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125)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125)화(125/247)
내 물음에 두 사람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
‘역시 그렇구나.’
문득 오래된 기억 속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국경 지대에서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잭이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귀환하던 모습이었다.
제국의 3대 기사이자 소드 마스터인 잭은 평민들의 희망이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태양 아래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잭과 달리 이미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었다.
‘맞아. 음지에서 활동하던 내가 대공녀라니, 역시 어울리지 않는…….’
“우리 아가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구나.”
그 순간이었다.
이불을 움켜쥔 내 손 위로 크고 따뜻한 손이 올라왔다.
“넌 그저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아이인 것을.”
멈칫하며 대공을 바라보고 있자, 대공비가 슬픈 눈으로 물었다.
“아가, 너야말로 실망하지 않았어?”
“네?”
“엄마가…… 딸도 알아보지 못하는 바보라서 말이야.”
“아니에요!”
나는 화들짝 놀라 큰 목소리로 부정했다.
“실망이라니……. 그런 걸 할 리가 없잖아요.”
나도 모르게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대공비의 눈도 촉촉해졌다.
“나도 그래. 네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말렴.”
“……네에.”
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대공과 대공비가 미소 지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 속상해하고 슬퍼했으면서…….
가족이란 게 대체 무엇이기에, 절대로 낫지 않을 것 같던 마음의 상처가 미소 하나로 이리 빠르게 아무는지.
“그럼 이제 불러 주지 않으련? 엄마, 하고.”
“아빠! 아빠라고도 불러 다오.”
“어…….”
그때 갑작스러운 요청에 나는 당황해 입을 벌렸다.
잠이 든 대공비에게 충동적으로 ‘엄마.’라고 불러 본 적은 있지만, 막상 다시 부르려니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듯 대공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다. 천천히 해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쉬워하는 표정이라 조금 눈치가 보였다.
그러자 화제를 바꾸려는 듯 대공비가 물었다.
“부모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니?”
“네?”
“음,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이면 좋겠다든가, 이런 걸 해 주면 좋겠다든가 그런 것 말이야.”
“아! 있어요.”
나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답하기 쉬운 질문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밝아지는 대공비의 얼굴을 보자, 그 순간 나는 또다시 들떠 버렸다.
신이 난 목소리가 머리를 스치지 않고 흘러나왔다.
“제가 실수해도 화내지 않고, 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많이 먹지 않을 테니까 먹을 것도 주고, 가끔이라도 좋으니 칭찬을…….”
그리고 바보같이 떠들던 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순간 아차 했다.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하다.
‘아무리 약 기운에 몽롱하다 해도, 정말 어릴 때 보육원에서나 하던 생각을 그대로 말하면 어떡해!’
내가 당황하여 눈치를 살피자, 대공비가 다급히 굳은 표정을 풀며 웃어 보였다.
“그런…… 그런 거 말고 다른 건 없어?”
“……동화책이요.”
어쩐지 간절하게 느껴지는 목소리에 나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실토했다.
실은 밤마다 공작 부부가 동화책 읽어 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는 다이애나의 모습이 언제나 부러웠노라고.
한참이나 말이 없던 대공과 대공비는 내 새끼손가락에 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다 낫고 나면 매일 동화책을 읽어 주마.”
“……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다정하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빠의 손을 잡고 잠이 드는 아주 행복한 꿈을 꾸었다.
* * *
작은 소리에 혹여나 아이가 깰까, 숨까지 멈춘 채 조용히 문을 닫은 대공 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럼에도 딸을 찾은 것이 기쁘고 감사해서.
그렇게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부부는 옆방에 잠든 아스카르트까지 확인한 뒤, 후작저의 응접실로 나왔다.
마침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한 남자가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대신관님.”
그리 부르자마자 라에즐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대공은 얼른 호칭을 정정했다.
“죄송합니다, 대현자님.”
“정말 낯부끄럽게 내 입으로 그리 불러 달라 말해야겠어? 안 그래도 신전 놈들이 날 찾아다녀서 조마조마해 죽겠는데. 내가 끌려가 봐야 아주 속이 시원하지!”
툴툴거린 남자는 딱딱한 표정의 대공비를 힐끗 보았다.
“대공비께선 여전히 화가 나신 모양이네.”
“……전하께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도 알고요.”
남편과 제가 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머리카락 색이 분홍색이라는 것뿐이었다.
그 단서 하나로 전 대륙을 뒤지며 분홍 머리인 아이들을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그럼에도 수년 넘게 찾지 못했다.
그렇기에 아이의 머리카락 색이 분홍색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녀는 정말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로 안다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겠지. 보아하니 아이에게 적잖이 상처를 준 것 같던데.”
