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Was Obsessed With Me After I Became the Youngest Princess Favourite RAW novel - Chapter (247)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247)화(247/247)
* * *
리아가 영혼을 모두 회복하고 눈을 떴을 때는, 제국의 상황이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우선 역모를 꾀한 것으로 모자라 황제를 시해한 황녀, 세르핀의 판결이 내려졌다.
모두 당연히 사형이 선고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황궁 감옥에 갇혀 벌을 받게 되었다.
그 이유는 새 황제가 될 니콜라스가 자비로워서가 아니라 황녀가 악마 숭배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신전에서 그녀의 처벌에 관여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이가 제국을 넘어 대륙을 발칵 뒤집히게 한 성녀, 다이애나 엘라드였다.
신전에서는 다이애나를 성녀로 추대하며 그녀가 악마를 완전히 소멸시켰음을 공표했다.
악마와 엮여 갖은 소문이 뒤따르던 금지, 검은 숲이 정화되어 단숨에 울창한 숲으로 바뀐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하루아침에 황제가 죽고 그를 시해한 황녀가 악마 숭배자였다는 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악마의 봉인이 풀려 지상이 암흑으로 뒤덮일 뻔했다니.
제국민은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저 받아들이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며칠이 지나 드디어 황제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날이었다.
니콜라스는 미리 파 놓은 땅에 관이 들어가고 그 위가 흙으로 덮이는 모습을 무표정하게 지켜보았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이제 자신이 황제가 된다는 생각에 심란했을 뿐.
그러다 문득 어젯밤 세르핀을 찾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햇볕 한 줄기 들지 않는 어둡고 침침한 지하 감옥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앉아 있는 세르핀을 본 니콜라스는 생각보다 통쾌하거나 속이 시원하지 않아 내심 놀랐다.
세르핀 역시 그를 보고 악다구니를 쓸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의외로 담담했다.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니콜라스는 그런 세르핀에게 죽음 대신 내려진 판결을 전했다.
〈지금부터 황녀의 신분을 폐하고, 별궁 황녀들의 시중을 드는 하인으로 보내질 거다.〉
〈……뭐라고?〉
〈네가 툭하면 별궁에 찾아가 패악을 부리고 황후 폐하의 눈을 피해 다른 황녀들의 몸에 흉을 남기기도 했으니, 이제 너도 똑같이 당할 차례지.〉
〈마, 말도 안 돼!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한 달에 한 번, 신전의 신관들이 너를 찾아와 성화로 화형식을 진행한다고 했으니까.〉
이는 성녀인 다이애나가 마지막 남은 악마 숭배자에게 내리는 벌이었다.
지금껏 그녀가 다른 이에게 주었던 치욕과 수치를 그대로 돌려받고, 한 달에 한 번은 뜨거운 불 속에서 산 채로 태워지는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말에, 세르핀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다 벽에 머리를 박고 죽으려 했다.
니콜라스는 곧장 세르핀의 사지를 결박하라는 명을 내린 뒤 황후와 페이룬트 공작가는 이번 시해 사건은 물론 반역과도 무관하다는 판명이 나 아무런 벌을 받지 않았음을 알려 주었다.
물론 세르핀에게는 그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지만…….
“전하, 이제 궁으로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한참 상념에 빠져 있던 니콜라스에게 루치오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화들짝 놀란 니콜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루치오, 아직 정식으로 황제가 되진 않았지만 이제 코앞인데 네 소원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있어?”
한동안 잊고 지낸 이야기를 꺼낸 니콜라스에, 루치오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전쟁을 미워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황제가 되십시오. 전하께서 성군이 되신다면, 저 또한 충신이 될 테니.”
그것이 제 소원입니다, 그리 말한 루치오는 고개를 숙인 뒤 산뜻하게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니콜라스가 피식 웃으며 안장을 마친 황제의 묘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저는 살아남고 싶어 황제가 되려 했습니다. 알량한 연민과 동질감으로 배다른 여동생들도 지켜 주고요.”
거기에 겸사겸사 저를 위해 애써 준 이들의 신의만 지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저는 역사에 길이 남는 성군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루치오를 제 사람으로 만들려면요.
