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166)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166)화(166/247)
보는 이를 아찔하게 하는 매혹적인 미소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멍해진 내 표정을 어찌 해석했는지 루치오가 물었다.
“못 믿겠어? 불러서 왜 그랬는지 확인시켜 줄까?”
“됐어요!”
나는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굳이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루치오의 말을 듣는 순간, 짚이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간 루치오가 아스카르트를 통해 보내 준 모든 것들을 숨 쉬듯이 누리던 내가 아닌가.
오늘 아침에만 해도 잠에서 깨기 위해 제국까지 챙겨 온 민트 차를 마셨다.
‘심지어 목욕 후에 입는 가볍고 보송보송한 샤워 가운조차……!’
〈리아, 이거 네가 입을래? 루치오가 착각했나 봐. 여성용으로 보낸 거 있지?〉
……수치심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평소 엄마가 아빠와 아스카르트에게 눈치가 없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할 때도 고개를 끄덕이며 ‘좀 그런 편이긴 하지.’ 하고 공감했는데!
‘하지만 그런 걸 대체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루치오가 내게 그런…… 그런 마음을 품었다고 말이다.
솔직히 지금도 얼떨떨하고 확신이 가지 않았다. 아마 직접 입으로 듣지 않는 이상 믿지 못할…….
“리아?”
그때 땅만 쳐다보던 내 시야에 루치오의 얼굴이 쑥 들어왔다.
사람을 홀릴 것만 같은 수려한 이목구비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나와 눈을 맞추려고 허리를 숙이고 있던 루치오가 다정하게 물었다.
“그럼 이제 화는 풀린 거야?”
끄덕끄덕.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대충 얼버무리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또 웃었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때였다.
“그럼 이제 내 화도 풀어 줘야지.”
한순간 웃음기가 사라진 루치오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닦달하듯 물었다.
“어떻게 내게 한 번을 편지하지 않았지? 나와 한 약속을 어긴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쳐. 하지만 그렇게 고마웠다는 말만 남기고 가 버리면 끝인가?”
“…….”
“넌 내가 궁금하지도 않았어? 잘 지내는지, 어떻게 사는지.”
“……다이애나에게서.”
나는 목소리가 떨려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소식 자주 들었는걸요.”
“…….”
내 대답에, 할 말을 잃은 듯 침묵하던 루치오가 왈칵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넌 내가 잘 지낸다고 생각했어?”
그의 표정을 보자 왠지 모르게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하.”
그러자 루치오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너는, 내가 널 보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도 못 했다는 거구나.”
“……!”
“보고 싶었다.”
그리 말한 루치오가 조심스럽게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널 만나고 싶어서, 당장이라도 배를 타고 벨루스에 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그걸 내가 무슨 심정으로 참았는데…….”
완전히 헛수고였군.
나지막이 덧붙이는 말에, 파드득 정신을 차린 나는 뒤로 물러나 그의 손길을 피했다.
“지, 진짜 왜 그러는 거예요?”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당연하죠!”
“거짓말.”
코웃음을 친 루치오가 내가 멀어진 만큼 다가왔다.
그리고 한 발짝 더.
어느새 내 앞에 바짝 다가선 루치오의 은발이 내 이마 위로 드리워졌다.
그가 내 귀에 대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내가 왜 이러는지.”
“…….”
“정말 모르겠다고 해도 괜찮아. 그럼 답을 맞힐 때까지, 계속 날 생각하게 될 테니까.”
그것도 나쁘진 않아.
귓가를 간지럽히는 중저음의 미성에 머리가 팽글팽글 도는 것 같았다.
당장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데,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가야 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때였다.
아래에서 긴 나팔 소리가 울렸다.
무도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 * *
“제국의 위대하신 황제 폐하와 황후 폐하께서 드십니다!”
“1황녀 전하와 2황자 전하께서 드십니다!”
입장을 알리는 시종의 우렁찬 목소리에 세르핀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금세 곧 마주하게 될 귀족들을 떠올리며 표정을 다 잡았지만, 불쾌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제 소개 뒤로 함께 불리는, 지금도 가당치 않게 제 옆에서 걷고 있는 니콜라스 때문이었다.
‘천박한 사생아 주제에.’
감히, 황제와 황후의 적녀인 자신과 나란히 서다니.
당장이라도 뺨을 내려치고 싶어 손끝이 저릿했지만, 세르핀은 가까스로 충동을 참아 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체통을 지켜야 하기도 했고, 근래 무섭게 세력을 넓히는 니콜라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태어나 지금껏 자신이 차기 황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어찌하여 제 자리를 위협당하는 상황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존심이 상했지만, 세르핀은 그럴수록 더욱 고개를 치켜들었다.
“제국에 무한한 광명이 있기를!”
연회에 참석한 귀족 모두가 일제히 움직여 가운데를 터 만든 길을 당당히 걷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차오르는 만족감에 희미하게 미소 지은 세르핀은 고개를 숙인 귀족들과 타 왕국의 사신들을 흐뭇하게 훑었다.
그때, 유독 꼿꼿이 서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벨루스 공국의 대공과 대공비였다.
“…….”
황제와 황후를 제외하고는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두 사람이니, 그들이 제게 예를 갖출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르핀의 눈썹이 작게 꿈틀거렸다.
