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169)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169)화(169/247)
제인이 바르도 자작과 텔린에게 내 존재를 알리듯 작게 기침을 한 뒤에야, 자작은 얼른 입을 다물었고 텔린은 호소하듯 말했다.
“대공녀 전하, 각하께 좀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 쓸데없는 풀떼기보단 마탑에 투자를 하는 게 훨씬 더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요.”
“이 무식한 마법사야, 모르면 말을 하지 마! 대공녀 전하, 스플레시아는 정말로 귀한 약초가 맞습니다. 지금은 완벽한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 실험 중인 것뿐. 물론 마력석의 가격이 몹시 비싸긴 하지만…… 아무래도 마력석이 비싸면 비쌀수록 스플레시아의 품질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만…….”
혹여나 정말 마력석을 아깝게 여기고 공작에게 말을 할까 걱정이 되는지 자작이 내 눈치를 보았다.
나는 자작을 안심시키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심 놀랐다.
그녀의 가설이 꽤 사실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자작은 스플레시아에 주입되는 마나의 질이 중요하다는 걸 몰랐을 텐데.’
9년 전, 라에즐을 통해 나에 관한 기억이 지워진 공작가와 후작가의 사람 중에는 바르도 자작도 있었다.
그것은 곧 공작 부인을 살리던 당시 마나를 직접 주입하며 스플레시아를 키워 낸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이었고, 결과적으로 기억이 지워진 자작에게 남은 것은 해독제의 조제법뿐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같은 조제법으로도 원하는 수준의 해독제를 만드는 것에 실패하자, 자작은 다시 원천인 스플레시아 재배 연구에 눈을 돌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순도가 높은 상급의 마력석을 주입시킨다면, 앞으로 더 큰 효과를 내는 스플레시아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예전에 내가 만든 것과 같은 해독제는 만들지 못하겠지.’
“여깁니다, 대공녀 전하.”
그때 별관 뒤에 마련된 온실에 도착했다며 바르도 자작이 알려 왔다.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선 나는 눈앞의 광경에 멈칫했다.
무수하게 피어난 스플레시아의 분홍빛 꽃잎들이 마치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 일제히 흔들렸다.
동시에 설산의 매서운 바람이 불며 뺨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눈을 깜빡이며 아래를 내려다보자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눈 덮인 땅이 보였다.
내 발치에 눈 사이로 피어난 작은 풀 하나가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자 그를 기점으로, 하얀 눈이 녹고 초록빛 들판이 드러나며 어느새 분홍색 꽃이 주변 가득 피어났다.
눈 앞에 펼쳐지는 꿈처럼 아름답고도 선명한 광경은, 환상이되 환상이 아니었다.
“으윽.”
나는 망치로 가슴을 후려치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전하!”
“대공녀 전하, 왜 그러십니까!”
제인과 자작이 깜짝 놀라 나를 양쪽에서 붙들고, 텔린과 온실에 있던 의원들도 당황한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그러진 표정을 숨기기 위해 손에 얼굴을 묻는 것이 전부였다.
〈신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단다. 악마의 분노를 사 죽임당한 사람이지. 나는 아무래도…….〉
귓가를 파고드는 날 선 이명과 함께 머릿속에 라에즐의 목소리가 빙빙 맴돌았다.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신전 내에서도 최고위 사제만이 알고 있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동시에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러니까, 내가 정말…….’
악마의 힘을 훔친 자.
인류 최초의 마법사, 스플레시아였다.
* * *
성마 전쟁이 있기 전, 고대.
마계를 지키던 악마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신이 되기를 꿈꿨다.
그는 마물을 이끌고 인간들의 땅에 올라와 전쟁을 일으켰고 질병과 공포, 피와 눈물로 세상을 다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악마는 자신의 힘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악마는 그의 힘을 훔친 인간을 빠르게 찾아냈다.
바로 악마의 힘, ‘마나’를 심장에 담은 최초의 인간이자 최초의 마법사 ‘스플레시아’였다.
스플레시아는 인간 중에서도 보기 드문, 아주 맑은 영혼을 지닌 소녀였다.
악마는 그 소녀를 죽이면 제 힘이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했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로 그리했다.
하지만…… 이미 사라진 그의 힘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가 남긴 해독초, 소녀의 이름을 딴 스플레시아 때문이었다.
소녀는 자신에게 힘이 생긴 것도 알지 못한 어리석고 약한 인간이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얼어붙은 땅에서 피어난 풀에 마력을 불어 넣고 강한 마법을 부여했다.
이 세상의 사람들이 마물의 독에서 해방되기를…….
질병과 상처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더는 아픈 사람이 없길 바란 소녀의 간절한 기도가 평범한 풀을 해독초로 승화했다.
