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204)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204)화(204/247)
‘이미 편지로도 엄청나게 주접을 떤 것 같은데…….’
아스카르트가 식사 내내 또 얼마나 팔불출 같은 모습을 보일지,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게다가.
〈리아, 너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내가 네 가족들에게도 다 승낙을 받아 낼 테니까.〉
루치오가 자신만만하게 덧붙인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그의 말에 ‘도대체 어떻게?’ 하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루치오는 이미 밉보일 대로 밉보였으니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스카르트라면 몰라도 부모님과 할아버지는 정말 쉽게 허락하지 않으실 텐데, 대체 무슨 계획을 꾸미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리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을 보면 확실한 방법이긴 한 모양인데…….
“에휴. 알아서 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냥 믿어야지.”
무심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뺨에 뜨거운 시선이 와닿았다.
공작 부인과 다이애나였다.
핫! 그제야 또다시 정신을 놓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내가 몸을 경직시키며 볼을 붉혔다.
그러자 다이애나가 “꺄, 새언니!” 하며 내게 와락 안겼다.
“아직은 아니라니까.”
민망함에 작게 반박하니 다이애나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아직’이라는 건 ‘곧’ 새언니가 된다는 거잖아!”
“그, 그런가?”
뒤늦은 깨달음에 볼을 긁적거리자 다이애나가 양손으로 뺨을 감싸며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좋아. 언니가 진짜 내 언니가 되다니!”
“후훗. 나도 정말 기쁘구나. 리아가 내 며느리가 되다니!”
다이애나로도 모자라 공작 부인까지 말을 거들자 부끄러움이 극에 달했다.
이제 겨우 연인이 되었다고 말했을 뿐인데…….
곧 약혼을 하기로 루치오와 약속하긴 했지만, 앞서가는 다이애나와 이미 한 가족이 된 듯 애정이 넘치는 공작 부인의 시선에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나는 얼른 고개를 푹 숙이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며 쿡쿡 웃는 소리에, 어쩐지 뭉게뭉게 피어오른 핑크색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너무 행복해서 한순간 이 평화가 깨질까 봐 두려울 정도로.
* * *
다행히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옮겨 티타임을 가질 때까지, 이 두근거리는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내 딸, 내 동생, 내 손녀에 겨우 익숙해졌더니 이번에는 내 며느리, 내 새언니라니!
낯설기만 한 단어들의 향연에 새빨개진 얼굴로 차를 홀짝이고 있는데, 공작 부인이 미리 준비한 듯한 물건을 꺼냈다.
전에 내 생일 선물로 왔던 ‘사파이어 팔찌’였다.
“그러니까, 이게…… 엘라드 공작가의 가보라고요?”
엄마가 귀한 물건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설마 선대 공작 부인의 유품이자 공작가의 가보일 줄이야!
어느새 내 손목에 팔찌를 끼워 준 공작 부인이 미소 지었다.
“역시 잘 어울리는구나.”
“저, 이걸 왜 저한테…….”
“왜긴. 진즉부터 리아, 너에게 주려고 했는걸? 겨우 성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냈는데 다시 돌아와서 얼마나 속상했던지.”
공작 부인이 시무룩하게 하는 말에 순간 얼이 빠졌다.
“그러니까, 저를…….”
이미 며느리로 점찍으신 지 오래였다는 건가요?
내가 차마 하지 못한 질문을 알아차린 듯 공작 부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스몄다.
다이애나도 그렇고, 공작 부인까지 이렇게 나오니 몹시 당황스러웠다.
‘정말 나만 루치오의 마음을 몰랐던 건가?’
생각하면 할수록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었다.
물론 루치오는 내가 어린 데다 대공성의 경비가 너무 삼엄해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하긴 했지만…….
괜스레 심통이 날 때였다.
“잠깐, 내가 산 목걸이도 가져올게!”
사파이어 팔찌를 본 다이애나가 금방이라도 방으로 뛰어가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이애나, 그 목걸이는 다음에 줘.”
나는 다급히 다이애나를 붙잡으며 공작 부인을 바라보았다.
“저, 팔찌도…….”
조심스럽게 팔찌를 풀어 내밀자 공작 부인이 눈을 크게 떴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니?”
“아니에요!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보이자 안주인이 가질 물건인데, 결혼은커녕 약혼도 하지 않은 내가 갖기에는 너무 과한 것 같았다.
“어차피 네 것이 될 텐데…….”
공작 부인은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애써 이를 외면하며 보석함에 팔찌를 넣고 겸연쩍게 말했다.
“아직 약혼도 안 했잖아요.”
“그럼 약혼하면 받아 줄 거야? 내 목걸이도?”
그러자 다이애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웃으며 다이애나의 볼을 가볍게 두드렸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 목에 걸린 악마의 목걸이를 풀었을 때 받고 싶었다.
그때라면 다이애나가 주는 목걸이도, 공작 부인이 주는 팔찌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있겠지.
“언니, 그래도 반지는 꼭 받아야 해!”
“반지?”
“응! 오빠가 분명 사이즈만 알면 된다고…… 헉!”
한참 옆에서 신나게 재잘거리던 다이애나가 다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내 눈치를 보았다.
공작 부인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다이애나가 울상으로 말했다.
“오빠한텐 비밀이야!”
“하하, 알았어.”
대충 예상되는 상황에 고개를 끄덕이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자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다이애나가 내 품에 와락 안겼다.