골리듯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는 라에즐과 그런 그를 노려보는 대공비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대공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그보다 벌써 외양을 바꾸실 수 있게 된 겁니까?”
여전히 머리카락은 새하얬지만, 라에즐은 어느새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젊은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리아에게서 느껴지는 마기 때문에 신성력 회복이 더디다며, 후작저로 따라오지 않고 공작가에 방을 내놓으라 했던 사람이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엘라드 공작저 말이야. 어쩐지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기운이 좋더라니, 잠깐 쉬었을 뿐인데 신성력이 금방 차오르더라고? 그래서 어차피 해야 할 이야기, 서둘러 하자 싶어서 온 걸세.”
어깨를 으쓱인 라에즐은 바로 표정을 바꾸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럼 바로 본론. 이제 대공녀를 납치한 이들이 그들이라는 게 확실해졌네. 더러운 마기가 넘실대는 그 환술, 악마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니까.”
“이미 예상했던 것 아닙니까. 돈을 노린 납치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지. 그래서 나는 대공녀가 죽었을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거든.”
아무렇지 않게 리아의 죽음을 입에 올리자 대공 부부가 눈을 부릅뜨고 라에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봐? 당연한 거 아니야? 그들은 대공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어. 게다가 대마법사의 딸이자 방대한 마나를 가진 아기라니. 너무 탐나는 제물 아닌가.”
“그 얘기는 그만…….”
“왜 죽이지 않았을까.”
라에즐은 턱을 괴고 미간을 좁혔다.
“이해가 안 가. 죽이지 않을 거면 아이를 빌미 삼아 대마법사인 자네를 이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귀찮게 환술 같은 것을 걸어 놓고 내다 버렸는지.”
“내다 버리다니, 그 말씀은 듣기가 거북한…….”
“자네, 내가 오기 전부터 아이를 봤을 거 아냐. 외양 마법이라든가 세뇌 같은 마력의 흔적을 느끼지 못했나?”
선을 간당간당하게 넘나드는 라에즐에 정신이 다 혼미했지만, 대공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느끼지 못했습니다. 정신 계열 마법은 무척이나 고난도의 마법이라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대마법사라 불리는 그조차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건, 시전자의 마력이 그보다 월등히 높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진 제가 성을 비웠기 때문에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깨달았습니다. 제가 있었다면 아마 죽을 각오를 하고 격전을 벌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대공은 자신이 아이를 지켜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하지 못했다.
남편의 말을 들은 대공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우리가 아드리아나를 찾은 걸 알고 또 노리면 어떡하죠?”
안 그래도 대공 역시 고민하고 있던 문제였다.
그래서 아이를 찾는 일에 안으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면서, 밖으로는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은밀하게 물밑에서 움직였으니까.
그런데 이제 대공녀를 찾았노라 세상에 공표하면, 아이를 표적으로 삼았던 이들이 어찌 나올지 쉽사리 예상할 수 없었다.
“만일 또 우리 아이를 잃는다면…… 전 살 수 없어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파르르 떨리는 대공비의 손을 단단히 잡은 대공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냉정한 빛이 어렸다.
“이번에는 꼭 지킬 겁니다. 그리고, 내 딸을 아프게 한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할 거예요.”
부부가 리아를 납치한 이들에게 최대한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내리겠노라, 결심하는 사이 소파에 거의 눕듯이 기댄 라에즐이 말했다.
“일단 내일 아이를 데리고 내게로 와. 제대로 보고 확인해 봐야겠으니.”
“……리아를 살려 둔 이유가 있다고 확신하시는 거군요.”
“그래. 그리고 언제까지 그 환술을 뒤집어쓴 채 살 수 없잖아? 정화 작업을 해야지. 워낙 강력해서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 말에 멈칫한 대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대…… 현자님. 대공성에 방문하시면 네 번째로 가장 좋은 방을 내드리겠습니다.”
“이럴 땐 보통 그냥 가장 좋은 방을 내주지 않나? 처자식 없는 사람 서럽게. 그리고 부를 거면 한 번에 부를 것이지, 멈칫거리긴 왜 멈칫거려!”
“그게 습관이 돼서…….”
멋쩍게 웃는 대공을 보며 라에즐은 고개를 저었지만, 더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아주 오래전부터 “대신관님!” 하고 저를 따르던 해맑은 소년이 깊은 슬픔에서 벗어난 날이었으니까.
* * *
그리고 그 시각, 공작저.
“으아아아악!”
엘라드 공작이 머리를 부여잡고 괴성을 질렀다.
“어떻게…… 어떻게 그 착한 리아가! 그 스텔라의 딸일 수 있어!”
……공작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