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219)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219)화(219/247)
“괜찮아요.”
비틀거리던 나는 그의 팔을 살며시 밀어내며, 휘청이는 몸을 바로 세웠다.
“그렇지만…… 얼굴이 너무 창백합니다.”
“그냥 조금 어지러웠을 뿐이에요.”
변명이 무색하게도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나는 결국 작게 진심을 내보였다.
“아무래도…… 겁이 났나 봐요.”
내 말에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살피던 루치오가 멈칫했다.
그리고 문득 눈을 크게 뜨더니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하께서 어릴 적 겪으셨던 고초의 원흉이 누구인지 잊고서…….”
그는 내 앞에서 악마 숭배자들의 이야기를 한껏 늘어놓은 자신이 믿기지 않는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하긴 내 과거의 삶이나 악마와 나의 관계를 모르더라도, 태어나자마자 부모님과 헤어져 지내게 한 악마 숭배자들이었으니 내게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할 만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한 일도 겪어 냈고, 루치오 역시 일부러 꺼낸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역시 피해자라는 생각에, 나는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한 루치오를 위로하며 말했다.
“나는 정말 괜찮아요. 그보다…… 테렌치움이 정말 악마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서 당장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지금은 다른 생각하지 말아요.”
다시 한번 설득하자, 다행히 이번에는 루치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악마 숭배자들이 위장하고 있는 거라면, 버트가 붙은 걸 알면서 황녀의 방문을 숨기지 않은 것은 이상하니까요.”
그 말에 내가 도리어 멈칫하고 말았다.
버트의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테렌치움에서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 없다.
‘막고자 하면 출입부터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아.’
또다.
또 어딘가 묘하게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황녀의 술법도, 테렌치움의 경계하지 않는 태도도.
그때 루치오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래도 계속 주시할 필요성은 있는 것 같아서 감시를 붙여 두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가게를 내놨다고 하더군요.”
“가게를 내놨다고요?”
“예. 정말 그곳이 테렌치움의 본부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루치오의 말이 맞았다.
모든 정보가 모이는 길드의 심장과 같은 ‘본부’를 구축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하물며 본부를 옮긴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또 마스터가 변덕을 부린 걸까?’
이게 과연 좋은 신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콜록, 콜록.”
루치오가 갑자기 기침을 터뜨렸다.
“갑자기 웬 기침이에요? 혹시 감기 걸린 거 아니에요?”
“……글쎄요.”
바로 물어보자 루치오가 애매하게 말을 흐렸다.
그리고 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더니, 살짝 눈꺼풀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열도 조금 있는 것 같군요.”
“정말요?”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몸이 안 좋으면 이러나 싶어서 나는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휴가를 냈으면 조금이라도 쉬었어야죠.”
속상한 마음에 잔소리를 하며 팔을 뻗어 그의 이마에 손을 대려는 찰나였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장면에 나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루치오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진 나는 얼른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그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거짓말쟁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다이애나가 루치오에게 성수를 뿌리던 장면이었다.
나는 평소 라에즐을 통해 신전의 신관들과 성기사들이 성녀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녀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다이애나가 지금까지 한 번도 신전을 방문하지 않아도 서운한 티를 내지 않던 그들은 얼마 전 다이애나가 남들의 눈을 피해 신전을 방문하자 아주 열렬하게 환영했다고 한다.
심지어 다이애나가 성수를 얻으려고 왔다는 것을 듣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욕조 하나는 거뜬히 채울 만큼의 성수를 마차에 실어 주었다고.
그 덕분에 다이애나가 틈만 나면 루치오에게 성수를 뿌려 대는 것을 보았는데, 감기라니!
“성수에는 미약하나마 생명력을 높여 주는 신성력이 흘러요. 그런데 감기에 걸렸다고요?”
남들은 치유를 위해 돈을 주고 사는 성수를 그리 맞고?
그제야 제 거짓말이 들킨 것을 알아차린 듯 루치오가 멋쩍게 웃으며 입가를 매만졌다.
“죄송합니다.”
“사람 걱정시키고 뭐예요!”
“전하의 관심을 제게 돌리고 싶었습니다. 그게 걱정이라고 해도요.”
……아니,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면 할 말이 없어지는데.
술법에 걸렸어도 얼굴 화끈거리게 하는 말투는 여전한 루치오를 샐쭉하게 바라보던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당신이 그러지 않아도 걱정은 항상 하고 있는걸요.”
어쩐지 말을 뱉고 나니 더 수줍어졌다.
반면에 루치오는 전혀 부끄럽지 않은 듯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슬쩍 내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뺨을 어루만졌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형성한 루치오를 보며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사실 며칠 전, 세르핀과의 차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먼저 충동적으로 입 맞추긴 했다.
