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175)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175)화(17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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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에 도착한 우리는 마중을 나온 시종을 따라 황제궁으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클라라에게 니콜라스에 관한 변명이나 정정을 할 틈은 없었다.
클라라가 소지품 검사를 받기 위해 궁인들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나는 신분 때문인지 아니면 황제의 편애였는지 황실 마법사가 쳐 놓은 결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간략하게 검사가 끝났다.
“대공녀 전하, 그럼 응접실로 안내해…….”
“아니. 나는 여기서 내 사촌을 기다리도록 하지.”
은근슬쩍 나와 클라라를 떨어뜨려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먼저 황제를 보러 가자는 시종의 말에, 나는 작게 코웃음 쳤다.
그렇게 클라라의 검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 잠시 후.
“클라라……?”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클라라가 잔뜩 지친 얼굴로 나타났다.
내가 깜짝 놀란 얼굴을 하자, 옆에 있던 시종이 작게 속삭였다.
“건국제 기간이라 검사가 더 철저하게 이루어진 모양입니다.”
그러니 나는 황제에게 특혜를 받은 것이라는 걸 유념하라는 은근한 조언이었다.
나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하며 클라라를 맞이했다.
“클라라, 고생했어.”
“고생은 무슨. 황제 폐하를 뵙는 건데 조금의 소홀함도 있을 수 없지.”
다행히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도 클라라의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황제궁에서의 모든 경험이 즐거운 듯 눈만큼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하긴, 평범한 귀족 영애가 황제궁에 초대받는 경우는 드무니까.’
그때 클라라의 눈동자에 의아한 빛이 서렸다.
“그런데 아드리아나, 너는 벌써 끝난 거야?”
중간에 따로 떨어졌으면서도, 내가 저와 똑같은 검사 과정을 거쳤으리라 철석같이 믿는 눈치였다.
괜한 신경전을 벌이기 싫어 나는 서둘러 말했다.
“응. 그보다 어서 가자. 폐하께서 기다리시겠어.”
다행히 클라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종을 따라 걷다 보니 눈앞에 거대하고 화려한 문이 나타났다.
우리가 왔음을 알리자 곧바로 육중한 문이 열렸다.
“드디어 왔구나, 허허허! 오느라 수고했다.”
소파에 기대어 있던 황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우리를 반겼다.
‘굳이 일어날 필요 없는데.’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나는 이를 감추며 황제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뒤이어.
“앰버 백작가의 클라라가 제국의 태양이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클라라의 인사에 황제가 턱을 쓸었다.
혹시 그가 클라라를 무시하며 무안하게 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음, 그 앰버 백작 부인의 딸이로군.”
황제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클라라가 “제 어머니를 아세요?” 하고 물었다.
황제가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답했다.
“당연히 알지. 과거에는 황궁에도 자주 방문해 짐을 여러 번 우롱하였는데 어찌 모르겠어.”
“우, 우……!”
차마 우롱이라는 단어를 내뱉지 못한 클라라가 손으로 입을 다급히 틀어막았다.
그런 클라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황제가 내게 말했다.
“뭐 별것은 아니었단다. 대공비가 짐에게 마음이 있다고 해 헛꿈을 꾸게 만든 것뿐.”
그리 말하며 웃은 황제는 나와 클라라에게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다.
얼떨떨해하며 소파에 앉자 시종들이 차와 온갖 티푸드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공비가 좋아하던 디저트로 준비하라 했는데, 네 입맛에는 어떨지 모르겠구나.”
황제가 친히 건네는 마들렌을 받아 든 나는 눈치를 보며 클라라를 힐끗 쳐다보았다.
클라라는 마치 지금 제가 당한 수치를 내가 꾸미기라도 했다는 듯,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에 나는 조금 억울해졌다.
‘아니, 내가 백작 부인이 황제에게 밉보인 것까지 어떻게 아냐고!’
다행히 클라라는 곧바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황제는 그때부터 클라라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클라라는 얼굴을 붉힌 채 자리를 뜨지도, 섣불리 입을 열지도 못하고 병풍처럼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했다.
나는 그제야 황제가 일부러 클라라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클라라가 나와 함께 입궁하는 바람에 자신의 계획이 어그러졌으니 나름의 화풀이를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앰버 백작 부인에게 앙심이 남아 있던 것도 같지만.’
나는 새삼 백작 부인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설마 자매가 되어서 자신의 언니가 황제를 싫어하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겁도 없이 거짓말을 하며 궁에 드나들다니.
어째서 엄마가 백작 부인의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흔들고, 할아버지가 한숨을 내쉬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오래전 망국이 된 페르딘 제국의 태후가 쓰던 루비 브로치란다.”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는 사이, 황제가 지치지도 않는지 열두 번째 보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는 자리를 옮겨 황제의 보물고를 구경하고 있었다.
잔뜩 상기된 황제의 표정에 절로 떨떠름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조금 전, 응접실에서 마들렌을 먹는 날 보며 헤벌쭉 웃는 황제와 그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는 클라라 사이에서 몹시 어색했던 나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려 했다.
