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236)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236)화(236/247)
정말이지 우습기 짝이 없었다.
분명 성녀는 저를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해 그런 저주를 퍼부었을 텐데.
심지어 대가까지 감수하며 내린 저주의 결과가 이것이라니.
의도치 않게 성녀에게 앙갚음하게 된 세티카엘이 미소를 숨기지 못하며 손을 거두려던 때였다.
〈……!〉
작은 손이 가늘고 긴 손가락 하나를 붙잡았다.
세티카엘은 숨을 멈춘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리아를 바라보았다.
본능대로 손가락을 잡고 눈을 깜빡거리던 아기가 그를 보고 방긋 웃었다.
〈……멍청하긴.〉
세티카엘은 손가락 하나만 까딱여도 숨이 멎을 것 같은 아기를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다 이내 뿌리쳤다.
아기의 따끈따끈한 온도가 그 잠깐 사이 손가락에 스며든 것이 불쾌했다.
〈너는 내 저주를 풀어 줄 인간이니 당장 죽이진 않을 것이다.〉
저주에는 그가 사랑하는 인간의 목숨이 다할 때 봉인이 풀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인간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붙어 있었다.
세티카엘은 리아가 성녀의 저주 덕에 목숨은 건졌으니 그녀에게 감사하게 될지.
아니면 앞으로 숨이 멎는 날까지 겪어야 할 고통으로 인해 원망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외모를 감추는 환술을 걸었다.
그리고 제 진짜 머리 색과 눈 색이 무엇인지 모른 채 혼란스럽게 자랄 아이에게 말했다.
〈난 네 고결하고 순수한 영혼이 끔찍하게 비틀어지고 음울하게 절망하길 간절히 바란다.〉
내가 친히 짓밟고 망가뜨려 줄 테니, 부디 밑바닥까지 끝없이 추락하길.
아기의 이마에 입 맞추며 악마의 사랑을 맹세한 세티카엘은 곧바로 그의 영혼석에 리아의 영혼을 묶고, 심장에는 봉인까지 꼼꼼히 걸었다.
리아가 괴롭고 슬퍼할 때.
지독한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절망할 때.
그리고 마침내 죽음을 맞이할 때 그의 봉인이 풀릴 것을 기대하며.
뒤늦게 세티카엘이 리아를 제물로 삼지 않고 어딘가에 버렸다는 사실을 안 그의 수하들은 몹시 당황했다.
그의 결정에 토를 달지는 못했지만, 기왕 죽이지 않을 거면 벨루스 대공을 협박해 마검사단과 마탑을 제물로 바치게 하는 편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게 아니라면 훗날 리아를 이용해 벨루스 공국을 삼킬 수 있을지도 모르니 차라리 직접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 수군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수하들이 무어라 떠들건, 세티카엘은 리아를 제 곁에 둘 생각이 없었다.
그 맑은 영혼을 마주할 때마다 진절머리가 나서 충분한 고통을 겪게 하기도 전에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세티카엘은 리아를 제 옆에 둔다면 더 괴롭히기 쉽다는 것은 떠올리지 못했다.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을 알면서도, 인간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 외면한 결과였다.
이후, 긴 세월 악마 숭배자를 만들고 제물을 모아 힘을 되찾는 것이 전부였던 세티카엘의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다.
〈……약해 빠져선. 또 우는 모양이군.〉
처음에는 분명 리아가 아파할 때마다, 겁을 낼 때마다, 결국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봉인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쾌감에 휩싸였었다.
직접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몰래 보육원에 찾아가는 것도 다반사였다.
리아의 해진 옷 사이로 드러나는 앙상한 몸과 팔, 다리에 난 상처, 공포가 각인된 의기소침한 표정을 그는 일종의 유희처럼 즐겼다.
그 즐거움을 뺏기지 않으려고 엘라드 공작이 딸을 찾으러 테사르 보육원에 왔을 때, 리아를 비롯한 아이들을 버리고 가도록 세뇌를 거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정해진 순리처럼 리아가 그가 머무는 수도로 올라와 길거리 거지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세티카엘은 마냥 전처럼 기꺼운 마음으로 리아를 지켜볼 수가 없었다.
〈먹고 싶어 그리 보던 것, 아니야?〉
아카데미 앞에서 리아에게 빵을 건네는 소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티카엘은 이번에도 한눈에 그 소년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그렇게 미쳐 날뛸 땐 언제고.
고작 환생했다고 눈앞에 둔 리아를 알아보지 못하는 소년이 우스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티카엘은 점점 불쾌해졌다.
설마 자신이 유치한 질투심과 소유욕에 화가 난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역겨운 인간들을 지켜보는 게 언짢아진 것이라 여겼다.
잠시 루치오에게 그의 아비에게 했던 것처럼 정신계 마법을 걸어 볼까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그럴 일은 거의 없으나 마력 저항력이 강한 인간을 괜히 건드렸다가 전생의 기억을 되찾거나 하는 귀찮은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리아를 찾아가지 않고 무관심으로 버티던 어느 날.
〈왜 그러십니까? ……잠시, 마, 마스터!〉
다음 보름달이 뜨는 날을 대비하여 제물을 옮길 회의를 하던 중 그의 영혼석에 걸려 있던 봉인의 힘이 순식간에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티카엘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문을 박차고 나섰다.
