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168)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168)화(168/247)
* * *
다음 날.
“아이고…….”
나는 다 죽어 가는 목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젯밤 무도회의 여파가 너무 큰 모양이었다.
“그러게 마사지를 받고 주무셔야 한다고 했잖아요.”
“어쩔 수 없었어. 씻는 것도 피곤해서 바로 쓰러져 자고 싶었는걸.”
내가 훌쩍이며 말하자,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보던 제인이 얼른 목욕 준비를 하며 손이 야무진 하녀를 불러왔다.
“으아아……!”
따뜻한 물을 채운 욕조에 들어갔다 나온 뒤, 단단하게 뭉친 팔과 다리에 마사지를 받기 시작하자, 입에서 절로 앓는 듯한 신음이 튀어나왔다.
“많이 아프세요? 하긴 어제 춤을 일곱 곡이나 추셨다니, 근육이 뭉칠 만도 하죠.”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나는 못내 자존심이 상해 입술을 삐죽였다.
나름 고된 훈련도 거뜬히 이겨 내는 체력이었는데, 설마 이렇게 춤으로 근육통을 앓을 줄이야.
하지만 이건 니콜라스 그 미친 작자가 춤을 다섯 번이나 연달아서 신청한 탓이었다.
〈대공녀, 저와 한 곡 더 추지 않으시겠습니까?〉
〈예? 또요?〉
〈설마 벌써 힘드신 건…….〉
〈아니, 아닌데요?〉
〈괜찮으니 제게 살짝 귀띔해 주시면 춤 신청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아니라니까요? 곡이 시작했네요. 어서 추죠!〉
도대체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길래!
어차피 ‘영예의 춤’이라 거절할 생각도 없었는데, 왜 그리 사람을 시험하듯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모르겠다.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눈을 부릅뜨고 살벌한 기세로 노려보는데도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만 짓던 니콜라스를 생각하니 열이 뻗쳤다.
게다가 가족들 못지않게 잔뜩 날이 선 눈빛으로 나와 니콜라스가 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보던 루치오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 춤을 추는 것이 몇 배는 더 힘들었다.
“아악!”
그때 종아리 근육에서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예전에 홀로 진통제를 삼키며 근육통을 다음 날의 훈련으로 풀어야 했던 것을 생각해! 그때에 비하면 이건 복에 겨운 호강…….’
“아아악!”
마인드 컨트롤을 해 보려 했지만, 당장 들이닥친 고통에 눈에서 별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내 눈에 고인 눈물을 본 제인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어쩌면 좋아. 후작님과 대공 전하와는 추시지 말지…….”
“흐윽, 어떻게 그래.”
나는 울적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제 1시간이 훌쩍 넘도록 홀을 누비느라 완전히 기진맥진해졌지만, 심기가 단단히 상한 할아버지와 시무룩한 얼굴의 아빠를 차마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장장 일곱 번의 춤을 춘 덕에, 가족들이 루치오는 까맣게 잊었는지 왜 함께 입장하였냐고 묻거나 추궁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수고했어. 이제 나가 봐.”
어느 정도 몸이 풀어진 것 같아 나는 하녀에게 보너스를 챙겨 주겠다고 말한 뒤 방에서 내보냈다.
곧바로 제인이 내가 평소 애용하던 샤워 가운을 가져왔다.
이를 본 나는 순간 흠칫했지만, 애써 모르는 척 가운을 여미며 물었다.
“그래서, 바깥 상황은?”
“예, 전하의 예상대로…….”
곧바로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는 제인을 보자 꼭 부하에게 보고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 묘해졌다.
테렌치움은 대륙 전체에 뻗은 거대한 길드였던 만큼 내부에서도 간부 아래 조직과 조원들이 무수히 많았다.
그중에서도 마스터의 직속이나 다름없는 일급 요원 역시 조장을 맡아 조원들을 거느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못 미더웠던 건지, 아니면 고립시키려고 했던 건지.”
“예?”
“아무것도 아니야.”
설핏 드는 생각을 털어 내며 제인의 보고를 들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구나.”
환영 연회 때는 그래도 귀족들 사이에서만 소란이 일었을 뿐이었는데…….
하긴 엘라드 소공작의 에스코트를 받고, 차기 황제 후보로 이름을 올린 니콜라스와 영예의 춤까지 추었으니.
이제 제국에서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나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는걸요? 오늘 아침에 황궁 감옥에 구금된 사람에 비하면 찬양 일색이니 그리 낙심하지 마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제인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설명했다.
“글쎄, 전하께서 알아보라고 하셨던 프티에 백작가의 영식 말이에요. 폐하께서 아침마다 산책하시는 후원에서 만취한 채로 발견되었다지 뭐예요?”
“뭐?”
“전날 무도회에서 술을 잔뜩 먹고 길을 잘못 들었나 봐요. 어디서 넘어졌는지 손목은 부러져서 너덜너덜하고, 무엇보다 바지에…….”
거기까지 들은 나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버트가 생각보다 일을 훨씬 더 잘해 줬다.
‘어떻게 케니스를 황제가 아침 산책을 즐기는 황궁 후원에 데려다 놓을 생각을 했지?’
제가 아끼는 후원에서 방뇨까지 한 것으로 의심되는 케니스 프티에를 본 황제가 얼마나 격노했을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게다가 괜히 내 이름을 언급할까 봐, 금언 마법까지 걸었으니 변명도 제대로 못 하는 케니스는 답답해 미칠 지경일 것이다.
“아무튼 프티에 백작이 아들을 구명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다나 봐요.”
“으음, 그렇구나.”
