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102)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102)화(102/247)
“싫어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대공의 말을 튕겨 내듯 대공비가 빠르게 거부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단호한 말과 달리 그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창백했다.
“부인…….”
그녀의 답을 이미 예상한 듯 대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랫동안 칩거하던 아내가 어떤 결심으로 성을 나섰는지 알기에 그 고집을 꺾는 것이 쉬우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담담하게 다시 설득을 시작했다.
“긴 여행입니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아스카르트는 이해할…….”
“알아요. 그래서 싫어요.”
“…….”
“아스카르트도 내 아들이에요. 혼자 제국에 보낸 것도 마음이 쓰였는데 졸업식은 참석해야죠.”
거기까지 말한 대공비는 더 이상 말하기 힘든 듯 고개를 돌려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를 바라보던 대공과 시녀들, 그리고 비앙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특히나 제국행을 고대하며 잠시나마 들떴던 비앙카는 대공비의 모습을 보자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아 견디기 힘든 심정이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대공비는 저렇게 새카맣게 죽어 생기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밝고 당당하며 언제나 반짝거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9년 전, 갓 태어난 대공녀를 잃어버리며 그녀는 완전히 변했다.
그리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은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다.
아주 조금도.
* * *
“리아, 이제 그만 보고 와서 앉아. 디저트가 모두 준비됐어.”
나는 후작저의 온실에 피어 있는 분홍 장미들을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아스카르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온실 한가운데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 위로 따뜻한 코코아와 다디단 디저트들이 보였다.
자리에 앉자 맞은편의 아스카르트가 영롱한 연두색 눈동자에 웃음기를 띠며 물었다.
“매일 보는데도 그렇게 좋아?”
“네. 너무 예뻐요. 향도 좋고.”
정말이었다. 루치오와 아스카르트가 돌아온 뒤 벌써 며칠째 후작저에 방문해 꽃구경을 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아가씨도 함께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다이애나도 공작 부인처럼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었다.
후작저의 온실은 쌀쌀한 바깥 날씨와 달리 따뜻한 데다, 공작성의 유리온실을 떠올리게 해서인지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참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 공녀는 루치오랑 외출했다고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며칠간, 루치오는 본격적으로 업무를 인수인계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다.
그런데 웬일로 오늘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그가 동생들에게 수도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제안했다.
다이애나는 물론이고, 요즘 얼굴 보기 힘든 알렌까지도 들뜬 기색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만큼은 다이애나의 곁을 떠나 있기로 했다.
‘모처럼 남매들끼리 좋은 시간을 보내는 때도 있어야지.’
매일 가족들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거나 티타임을 가질 때 끼어드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 했다.
게다가 지금 나는 다이애나가 없어도 홀로 외롭게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후작저에 와서 아스카르트와 예쁜 꽃도 구경하고 달콤한 디저트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아펠 후작가의 저택은 무인 가문 특유의 웅장하면서도 위엄 있는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반전으로 이렇게 화사한 장미꽃이 만발한 온실이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고.’
어쩐지 겉모습만 무뚝뚝하고 속은 다정했던 디아펠 후작이 떠오르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 이거 먹어 봐.”
아스카르트가 클로티드 크림과 라즈베리 잼을 듬뿍 바른 스콘을 내게 내밀었다.
직접 먹여 주고 싶다는 의사가 강하게 들어간 듯 코앞까지 온 스콘에, 나는 거절할 생각도 못 하고 얼른 와앙, 하고 입을 벌려 크게 베어 물었다.
“하하.”
아스카르트가 그런 나를 보고 즐겁다는 얼굴로 웃었다.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게 언제든 놀러 와도 좋다고 했던 말이 진심이었는지, 아스카르트는 나를 볼 때마다 정말이지 사르르 녹는 것 같은 미소를 지어 주었으니까.
그가 나를 귀여워하고 있다는 것쯤은 일찌감치 눈치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붉어지는 볼을 감출 수는 없었다.
민망한 마음에 코코아를 벌컥 들이켜자, 생각보다 뜨거운 온도에 콜록거렸다.
“괜찮아? 뜨거운데 그렇게 급하게 마시면 어떡해.”
바로 손수건으로 내 입가를 닦아 주며 아스카르트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죄, 죄송해요.”
“사과를 들으려던 게 아니라…….”
생리적인 눈물이 고여 그렁그렁한 눈을 한 채 겨우 말하자, 아스카르트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물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을 망설이듯 입을 달싹였다.
