애써 모른 척했지만.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공작 부인과 대화를 나누는 아스카르트를 보면, 역시 나를 보고 있는 것이 맞았다.
‘굳이 불러 세우지 않는 걸 보면 딱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괜히 의식해서인지 점점 더 시선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지만,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루치오가 나를 직접 부르지 않는 이상 결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겠노라고.
결과는 다행히도 성공적이었다.
* * *
“하암.”
점심 만찬이 끝난 오후.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새어 나온 하품에 찻잔을 들던 루치오의 눈길이 아스카르트에게 닿았다.
“피곤하면 이만 돌아가 쉬지 그래.”
“고, 공작 부인께서 저녁까지 들고 가라 하셨잖아. 예의가 아니지.”
“억지로 자리를 지키는 건 예의인가.”
루치오의 날 선 말투에 아스카르트는 움찔했다.
“……억지로는 아니야. 조금 피곤해서 그렇지.”
“어제는 바로 기숙사로 돌아갔잖아.”
“으응. 일찍 누웠는데 잠이 잘 안 와서.”
머쓱하게 말한 아스카르트는 민망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어젯밤 모든 짐 정리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누운 그는 왠지 모를 설렘을 느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정말 감사해요, 대공자님.〉
배시시 웃는 그 아이를 다시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기 때문이다.
덕분에 평소 신경 쓰지 않던 머리나 옷가지도 세심하게 살폈다.
“이상해. 어린애가 귀여워 보인 적은 없었는데.”
아스카르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루치오가 멈칫한 줄도 모르고, 아스카르트는 생각에 빠진 채였다.
잃어버린 여동생이 떠올라서인지, 아니면 트라우마인지.
그는 아카데미에서 스쳐 지나가는 영재원 아이들을 볼 때면 언제나 그를 무겁게 짓누르는 죄책감과 슬픔에 시선을 돌리기 일쑤였다.
알렌이 만날 때마다 자랑하던 여동생 다이애나도 루치오와 닮은 것이 신기했을 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리아는 달랐다. 내리깐 긴 속눈썹이나 보들보들해 보이는 볼 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순한 눈을 깜빡이며 저를 올려다볼 때는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지금까지 스스로 머리가 나쁘다거나 특별히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축제가 끝나고서 리아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해 봐도 잘 생각나지 않아 곤란했다.
루치오에게 리아는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어봤지만, 무심한 성격의 친구가 제 여동생의 하녀 안부까지 알 리가 없다.
당연하게도 대체 그깟 걸 왜 궁금해하냐는 듯한 싸늘한 눈빛과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오늘은 꼭 자세히 봐 두려고 했는데.’
또 돌아서면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아서, 마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식사하는 동안에도 눈을 떼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떠올리려고 하니 아이의 이목구비가 흐릿했다.
아스카르트는 조금 답답해졌다. 당장 다이애나의 낮잠을 재우러 간 리아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저녁 시간까지 버티려고 했는데, 어젯밤 이루지 못한 잠이 몰려왔다.
“하……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다.”
졸업식까지 마치고 벨루스 공국으로 돌아가면 제국에 방문할 일은 요원할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리아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착잡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도 모른 채, 리아와 함께 벨루스 공국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아스카르트는 생각했다.
리아는 마력은 물론 마법사가 될 자질도 충분했다. 더욱이 고아 아이들을 위한 체제가 잘 정비되어 있는 공국이기에 아이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공국의 기사단장인 비앙카와도 안면이 있으니 적응하는 데도 쉽지 않을까?
“정말 잘해 줄 자신 있는데.”
탁.
그때 테이블에 찻잔을 날카롭게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아스카르트가 고개를 드니 루치오가 무섭게 가라앉은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히 노려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얼굴이었지만, 아스카르트는 특유의 해맑은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 너도 피곤해?”
그의 대답을 들은 루치오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지만, 아스카르트는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만일 아스카르트가 조금만 더 세심했다면 그가 공작 부인의 초대를 아주 기쁜 마음으로 응했을 때부터 루치오의 심기가 불편해졌고, 방문 전 꽃가게에 들렀을 때는 불편을 넘어 불쾌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스카르트는 그다지 눈치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졸업식만 끝나면 바로 공국으로 가는 건가.”
“그렇지. 아무래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시니까. 공국을 오래 비워 둘 수도 없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벨루스 공국은 제국에서 독립권을 얻은 강력한 국가 중 하나로 대공 부부가 한동안 자리를 비워도 어떤 일이 생길 만큼 약한 나라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스카르트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얼마 전 그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모님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공국을 떠난 뒤로 부모님과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빨리 오시길 기대하다가도 조금 천천히 오셨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그의 복잡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치오가 짧게 말했다.
“빨리 오셨으면 좋겠군.”
“…….”
아스카르트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 * *
바다 위로 햇빛이 찬란하게 부서졌다.
파도가 치지 않는 잔잔한 바다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안온했다.
“우욱!”
그때 어울리지 않는 소리와 함께 평화가 깨졌다.
“부인!”
“비전하!”
공국을 떠나 배에 오를 때부터 만성으로 달고 사는 두통에 힘겨워하던 대공비였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한 뒤에도 계속 객실에서 끙끙 앓다가 갑판으로 나온 그녀는 아름답게 빛나는 겨울 바다를 즐기지도 못하고 울렁거리는 빈속을 게워 냈다.
과거에는 멀미라곤 모르는 건강 체질이었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고 시름에 잠겨 있던 몸은 극도로 약해져 있었다. 게다가 공국과는 다른 제국의 서늘한 겨울 날씨까지.
과연 제국까지 가는 긴 여정을 그녀가 버텨 낼 수 있을지, 대공은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불안하고 두려운 시선으로 아내를 바라보던 대공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배 안에 텔레포트를 설치해 놨으니 지금이라도 대공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