그저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던 니콜라스에게 처음으로 목표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 * *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루치오의 집무실 안을 꼼꼼히 살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문을 닫고 나왔다.
분명 공작저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는데, 그는 방에도 없고 도서관에도 없고 집무실에도 없었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나는 툴툴거리며 아무래도 루치오가 나를 피하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찔리는 일이 떠올랐다.
〈리아…… 네가 깨어났다고 해서 왔어.〉
내가 눈을 뜬 날 저녁.
나를 찾아온 잭은 다시금 내게 기사의 맹세를 하고 싶다고 청해 왔다.
〈너를…… 그렇게 만든 내가 양심도 없이 네 곁에 있으려고 하는 게 어이없을 거 알아. 그래도 허락해 준다면 널 지키다 죽고 싶어.〉
잭의 얼굴은 후회와 죄책감으로 어둡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내 죽음이 잭의 탓이 아니라 생각했고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 기사가 되는 것으로 잭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야 못 받아 줄 것도 없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내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진 잭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추며 경건하게 말했다.
〈나 잭 세이디안은 아드리아나 벨루스를 수호하는 검이 되어 피와 목숨, 영혼까지 전부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그렇게 잭에게 기사의 맹세를 받은 나는 가뿐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잭의 뒷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하지만 그때…….
얼핏 빠르게 사라지는 은빛 뒤통수를 본 것 같았는데 착각이 아닌 모양이다.
‘설마 내가 잭의 맹세를 받아 주었다고 화가 난 건 아니겠지?’
루치오도 과거를 기억해 냈으니 잭이 나를 죽였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니 내 결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만나서 확실히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복도로 나왔을 때였다.
“어?”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루치오가 나를 보고 멈칫하더니 그대로 몸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황당해하다 얼른 손을 휘둘렀다.
“잡았다!”
그리고 루치오의 팔을 붙잡자마자 재차 손을 움직였다.
쐐애앵.
순식간에 바람이 부는 공작가의 첨탑에 도착하자 루치오가 당황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언뜻 왜 하필 이곳이냐는 듯한 의문이 얼굴에 스치는 것 같아서 나는 씩 미소 지었다.
지난 생과 잭의 이야기를 하기엔 여기만큼 적격인 장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사실 이 탑을 보는 것만으로 조금 겁이 났었어요. 그래서 공작저에 머무는 동안 여기엔 얼씬도 안 했고요.”
“…….”
“그런데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영혼을 모두 회복해서인지,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잊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전처럼 괴롭지 않았다.
마치 일인칭 소설에 깊이 몰입한 정도의 기분이랄까.
그러니 잭을 봐도 전혀 아무렇지 않다고, 내 선택을 존중해 달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잭 세이디안은 너를 진심으로 좋아해.”
루치오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가 과거에 다이애나에게 기사의 맹세를 했던 건 내가 부탁했기 때문이야.”
“네? 그게 무슨…….”
“당시에 황제가 니콜라스와 다이애나의 혼담을 진행하라고 강권했었어. 아버지의 목숨이 달려 있어서 고민하다가 내린 계책이 그것이었지. 잭 세이디안이 다이애나에게 마음이 있다고 하면, 황제도 고집을 꺾을 테니까.”
타 왕국에서 소드 마스터인 그를 호시탐탐 노리는데, 자칫 귀한 인재를 뺏길지도 모르니.
“그리고 그가 내 부탁을 들어준 이유는…….”
루치오가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너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야.”
“나에 대한 정보……?”
“그래. 그도 너를 계속 찾아다닌 모양이야. 테사르 보육원의 아이들을 추적하다 나 역시 너를 찾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는지 나를 찾아왔었어.”
그리고 잭이 기사의 맹세를 하는 것으로 거래를 했다고 루치오가 설명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과거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 루치오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그가 눈을 피하며 말했다.
“네가 혹시 과거에 그가 한 맹세로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그래서 그의 고백을 거절했다면…….”
“잠깐만요!”
나는 어쩐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듯한 내용에 기가 차 물었다.
“해야 할 고민은 안 하고 지금까지 그런 이상한 생각만 하고 있던 거예요? 그래서 날 피했던 거고?”