특히 꼴도 보기 싫은 분홍 머리의 대공비가 몹시 거슬렸다.
‘저 여자 때문에.’
니콜라스를 비롯해 별궁에 처박혀 있는 더러운 피들이 저와 같은 황족이랍시고 살고 있다.
세르핀은 저도 모르게 피어오른 살의를 누르기 위해 손톱이 박히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리 거슬려도 벨루스 공국을 건드릴 수는 없다.
대마법사인 벨루스 대공과 마탑의 마법사들, 그리고 마력석 광산까지…….
작은 공국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강력한 부와 힘을 가졌기에 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장 위협적인 만큼, 더욱 가까이해야만 했다.
가볍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세르핀은 언짢아하는 표정 대신 화사한 미소를 지으려 했다.
그러나 벨루스 공국과 좋은 관계를 맺겠다는 마음은 10초도 되지 않아 산산조각 났다.
세르핀의 눈빛이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대체 왜 저 둘이 같이?’
습관처럼 연회장 안을 훑으며 루치오를 찾아낸 세르핀의 시선이 루치오와 나란히 선 벨루스 대공녀에게 닿았다.
비록 리벤 왕국에서의 거절로 드높은 자존심에 금이 갔지만, 그렇기에 세르핀은 루치오가 더욱 탐이 났다.
그래서 돌아오면 다시 한번 그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제안을 생각하던 차였는데.
‘벨루스 대공가와 엘라드 공작가, 두 가문의 교분이 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들의 가족이 연회장 중앙에 모여 있는 것과 달리, 입구 근처에 따로 서 있었다. 마치 조금 전까지 둘만 따로 시간을 보낸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공작 부인과 다이애나 외에 다른 여성의 에스코트를 한 적 없던 루치오의 팔에는 대공녀의 손이 올라가 있었다.
심지어 둘이 미리 맞추기라도 한 건지, 섬세한 은사가 수놓아진 옅은 회색 재킷에 남색 셔츠를 받쳐 입은 루치오와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대공녀의 차림새가 조화롭게 어울렸다.
연회장 안의 귀족들도 두 사람을 보고 놀랐는지, 아닌 척하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들을 흘긋거리고 있었다.
“모두 고개를 들라.”
그때였다. 황제의 명에 곧장 고개를 든 대공녀와 눈이 마주친 것은.
제 살벌한 눈빛에 겁을 먹은 듯 대공녀가 움찔하는 걸 보며 작게나마 승리의 쾌감을 느낀 것도 잠시.
“……!”
세르핀의 눈이 크게 뜨였다.
루치오가 저와 대공녀를 번갈아 힐끗 쳐다보더니, 대공녀의 귓가에 무어라 작게 속삭였기 때문이다.
저도 모르게 드레스를 움켜쥔 세르핀은 분노와 굴욕에 젖은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오랫동안 지켜보았기에, 그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지금 대공녀에게 밀어를 속삭이는 루치오 엘라드는 평소 그녀가 알던 냉철하고 완고한 엘라드 소공작이 아닌, 그저 열렬한 사랑에 빠진 청년이라는 것을.
* * *
세르핀과 눈이 마주친 나는 등줄기에 소름이 확 돋았다.
금빛 자수로 장식된 새빨간 드레스를 차려입은 세르핀은 그야말로 만개한 장미꽃처럼 아름다웠지만, 살기 어린 눈빛은 날카로운 가시처럼 금방이라도 살갗을 찔러 피를 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게 어떤 위협도 가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 강렬한 적의에 몸이 움츠러들 정도였다.
“신경 쓸 것 없어.”
그때 루치오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동시에 세르핀의 눈빛이 한층 더 매서워졌다.
나는 어이가 없어 뾰족한 눈으로 루치오를 바라보았다.
차마 말로 하지 못해 눈으로 욕하는 걸 느꼈는지, 그가 다시 속삭였다.
“벨루스 대공가는 적으로 돌릴 수 없으니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을 거야.”
그래, 그건 나도 동감한다.
설사 황녀의 눈이 뒤집혀 날 건드리려 한대도 그대로 당해 줄 생각 역시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부러 자극할 필요는 없잖아!’
루치오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심한지, 어린 하녀에게도 날을 세우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세르핀의 눈에 내가 어찌 보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겨우 테라스에서 루치오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벗어났다고 안도한 것이 우스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신경 쓰이는 것은 세르핀만이 아니었다.
나팔 소리를 듣고 다급히 연회홀로 돌아왔을 때, 루치오와 함께 등장했단 사실만으로 귀족들의 의미심장한 시선들이 쏟아졌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족들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기어이 후작령에서 다시 수도로 올라오신 할아버지의 얼굴은 이곳이 전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흉흉했고, 눈을 크게 뜬 채 굳은 아빠와 입을 떡 벌린 엄마까지.
‘겨우 입장만 같이했을 뿐인데…….’
경악한 가족들의 반응을 보니, 말로 설명하기 힘든 민망함이 밀려오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니까 따로 들어오자니까!’
괜히 고집을 부리던 루치오가 얄미워 홱 노려보자, 그가 무슨 문제 있냐는 듯 ‘왜?’ 하고 입 모양으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