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231)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231)화(231/247)
“다이애나, 너 지금 뭐라고…….”
“나 빨리 가 봐야 되거든? 할 일이 많다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루치오가 겨우 입을 뗐지만 다이애나는 콧바람을 거세게 내쉬며 서두르라고 재촉할 뿐이었다.
결국 더 캐묻지 못한 루치오가 천천히 다이애나의 앞에 다가섰다.
다이애나는 기다렸다는 듯 루치오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
분명 대공녀는 정화 작업이 몹시 복잡하고 엄숙하다고 했었는데.
게다가.
“다이애나, 대공녀 전하께서는 대현자가 정화를 하러 올 거라고…….”
“쉿.”
루치오가 다 묻기도 전에, 다이애나가 눈을 감은 채 엄하게 말했다.
어쩐지 막내 여동생에게 압도되는 기분이라, 루치오가 떨떠름해하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파앗!’ 하고 섬광이 터지듯 눈앞이 새하얘졌다.
“다 했다!”
동시에 다이애나가 소리치며 이마에서 손을 떼어 냈다.
“……벌써 다했다고?”
“응! 지금 막 빛이 번쩍하면서 오빠 전신을 감쌌잖아. 따뜻하고 정순한 기운 못 느꼈어?”
“……글쎄.”
아직 다이애나의 손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하얀 빛무리를 보면 거짓은 아닌 것 같지만…….
너무 얼렁뚱땅 벌어진 일인데다 딱히 떠오르는 기억도 없었다.
루치오에게서 불신의 기색을 느낀 다이애나가 홱, 하고 눈을 흘겼다.
“하! 내가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어쨌거나 나 성녀거든?”
지금까지 현존하던 인간 중 가장 강력한 신성력을 자랑하는 대신관이라고 해도, 제게 비할 수는 없었다.
“기껏 혈육이라고 직접 챙겼더니!”
괘씸함에 그냥 돌아서고 싶었지만, 다이애나는 리아가 마음에 걸려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흥! 갑자기 기억 몰아칠 테니까 얼른 가서 누워 있어. 억지로 막아 둔 걸 단시간에 풀어서 속이 메슥거릴지도 모르니까.”
행여나 어지럽다고 휘청거리다가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혀 이번에야말로 기억 상실증에 걸리지 말고.
혀를 끌끌 차며 말하던 다이애나는 루치오를 못마땅하게 보다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참, 이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챙겨 온 것이었다.
“언니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가지고 왔어.”
“……눈꽃?”
투명한 은빛의 겉잎부터 안쪽의 푸른빛이 도는 꽃잎을 보자마자 루치오는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대륙 끝, 설산의 험준한 산맥에서만 피어나는 꽃이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루치오는 눈꽃을 보자마자 제 심장의 마나가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느끼고 당황했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마나에 있어선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이미 훌륭하게 제어했기에…….
그러다 문득, 루치오는 눈꽃을 보며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적이 이미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호흡이 흐트러진 루치오가 마치 홀린 듯이 손을 뻗었다.
“……윽!”
그리고 눈꽃이 손에 닿자마자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관자놀이가 긴 바늘로 관통당하는 듯한 찌릿한 고통이 밀려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이애나는 얼른 루치오를 부축해 침대로 데려갔다.
“……많이 아플 거야. 마땅히 잊어야 할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이니까.”
다이애나는 고통에 힘겨워하는 루치오를 보며 꺼질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각성’이라는 방식으로 기억을 찾았고, 내재된 신성력도 있어서 몸이 상하지 않았지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만일 오빠가 기억을 되찾길 원하지 않았다면 이리 고통스럽지 않았을 거야.”
제가 고대 시절에 쓰던 성물의 흔적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하지만, 루치오는 눈꽃을 보자마자 반응했다.
몹시 괴로워하면서도 저의 은빛 머리카락과 푸른색 눈동자를 쏙 빼닮은 꽃을 꼭 쥐고 놓지 않는 것을 보며, 다이애나는 루치오에게 눈꽃을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그리고 언니가 오빠한테 무슨 의미였는지 알고 싶으면 잘 기억해 봐.”
똑같은 과오를 반복하고, 의미 없는 원망을 이어 가다 끝내 후회하지 말고.
“……!”
마침, 조금 전 악마의 술법을 정화한 전조 증상까지 나타났는지 루치오가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이왕 고통스러울 거 한 번에 다 겪으라는 생각에 눈꽃을 가져오긴 했지만…….
침대에 얼굴을 묻은 채 신음을 삼키는 모습에 다이애나도 차마 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악마의 술법을 풀기 위해 신성력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 고통만큼은 줄여 줄 수 없었다.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만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오빠. 눈꽃이 마나 폭주로 누군가가 죽은 뒤 피어난 꽃이라는 전설이 있는 거 알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기억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
“사실 그 마나 폭주, 스스로 일으킨 거야.”
마나 제어력이 인간 중 가장 뛰어났으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선 마나를 혐오했던 그 누군가가.
다이애나는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등을 돌렸다.