밖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리아는 버려진 쓰레기처럼 길바닥에 처참하게 쓰러져 있었다.
작은 아이가 비를 맞으며 꼼짝 못 하는 모습은, 세티카엘에겐 그저 작은 벌레가 죽어 가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언제나 못마땅할 정도로 빛나던 영혼의 반짝거림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다.
세티카엘은 직감했다.
아이가 가까스로 버텨 오던 생을 제 의지로 놓고 있다는 것을.
차라리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정말 이대로라면 봉인이 풀릴 것 같았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다.
아무리 시간의 흐름에 무감각해진 그라도, 지루하고 길게 느껴질 만큼 긴 시간이었다.
〈…….〉
그리고 그 순간, 세티카엘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미동 없는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나 친화력이 기가 막힌 몸이라, 제 마나를 생명처럼 받아들이며 치유 효과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그는 숨을 편안히 내쉬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뼈밖에 남지 않은 아이는 아주 가볍게 들렸다.
〈……내가 직접 고통을 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어찌 보면 지금까지 괴로울 환경에 던져 놓고 지켜보기만 했을 뿐, 그가 직접 행한 것은 없지 않은가.
물론 봉인이 풀리는 것을 눈앞에 두고 하는 생각이라기엔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도 눈치챘지만, 세티카엘은 애써 모른 척했다.
그날이 바로 리아가 테렌치움에 입성하고, 그를 구원자라 믿게 된 날이었다.
그 뒤, 세월은 아주 빠르게 흘렀다.
세티카엘은 리아에게 지옥과 같은 고통을 주겠다는 제 결심을 지키려는 일념으로,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마음 둘 곳 없도록 끊임없이 고립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조금씩 리아에게 물러지고 있었다.
아니, 겨우 무른 정도가 아니었다.
리아가 보육원 원장을 연상시키는 덩치 큰 남자에게 위협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본부의 위치를 술집에서 카페로 바꿀 정도로, 세티카엘은 리아에게 한없이 다정하게 굴고 싶었고, 사랑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제가 직접 가르쳤기에 리아의 실력을 뻔히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위험한 일은 맡기고 싶지 않았다.
점점 그 마음을 억누르기가 벅찰 지경이었다.
악마에게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리아가 스플레시아를 키워 해독제를 만들었다며 선물했을 때조차 그는 화를 내지도, 해독제를 박살 내지도 못했으니…….
슬슬 세티카엘도 자신의 상태가 이상해지고 있음을 인지할 무렵이었다.
〈마스터. 마스터 눈에도 제가 갈색 머리로 보이죠?〉
〈…….〉
연한 분홍색 머리칼과 대비되는 또렷한 색의 눈동자로 그를 직시한 리아가 갈색 머리와 갈색 눈을 그린 초상화를 들고 와 물었다.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자, 부끄러워졌는지 시선을 내리깔며 뺨을 붉힌다.
마치 싱그럽게 피어난 분홍색 장미처럼.
아름답고 순수하게 빛나는 모습으로.
꽈악,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리아의 진짜 모습을 아는 것이 오직 저뿐이라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불현듯 진실을 말해 주고 싶다는 충동마저 들었다.
물론 그것 또한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다.
지금도 벨루스 공국과 신전에 대한 정보를 막으며 눈과 귀를 모두 가린 채 저만 맹목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그런데 네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말한다면, 리아는 제게 더 의지할 수밖에 없겠지.
아마 리아가 도망치듯 자리를 뜨지만 않았다면 정말 말해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세티카엘은 이제 자신이 리아를 놓아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네가 겪었던 끔찍한 고통과 괴로움이 차라리 자비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혹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
〈…….〉
〈하지만 계속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내 옆에 있길 바라기도 해.〉
세티카엘은 성년이 되었다며 간부들이 건넨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다 잠든 리아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증오와 애틋함, 경멸과 사랑스러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스스로를 비웃던 세티카엘은 또다시 보름달이 뜨는 날 마계의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제단에 제물을 바치려는 순간.
〈……?!〉
전조 증상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의 심장에 강한 힘이 빼곡하게 차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지만, 이미 세티카엘은 더 이상 리아의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제 봉인이 완벽하게 풀린 것 역시.
그 순간 그의 등에서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붉은 눈동자가 커다란 분노로 일렁였다.
〈나는 아직 죽음을 허락한 적 없어. 그런데 감히…….〉
리아가 이렇게 쉬이 죽어 버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나 그 애의 목숨을 재고 있었으면서…….
결단의 문제였을 뿐, 언젠가 제 손으로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
정신을 차렸을 때, 세티카엘은 이미 엘라드 공작저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도착했을 땐.
* * *
“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어.”
마스터의 말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나를 보고 마스터가 피식 웃었지만, 내 표정은 더욱 굳어질 뿐이었다.
지난 과거, 마스터가 어떤 마음으로 나를 대해 왔는지 듣는 것으로 모자라 마침내 내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웃음이 나올 리가.
과연 그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이런 내 표정을 읽은 마스터가 느릿하게 입매를 비틀었다.
“그때, 네 옆에 있던 놈들의 표정을 너도 봤어야 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