하지만 무엇으로 황제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까. 심지어 가문의 상황도 좋지 않은데.
그리 생각할 때였다.
“아무래도 백작이 보관하고 있던…….”
제인이 다시 은밀히 목소리를 낮췄다.
대수롭지 않게 듣던 내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제국에 방문한 목적인 ‘성물’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 * *
한편.
그동안 감청당할지 모른다며 리아가 막아 놓았던 제국과 벨루스를 잇는 통신구에 오랜만에 불이 들어왔다.
아스카르트, 이례 없는 비상사태다!
네가 친우라고 칭하던 놈들이 모두 우리 리아를 노리는 도둑놈들이었어!
조용히 넘어갔다고 안도한 리아의 예상과 달리.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선대 디아펠 후작과 벨루스 대공이 공국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한 아스카르트는…….
“마검사단 긴급 소집!”
제국행 배에 오를 준비를 시작했다.
* * *
흠칫.
“왜 그러니, 리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막 엘라드 공작저로 들어서던 나는 공작 부인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몸을 부르르 떤 것을 보았는지, 엄마와 뒤에 있던 제인이 득달같이 물었다.
“추워? 감기 기운이 있는 거니?”
“전하, 얼른 후작저에 가서 외투를 가져올까요?”
나는 얼른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한 것이 확실히 공국과 달리 제국의 가을은 다른 것 같았다.
“역시 어제 무리한 게…….”
그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던 엄마가 문득 물었다.
“혹시 몸이 안 좋아서 친구의 경기도 보러 가지 않은 거야?”
“그건 아니에요. 오늘은 원래 공작저에 방문하려고 했거든요. 경기야 어차피 내일 결승전이 있으니까.”
“정말 자신만만하구나.”
“당연하죠. 잭은 분명 우승할 거예요.”
나는 웃으며, 조금 전 예선 경기를 위해 공작저를 떠나던 잭과 마주쳤을 때를 떠올렸다.
응원과 함께 오늘은 구경을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미안해하며 말하자, 잭은 괜찮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잭은 조금 침울한 기색이었다. 이유는 예상대로였다.
〈저기, 리아. 어제 말이야, 너 2황자 전하와…….〉
〈맞아. 영예의 춤을 추었어. 당연히 내일 우승할 네가 추었어야 했는데, 얼마나 화가 나던지!〉
〈……그랬어?〉
기가 죽은 모습으로 묻는 잭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나는 잭의 팔을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잭. 네가 춤추자고 하면 거절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영예의 춤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단호하게 말하자, 잭이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어차피 다이애나에게 춤을 추자고 말하지도 못할 거면서…….
그래도 편을 들어 주니 좋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다이애나는 에이든과 나갔다고요?”
“그래. 어제 예선 경기를 빼놓고 갔다고 페이룬트 공자가 단단히 삐졌다며 일찍 나서더구나.”
내가 제국에 온 이후로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원래 에이든과 다애애나는 매일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꼭 붙어 다닌다고 공작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역시 다이애나의 선택은 에이든인건가, 생각하던 나는 문득 어제 니콜라스가 왜 다이애나가 아닌 내게 춤을 권했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얼른 고개를 저었다. 어쩐지 깊게 파고들면 피곤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님, 절 찾으셨다고 들었는데 어디가 불편하신 건가요?”
“공작 부인! 대공 전하께서 오셨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때 마침 내가 기다리던 이들이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잘 왔어요. 불편한 곳은 없고, 대공 전하가 아니라 대공비 전하와 대공녀께서 오셨답니다.”
공작 부인의 말에, 두 사람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엘라드 공작가의 주치의인 바르도 자작과 수석 마법사 텔린이었다.
* * *
공작 부인과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며 의미심장하게 웃던 엄마가 먼저 응접실로 향한 뒤.
나와 제인은 바르도 자작과 텔린의 안내를 받아 스플레시아를 키우는 온실로 향했다.
제국에 와서, 한 번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야 방문하게 되었다.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질 때였다.
“대공녀 전하께서 약초학에 식견이 높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아빠가 온 것이 아닌 걸 알고 실망해 한숨을 푹푹 내쉬는 텔린을 의식한 걸까.
자작이 분위기를 환기하듯 말을 걸었다.
“식견은 무슨, 그냥 관심 정도라네. 주로 성에서만 지내다 보니,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었을 뿐이지.”
“그래도 스플레시아의 존재는 간단한 약초학 서적을 한두 권 읽어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걸요.”
자작의 말에는 틀린 데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원래 스플레시아는 전설에나 나오는 희귀한 약초다.
‘한때 공작 부인을 살린 약초라며 잠깐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고.’
“흥. 대공녀 전하께서 스플레시아를 모르실 리 있겠습니까? 그를 위해 벨루스 공국에서 얼마나 많은 마력석을 수입해 오는데요. 재배에 필요하다며 마탑에 와서 연구에 필요한 최상급 마력석을 몇 번이나 뺏어 가고……!”
그때 가만히 있던 텔린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바르도 자작, 제가 몇 번이나 말하는 거지만 그땐 하늘이 도와 기적이 일어난 거라니까요. 별 효과도 없는 풀떼기에 그 귀한 마력석 낭비 좀 그만하십시오!”
“뭐, 뭣? 풀떼기? 낭비라니!”
곧바로 자작이 얼굴이 붉히며 반박했지만, 텔린은 스플레시아를 두고 ‘마력석을 잡아먹는 괴물 같은 풀’이라고 깎아내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스플레시아가 단순히 해독초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헛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일 마법사인 텔린이 스플레시아의 진짜 정체를 안다면 절대로 저런 말은 못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