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216)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216)화(21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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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도대체 어떻게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루치오는 창가 옆 테이블 위에 앉아 얼굴을 돌리고 있는 리아와 시선을 맞추려 애쓰며 물었다.
“많이 힘드셨습니까?”
그리고 잔뜩 흐트러진 머리칼을 뒤로 넘겨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루치오의 손가락 끝에 보들보들 중독적인 촉감의 분홍색 머리카락이 닿기 무섭게, 리아가 ‘찰싹’ 하고 그의 손을 내려쳤다.
“만지지 마요.”
멋쩍게 손을 내린 루치오는 호색한 취급을 받는 것이 살짝 겸연쩍었지만, 억울하지는 않았다.
조금 전까지 대공녀를 몰아세우던 제 모습이 호색한과 다른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루치오는 태어나 처음 겪은 강렬한 경험을 떠올리며 침음을 삼켰다.
그는 겨우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행위가 이 정도로 뜨겁고 치열한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녹아내릴 듯한 부드러움은 케이크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사탕이나 초콜릿보다도 훨씬 더 달았다.
누가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도, 좀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고개를 사선으로 기울이자 놀라서 번쩍 눈을 뜬 대공녀가 그를 밀쳐 내며 묻던 것이 떠올랐다.
〈자, 잠깐만요……. 이 정도면 알 때도 되지 않았어요?〉
그에 무어라 대답했던가.
〈글쎄요. 더 해 봐야 알 것 같은데.〉
이미 이렇게 몸이 달아 달려드는 것만으로 답은 나왔는데 아주 뻔뻔한 대꾸였다.
그리고 이 사실을 대공녀가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만하고 이야기 좀 하자.”는 말을 하느라 살짝 벌어진 대공녀의 입술이 너무 탐스러워 루치오는 참을 수 없었다.
물론 루치오도 머리로는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대공녀는 다른 여자와 입 맞추려 했던 자신에게 상처받고 화를 내고 있었으니, 당장 정중히 사과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짐승처럼 다시 덤벼들어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집요하게 괴롭히다가, 끝내는 훌쩍 안아 들고 좀 더 편하게 입을 맞출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고.
어린아이가 쓸 법한 작고 아기자기한 침대 대신 창가 옆 테이블 위에 대공녀를 올려놓은 뒤, 힘들다고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 욕심을 채웠다.
“…….”
돌이켜 보니 호색한과 다른 바가 없는 게 아니라 그 자체였군.
대공녀가 이리 토라진 것도 당연하다고 냉정하게 판단한 루치오는 어떻게든 마음을 풀어 주어야겠다 싶어 초조해졌다.
그러다 반쯤 정신이 나간 와중에도 리아가 울먹이며 하던 말을 기억해 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하, 지금 바로 황궁에 장기 휴가 신청서를 내겠습니다.”
그러자 냉랭한 얼굴로 창밖만 보던 대공녀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되겠어요?”
작은 목소리에서 미약한 기쁨을 읽어 낸 루치오는 해답을 찾았다는 생각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시급한 업무는 보좌관을 통해 저택에서 처리해도 되니까요. 당분간 황궁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은 곧 황녀와도 만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리아는 부족하다는 듯 말했다.
“황녀가 보내는 서신도요. 만지지도, 보지도 말아요. 갑자기 마음이 바뀔지 모르잖아요.”
“알겠습니다.”
고분고분한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집스럽게 굳어 있던 입가에 슬며시 웃음기가 띠었다.
이를 잠시 멍하니 보던 루치오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목이 마르지 않으십니까? 잔뜩 우셨으니, 달콤한 것을 드시면 기분이 나아지실 겁니다.”
“…….”
뒷말은 하지 말 것을.
곧바로 입술이 병아리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왔다.
만일 저 입술을 보고도 입 맞추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자신의 음흉한 머릿속을 대공녀가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그런 표정은 짓지 않았을 텐데.
그때 입을 삐죽 내밀고 있던 리아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지금 기분이면 커스터드 크림도 쓰게 느껴질 것 같아요.”
“……하.”
이제 정말 한계였다.
루치오는 투정 부리는 것까지 이렇게 귀여울 일이냐고 속으로 탄식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계속 이곳에 있다간 또 이성을 잃고 달려들 것 같아서, 그는 슬쩍 눈을 피하며 물었다.
“무슨 디저트를 좋아하십니까? 달콤하게 느껴질 때까지 대접하겠습니다.”
배가 부르다고 손사래를 칠 때까지 먹이고 싶은 사심은 덤이었다.
루치오는 처음 리아와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을 때부터 내심 그녀가 너무 마른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직접 품에 안아 보니 기억보다 훨씬 더 가늘어서 걱정스러웠다.
황궁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생각지 못한 여유가 생겼다.
그 참에 대공녀에게 몸에 좋은 것과 맛있는 것을 잔뜩 먹여 통통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루치오는 ‘문득 대공녀의 살을 찌워서 네가 뭐하게?’ 하고 자문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생각에 순간 놀라 숨을 삼켰다.