그 모습에 의아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갸웃하는데, 문득 온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대공자님, 누가…….”
“너를 보면, 잃어버린 여동생이 생각나.”
불현듯 아스카르트가 한숨처럼 말했다.
놀란 나는 하려던 말도 잊고 “……네?” 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스카르트가 울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나도 내가 이상하다는 거 아는데…….”
“…….”
“자꾸만 생각이 나. 여동생이 있었으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고, 네가 꼭…….”
“오라버니!”
그때 단정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진한 갈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활짝 웃으며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스카르트를 보며 반갑게 외치는 소녀가 누군지 나는 알고 있다.
지난번에 황궁에서 보았던 아스카르트의 사촌 여동생이자 디아펠 후작의 외손녀인 클라라 앰버였다.
“벌써 며칠 전부터 후작저에 머물고 계셨다면서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한창 반가워하는 얼굴로 다가오던 클라라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너는…….”
내게 와 닿는 시선에 왠지 모르게 긴장한 나는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엘라드 공녀의 하녀로구나. 그런데 네가 왜 여기에…….”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제멋대로 굴다니. 클라라, 백작 부인께 그리 배웠니?”
나를 보며 의아해하는 얼굴로 말을 잇던 클라라가 멈칫했다.
나 역시도 옆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아스카르트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날 선 서늘함이 맴돌았다.
새삼 조금 전 들려온 목소리가 정말 아스카르트가 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온실 안에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어색하게 눈치만 보고 있는데 불현듯 아스카르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미안.”
“저는 괜찮…….”
“어서 앉자.”
“……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미안하다고 운을 띄우기에 당연히 이만 돌아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심지어 클라라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스카르트는 그 애가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나를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 다 먹지 못했잖아. 모두 널 위해 준비한 것인데.”
“아니, 아니에요. 대공자님. 저는 이만 가 볼게요.”
결국 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스카르트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서둘러 굳어 있는 클라라에게도 묵례를 한 뒤 빠르게 온실을 빠져나왔다.
* * *
바람처럼 사라지는 리아의 뒷모습을 보며 아스카르트는 주먹을 꽉 쥐고 클라라를 쏘아보았다.
클라라는 그의 사나운 눈빛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가 못내 자존심이 상한 듯 표정을 굳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라버니.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건데, 왜 그런 표정이세요. 역시 제가 바로 오라버니를 뵈러 오지 않아서 언짢으셨던 거죠?”
“하!”
아스카르트는 날카로운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클라라는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느새 리아가 앉아 있던 맞은편 자리에 가 앉았다.
“하지만 오라버니, 다른 사람 앞에서 그리 저를 무안하게 하시면 어떡해요. 사람들이 오해하잖아요. 오라버니가 저를 미워한다고.”
상냥하게 웃는 클라라의 모습에서 문득 아스카르트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여동생인 앰버 백작 부인과 그녀의 딸 클라라는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날이 점점 잦아지던 때를 기점으로 벨루스 공국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외할아버지인 디아펠 후작이 영지를 오래 비워 둘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그를 대신해 앰버 백작 부인에게 방문을 권유한 것이 요인이었다.
비록 그리 가까웠던 자매는 아니지만, 마음의 병을 낫게 하는 데에 남보단 친정 식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긴 것이었다.
하지만 아스카르트는 갑자기 나타나 대공성을 제집처럼 누비는 앰버 백작 부인도, 저보다 4살 어린 사촌 여동생의 존재도 그저 낯설고 어색할 뿐이었다.
그래서 클라라가 저와 친해지고 싶은 듯 자꾸만 찾아와 귀찮게 굴어도 모른 척, 방 안에만 머물며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몇 해가 흘렀다.
12살, 이른 사춘기까지 찾아와 한창 예민해진 아스카르트는 대공성에 백작 부인과 클라라가 돌아다니는 것이 전보다 더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이 터졌다.
〈너 뭐야. 네가 왜 이 방에 있는 거야.〉
〈오라버니?〉
〈들고 있는 그거 당장 내려놔. 그건 내 동생 거란 말이야!〉
〈어차피 쓸 사람도 없는데, 내가 쓰면 안 돼? 나도 오라버니 동생이잖아.〉
매해 여동생을 위해 부모님이 사 놓은 귀한 장신구를 온몸에 주렁주렁 달고 예쁜 인형까지 품에 꼭 안은 클라라가 천진하게 말했다.
그 순간 아스카르트의 눈이 뒤집혔다.
〈누가 내 동생이야? 넌 내 동생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