“…….”
“나는 잭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다고요! 물론 잭이 다이애나를 좋아한다고 쭉 생각하긴 했지만 그게 아니었더라도…….”
루치오의 말이 하도 어이가 없어 버럭 소리를 친 나는 이 말을 지금 해 줘도 되나 잠시 고민했지만, 잔뜩 가라앉은 루치오의 표정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아주 오랫동안 좋아했다고.”
그러니까 이전 생에도 나는 이미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다고요.
내가 작게 속삭이자 루치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나도 과거의 내 감정이 사랑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루치오의 이름이 들리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 떨어지고 괜히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듣고 싶어 귀를 쫑긋 세우던 내 행동의 의미를 지금은 안다.
괜히 부끄러워진 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아까 당신도 나를 찾고 있었다는 말, 사실이에요?”
“……응. 아카데미 앞에서 네가 사라진 뒤로 계속 찾았어. 거지 패 아이들을 통해 네 이름도 알게 되었고.”
차분히 털어놓는 루치오의 목소리에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정말 나를 기억하고 찾던 것이 맞구나.
그럼 혹시 다이애나의 생일 파티에 잠입하는 의뢰도……?
“그러다 네가 테렌치움의 정보원 ‘리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확인차 의뢰를 했지. 네가 내 스카우트를 자꾸 거절하니까 어쩔 수 없었어.”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에 속이 개운해진 기분을 느낄 때였다.
“그런데 다이애나가 다음 날 이상한 말을 했어. 아무래도 자기가 벨루스 대공녀를 본 것 같다고…….”
뜻밖의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가 곧 납득했다.
다이애나는 과거에도 각성을 하지 못했을 뿐, 내 진짜 모습을 알아봤을 테니…….
“그날 공작저에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외부인은 임시 하녀로 뽑은 너뿐이었지.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아버지께 말씀드렸고, 혹시 대공녀의 머리색이 다른 색으로 보일 수도 있을까 싶어 대공 전하께도 연락을 드렸어.”
“설마…….”
루치오가 하는 말을 듣자마자 번뜩 떠오른 생각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루치오의 표정에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내가 공작저에 잠입해 죽었던 그날, 저택을 방문한 손님이 바로 아빠였다는 것을.
잠시 말문이 막힌 나는, 제이드가 그날 나를 속이지만 않았더라도 죽지 않고 부모님을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가가 조금 뜨거워졌다.
하지만 속상하고 슬퍼도 견딜 만했다.
‘지금 내게는 그보다 더 행복한 삶이 있으니까.’
이제는 정말, 시간을 되돌려 이 삶을 선물로 준 마스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작게 미소를 지은 나는 짐짓 뾰로통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프러포즈는 언제 할 거예요?”
“……응?”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이 당황스러운지, 눈을 깜빡이던 루치오가 얼떨떨하게 물었다.
“내가 프러포즈하면 받아 줄 거야……?”
“뭐라고요?”
조금 전 내가 오랫동안 그를 좋아했다는 말은 한 귀로 흘려들은 건가?
“세상에 거절하려고 프러포즈해 달라는 여자가 어디 있어!”
화가 나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자 루치오의 얼굴에 환희가 들어찼다.
그가 나를 확, 하고 껴안았다.
“고마워. 내가 앞으로 정말 더 잘할게.”
“당연히 그래야죠. 참고로 프러포즈 반지는 새 걸로 준비해 줘요.”
예전 것보다 더 예쁘고 반짝반짝한 걸로.
나는 애써 내가 허무하게 반지를 잃어버린 일을 기억에서 밀어내며 부러 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루치오에게는 여전히 조금 미안하기도 해서, 얼른 발꿈치를 들고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내 목숨보다 더.”
곧장 돌아오는 대답과 함께 촉, 하고 와닿은 입술이 따뜻하고 말랑했다.
얼굴이 발그레 달아오른 내가 물었다.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요?”
내 말에 루치오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한참 먹먹한 표정으로 침묵하던 그가 말했다.
“네가 있으면 나는 행복할 수 있어.”
대답과 동시에 달콤한 바람이 불었다.
그에 더 없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우리에겐 행복한 일만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完