악마는 세상을 가질 수도 있는 자신의 강한 힘으로 소녀가 한 것이, 제게 대적하거나 마물을 죽이는 것이 아닌 고작 약초를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하찮은 풀이라 비웃었던 약초가 인간들에게 마나의 씨앗을 품게 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날부터,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힘을 가진 이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스플레시아로 생명을 건진 자들 안에 내재되어 있던 마나가 ‘오러’로, 때로는 ‘마력’으로 발산된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스플레시아의 죽음을 슬퍼하며 신에게 기도한 인간들 중, 마물의 독에 중독되지 않은 이들에게서 신성력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신성력과 영혼의 순수성을 꿰뚫어 보는 눈을 부여받은 성녀가 마침내 악마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성마 전쟁의 발발이었다.
* * *
스플레시아.
마나를 인류에게 전달한 매개체인 동시에 악마의 힘을 훔친 사람의 이름.
‘그리고 내 전생.’
나는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라에즐이 전생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며 걸어 준 신성술의 여파로 잠깐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일어나 보니 공작가의 온실이 아닌 후작저의 침실이었다.
“하아…….”
왠지 두통이 이는 것 같아 나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이마를 짚었다.
라에즐은 내가 차고 있는 악마의 영혼석에 봉인된 힘, 정확히는 악마의 마나가 내게 흡수되는 것을 보며 말했다.
〈나는 아무래도…… 네가 신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 정확히는 삭제된 인간 ‘스플레시아’의 환생인 것 같구나.〉
처음에는 어째서 전설 속 해독초의 이름이 나오나 했다.
우연이라기엔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는데 라에즐의 설명을 모두 듣고선 웃음만 나왔다.
동시에 스플레시아가 희귀한 해독초가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나만큼이나 강한 치유 마법과 함께 순도 높은 마력을 주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상급 마력석을 이용해 마나를 주입한다고 해도, 나의 마나가 아니라면 전설 속에 등장한 그 해독초와 같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미 라에즐의 말을 통해 내 정체를 예상한 지 오래였는데도 새삼 충격이었다.
기절하기 전 보았던 장면들로 인해, 더는 내가 악마에게 죽임당했던 그 스플레시아의 환생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였던 건가. 정말로 날 미워해서?”
이미 한 번 죽인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옆에 두고 괴롭히고 싶었을 만큼?
그 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울컥 올라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때였다.
“아드리아나?”
“아가, 정신이 들었니?”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엄마와 아빠가 일어난 나를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
“몸은 어때, 괜찮아?”
“저는 괜찮아요. 많이 놀라셨죠?”
“당연한 소릴. 네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아빠는 심장이 다 철렁 내려앉았단다.”
“죄송해요.”
나는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가족들을 걱정시킨 것도 미안하고, 엘라드 공작가에도 민폐를 끼친 것 같았다.
“저런. 우리 딸이 또 아빠를 속상하게 하는구나.”
그때 침대 옆에 앉은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어. 그러니 그런 표정 짓지 말렴. 마음이 아프구나.”
“……네.”
아빠의 말에, 왠지 모르게 전생의 나까지 위안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조금 슬펐다.
아빠가 말한 그런 표정이란…….
‘어릴 때의 내 모습을 연상시키는 표정일 테니까.’
겨우 가족과 재회한 이후.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와 할아버지는 모두 내가 매일 행복하고 또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랐다.
그리고 내가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거나 주눅이 들고 조금이라도 우울해하면, 나보다 더 속상해하며 마음 아파했다.
나는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를 통해 가족들도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들 앞에선 부러 더 밝고 명랑한 모습만 보이려 애썼다.
일부러 응석받이처럼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더 이상 내 안에 어떤 슬픔이나 결핍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프고 외로웠던 기억을 지우지 못했다.
모든 과거를 없는 셈 치며 잊고 싶기도 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내 목에는 여전히 악마의 영혼석이 걸려 있었기에.
‘그래서 라에즐의 당부에 안도했었지.’
가족들이 내가 두 번째의 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슬퍼할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
이런 비밀을 숨기는 것이 미안하고 속상했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힘든 것보단 훨씬 나았다.
애써 울컥 올라오는 마음을 누르고 웃어 보이자 그제야 표정이 풀린 아빠도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때 엄마가 말했다.
“다행히 의원들이 몸에 다른 이상은 없다더구나. 다만 기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것 같다고 해.”
“그래요?”
“응. 역시…… 어제 그 2황자 때문에 무리한 걸까? 계속 눈총을 주어도 모른 척 널 붙들고 있더라니.”
어느새 엄마가 이를 으득 갈며 음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장이라도 황실에 항의서를 보낼 것 같은 살벌한 표정이라 나는 얼른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