하지만 나를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정도가 지나치게 군 루치오가 너무 괘씸했다.
그래서 접촉 금지를 선언했건만, 이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더니…….
기어이 뜻을 이뤄 내는 루치오가 황당하면서도, 나 역시 오랜만에 느낀 그의 온기가 몹시도 반가워 못 이긴 척 눈을 감을 때였다.
똑똑! 똑똑똑!
갑작스레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나는 얼른 눈을 번쩍 뜨며 루치오를 밀쳤다.
“누, 누구야?”
혹시 아스카르트가 온 걸까 봐 여기가 루치오의 집무실이라는 것도 잊고 묻자.
“전하, 저예요!”
다행히 걱정하던 이 대신 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긴, 아스카르트는 오늘 제국 마법사들의 모임에 갔는데 여기 있을 리가 없지.’
원래 나도 함께 초대받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루치오의 상태를 체크해야 해서 핑계를 대고 거절했다.
아스카르트는 마법에 진심이니, 공국의 마탑에서 지내던 것처럼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터였다.
‘게다가 마침 부모님과 할아버지도 외출하셨어.’
루치오가 술법에 걸린 후, 공작 부인과 공작의 안색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
그런 공작 내외가 걱정되신 모양인지, 부모님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기분 전환 겸 공작 내외와 함께 수도 근교에 나들이를 다녀오신다고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함께 점심을 먹었던 다이애나에게도 오랜만에 에이든과 놀다 오라며 혼자 돌아왔는데…….
꿀꺽, 나는 괜히 루치오를 쳐다보았다가 애써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제인에게 들어오라 말했다.
마음이 한껏 여유롭고 느긋해진 나와 달리, 제인의 얼굴은 몹시 초조해 보였다.
“제인, 무슨 일이야?”
“전하, 지금 당장 후작저에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뭐? 무슨 일인데?”
또 큰일이 생긴 건가 싶어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러자 제인이 얼른 상체를 숙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라에즐 님께서 오셨어요.”
“……!”
제인의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게 정말이야?”
사실 성물을 찾은 다음 날부터 라에즐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모른다.
예상한 것보다 귀환이 늦어 마음이 많이 조마조마했었는데 귀가 번쩍 뜨이는 희소식이었다.
“들었죠? 우리 얼른 가 봐요.”
나는 기뻐하며 루치오에게 말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
영문 모를 소리에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루치오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다른 남자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렇게 환하게 웃다니.”
“……네?”
“제게는 한 번도 그렇게 웃어 주시질 않지 않았습니까.”
삐딱한 말투, 그보다 더 뼈가 느껴지는 말에 볼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럼 내가 요즘 당신 보고 웃게 생겼어요?”
정말이지 기가 막혀서!
“게다가 다른 남자의 이름이라니. 지금 라에즐 님을 그렇게 말한 거예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루치오가 툭 말했다.
“대현자도 남자입니다.”
오, 맙소사!
나는 경악해 소리쳤다.
“정말 미쳤어요?”
하지만 루치오는 뻔뻔하게 대꾸했다.
“제가 지금 제정신이 아닌 건 대공녀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라에즐 님을 질투할 수 있어요?”
라에즐은 비록 신성력으로 외관을 젊게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 아빠가 꼬마일 때부터 대신관직에 있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더 많을지 모르는데!’
그러나 루치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제 걱정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솔직히 전하의 주변에 괜찮은 남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저를 선택한 걸 보면, 나이 많은 남자가 취향…….”
“아, 정말!”
나는 간당간당 선을 넘으려는 루치오의 발언을 듣다못해 다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루치오가 내 손바닥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이, 이!”
아무리 결혼 후에 데리고 올 시녀라지만, 옆에 제인도 있는데!
제인이 괜히 치마 주름을 만지작거리며 딴청을 부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귓가가 화끈거렸다.
하지만 나는 루치오에게 제대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최근 그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몹시 초조해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가 너무 얼토당토않아서 어이가 없을 뿐, 그가 정말 내 주변의 남자들을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자 어쩐지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결국 마음이 약해진 나는 루치오를 달래듯 작게 속삭였다.
“내가 라에즐 님을 왜 그렇게 기다렸는데요.”
“…….”
“다 당신 때문인데.”
여전히 못 본 체를 하는 중인 제인의 눈치를 보며 팔까지 붙잡고 흔들자 루치오가 못 이긴 척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언제는 내가 기억을 못 해도 괜찮다고 했으면서.”
흠칫.
나는 그 말에 놀라 루치오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꼭 그가 자기 자신마저 질투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루치오가 나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만일 술법이 풀리지 않는다면, 절 버릴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