“역시 언니가 최고야! 오빠가 언니 속상하게 하면 꼭 말해 줘야 해! 내가 혼내 줄게. 아니지, 아예 평생 오빠라고 불러 주지도 않을 거야!”
벌써부터 루치오가 내 속을 썩이기라도 한 듯 씩씩거리는 다이애나가 귀여워서 나는 웃으며 물었다.
“오빠라고 안 부르면, 뭐라고 부를 건데?”
설마 이름을 부르려나?
한참 어린 막내 여동생이 이름을 부르며 삐딱하게 나오면, 루치오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할 때였다.
다이애나가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외쳤다.
“그야 당연히 형부지!”
“푸, 푸흡.”
무심코 입에 차를 머금다가 생각지도 못한 호칭에 사레가 걸렸다.
나는 얼른 내 등을 쓸어 주는 다이애나에게 물었다.
“다이애나, 정말 그렇게 부를 거야?”
“응!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면 화를 낼 거야. 어디 처제 이름을 함부로 부르냐고.”
진심 가득해 보이는 다이애나의 말에 황당해하다가 나도 모르게 공작 부인을 쳐다보았다.
공작 부인이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막내딸을 뺏기지 않으려면 큰아들한테 부인에게 잘하라고 신신당부를 해야겠네.”
이, 이게 맞나?
공작 부인의 말에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그때 더 당황스러운 말이 들려왔다.
“리아야. 이제 와 하는 이야기지만, 실은 예전에 너를 입양하고 싶었던 적이 있단다.”
순간, 잊고 지낸 기억이 떠올랐다.
설마 그날의 일을 공작 부인의 입으로 듣게 될 줄은 몰라서 화들짝 놀라 쳐다보자 공작 부인이 추억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
“정말 큰일 날 뻔했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부모님을 찾게 될 줄도 모르고 말이야. 만일 그때 너를 입양했다면, 대공 전하와 비전하를 뵙기가 참 곤란했을 거야.”
“하하…….”
“그러고 보니 당시에 루치오가 무척 강경하게 입양을 반대했었는데. 저도 본능적으로 느낀 걸까? 너를 절대 여동생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말이야.”
공작 부인의 놀리는 듯한 말투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지만 당혹스러운 건 나뿐인 듯 다이애나가 콧노래를 부르며 중얼거렸다.
“아, 빨리 작은오빠도 훈련 끝내고 돌아오면 좋겠다.”
볼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것 같더니, 그래도 옆에 없으니 알렌이 보고 싶은 건가?
“얼른 가족이 다 모여야 상견례도 하고, 약혼식 날짜도 확정할 텐데! 그렇지, 언니?”
아니구나. 다이애나는 내 약혼에만 진심이구나.
괜히 알렌에게 미안해진 나는 속으로 심심한 사과를 보내며 멋쩍게 웃었다.
* * *
그날 밤, 황궁.
황제는 치미는 분노를 누르며 보물고로 향하고 있었다.
기어이 황궁의를 불러 정밀한 진찰을 한 뒤 대공비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난 직후였다.
황제는 대공 내외와 함께 퇴궁하려는 엘라드 공작을 붙잡으려 했지만, 공작이 한발 빨랐다.
〈폐하, 그럼 저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집안의 경사를 치르려니 할 일이 많아서 말입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공작은 고개를 까딱이곤 뒷모습을 보였다.
그 오만하면서도 제멋대로인 모습이 어쩐지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느껴지더라니.
그것이 과거, 그가 한창 대공비와 공작의 사이를 의심하며 질투하던 때의 모습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악마의 유물로 계약한 이후, 공작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결혼하고 자식이 생긴 뒤로는 더더욱 고개를 숙이며 충직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런, 괘씸한!”
황제는 그제야 공작이 본색을 드러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그간 얼마나 신뢰하며 잘해 주었는데!
물론 예고에 없던 사고에 휘말려 강제로 충성을 바치게 되었으니 반발감이 전혀 없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어찌 됐건 긴 세월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였기에 나름대로 은혜를 베풀며 총애하였건만, 이 중요한 순간에 배신하다니.
“건방진 놈. 감히 개 주제에 주인을 물어?”
분이 나 어쩔 줄 모르는 황제의 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갑작스러운 공작의 변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설마 하는 의심과 불안이 피어올랐다.
이윽고 황제가 보물고에 들어섰다.
그가 가장 안쪽에 위치한 문에 손을 갖다 대자 철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력한 보안 마법이 걸린 철문이 열렸다.
곧바로 악마의 유물이 있는 곳으로 향한 황제는 유물이 그의 기억과 똑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이 가라앉자 동시에 그만큼의 분노가 차올랐다.
“목숨 줄을 누가 쥐고 있는지, 확실히 알려 주어야겠군.”
끓어오르는 잔혹한 욕구를 숨기지 않으며 황제가 유물에 손을 댄 순간이었다.
파사삭, 하는 소리와 함께 악마의 유물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경악한 황제가 다급히 손을 떼었지만, 산산조각이 난 악마의 유물은 어느 순간 검은 연기로 변해 허공에 흩날리더니 종국에는 형체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대, 대체 이게 무슨……!”
황망한 표정으로 이를 보던 황제의 눈에 공포가 들어찼다.
황실 대대로 비밀스럽게 전해 내려온 보물 중의 보물이 갑자기 이렇게 사라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법사! 당장 수석 마법사를 불러라!”
황제가 찢어질 듯 소리를 질렀지만, 그의 비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