잠깐 방심했다고 머릿속에서 기어이 선을 넘으려 들었다.
루치오가 얼굴이 새빨개져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이, 리아는 여전히 무슨 디저트를 좋아하냐고 물었던 그의 질문을 곱씹다가 자그맣게 대답했다.
“초콜릿이요. 나는 초콜릿을 좋아해요.”
리아의 눈동자에 그리움과 애틋함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있던 루치오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대신 리아의 대답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는 듯 “초콜릿.”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함께 응접실로 가자는 듯 손을 내밀었다.
리아는 그의 손을 홱 무시하고 풀쩍 뛰어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그녀가 새침하게 말했다.
“앞으로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접촉 금지예요.”
“……예?”
루치오의 입에서 멍청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호색한 취급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 말은 조금 억울했다.
“그건 조금 부당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약혼할 사이가 아닙니까? 사실 오늘 일도 대공녀께서 먼저…….”
“조용히 못 해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던 리아가 경악하며 뒤를 쫓아오던 루치오를 노려보았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척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짧은 타박을 마친 뒤 휙, 몸을 돌려 걸어가는 리아를 본 루치오는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을 축였다.
언제 황녀의 술법에서 벗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언제나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그로서는, 이대로 리아에게 영영 손을 대지 못할까 봐 조금 안달이 났다.
“대공녀 전하, 그러지 말고 제 말도 좀 들어주십시오.”
아스카르트보다는 강단이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그의 여동생이니 조금만 설득하면 넘어올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애초에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질투는커녕 화도 내지 않았을 테지.’
루치오는 새삼스럽게 저와 대공녀가 연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하! 이제 손까지 대려고?”
기가 찬 목소리와 함께 “언니, 비켜!” 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촤악!
시원한 물벼락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루치오가 겨우 눈을 뜨자 제 얼굴만 한 병을 품에 안은 채 씩씩거리는 다이애나가 보였다.
“……다이애나?”
굳어 있던 머리가 조금씩 돌아갔다.
아무래도 조금 전까지 우느라 눈가가 발개진 대공녀를 보고 저를 오해한 모양인데.
‘아니, 내가 울린 건 사실이니 오해는 아닌가.’
어쨌거나 살면서 여자에게 물을 맞는 일이 제게 생길 줄은, 그것도 하나뿐인 여동생의 손에 맞을 줄은 몰랐기에 루치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그가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다이애나의 뒤에 숨어 있던 알렌이 튀어나왔다.
“형, 화내지 마. 그거 성수야!”
“성수? 설마 신전에 다녀온 거야?”
방이 비어 있어서 그새 어딜 갔나 했는데 설마 신전에 다녀왔다니!
리아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다이애나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언니, 그래도 걱정하지 마! 아무도 모르게 조심히 다녀왔으니까!”
소드 마스터인 알렌과 먼 광장까지 나가 사설 마차로 옮겨 탄 뒤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며 다녀왔다고 다이애나가 부연 설명했다.
“그래서…… 힘들게 성수를 얻어와 내게 뿌린 이유는?”
그때 턱 끝으로 뚝뚝 흘러내리는 성수를 닦아 낸 루치오가 나직이 물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큰 오라비를 보자 다이애나도 조금 미안해졌는지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혹시 성수 맞고 정신이 좀 들까 싶어서…….”
그에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던 루치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정신이 번쩍 들긴 드는군.”
* * *
그 시각.
“지금은 들어가시면 안 되는…….”
“닥치지 못해!”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한창 간부 회의가 진행 중이던 마스터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동시에 상석에 앉아 있던 남자의 눈썹이 휙, 하고 올라갔다.
이 문을 이렇게 함부로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감히 이 무슨……!”
“제국의 황녀인가?”
“건방지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직접 보니 멍청하기까지 하군.”
역시나 테이블에 앉아 있던 간부들이 혀를 차며 한목소리로 그녀를 힐난했다.
태어난 이래로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 본 적 없던 세르핀의 얼굴이 순식간에 수치와 분노로 벌게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제 심정을 입 밖으로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세르핀은 하얗게 질린 채 마른침을 삼켰다.
붉은빛의 서늘한 눈동자가 그녀를 꿰뚫듯 직시하고 있었다.
남자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을 기민하게 알아챈 간부들마저 입을 다물자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탁, 탁. 탁.
그 적막을 깨드리며 원형 테이블 위를 두드리던 남자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분명 이렇게 무턱대고 찾아오는 짓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
숨이 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세르핀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공작저를 벗어나는 순간 묘하게 께름칙한 느낌에 도저히 황궁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남자가 다시 한번 탁자를 두드리자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쉬지 못한 숨을 모두 몰아쉰 세르핀이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이상해! 뭔가 이상하다고! 혹시 그 술법, 제대로 안 된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