바로 황제가 보낸 선물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티아라를 들고 있던 시종에게 눈짓하자마자 황제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제 막 도착했는데, 급하기도 하구나. 짐의 선물이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
〈예? 그런 것이 아니라…….〉
〈하기야 선물은 받는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그래서 말인데, 네가 직접 골라보는 건 어떻겠느냐? 오찬 전까지 시간이 있으니 내 보물고를 구경하러 가자꾸나.〉
처음에는 당연히 농담일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자기 보물 창고를 그리 쉽게 보여 준단 말인가.
하지만 황제는 언제나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음, 아무래도 보석은 별로인가 보구나. 하긴 네 어머니도 보석에는 관심이 없긴 했지.”
황제가 내 안색을 살피더니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황제의 보물고는 대공성에서 진귀한 것을 잔뜩 본 나조차 감탄이 나올 만큼 대단했다.
황제의 ‘없는 사람’ 취급에 굴욕적인 표정을 짓고 있던 클라라조차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구경할 정도였다.
다만 내 반응이 뜨뜻미지근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재 내 관심사가 모두 다른 곳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시대의 유물이 없어.’
분명 라에즐이 황궁 보물고에 유물이 잔뜩 쌓여 있다고 했는데.
황제가 소개하는 휘황찬란한 보물 중 고대 유물로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유물만 따로 모아 놓은 공간이 있는 건가?’
그나마 내가 찾고 있는 성물이 황제의 보물고에 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라에즐에게 자신만만하게 털어 올 수 있다고 했는데, 무턱대고 들이닥쳤으면 헤맬 뻔했다고 생각하는 찰나였다.
“좋다. 그럼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을 보여 주도록 하지.”
황제가 이번에야말로 내 반응을 끌어내겠다는 듯 의기양양한 얼굴로 앞장섰다.
그렇게 보물고 안으로 좀 더 들어서자 강한 마법 결계가 몇 겹이나 쳐진 문이 보였다.
황제가 문에 설치된 보안용 마도구에 손을 올리자 주인을 인식한 것인지 철커덩, 철커덩, 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며 서서히 문이 열렸다.
“…….”
순간 왠지 모르게 기운이 쭉 빠졌다.
스플레시아 온실에서처럼 또 무언가 환상을 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라에즐이 걸어 준 신성술은 일회용이라고 했으니까.’
게다가 생각해 보면 고대 유물이라고 해도 대부분 그저 아주 오래된 물건에 불과하다.
스플레시아처럼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물건은 흔하지 않을 테니, 오히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게 이상할지도.
“으음…….”
그때 내 옆에 서 있던 클라라가 작게 침음을 흘렸다.
표정을 보니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전까지 진귀한 보석이나 조각상, 그림 같은 것을 잔뜩 보았으니, 더 대단한 것을 보리라 기대했을 텐데 오래돼 보이는 괴상한 물건들만 널려 있으니 실망스러울 만도 했다.
그때였다. 거침없이 안쪽으로 향하던 황제의 발걸음이 멈췄다.
나는 황제가 자랑스레 내보이는 물건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놀란 내 반응을 본 황제가 뿌듯함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무엇인지 알아보겠느냐?”
“……마력석인가요?”
“역시 알아보는구나!”
황제의 즐거운 목소리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보호 마법이 걸린 유리관 안에 전시된 것은 영롱한 핑크빛을 내는 아기 주먹만 한 크기의 최상급 마력석이었다.
바로 예전에 내가 만든 마력석이었다.
‘……이걸 여기다 보관했다고?’
내가 판매한 마력석을 경매 최고가로 구매한 사람이 황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황제의 보물고,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에서 이리 귀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니.
“벨루스의 마력석은 많이 보았겠지만 이런 것은 처음 보지 않느냐?”
황제의 물음에 답할 말이 없었다.
대답 대신 마력석만 쳐다보자 황제가 은근하게 말했다.
“마법사들은 마력석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하던데. 대공녀는 어떤지 모르겠구나.”
이 능구렁이 같은 황제가?
정말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이렇게 슬쩍 내가 마법사인지 떠보다니.
그동안 나에 대한 정보는 공국에서 철저하게 막고 있었기에, 공국 외부에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아빠가 대륙의 유일한 대마법사요, 오빠 역시 천재로 이름을 날리니 나 역시 마법에 재능이 있는지 궁금할 만했다.
‘게다가 벨루스 대공가는 대대로 마나 친화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하다고 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황제에게 솔직하게 말해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지금도 나를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하는데, 더 욕심내게 할 이유는 없으니까.
“마력석은 참 신묘한 물건이지요.”
나는 내 반응을 관찰하는 황제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가치를 안다면, 누군들 마력석을 귀히 여기지 않겠습니까.”
“그래. 맞는 말이구나.”
황제가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내 말을 공감하고 웃는 것은 아닌 듯했다.
“이거 참 부끄럽구나. 짐이 가장 아끼는 물건이라 분명 대공녀의 마음에도 들 것이라 여겼는데.”
내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할 것 같았는지 황제가 몸을 돌렸다.
나 역시 송구하다는 얼굴로 그를 따라 발걸음을 떼는 순간이었다.
“……!”
누군가 심장을 쥐어짜기라도 하듯 섬뜩한 기운이 전신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