이제 그녀가 공작저에서 해야 할 일은 모두 끝이 났기에.
* * *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흐릿한 시야에 눈을 몇 번 깜빡이자 화려한 샹들리에가 걸린 낯선 천장이 보였다.
눈은 물론이고 전신에 쇳덩이를 올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무겁고 나른했다.
테렌치움 본부에서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린 나는 천천히 눈만 굴려 주변을 살폈다.
막연히 음침하고 스산하며 딱딱하고 차가운 공간을 생각하고 있던 나는 뜻밖의 광경에 의아해졌다.
화려한 천장부터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침대의 기둥이나 바닥, 벽, 가구 등 모든 것이 흰 대리석과 황금, 루비와 진주, 그리고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으로 꾸며진 호화로운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제국에서 가장 화려한 황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 나는 얼떨떨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잘그락.
“……?”
이상한 소음이 들렸다.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시선을 돌린 나는 입을 떡 벌렸다.
“하, 진짜…….”
유달리 한쪽 발목이 묵직한 것 같더라니.
“하다 하다 족쇄를 채워?”
벽에 고정이 된 긴 쇠사슬이 내 발목에 떡하니 걸려 있었다.
잘그락잘그락, 철컹 철컹.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와 발을 흔들자 시끄러운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를 납치하고 감금할 줄은 알았지만, 설마 족쇄까지 채울 줄이야!
심지어 그냥 족쇄도 아닌 마나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금제구인 것 같았다.
바닥에도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진 것을 보니 내가 마법을 써 도망을 칠까 봐 이중삼중으로 대비해 놓은 듯했다.
“이래서야 감옥과 다를 바가 없네.”
아무리 안을 휘황찬란하게 꾸며 놨어도, 내게 이 방은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참,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완벽하게 감금된 상황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던 나는 뒤늦게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고 얼른 이 방의 유일한 창문으로 향했다.
걸음마다 잘그락거리는 소음이 따라와 조금 거슬렸지만 망설임 없이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혔을 때였다.
“……?”
나는 아까보다 더 황당해졌다.
‘아니, 검은 숲이라며?’
땅과 풀, 나무가 모두 검게 물든, 생명체라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던 검은 숲!
방 안은 이리 꾸며 놓을 수 있다고 쳐도, 당연히 밖은 공동묘지나 마물이 튀어나올 것 같은 음산한 숲일 거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내 상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나는 창문 너머로 작은 새순들이 움튼 나무와 들판, 반짝이는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분명 어제까지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겨울을 건너뛰고 봄이 찾아온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아름답잖아.”
매일 드넓은 수평선이 펼쳐진 벨루스 공국의 바다 풍경을 보며 한껏 심미안이 올라간 내 눈에도 만족스러울 만큼.
음침하긴커녕 생명력이 느껴지는 데다 여유롭고 호젓한 분위기가 마치 한적한 별장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하루 종일 창밖을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던 나는 순간 굳어 버렸다.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지면서도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다급히 고개를 드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아침’의 하늘이 보였다.
나는 경악해 소리쳤다.
“보, 보름달은?!”
* * *
잘그락잘그락 철컹, 잘그락잘그락 철컹.
“아, 진짜!”
손톱을 잘근잘근 물며 방 안을 초조하게 움직이던 나는 자꾸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쇠사슬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침대에 앉아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진짜 하루가 지났다고?”
내가 어제 마스터를 만나러 갔을 때가 이미 노을이 지던 저녁이었는데!
그리고 밤이 되어 보름달이 뜨면, 다이애나와 라에즐에게 마계의 입구까지 안내하려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그런데 날이 밝다니!
“서, 설마…… 벌써 마계에 온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다.
의식을 완전히 잃긴 했지만, 설마 내가 정신을 놓은 사이 제단에 제물을 바치고 마계의 입구를 열지는…….
“그래, 아닐 거야.”
……그런데 정말이면?
‘정말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난 거면 어쩌지?’
만일 그렇다면 다이애나와 라에즐은 이미 검은 숲에 들어왔을 테고, 내 연락만 기다리다가…….
“안 돼!”
연달아 떠오르는 아찔한 상상에 순식간에 온몸의 핏기가 가시는 것 같았다.
다이애나와 라에즐, 그리고 가족들을 자신만만하게 설득했는데 이렇게 계획을 망치다니.
나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미 방문과 창문이 열리지 않는 것은 확인했다.
쇠사슬 때문에 뛰어내리거나 탈출도 불가능.
‘벼, 벽에 머리라도 박아야 하나?’
자칫 일이 잘못되면 내가 죽으면 된다고 누누이 말하긴 했지만, 정말 이런 상황에 닥치니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마스터가 이번에는 시간을 되돌리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니야.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는데…….’
멈칫.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 하던 나는 움직임을 멈췄다.
방문 앞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똑똑, 정박자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대답 대신 숨을 멈춘 채 문만 쳐다보았다.
노크는 의례적인 것이었는지 곧 열쇠를 넣고 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그리고.
“……!”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나는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